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1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11화(71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11화
“직접 나올 줄은 몰랐네.”
며칠 후, 도경은 미국 북서부의 워싱턴주 시애틀시에 왔다.
누군가가 배웅을 나올 거라는 말을 듣고 이번 일정은 차선태와 동행하지 않았는데, 출국장을 나서자마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파미르 캐피털의 수석투자가 윌리엄 마셜이 그 주인공이었다.
“마이애미에서 거물이 오는데 당연히 그 급을 맞춰서 나와야지.”
빌의 너스레에 도경은 간단한 포옹으로 인사를 하고는 함께 걸었다.
“시애틀은 오랜만에 와도 공기가 꽤 좋네.”
“하하하, 그게 이곳의 장점이니까.”
시애틀은 미국 서부의 주요 도시 중 하나였는데,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발전된 도시의 모습이 하나로 어우러진 곳이었다.
“시애틀은 요즘 어때?”
“마이애미 못지않게 많은 헤지펀드들이 넘어오고 있어.”
시애틀은 스타트업의 중심지 중 하나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스타벅스의 본사가 있었고, 최근 주목을 받는 스타트업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유성이 자리 잡은 플로리다 마이애미와 함께 많은 헤지펀드들과 금융기관들이 이전을 하는 도시 중 하나였다.
“물론 마이애미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하나의 생태계가 잡혔지.”
“좋네. 오랜만에 와도 이런 활발한 느낌이 너무 좋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빌의 안내에 따라 그의 차에 올라탔다.
조수석에 앉은 도경은 빌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부터 느낀 건데 말이야. 표정이 재미있네.”
도경의 말에 빌은 피식 웃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냥 양가적인 감정이야.”
“좋으면서도 이게 맞는가 싶은 감정?”
“그래.”
도경은 저 감정이 무슨 감정인지 알고 있었다. 적어도 빌보다는 먼저 느껴본 감정이니까.
“리우는 파미르의 모든 것이야. 파미르를 만든 것도 리우지만, 세계적인 헤지펀드로 만들어낸 것도 리우고, 파미르의 모든 직원들이 이곳에 입사를 한 것도.”
“리우 때문이지.”
리우 샤오는 미국 내에서, 아니, 전 세계적으로 대체할 수 없는 투자가였다.
그로 인해 많은 투자가들이 영감을 받고, 또 그처럼 되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는 몇 없는 구루(Guru, 스승) 중 하나였고.
“그런데 리우가 며칠 전 그 말을 하고 나서부터 회사가 좀 뒤숭숭해.”
“어찌 보면, 우리가 나고 자라면서 이 바닥에 뛰어든 이후에 거인의 퇴장을 자주 본 건 아니니까.”
“맞아. 물론 피터 브라운이 은퇴하고, 찰리 멍거가 작별을 고했을 때 여러 감정들이 느껴지긴 했지만…….”
도경은 빌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작별과 리우의 은퇴는 빌에게 와닿는 것이 다를 테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네.”
빌이 답을 원하고 한 말은 아니라는 걸 도경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경은 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나는 리우의 선택을 응원해 주고 싶은데.”
“뭐라고? 윤, 너는 리우가 은퇴해도 괜찮을 거란 말이야?”
“괜찮지는 않겠지. 나도 리우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까. 아직 다 갚지도 못했어. 그런데 리우가 그런 선택을 내렸다는 건 분명 생각이 있는 게 아닐까?”
도경은 운전을 하는 빌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내가 아는, 내가 본 리우는 늘 그런 분이었어. 때를 아는 분이었다고.”
그것이 투자에 대한 타이밍이든, 다른 것을 생각하는 시간이든 말이다.
“그런 리우 샤오가 은퇴를 결심했을 때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루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거야.”
“아직 우리 파미르는 여러 사업을 진행 중이야. 리우의 손을 탄 투자들도 많고, 리우가 없이는 진행되지 않는 일도 있는데 타이밍이 됐다는 건…….”
“빌.”
도경은 나지막이 빌을 불렀다.
“내가 말한 시간이라는 건, 그런 종류가 아니야.”
“그럼?”
“리우는 자신을 완벽하게 대체할 사람을 찾았기 때문에, 이제는 물러나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선택한 거지.”
“…….”
“그리고 그건 빌, 너일 테고.”
도경의 말에 빌은 작은 목소리로 ‘그럴 리가 없다’는 말을 내뱉으며 운전을 했고, 도경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 빌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설득이 아닌 본인의 납득이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리우, 오랜만에 뵙습니다.”
“윤!”
도경이 사무실로 들어서자 리우 샤오는 아주 반가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도경과 포옹을 했다.
“잘 지내셨죠?”
“물론입니다. 나는 늘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요.”
“행복한 삶이라니…… 리우가 부럽습니다.”
“하하하, 윤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은데. 앉을까요? 빌도 함께 앉지.”
리우의 손짓에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았다.
“요즘 가만히 앉아 정보를 듣고 있노라면, 그 누구보다 유성의 정보가 많이 들어옵니다.”
리우는 기분이 매우 좋다는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고 있지 않군요. 윤.”
그리고 도경이 아주 기특하다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과찬이십니다.”
“하하하, 윤. 나의 칭찬은 매우 비쌉니다. 그리고 이것은 윤에 대한 존경심이 담긴 말이기도 하고요.”
“…….”
