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0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04화(70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04화
“버핏도 현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고, 뉴욕과 마이애미 그리고 시애틀 쪽의 헤지펀드들도 현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이애미를 소재로 두고 있는 대형 헤지펀드 스타델의 CEO이자 창업주인 켄 에반스는 부하 직원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최근 시장이 다들 확실히 현금을 늘려가는 추세긴 하지.”
“우리도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요?”
부하 직원의 말에 켄은 지그시 그를 바라보았다.
켄의 눈빛을 받은 부하 직원은 숨이 턱하고 막혔다. 아무런 말을 해오지 않았지만, 켄의 눈빛이 말해오는 뜻을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봐, 레들리.”
“……네, 보스.”
“내가 네 전임자인 해리를 좋아한 이유가 뭔지 알아?”
“…….”
“해리는 필요한 말만 했어. 내 의견에 반기를 들기도 했지만, 포트폴리오에 대한 것은 오로지 나만의 권한이라 생각하고 아무 말을 하지 않았거든. 그래서 좋아했어.”
해리는 지금은 켄이 소개해 유성인베스트먼츠로 잠시 가 있지만, 켄이 아끼고 후임으로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직원이었다.
“그러니 부디 내가 너를 좋아할 수 있게 해주겠나?”
“무, 물론입니다. 제가 주제를 넘었습니다.”
“그래, 처음이니 넘어가겠네.”
켄은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은 지금 말로 잊어버렸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현금을 보유할 생각이 없어.”
그러고는 부하 직원의 궁금증을 풀어주어야겠다는 듯, 혹은 자신이 생각한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물론 지금 시장에 부정적인 의견들이 자리 잡고 있긴 하지.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이런 시기에 쉬지 않았어. 그럼 내가 뭘 했을까?”
“……죄송합니다. 합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켄은 그럴 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는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뭐, 그럴 수 있지. 나는 이런 시기에 먹잇감을 찾았어.”
“먹잇감이라면…….”
“부정적 내러티브에 지레 겁먹고 허둥지둥하는 인간들 혹은 멋모르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해서 숏을 치는 인간들.”
물론 스타델도 공매도로는 악명을 떨쳤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그런 부류들은 켄 에반스 입장에서는 잡아먹고 싶은 대상들일 뿐이었다.
“물론 시장이 좋지 않을 거라 생각하거나 종목이 과대평가되었다면 숏을 쳐야지. 그런데 내게 들키는 순간 그건 아주 맛있는 먹잇감에 불과하지.”
켄은 제발 그런 상황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듯 광기가 넘쳤다. 마치 ‘나는 되지만, 너는 안 돼.’라고 말하는 듯한 묘한 뉘앙스에 부하 직원은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러니 우리는 돈을 뺄 생각이 없고, 적극적으로 투자 대상을 찾아야 하는 거야.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나가서 찾아봐야지?”
켄의 말에 부하 직원은 재빠르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섰다.
“한 달 안에 남을지 떠날지 결정하겠구먼.”
켄은 누가 잡아먹을까 지레 겁을 집어먹고는 방을 나서는 부하 직원을 보며 피식하고 웃었다.
“확실히 해리만큼 나를 감당할…….”
지이잉-
그때, 켄의 감상을 깨려는 듯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원래 같았으면 감상이 끝난 이후 확인했겠지만, 오늘따라 휴대전화를 바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재미없는 일이면 알아서 하라고…….”
켄은 그리 혼잣말을 내뱉으며 화면을 확인했는데, 이내 얼굴에 환한 미소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딥 블루 인더스트리라…….”
켄은 바로 PC를 이용해 딥 블루 인더스트리의 차트를 띄웠다.
“어중간한 놈들이 공매도를 치고 있군.”
그리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지금 차트상으로는 공매도를 치는 쪽과 그 물량을 받아내는 쪽의 싸움이 진행되고 있었다.
“받아내는 쪽은…… 유성이겠고.”
잠시 차트를 보며 고민하던 켄은 무언가 결심이 선 듯 앞에 놓인 전화를 들어 올려 내선 번호를 눌렀다.
“레들리, 지금 당장 딥 블루 인더스트리를 매집해. 목표가? 공매도 세력이 나가떨어질 때까지.”
그리 명령한 켄은 전화를 내려놓고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차트를 바라보았다.
* * *
“어떻게 됐어?”
“여전히 상대가 던지는 물량을 받아내고 있습니다.”
빌과 전화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도경은 제이크의 옆에 서서 현황을 확인했다.
“상대도 꽤 규모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만큼 던졌지?”
“지금은 약 5천만 달러가량 저희가 받아내고 있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670억 원가량을 순수하게 공매도를 치고 있었다.
어디선가 물량을 빌려와서 치는 것일 텐데, 마치 오늘 하루에 이쪽의 항복 선언을 받아내고 싶어 하는 움직임이었다.
“우리가 항복하길 바라는 거겠지?”
“네. 5천만 달러라는 금액이 우리가 만지는 금액에선 큰 금액은 아닙니다만, 온전히 하루에 공매도를 치는 양으로는…….”
“매우 많지.”
도경이 자신의 말을 받자 제이크는 걱정된다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상대도 무언가 정보가 있는 게 아닐까요?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확신을 가지고 숏을 치지는 않을 겁니다.”
“반대일 수도 있어.”
도경은 진지한 얼굴로 제이크의 물음을 받았다.
“오히려 낙관적이거나 혹은 부정적인 정보가 없으니, 저리 포지션을 잡는 걸 수도 있다고.”
“…….”
“생각해 봐. 만약 확실한 부정적인 정보가 있었다면 천천히 공매도를 칠 거야. 나라면 말이지.”
