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0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06화(70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06화
-어르신께서는 이번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카플란 홀딩스의 조슈아 카플란은 사무실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쪽의 정보로 우리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는데.”
수화기 너머 남자의 말에 조슈아는 퉁명스레 답했다. 이미 조슈아의 얼굴에는 좌절이라는 것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의 탓으로 돌리는 겁니까? 조슈아?
“……후, 그래요. 지금 와서 그게 중요하겠습니까? 어차피 실패는 내가 했는데.”
조슈아는 당장에라도 그들의 탓이라고 쏘아붙이고 싶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이번 투자의 실패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라는 걸.
“내가 너무 물렀습니다. 분명 상대도 무언가 있으니 물량을 다 받았을 텐데, 조금 더 생각해야 했습니다.”
-고해성사를 듣자고 연락을 드린 것이 아닙니다. 말씀드렸듯…….
“예, 알고 있습니다. 어르신께서 이번 일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요.”
조슈아는 한숨을 내쉬며 수화기를 향해 말했다.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계획을 알고 싶어 하십니다.
“일단 자금을 구해야겠지요. 혹시 그 부분에 관해서 도움을 주실 수 있습니까?”
조슈아가 이끄는 카플란 홀딩스는 현재 -4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루하루 시간을 끌수록 무한대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할 수 있었다.
-소개는 드릴 수 있지만, 그들이 선뜻 나설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겠죠.”
돈을 빌려주더라도 이후가 문제였다. 주식시장에서 비싼 값에 주식을 사들여야 했는데, 시장에 매물이 많이 없는 이상 얼마의 돈이 더 들어갈지 몰랐다.
“방법은 하나뿐이겠군요.”
-말씀드렸다시피 어르신…….
“알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께 기다려 달라고 전해주십시오. 해결하고 보고드릴 테니.”
짜증이 났지만, 조슈아는 화를 억누르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두 손을 들어 올려 마른세수를 했다.
“하…….”
똑똑-
그렇게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다잡고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며 팀원이 방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곧 시장이 열립니다. 오늘 만약 15% 이상 주가가 오를 시에 마진콜이 들어올 거로 예상됩니다.”
마진 콜은 증거금이 부족하니 추가 증거금을 넣으라는 이야기였다.
다시 말에 2억 달러 치의 주식을 공매도하기 위해 50%의 증거금인 1억 달러는 있어야 했다.
하지만, 공매도가 손실을 계속 기록하며 증거금을 까먹고 있었다.
즉, 추가 증거금을 넣거나 그렇지 않으면 다음 날 모든 포지션이 강제로 청산되었다.
“추가 증거금 규모는 1억 달러를 더 넣어야겠군.”
“네, 그렇습니다.”
담담하게 이야기했지만, 당장 1억 달러라는 큰돈을 구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여기저기 대출을 알아보고 있는데, 우리 포지션이 소문이 다 나서 힘든 상황이네.”
“그렇다면 주식을 빌려서라도 하루빨리 갚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말은 쉽지.”
부하 직원의 말대로 주식을 빌려오면 되었지만, 누가 주식을 빌려주겠는가?
막말로 카플란 홀딩스가 이대로 모든 포지션을 강제로 청산당한다면, 주가는 더 오를 것이다.
이대로 카플란 홀딩스가 청산당하는 게 주식을 들고 있는 곳에서는 더 이득이라는 말이었다.
“스타델의 켄 에반스와 친분이 있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친분이라…….”
조슈아 카플란은 피식하고 웃었다.
물론 켄 에반스와는 여러 차례 만남을 가지며 일면식이 있었지만, 이 상황에서 스타델이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 생각하는 건 너무 유순한 생각이었다.
“그래, 일단 오늘 장 시작 전에 해결해 볼 테니 나가봐.”
“네, 알겠습니다.”
조슈아는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부하 직원을 내보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만 쉰다고 해결될 일은 없으니까.”
자신의 처지에 지금 가만히 있는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던 조슈아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번호를 하나 찾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어느 때보다 통화 버튼을 누르기 싫었지만, 눌러야 했다.
“후…….”
작게 심호흡을 한 이후 통화 버튼을 누른 조슈아는 조심스레 수화기를 귀에 가져다 댔다.
