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0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08화(70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08화
“지훈 이사님, 몇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그날 오후, 조슈아 카플란과 만나고 있던 도경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마이애미에 있는 이지훈과 통화를 했다.
-네, 보스. 명령하십시오.
“브로커 업체에 연락해서 우리가 보유 중인 딥 블루 인더스트리 지분 중 18만 주를 카플란 홀딩스의 어카운트로 보내달라고 하십시오.”
-……가신 일은 잘되셨습니까?
수화기 너머 이지훈은 도경의 지시에 자신은 그저 따르면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궁금하다는 듯 조심스레 물어왔다.
“네, 이자는 연 13%고 일별 수수료는 전일 종가 x 대여 수량 x 연이율/365로 계산하기로 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수화기 너머에 이지훈은 놀란 듯 숨을 들이마셨나.
-어제 종가가 27.46달러였으니…….
“일 수수료는 약 1,760달러 정도입니다.
보통 기관에 공매도 주식을 대차하면 연이자가 4% 정도였다. 아무리 많이 빌리더라도 연이자는 5%를 넘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연이자만 13%였고, 이자와 별개로 가만히 있어도 하루에 1,760달러.
우리 돈으로 227만 원가량의 수수료를 이득 볼 수 있었다.
-상대가 굉장히 급한가 보군요.
“네, 그러니 오늘 안에 대차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카플란 홀딩스에서 관련 자료 보내주면 바로 우리 브로커에 연락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잠시 전화기를 입에서 떼고는 앞에 앉은 조슈아를 바라보았다.
“지금 바로 관련 자료를 우리 회사로 보내주십시오. 제가 드린 명함에…….”
“네, 바로 지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카플란은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오늘 복귀할 예정이었는데, 다음 주 월요일이나 되어야 복귀할 것 같습니다.”
-이유를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자세한 건 마이애미에 가서 말씀드리겠지만, 협상 조건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만족하셨으니 받아들이셨겠죠?
“네. 상대가 매우 급한 것 같으니 일 처리부터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포지션 구축은…….
이지훈은 아주 조심스레 물어왔다. 아무래도 주식을 대차해 주고 포지션을 구축한다면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었고, 상대의 수수료도 오를 것이었기 때문이다.
전일 종가가 기준이 되는 계산식 때문이었다.
“그 부분은 상대가 이해했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포지션을 구축 중이었으니, 그대로 진행합니다. 단.”
도경은 주변을 둘러보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지훈을 향해 입을 열었다.
“시장에 티가 안 나게 포지션 확장하라고 제이크에게 전해주십시오.”
-갑자기 주가가 오르는 일은 없도록 말씀이죠?
“네. 여러모로 지금 너무 주가가 많이 올라서요.”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자세한 건 복귀 이후 다시 대화를 나누시죠.”
-네, 보스. 즐거운 출장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이지훈의 인사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토톡-
그러고는 책상 위에 올려둔 손가락을 두드리며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사무실 안에는 그들이 버텨온 세월이 보이는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을 때 조슈아 카플란이 방으로 들어왔다.
“보내는 걸 확인하고 오느라 늦었습니다.”
“아닙니다. 자료가 도착한다면 오늘 안에 바로 대차될 겁니다.”
도경의 말에 조슈아는 긴 호흡을 내뱉었다.
“감사합니다.”
그는 한숨 돌렸다는 표정이었다.
“당장 내일부터 어마어마한 롱들이 쏟아질 텐데, 시장에 지분은 말라가고, 주가는 오르고……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감이 안 잡혔거든요.”
두 사람은 이제는 어느 정도 서로에 대한 적대감은 덜어낸 듯 보였다.
조슈아는 자신이 그 시간 가졌던 감정을 도경에게 공유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거치고는 꽤 현명한 판단을 하셨습니다. 제게 전화를 거신 거 말입니다.”
도경은 진심이라는 듯한 얼굴로 조슈아를 바라보았다. 만약 조슈아가 자신에게 연락 대신 시장에서 해결하겠다고 시간을 허비했다면?
내일 장이 열리자마자 카플란 홀딩스는 30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아야 했을 것이다.