공매도는 기본적으로 포지션을 구축할 때 주가보다 후에 주가가 하락했을 때의 주가 갭 차이로 돈을 버는 것이었다.
지금 공매도를 쳤을 때 그 물량을 받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가 물량을 받아주고 있잖아. 그러면 잠시 쉬었다 가도 돼.”
“그렇겠네요. 주가가 상승하는 게 저쪽에는 더 이득일 테니까요. 확실한 정보가 있다면요.”
“그래, 그런데 지금은 확실한 정보가 없으니 지르는 거야. 확신 하나로 말이야.”
그 반대로 딥 블루 인더스트리에 긍정적인 정보가 있어도 저리 던지지 못할 것이다.
“상대는 확신을 가진 거야. 딥 블루 인더스트리엔 호재가 없다. 그리고 특별한 정보도 없다.”
“그러니 우리 포지션을 공격하는 거군요.”
“그래. 호재가 없다는 확신으로 던지는 거지.”
도경의 말에 제이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쩌나. 호재가 곧 나올 것 같거든.”
“조금 전 말씀하신…….”
“맞아.”
도경은 그리 말하며 고개를 들어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곧 신호가 오겠네.”
띵띵-
띵띵-
띵띵-
도경의 말 이후 갑작스레 사무실 안에는 알림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대량 매수세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플러스로 전환했습니다!”
+1.38%…….
+2.13%…….
조금 전과는 다르게 상당히 빠른 속도로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보다 더 많은 물량을 매수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그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더 오르기 전에 우리도 빨리 오늘 목표치를 다 채우자고.”
도경의 말에 팀원들은 신이 난 듯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 * *
“우리 물량을 다 받아내는데요?”
카플란 홀딩스의 조슈아 카플란은 여전히 트레이딩 룸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계속 던져.”
“차입한 물량이 떨어져 갑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조슈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익숙한 번호를 찾아 통화를 눌렀다.
-JPM 라이언 테일러입니다.
“카플란 홀딩스의 조슈아 카플란입니다.”
-아! 조슈아, 직접 전화를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차입하신 물량이 전부 떨어져 가서 연락을 드려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상대는 카플란 홀딩스의 브로커리지 업무를 담당하는 담당자였다.
“물량을 좀 더 차입할 수 있겠습니까?”
-아시다시피 워낙 스몰캡이라…… 풀에 나온 물량이 기본적으로 적습니다. 빌릴 수는 있겠지만, 수수료를 더 내야 할 겁니다.
공매도할 때는 해당 물량만큼을 다른 투자자에게 빌려 공매도를 해야 했다.
그때는 대차 수수료와 함께 브로커에게 관리 비용과 이자를 주어야 했다.
“수수료는 얼마든 좋습니다.”
-증거금이 1억 달러가 어카운트에 있군요. 2억 달러어치를 대차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언제든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연락해 주십시오.
전화를 마친 조슈아는 부하 직원을 바라보았다.
“2억 달러가량을 대차해 주기로 했어. 단, 이 물량을 모두 던져서는 안 되겠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했고, 말이다.
“상대가 기가 꺾일 때까지 던져.”
“네, 알겠습니다.”
조슈아의 지시에 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다시 공매도 물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상대도 알 거야. 바보가 아닌 이상 이만큼 공매도를 치는 세력이 있다면 우리가 정보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조슈아는 지금껏 이런 방식으로 승리해 왔다. 물론 비관적인 정보가 있다면 훨씬 더 좋았겠지만, 오히려 아무런 소식이 없을 때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공매도였다.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상대와 지루한 싸움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상대가 물량을 조금씩 줄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
“네, 조금 전부터 받는 물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차트를 확인한 조슈아의 입가에는 미소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확실히 물량을 모두 다 받겠다는 듯 매수를 해오던 상대의 기세가 약간은 꺾인 것 같았다.
“좋아. 이대로…….”
지이잉-
부하 직원에게 지시를 하려던 조슈아는 울리는 휴대전화 진동 소리에 손을 들어 양해를 구하고는 화면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하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조슈아입니다.”
-조슈아, 지금 당장 공매도를 멈추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르신의 지시인가요?”
상대는 다짜고짜 조슈아에게 포지션을 정리하라 요구해 오고 있었다.
-그건 아닙니다만, 우리에게 정보가 하나 들어왔습니다. 딥 블루 인더스트리를 지금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세력이 있고, 곧…….
띵-
띵-
띵-
그때, 사무실 안에 있는 모든 직원의 컴퓨터에서 동시에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조슈아는 자신이 전화를 하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듯 다급하게 화면을 확인했다.
“보, 보스. 지금과는 다르게 매수 물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뭐?”
“이번엔 웨이브가 다릅니다. 기존의 상대보다 더 큰 규모의 롱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잠시 상황을 파악하던 조슈아는 자신이 들고 있던 휴대전화가 떠오른 듯 다시 귀에 가져다 댔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당장 빼세요. 물을 시간이 없습니다.
“이유를 알아야 할 거 아닙니까!”
급하다고 하더라도 이유는 알아야 했다. 상대의 말에 포지션을 정리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당장 정리하기엔 너무 많은 포지션을 잡고 있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입니다.
“뭐라고요?”
-마이애미의 유성인베스트먼츠가 딥 블루 인더스트리를 사들이고 있어요. 그리고 곧…… 여러 사람이 상황을 알게 될 겁니다.
띵띵-
수화기 너머의 말과 동시에 계속해서 경고음은 울리기 시작했고, 조슈아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당장 포지션 정리해!”
지시에도 부하 직원은 손을 멈추고는 조슈아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늦은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조슈아는 저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하고 감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