-조슈아! 오랜만이군요.
“켄,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하하하, 이런 일이 있어야 조슈아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군요.
평소 같았으면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라고 말했겠지만, 지금은 철저하게 자신이 약자라는 걸 조슈아는 잘 알고 있었다.
“켄, 제가 지금 켄과 회포를 풀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 본론만 말씀드릴까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지요. 그런데 조슈아, 그 전에 나부터 말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수화기 너머 스타델의 켄 에반스는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평가답게 먼저 이야기를 던져왔다.
“말씀하십시오.”
-우리는 카플란 홀딩스를 도와줄 수 없습니다. 단기 수익을 보고 들어갔기 때문에 곧 포지션을 정리할 거거든요.
그리고 이어지는 켄 에반스의 말은 마치 조슈아 자신이 무슨 부탁을 해올 것인지 알고 있는 듯한 답이었다.
“…….”
-조슈아, 처음부터 나한테 연락했으면 안 됐습니다. 알잖습니까? 이런 일은 상호 간의 결자해지가 답이라는 걸. 전화를 끊고 연락처를 보내 드리지요.
“연락처라면…….”
-유성인베스트먼츠의 미스터 윤도경입니다. 굉장한 신사죠. 조슈아와 아주 좋은 대화 상대가 될 겁니다.
켄의 말에 조슈아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 * *
“곧 장이 열립니다. 우리 생각보다 주가가 너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한편, 도경은 제이크에게 전날 있었던 시황을 보고받고 있었다.
“수익률은?”
“이틀간 48%입니다.”
도경도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크의 말대로 너무도 가파르게 주가가 오르고 있었다. 분명 좋은 일이었지만…….
“아무래도 숏 포지션이 노출되어서 모두가 들어오는 것 같네.”
공매도의 무서움은 그것이었다. 포지션이 노출된다면 모두가 그 공매도 포지션을 잡아먹기 위해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일명 숏 스퀴즈를 노리는 것이었다.
공매도 세력은 어떻게든 주식을 구해 빌린 것을 갚아야 했고, 그렇다면 주식시장에서 사들이는 방법이 제일 먼저였다.
“네, 가만히 들고만 있어도 숏 포지션이 청산되는 과정에서 주가가 오를 테니까요.”
그리고 모두가 서로 그렇게 하자고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주식을 들고 있을 것이다.
팔지 않아야 공매도 세력이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살 테고, 또 주가가 상승할 테니까.
“문제는 이렇게 되면 후에 정상적인 주식으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는 겁니다.”
제이크가 그리 말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걱정하는 것도 그 부분이었으니까.
“맞아. 숏 포지션이 청산되고 나면 모두가 눈치 게임을 하겠지. 먼저 털기 위해서.”
파티가 끝이 나고 나면 당연히 수익 실현은 필수였다.
“네, 그때면 주가는 폭락할 테고요.”
“머리가 아프긴 하지만, 우리가 고민할 건 아닌 것 같네.”
도경은 그리 말하며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우리는 장기적으로 가져갈 거고, 주가 하락은 우리가 비중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줄 테니까.”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내가 알아보라는 건?”
“아! 여기 있습니다.”
도경의 물음에 제이크는 서류를 앞에 내려놓았다.
“카플란 홀딩스, 대표는 조슈아 카플란이고요. 저도 조사를 하면서 처음 알았는데 업계에서는 꽤…… 알음알음 알려진 인물이었습니다.”
살다 보면 그런 인물들이 있었다. 고점을 높게 찍어서 모두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사람도 있는 반면.
중간에서 아주 오랜 기간 살아남다 보니 모두의 존경 대상이 된 인물들.
조슈아 카플란은 그런 사람이었다.
“모두가 알지는 못하지만, 아는 사람은 존경하는 인물이었고요.”
“그렇겠지. 30년 이상 버텨왔다는 건 그런 거니까.”
“찾아보니 카플란 홀딩스는 그의 아버지가 창업을 한 회사였습니다. 일전에는 헤지펀드가 아닌 그저 투자회사였고요.”
“패밀리 오피스?”