“내 귀에 누군가가 어떤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어온다는 것은 그 사람이 정말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다는 거거든요.”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하루는 인도에서, 하루는 한국에서 또 하루는 일본과 미국에서. 윤은 전 세계에서 자신의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살아남기가 그렇게 힘이 드네요.”
“반대죠. 그렇게 하니까 수월하게 살아남는 거지.”
도경은 리우의 칭찬에 매우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 또한 파미르 캐피털의 소식을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많은 이득을 보셨다고요?”
“하하하, 공을 꽤 들였는데…… 결과가 아주 좋게 나왔습니다.”
“저희 팀원들이 아주 많이 놀랐습니다. 아프리카라니요. 언감생심 단 한 번도 그곳에 투자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파미르는 헤지펀드 불모의 땅에서 성과를 내셨습니다.”
파미르는 나이지리아에서 영화와 음반 사업에 엄청난 투자를 단행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나이지리아산 영화와 음악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상당한 수익을 보고 있다고 들었다.
더불어, 나이지리아의 시중 은행에도 많은 투자를 했는데 나이지리아 경제 상황이 좋아지며 수익을 보고 있었다.
“그 모든 게 리우의 선견지명입니다.”
“그건 맞는 말인 것 같군요.”
리우는 농담 반 진담 반이라는 듯 답했고, 도경과 빌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모두 내가 나이지리아에 투자하겠다고 하자 반대를 했죠. 그곳에서 무슨 이득을 보겠냐고. 개발도상국을 흔들어서 돈을 벌려는 검은 속셈이라는 말도 들었으니까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그 반응들은 무례했지만…… 그 누구도 쉽게 나이지리아 투자를 좋게 평가하긴 힘들었을 테니까.
“그런데 그때 내 말을 지지해 주고…….”
지이잉-
한창 이야기를 이어나갈 때, 도경의 옆에 앉은 빌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빌은 두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그래? 지금 내려갈게.”
빌은 전화를 끊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샌디에이고에서 투자자분께서 오신다고 하셔서요. 제가 직접 미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가봐.”
“윤, 저녁은 우리 집에서 먹는 거야.”
빌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빌은 리우와 도경에게 인사를 하고는 방을 나섰다.
“요즘은 빌이 거의 모든 일을 담당합니다. 그래서 언론에서는 나를 두고 은둔했다는 말까지 하더군요.”
“하하하.”
“어쨌거나, 이야기를 이어나가자면…… 모두가 반대를 할 때 단 한 사람, 빌만이 내 생각을 지지해 주었죠.”
도경은 가만히 리우의 말에 집중했다.
“빌은 당연히 내 직원이니 공감하는 게 당연하지 않냐? 라고 누군가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것과는 달랐습니다.”
“…….”
“빌은 모두의 반대를 물리치기 위해 내 의견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만들었고, 나이지리아에 한 달간 살며 그곳의 모든 것을 파악했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빌은 리우에게는 가장 큰 지지자였다.
자신 또한 한국에서 반대에 부닥칠 때마다 여러 사람의 지지를 받아보았기 때문에, 지금 리우가 말하는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이번 투자를 성공하면, 모든 것을 빌에게 물려주고 쉬어야겠다고.”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가…….”
“단순 지지 때문은 아닙니다. 나와 생각이 같고, 나와 같은 것을 보며, 내가 할 행동을 미리 하는 빌의 모습이 어느덧 파미르의 주인이 될 자격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봤거든요.”
도경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리우의 말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단 한 가지, 빌에게 부족했던 것은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하는 것이었습니다. 매우 쉬운 일이지만, 반대로 어려운 일이기도 하죠.”
“…….”
“그때, 빌의 완벽한 안티테제인 윤이 빌의 상대가 되어주었습니다.”
도경은 빌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빌은 자신과 같으면서도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단 한 부분에서 말이다.
“빌은 투자자를 함께 가야 할 동료로 생각하지 않았고, 그저 돈을 가져오는 대상으로만 생각했죠. 뭐 업계에서는 그런 시선을 가진 쪽이 많으니 크게 잘못되었다고 말했을 때 공감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겁니다.”
“금융계란 곳이 그렇게 지독하니까요.”
“하하하, 윤의 말대로, 그 지독한 업계의 모습을 빌이 답습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나는 윤을 끌어들였죠. 그때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윤은 확실하게 보여주었고요.”
투자자가 가져온 돈의 규모로 모든 것을 생각하는 빌에게 소액 투자자에게도 성심을 다하는 도경의 모습은 일종의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날 이후, 빌은 변하기 시작했고 최근에 한 투자에서 빌이 먼저 고객을 생각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니까요?”
리우는 매우 신이 난 듯한 얼굴로 그날 빌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그때 다시 한번 느꼈죠. 아, 이제는 윌리엄 마셜이 파미르의 주인이 되어도 좋겠다고요.”
“……빌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난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시간이 왔고, 빌은 왕좌에 오를 준비가 되었습니다.”
리우는 확신을 가진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윤이 마침 이곳에 왔으니, 나의 마지막 투자를 도와주겠습니까?”
“마지막 투자란 말씀은…….”
“윌리엄 마셜, 그게 내 마지막 투자 대상입니다.”
리우는 진심이 담긴 눈빛으로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리우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리우가 가진 확신만큼 도경 본인도 빌은 잘해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힘이 닿는 데까지 리우의 마지막 투자를 돕도록 하겠습니다.”
도경의 입에서 확답이 나오자 리우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