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1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10화(71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10화
“진짜 대단한 사람이긴 한가 봐.”
“누구?”
“누구겠어? 윤도경이지.”
며칠 후, 플로리다 주립대.
평소 커다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열리는 메인 홀에는 오늘 여러 언론매체의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분주하게 움직이며 행사를 준비하는 학교 관계자들도 보였다.
“처음에 생각해 봐. 헤지펀드가 대학스포츠 컨퍼런스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미쳤다고 했지.”
“재미있긴 했어. 헤지펀드도 헤지펀드지만, 그 펀드에 돈을 집어넣은 인간들도 미쳤다고.”
“그런데 오늘 봐.”
기자들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가 20년째 대학스포츠에 관해 취재를 했지만, 세미놀스에 이렇게 많은 관심이 몰린 적은 처음일걸?”
“그러게나 말이야. 블룸버그, 뉴욕타임스…… 엉덩이 무거운 인간들이 다 왔네.”
“그만큼 이번 딜이 압도적이라는 거지. 거기다가 이게 시작일 거 아냐?”
기자들이 한창 서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 행사장 분위기가 점점 분주해지고 몇몇 사람들이 더 바삐 움직였다.
“곧 행사 시작인가 본데?”
그렇게 기자가 한마디를 하자 주변 기자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는 정면을 바라보았다.
“1분 후, 행사 시작하겠습니다.”
마이크를 든 관계자가 그리 말하자 준비된 단상 위에는 여러 사람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 * *
“보스가 직접 안 올라가셔도 됩니까?”
“내가? 내가 한 게 없는데 왜 올라가?”
한편, 도경은 플로리다 주립대의 메인홀 2층에 서 있었다.
기자들은 장면을 놓칠세라 연신 플래시를 터뜨리며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나는 판만 깔았지. 해리가 모든 걸 다 했잖아.”
“ACC와 협상은 보스가 하시지 않았습니까? 해리는 뒤늦게 들어와서…….”
“스테판.”
도경은 옆에 서 투덜거리는 스테판을 바라보았다.
“해리도 이제 우리 팀원이야.”
“언제든 스타델로 돌아갈 팀원이죠.”
“맞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리가 한 일들을 지워서도 안 되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보스가 저 자리에 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스테판도 해리에게 악의를 담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도경은 알고 있었다.
기실, 오늘은 그간 공들여 왔던 대학스포츠 사업의 첫 결실을 보는 날이었다.
바로 플로리다 주립대학교가 속한 컨퍼런스인 ACC가 미국 대형 미디어 채널인 폭스 스포츠와 중개권 협약을 맺는 날이었다.
“하하하, 알아. 무슨 심정인지. 하지만, 이 큰 계약을 끌어낸 건 내가 아니라 해리잖아.”
“……그렇죠.”
“그러니 해리가 저 자리에 서야지. 만약 해리가 아니라 스테판 네가 했었다면, 네가 저 자리에 있었겠지. 그때 만약 제이크나 다른 사람이 내가 저 자리에 서야 한다고 불만을 말하면 네 기분은 어떻겠어?”
“해리는 못 듣잖아요.”
“말이 그렇단 거지. 어쨌거나, 나 대신 해리가 서는 것이 맞아.”
도경이 확신을 가지듯 말하자 스테판은 졌다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해리가 아니면 그 규모의 계약을 끌어내지는 못했을 테죠.”
“인정하는구나?”
“처음부터 인정은 했어요. 다만, 곧 스타델로 돌아갈 사람이니까.”
“안 돌아갈 수도 있지?”
“정말요?”
“네가 잘해주면 해리가 감동해서 남을지 어떻게 알아?”
“에이, 겨우 그걸로 스타델 후계자 자리를 포기하겠어요?”
스테판은 고개를 가로저었고, 도경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고는 아래층을 내려다보았다.
“그나저나, 정말 말도 안 되는 계약 규모예요.”