“네. 그러다가 25년 전, 조슈아 카플란이 헤지펀드로 포지션을 체인지하며 여러 자금을 굴려왔습니다. 현재 운용 자금은 약 30억 달러가량 되는 것 같고요.”
우리 돈으로 4조 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는 업체였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게 있었습니다.”
“뭔데?”
“카플란 홀딩스의 자금 대부분이 유대계 자금이었습니다.”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을 하다 이내 켄 에반스의 말이 떠올랐다.
-그 친구의 이름. 그게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을 겁니다.
“조슈아 카플란. 유대계 미국인이군.”
“네, 그의 아버지는 이스라엘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아주 명망이 높았다고 합니다. AIPAC의 주요 간부기도 했고요.”
AIPAC, 에이펙은 미국의 대표적인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다. 1950년도에 설립되어 미국 내에서 이스라엘을 위해 의회와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단체였다.
미국의 주요 정치인 그리고 대통령, 대선 후보들이 그들의 회의에 참석할 만큼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였다.
“그리고 좀 더 알아보니 카플란 홀딩스는 스타인 재단의 자금을 굴리고 있더군요.”
이어지는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두 눈을 부릅떴다.
“스타인 재단? 제이콥 스타인을 말하는 거지?”
“네.”
제이콥 스타인은 억만장자 기업가이자 투자가였다. 라스베이거스의 유명 카지노부터 화장품, 미디어를 여러 개 소유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는 유대인으로서 미국 내의 유대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유대계 네트워크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는 인물이었다.
에이펙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아주 강력했다.
“아무래도 제이콥 스타인이 직접 관리한다는 투자업체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들은 적 있는 이야기였다.
제이콥 스타인은 자신의 많은 부를 각각의 헤지펀드에 맡겨 필요한 곳에 쓰고 있다고.
“제이콥 재단의 돈을 맡은 거면…….”
“여러 대학과 기부에 쓰이는 돈을 관리한 것 같네요.”
“이번 일로 참 난감하겠군.”
지이잉-
그렇게 제이크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처음 보는 번호에 잠시 도경은 고개를 갸웃하다 이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윤도경입니다.”
-미스터 윤도경, 처음 인사드리겠습니다. 카플란 홀딩스의 조슈아 카플란이라고 합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자기소개에 도경은 잠시 놀라 할 말을 잃었다.
“아, 잠시만요.”
그러고는 정신을 차린 것인지 제이크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가보라는 듯 손짓을 했다.
제이크가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가자 도경은 작게 심호흡을 하고 휴대전화를 들어 올렸다.
“조슈아,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의 중이었거든요.”
-아닙니다. 제가 먼저 메시지를 드리고 연락을 드렸어야 했는데 제 상황이 여의찮아서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굉장히 정중한 말투였지만, 그의 목소리는 무언가 다급해 보였다.
“굉장히 급해 보이시는군요.”
-좀 더 인사를 나누었으면 좋겠지만, 미스터 윤께서도 제가 왜 연락을 드린 것인지 알고 계실 겁니다.
“…….”
-본론부터 빠르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만나 뵙고 말씀드려야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알고 있으니, 말씀하시면 됩니다.”
도경의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급한 상황임에도 여전히 결단이 서지 않은 듯 아무런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조슈아는 여전히 고심하는 중인 것 같았다.
-……윤, 우리 카플란 홀딩스는 딥 블루 인더스트리의 주식이 필요합니다. 물론 우리가 유성의 반대편에 섰습니다만, 도움을 청할 곳이 유성밖에 없었습니다.
조슈아의 목소리는 굉장히 굴욕감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처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 정중했다.
-유성이 우리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조슈아, 물론 우리는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얻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도경은 굳은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공매도와의 전쟁 때문에 우리는 포지션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고, 당초 목표했던 비중을 사들이지도 못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도 지금 상황은 주가가 올랐지만 웃어야 할 상황은 아니라는 거고요.”
-무슨 말씀인지 알고 있습니다…….
수화기 너머 조슈아는 잠시 정적을 유지하다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우리는 유성이 가지지 못한 것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가지지 못한 거라…….”
-미국 내 유대인 네트워크의 정보력. 윤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내가 정보원이 되겠습니다.
이어진 조슈아의 말에 도경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어쩌면, 이번 투자로 그 어느 때보다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