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0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09화(70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09화
“네? 얼마요?”
“6억 달러.”
지난주 뉴욕에 출장을 갔던 도경은 월요일에 사무실로 복귀하자마자 제이크를 불렀다.
“2억 달러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제이크는 놀란 듯 도경을 향해 되물었다.
“보스께서 직접 월스트리트로 출장을 가셨으니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받아 오실 거라 생각했지만, 6억 달러는 너무 놀라운데요.”
우리 돈으로 2,600억 원가량을 투자받아 올 줄 알았더니, 8천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받아 돌아온 도경이었다.
“나도 처음 듣기로는 2억 달러였어. 그래서 그런 줄 알았고, 일단 현황부터 보고받자.”
“아! 네.”
도경의 말에 제이크는 정신을 차린 듯 태블릿 PC를 도경에게 건넸다.
“지난주 금요일 기준으로 딥 블루 인더스트리는 주당 30.48달러에 마감되었습니다.”
“선방했네.”
“네. 다들 2~30%는 더 오를 거라 봤지만, 우리가 빌려준 지분으로 카플란 홀딩스가 재빠르게 대차 지분을 정리한 상황에서 시장에 펌핑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카플란 홀딩스는 시장에서 지분을 구하기보다는 도경에게 연락해 지분을 구했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는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고 대차 지분을 모두 상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우리 지분을 갚을 일만 있는데, 이건 나중에 주가가 하락하면 갚지 않을까 합니다.”
“마진콜을 받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테니까.”
굳이 조슈아 카플란이 도경에게 더 많은 수수료와 연이자를 지급하며 빌린 이유는 마진콜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브로커에게서 빌린 지분들은 증거금이 있어야 했고, 폭락할 때마다 자산이 0원이 되는 청산을 당하지 않으려면 증거금을 계속 넣어야 했다.
“네, 우리가 빌려준 건 사실 지분이 아니라 시간이겠죠.”
“맞아.”
“보고를 계속해서 드리자면, 딥 블루 이벤트는 시장에서 점점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주가가 한번 하락할 거고요.”
“이제는 누가 먼저 빠질지 눈치 싸움이 시작되겠네.”
“그렇습니다.”
도경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번 건 우리가 손해를 하나도 볼 것 없는 싸움이었습니다.”
제이크는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기업의 지분을 사들였고, 앞으로도 사들일 거고요. 그리고 카플란 홀딩스에 지분을 빌려주고는 이자와 수수료를 받죠.”
“그렇지.”
“그리고 이와 관련해 6억 달러라는 거액의 투자를 받아오셨으니…….”
제이크는 정말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손해 볼 것 없는 싸움이었네요.”
“아냐. 제이크 네가 잘 대응해 줘서 이렇게 된 거지.”
“제가 한 게 뭐 있다고…….”
“매수 타이밍을 제대로 해줬잖아? 거기에서 우리가 원하는 양만큼의 지분을 매수하지 못했다면? 애초에 성사할 수 없었어.”
도경의 말에 제이크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진심이야. 그 난리 통에 지분을 제대로 줍지 못했다면, 카플란 홀딩스에게 빌려줄 지분도 없었을 테고. 주가가 오를 대로 오른 가격에 사야 했겠지.”
“과찬이십니다.”
“아니야. 고생했어. 앞으로 플랜은?”
“오늘 시장에서도 우리가 원하는 가격에 지분을 줍고, 만약 주가가 하락해 25~26달러 선까지 다시 내려온다면 목표했던 양을 채울까 합니다.”
도경은 연신 주억거렸다. 아직 딥 블루 인더스트리에 대한 포지션 구축은 끝난 상태가 아니었으니까.
“그럼 이제 내가 제이크 네가 궁금해하던 걸 풀어줄 차례네.”
도경은 태블릿 PC를 내려놓고는 입을 열었다.
“조슈아 카플란 집안이 제이콥 스타인 가문의 집사 같았어.”
“집사 말씀이십니까?”
“맞아. 오면서 빌에게 들어보니 우리가 생각하는 2~30년 된 관계가 아니었어.”
“그럼…….”
“수백 년 단위겠지. 유대계 미국인들은 여전히 가문 단위로 많이들 활동하니까.”
도경이 미국에 오고 가장 신기했던 것이었다. 수백 년 된 가문이 여전히 막대한 부를 이용해 여러 사업들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다.
“특히 금융 쪽으로 특화된 게 카플란 가문이었고, 스타인 가문의 자산을 불려주는 역할을 해왔어.”
“그렇군요.”
“조슈아 카플란은 제이콥 스타인의 여러 투자 조언을 해주고 있었고.”
“그럼 이번 일도…….”
“맞아. 조슈아 카플란의 소개로 제이콥 스타인을 만났지. 그런데 나도 처음엔 2억 달러라고 들었거든. 그래서 2억 달러쯤 될 거라고 너에게 말했던 거고.”
제이크는 도경의 말을 집중해서 듣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제이콥 스타인을 만나고 나니 생각보다 그는 급하게 돈을 불리고 싶어 했어.”
“이유가 있습니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고 느낀 거겠지. 자세한 건 물어보지 않았어. 우리 업계에선 그게 불문율이니까.”
“상대가 건 조건이 있습니까?”
“없어. 두 배를 불리길 원한다고 하길래 상당히 겁을 먹었는데, 그게 투자 조건은 아니더군.”
“부담감을 심어주는 투자자네요.”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맞아. 부담감을 심어주는 투자자지. 어쨌거나 우리는 조건도 없이 6억 달러를 받아왔어.”