“그러니까. 그것도 겨우 정규 시즌인데 말이야.”
“6년간 48억 달러죠?”
스테판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ACC에 속한 스포츠 팀의 시즌 경기를 OTT로 독점 중계하는 권리지.”
우리 돈으로 6조 4천억 원이 넘는 규모로, 언론들이 관심을 가질 만했다.
“아쉽네요. 플레이오프까지 포함했으면 더 많은 돈을 뜯어낼 수 있었을 텐데요.”
아쉬운 것은 풋볼의 경우는 우승 팀을 가리는 토너먼트인 플레이오프를 대학 미식축구 협회에서 직접 계약했다.
“그거 있었으면 48억 달러가 뭐야? 6년 100억 달러도 가능했겠어요.”
“하하하, 그렇지만 그건 불가능하니까. 가능한 수준에서 해리가 최대의 이득을 끌어낸 거지.”
연간 8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700억 원이 넘는 돈이 매년 ACC에 속한 대학 팀들이 나누어 가지게 될 것이다.
“거기에 우리는 매년 수수료 3%와 성공 보수를 10% 받으니까.”
“다른 NIL 사업권도 있고요.”
도경이 각 대학에 투자하고 따낸 NIL 중개 사업권은 이제 본궤도에 오를 것이다.
“맞아. 중계권은 시작이고 게임이나 머천다이즈, 미디어 사업들에서 내는 수익도 수수료를 받을 거고.”
“더 중요한 건 이제 겨우 ACC에 속한 팀들의 중계권만 처리했다는 거죠.”
ACC에는 플로리다 주립대, 노스 캐롤라이나, 듀크대 등이 속한 컨퍼런스였다.
유성은 이들 외에도 다른 컨퍼런스와 미국 대학 스포츠팀 중 가장 유명한…….
“크림슨 타이드는 얼마나 벌어들일까요?”
앨러배마 대학의 스포츠팀도 아직 OTT 중계권 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중계권은 시작이야. 우리가 앞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수익률을 채우기 위해서 NIL과 관련된 사업을 발전시켜야 하니까.”
“그건 해리를 믿어야겠죠.”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못 믿겠다는 표정이더니?”
“그때와 지금은 달라요. 어, 계약서에 사인하네요. 보스, 어서 사진 찍어요.”
스테판은 능청스럽게 말을 돌리고는 행사에 집중했고, 도경은 못 말린다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 * *
-저희 정보로는 월가의 헤지펀드 몇 곳이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습니까?”
며칠 후, 도경은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는데, 수화기 너머 주인공은 카플란 홀딩스의 CEO 조슈아 카플란이었다.
조슈아는 특이 사항이 있거나, 자신들이 얻은 정보가 있을 때마다 도경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네, 대부분 유대계 자금이니 저희 정보의 정확도는 95% 이상은 될 겁니다.
“조슈아, 늘 고맙습니다. 시장에 대응하기 좋을 것 같네요.”
-윤은 이미 알고 계셨을 거 같은데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제 마음이 편합니다.
“하하하, 그럼 나중에 또 괜찮은 정보가 있을 때 연락하죠.”
도경은 조슈아와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는 전화를 끊었다.
“또, 무슨 정보가 들어왔나 보죠?”
조슈아에게 전화가 걸려오기 전 도경은 이지훈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지훈은 도경이 전화를 끊자마자 궁금하다는 듯 물어왔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월가의 유대계 자금으로 이루어진 헤지펀드들이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을 청산한다고 하네요.”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달러 자산을 구입하는 방식이었다.
0% 이자로 돈을 빌려 5% 이자를 주는 곳에 투자한다면 앉아서 돈을 버는 것이었다.
“월가의 유대계 자금이 빠진다면…….”
“아마 대부분 엔 캐리 트레이드를 하고 있는 곳이 자금을 빼고 있을 겁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아마 얼마 전에 BOJ 총재가 구두로 개입을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전 세계 주식시장에 폭락을 부른 엔화 환율 상승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겁을 주기엔 충분했다.