시장은 숏을 잡아먹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기세였으니까.
“멍청하게 포지션을 잡아먹혔으니, 상대의 대장에게 연락하는 방법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조슈아를, 또 카플란 홀딩스를 살린 거고요.”
도경의 말에 조슈아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러면 조금 전 드렸던 말씀을 이어가자면…… 저희 카플란 홀딩스의 시작은 제이콥 스타인의 자금 관리에서 시작했습니다.”
“제가 알기론 패밀리 오피스였다고…….”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는 부유한 가문이나 개인의 자산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사설 기관을 얘기했다.
투자, 세무, 상속, 자선 활동 등 종합적인 재정 서비스를 제공하여 가족의 부를 유지하고 증대시키는 역할을 했다.
국내에도 하나둘씩 패밀리 오피스가 늘어가는 추세였지만, 미국은 어마어마한 수의 패밀리 오피스가 있었다.
“우리 카플란 가문의 돈은 아니었죠.”
“스타인 가문의 재산이었군요.”
“그렇습니다. 제 아버지 데이비드 카플란이 최초로 맡았고, 25년 전, 제가 담당하게 되며 헤지펀드로 포지션을 체인지했습니다.”
“그렇다면 여전히 모든 자금은…….”
“네, 저희가 운용하는 자산의 95%는 스타인 가문의 재산입니다.”
도경은 드디어 그들이 30년 넘는 기간,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헤지펀드가 살아남으려면 결국 자기자본도 중요했지만, 투자자가 있어야 했다.
그들은 마르지 않는 돈을 믿고 맡겨주는 투자자가 있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시지요.”
“몇 년 전부터 전략을 공매도로 바꾸었다고 들었습니다.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제공해 주는 고객이 있는데 왜 그런 선택을 하신 거죠?”
“우리의 투자자가 많은 사업을 늘려갔습니다. 자선사업 더 나아가 기업을 인수하는 사업까지요. 저희는 빠르게 돈을 불려야 할 의무를 지고 있었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콥 스타인이 최근 들어 많은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건 조사해서 알고 있었으니까.
“지난 4년간은 아주 훌륭하게 제이콥의 기대에 부응했죠. 오늘 유성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조슈아 카플란은 농담이라는 듯 도경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어쨌거나, 제이콥이 여러 헤지펀드들에게 투자를 하며 요구한 것은 하나입니다.”
조슈아는 힌트를 주겠다는 듯 이야기를 해왔다.
“많은 수익.”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헤지펀드에게 돈을 맡긴다는 것은…….”
“그보다 더 많은 수익을 요구할 겁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그렇게 급하게 수익을 요구하는 이유 말입니다.”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사업이 빠르게 자리 잡고 상속하기를 원합니다.”
조슈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되네요.”
“그럼, 약속을 잡겠습니다.”
조슈아는 그리 말하며 휴대전화를 들어 올려 익숙한 번호를 찾아 통화를 눌렀다.
“조슈아입니다. 어르신께 이번 일은 잘 해결되었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네. 그리고, 새로운 투자를 해도 될 만한…… 이미 알고 계셨군요? 알겠습니다.”
짧은 전화를 마친 조슈아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오늘 밤, 제이콥 스타인이 미스터 윤을 초대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이어지는 조슈아의 말에 도경은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처음 뵙겠습니다. 윤도경이라고 합니다.”
그날 저녁, 도경은 홀로 제이콥 스타인을 만나기 위해 뉴욕에 있는 한 고급 호텔의 레스토랑으로 들어섰다.
상대인 제이콥 스타인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는데.
도경이 인사를 건네자, 돋보기안경 틈으로 잠시 도경을 바라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이콥 스타인이요.”
“일찍 나온다고 나왔는데, 미리 와 계셨군요.”
“아, 약속 장소에 일찍 나가지 않으면 책을 읽을 시간도 없는 터라.”
제이콥은 미소를 지으며 책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럼 앉을까요?”
제이콥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미스터 윤을 만나게 되어 영광이오. 워낙 많은 이야기들을 들어본 터라 한번 만나고 싶었거든요. 일전에 모리스 코헨의 얼라이를 혼내주었을 때 관심이 갔습니다.”