“조금 전에 우리가 잃은 게 없다고 했는데, 그 목록에 하나 더 추가해야겠습니다. 현금을 줄이기 위해서 딥 블루의 지분을 사들이는데 오히려 현금이 늘었네요.”
“좋은 거지.”
도경은 그리 말하며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우리 포지션만을 생각했을 뿐인데 다른 것들이 따라왔어. 행운이라고 생각되겠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
“내가 이 모든 판을 예상했다면, 그건 거짓이겠지.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어. 우리가 우리의 확신대로만 움직이면 결국 게임에서 승리하는 건 우리라는 걸 말이야.”
도경은 늘 그런 생각으로 투자에 임했다.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저도 이번 투자로 배운 게 많고요.”
“어떤 걸 배웠지?”
“가장 중요한 건 보스께서 팀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셨다는 겁니다.”
도경은 흥미롭다는 얼굴로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첫 투자 대상을 골랐을 때도 보스께서는 확신을 가지고 계셨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원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진행하지 않으셨죠.”
“타당했으니까.”
“보스께서는 굉장히 쉬운 일이라는 듯 말씀하시지만,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반대에 부딪힐 때 인정하는 거 말입니다.”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알아주니 고마운데.”
“저도 앞으로 그런 부분은 정말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아. 그럼 빠르게 배워볼까?”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을 챙겨 들었고, 제이크는 의아한 얼굴로 도경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제이크, 이제 너와 팀원들의 시간인 것 같은데.”
“네?”
“켄 에반스와 약속이 있어서 가봐야 하거든. 돌아왔을 때 투자 대상을 들을 수 있을까?”
“투자 대상이요?”
도경의 말에 제이크는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준비가 안 되어 있나 보네. 나는 그래도 제이크 너와 팀원들이 각자 투자할 대상 정도는 가지고 있을 줄 알았는데.”
“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어서 사무실로 내려가서 팀원들과 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도경은 재킷을 입으며 제이크를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펀드에 종목 하나를 더 추가할 예정이고, 그것에 대한 선택권은 제이크 너에게 줄게. 물론 내 마음에 들어야겠지만.”
도경은 그리 말하며 제이크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방을 나섰고, 멍하니 그곳에 서 있던 제이크는 정신을 차리고는 가쁜 숨을 내몰아 쉬었다.
“기회가…….”
지금 보스는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보스의 펀드에 자신이 고른 종목이 편입될 수 있는 기회.
그것은 제이크 자신의 커리어에 어마어마한 기회라는 걸 알았다.
“이럴 시간이 없어.”
제이크는 기쁨의 미소를 거두고는 재빠르게 사무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우리는 정리할 겁니다.”
“언제쯤 정리하실 예정입니까?”
한편, 사무실을 나온 도경은 켄 에반스를 만나고 있었다.
“딥 블루 인더스트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점점 식어가고 있으니, 이번 주 안으로는 정리해야겠죠.”
켄 에반스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윤이 카플란 그 친구와 협상을 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제게 협상을 하라고 등을 떠민 것은 켄 아닙니까?”
“그거야,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으니까.”
켄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켄 에반스의 스타델은 카플란 홀딩스의 공매도에 대응하던 도경에게는 천군만마와 같은 타이밍으로 롱을 들어와 많은 도움을 주었다.
물론 도경이 도와달라 말은 하지 않았지만, 돈 냄새를 맡은 켄 에반스의 작품이었다.
“켄이 원하는 날의 종가로 스타델이 보유한 딥 블루 지분을 우리가 사들이겠습니다.”
도경의 제안에 켄 에반스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입니까?”
“네. 켄의 입장에서는 지분을 털고 나갈 때 주가 하락의 위험 없이 고점에 털고 나가는 게 되겠죠.”
“그렇게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우리가 도움을 받기도 했고, 또 우리는 딥 블루의 지분이 필요하니까요.”
도경은 이번 사건의 이득을 온전히 혼자 보지 않았다.
그렇게 하게 되면 언젠가 탈이 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성의 입장에서는 가만히 기다리기만 해도 주가가 내려간 상황에서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을 텐데. 굳이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날 위한 것이겠죠?”
“물론입니다.”
“아주 최악의 CEO네요. 회사 입장에서는 말입니다.”
켄은 그리 말하면서도 기분은 나쁘지 않은지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향해 말했다.
“회삿돈을 세이브할 수 있는데 더 쓰겠다니.”
“뭐, 그래도 저를 자를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제가 대주주거든요.”
도경은 너스레를 떨며 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회사 입장에서도 이게 가장 이득이라고 생각하고 내린 판단입니다.”
“뭐가 이득입니까? 돈을 더 쓰는데.”
“켄 에반스의 호의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도경의 말에 켄은 가만히 도경을 바라보았다. 도경의 얼굴에는 진심이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돈으로 다 되는 현실이긴 하지만, 저는 돈보다 사람의 호의를 얻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모두가 그 호의를 갚지는 않을 텐데요.”
“그럼 제가 사람을 잘못 본 거겠지요.”
“저런, 저런.”
켄은 크게 웃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윤이 아주 나를 가지고 노는군요. 호의를 갚지 않으면 아주 못된 사람이 되겠어요.”
“받아들이시는 걸로 알면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우리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거래입니다.”
“언제 종가로 거래할까요?”
“오늘이 어떻겠습니까? 내 생각에는 오늘이 가장 높을 것 같으니.”
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오후에 우리 CFO를 스타델로 보내겠습니다.”
“좋은 거래를 제안해 줘서 고맙소. 윤.”
“저야말로 켄의 도움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손을 내밀었고, 켄은 환하게 웃으며 도경의 손을 맞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