엔화 환율이 오를 기미만 보여도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으니까.
“그건 저도 확인했습니다만, 실제로 그렇게 될까요?”
얼마 전, 일본은행의 총재는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저금리를 유지하던 일본이 금리를 올린다면 당연히 엔화의 가치도 덩달아 오를 것이다.
“글쎄요. 지켜봐야겠지만, 저는 그렇게 쉽게 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본은 그간 끊임없이 돈을 풀며, 낮은 금리를 유지해 왔다.
그것은 의도적인 ‘엔저’ 유발이었다.
아무래도 엔화의 가치가 달러나 다른 통화 대비 낮으면 수출로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었으니까.
“엔화의 가치가 오르면 일본 정부가 위험합니다.”
“아무래도 그동안 돈을 찍어서 풀었기 때문일까요?”
이지훈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상상을 초월하니까요. 금리를 25bp만 올려도 그들이 갚아야 하는 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감수하기엔 너무 큰 위험이네요.”
“네, 거기에 엔화가 10% 올랐더니 어떻게 됐죠?”
“제가 기억하는 건 한국 증시가 단 하루 만에 -7%를 찍었다는 거 외에는 기억에 없네요. 너무 큰 충격이어서.”
아주 짧은 기간에 엔화가 10% 상승을 하니 한국의 증시는 대폭락을 겪었다.
“미국 증시도 –5% 이상 빠졌죠. 겨우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때문에요.”
일본 금융 당국이 다른 나라의 상황을 쉽게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자신들의 상황도 좋지 않고 다른 쪽의 눈치도 봐야 하는 상황이니 쉽게 금리를 올리지는 못하겠지만, 여전히 골치 아픈 문제긴 합니다.”
마치 십수 년간 벌여왔던 돈놀이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듯 엔 캐리 트레이드는 세계 경제의 폭탄이 되어 있었다.
“사실 우리는 이 문제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장기 투자를 고려해서 받은 펀드들이기도 하고…….”
“일본 자산도 얼마 전에 강하게 이득을 보고 뺐으니까요.”
이지훈이 자신의 말을 받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이나 미국의 다른 금융기관들은 괴로운 상황이겠죠. 그들이 만약 이 폭탄 때문에 무너지면, 우리에게도 간접적으로 큰 영향이 올 테고요.”
도경이 걱정하는 것은 그것이었다.
“어쨌거나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켜보는 것뿐이니, 우리 일을 하며 지켜봅시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통으로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휴가를 가십니까? 아니, 시기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하하하, 그건 아니고요. 오랜만에 시애틀에 가서 리우 샤오를 뵐까 해서요.”
“무슨 일이 있습니까?”
이지훈의 물음에 도경은 잠시 망설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리우가 은퇴를 생각 중이라고 하시더군요. 아마 올해가 가면, 빌에게 파미르를 넘겨주고 은퇴를 하실 것 같은데, 현직에 있을 때 인사를 하려고요.”
“아……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 놀랍네요. 리우 샤오라면 저는 눈을 감을 때까지 투자를 하다 가실 줄 알았거든요.”
이지훈의 말에 도경도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습니다. 아직 한창 필드에서 뛸 분인데 갑작스레 은퇴를 생각한 연유도 궁금하기도 하고요.”
“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당장 급한 투자 건이나 사업 건도 없으니 제게 맡기시고 다녀오시죠.”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그럼 보스가 자리를 비울 때를 대비해서 미리 준비를 하러 가봐야겠습니다.”
“네, 가기 전에 상황 보고받고 가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이지훈이 나가자 도경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멍하니 벽을 바라보았다.
“리우의 은퇴라니, 뭔가 말려야 하나 싶기도 하고…… 빌을 생각하면 또 가만히 있어야 할 것 같고.”
도경은 이래저래 심란한 얼굴로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