제이콥의 입에서 모리스 코헨의 이름이 나오자 도경은 화들짝 놀랐다.
오래전, 얼라이의 모리스 코헨은 중국에서 구리 가격을 조작하는 일을 저질렀고, 도경은 서부 월스트리트의 친구들과 함께 그들의 포지션을 공격한 적이 있었다.
“아,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유대인 커뮤니티에 있어 이야기를 들었고, 그때 윤도경이란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으니까요.”
당시 얼라이는 유성보다 규모가 훨씬 큰, 미국 내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헤지펀드였지만 도경과 친구들의 공격에 여전히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윤, 나나 윤이나 시간이 곧 돈인 사람이니 식사 전에 결론을 지었으면 합니다.”
“물론입니다.”
“나에게 남는 돈이 2억 달러가 있소. 그리고 나는 이 돈을 두 배 이상 불리길 원합니다.”
“기간은요?”
“2년.”
조슈아 카플란의 말처럼, 제이콥 스타인은 자신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고 느끼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책을 읽는 시간마저도 그에겐 잠시의 틈을 쪼개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어디에 투자를 하겠소?”
제이콥 스타인의 물음에 도경은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었다.
“리스크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라면 미국에 투자할 겁니다.”
“미국에?”
“네. 미국의 주식에 투자를 해야겠죠.”
“하하하, 시장이 이리도 혼란한데 말입니까?”
제이콥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혼란한 것은 지수뿐입니다.”
“지수?”
“네. 모두가 미국 시장이 너무 좋지 않을 거라 말하며 예로 드는 것은 고용 환경, 경제 상황, 그리고 하락한 나스닥과 S&P500의 지수를 예로 들죠.”
“그게 보통 우리가 경제를 보는 지표니까.”
제이콥의 말대로 그것들은 하나같이 경제 상황을 볼 수 있는 지표였다.
“맞습니다. 다만, 그게 모든 시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이콥, 저와 같은 투자자들은 경제 상황이 좋든 나쁘든 시장에 있어야 합니다.”
“…….”
“그런 어려운 지표들은 그저 하나의 참고 자료일 뿐이죠. 투자자들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 말입니다.”
“그럼 윤이 말하는 미국에 투자를 한다는 건…….”
도경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기업에 집중합니다. 우리는 한 기업을 두고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지금 경제 상황에 이들은 얼마나 버텨서 후에 얼마큼 많은 수익을 가져다줄지를 생각하죠.”
“흥미롭군요. 다른 이들은 늘 자신의 실패와 성공을 경제 상황을 두고 이야기하던데.”
“그건 그 사람의 투자 방식이니 그게 맞을 수도 있겠죠. 다만, 우리 유성은 아닙니다. 실패했다면 온전히 기업을 잘못 본 우리의 실패이고, 성공했다면 그 기업을 제대로 알아본 우리의 성공이죠. 경제지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도경의 말에는 경제 상황에 상관없이 확실한 이익을 가져다줄 기업을 찾겠다는 말이었다.
제이콥은 흥미롭다는 얼굴로 도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재미있네요. 마치 빌 애크먼을 처음 만났을 때 같기도 하고요.”
빌 애크먼은 베이비 버핏이라 불리는 헤지펀드의 거물이었다.
“2년 안에 두 배로 불릴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제이콥은 확답을 원한다는 듯 도경을 향해 물었고,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수익에 대해 확답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의 플랜과 앞으로 있을 움직임으로 투자자에게 확신을 보여 드리죠.”
이어지는 도경의 말에 제이콥은 환하게 웃었다.
도경은 자신의 앞에서 수익을 확답하고는 지켜내지 못했던 어중이떠중이들과 다르게 자신감이 온몸에서 흘러넘치는 사람이었다.
그가 걸어온 길이, 그가 낸 수익이 윤도경이라는 사람의 자신감에 신뢰를 더해주었다.
“좋습니다. 조슈아를 구해준 보답이기도 하고…… 나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윤을 믿어보고 싶군요. 유성에 투자하겠소.”
제이콥은 그리 말하며 도경에게 손을 내밀었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맞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