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1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15화(71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15화
“만나서 반갑습니다. 윤도경입니다. 이쪽은 저희 유성의 매니저인 제이크이고요.”
이틀 후, 도경과 제이크는 파미르 캐피털에 마련된 사무실에 나와 있었다.
피트 창도 함께해야 했지만, 워낙 피트가 외부에서 업무를 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두 사람만 참여한 상황이었다.
“두 사람이 다야?”
빌은 생각보다 단출한 도경의 일행에 놀랐다는 듯 물었다.
“아니, 숙소에 한 친구가 더 있어. 외부 업무가 익숙하지 않은 친구라서.”
도경의 말에 파미르 캐피털 직원들은 속으로 놀라움을 감추었다.
그렇지 않아도 업계에서 유성인베스트먼츠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종잡을 수 없는 곳’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는데, 오늘 보니 그 평가가 틀린 것 같지는 않았다.
외부 업무가 익숙하지 않은 직원이라니.
“뭐, 윤이 있으면 다 되는 거니까.”
빌은 진심이라는 듯 이야기해 왔다. 협업을 한다고 해서 인원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니까.
“자리에 앉을까?”
빌의 안내에 도경과 제이크는 자리에 앉았다. 빌의 팀원들은 일곱 명이었는데, 그들의 소개를 받고 바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먼저 큰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유성의 그림부터 듣고 싶어.”
빌의 말에 도경은 제이크를 바라보았고, 제이크는 노트북을 꺼내 세팅을 시작했다.
“앞에 서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괜찮겠지?”
“물론.”
빌은 오히려 도경의 프레젠테이션을 자신의 팀원들이 들을 수 있어 반갑다는 얼굴이었다.
업계에서 워낙 도경의 프레젠테이션은 사람을 홀린다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작하셔도 좋습니다.”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두를 바라보았다.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해 있었다.
“먼저 유성의 대표로서 파미르 캐피털 여러분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제안받고 어떤 투자 상품이 두 회사에게 가장 어울릴까? 고민했습니다.”
도경은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을 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투자자들이 우리에게, 또 리우 샤오라는 인물에게 원하는 게 무엇이 있을까?”
도경은 자신이 낸 어렵지 않은 답을 모두가 공감하기를 바라며 입을 열었다.
“절대적인 수익.”
본질로 돌아가는 게 우선이라 생각한 결과였다.
“파미르와 유성이 합작 상품을 낸대. 그럼 수익률이 엄청나지 않을까?”
투자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법한 말이 도경의 입에서 나왔다.
“물론 우리 유성은 아직 파미르의 일부분도 따라가지 못합니다만, 시장에서 큰 수익률을 내어왔고,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두 회사의 조합에서 많은 수익을 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경의 발표에 빌은 미소를 지으며 집중했다.
“신흥국에 대한 투자, 알지 못하는 것에 투자. 모두 좋습니다. 그것 또한 파미르와 우리 유성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자부하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본질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모두를 바라보았다.
“미국에 투자를 해야 합니다. 미국 시장에서 정당한 가치평가를 받지 못하는 기업을 찾아 투자해 많은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안겨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번에 해야 할 투자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틀에 대한 도경의 발표가 끝나자 모두의 시선이 빌에게로 향했고, 빌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리우가 왜 자신의 마지막 투자에 유성과 함께하라고 한지 알 것 같네. 우리도 답을 냈고, 그게 지금 윤, 네가 이야기한 거야.”
“그렇다면…….”
“맞아. 우리도 본질로 돌아가는 투자를 생각했고, 미국 시장에서 가치투자를 하는 펀드를 만들자는 답을 냈어.”
빌의 말에 도경은 다행이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바로 우리가 추천하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되겠지?”
“물론.”
빌의 말이 떨어지자 도경은 제이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바로 화면이 넘어갔다.
“우리 유성인베스트먼츠는 새롭게 구성될 펀드에 편입될 기업으로 두 기업을 추천합니다.”
화면에 두 기업의 이름이 뜨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미국에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기업들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FIS와 WGA라는 티커 명으로 부르겠습니다.”
티커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에게 부여된 고유 코드였다.
“FIS는 모두가 아는 프런티어 인베스트먼트의 계열사입니다.”
프런티어 인베스트먼트는 세계적인 투자가이자 도경의 영적 스승인 피터 브라운이 몸담았던 미국 3위의 자산운용사였다.
이들은 상장을 하지 않았지만, 계열사인 프런티어 국가정보서비스는 상장을 해 거래 중이었다.
“FIS는 금융 서비스 산업을 위한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입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이들은 개인 고객이 아닌 B2B. 즉, 비즈니스 투 비즈니스 사업을 영위하며 은행이나 자산 관리사, 보험사, 신용카드사가 그들의 고객입니다.”
모두가 아는 기업이었지만, 그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먼저 첫 번째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더 나아가 모바일 결제 등을 처리하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일종의 PG 업체죠.”
Payment Gateway. 전자결제 대행사를 이야기했다.
국내에서도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카드나 휴대전화, 계좌이체 결제를 할 때 PG사의 솔루션이 뜬다.
“두 번째로 FIS는 은행의 핵심 운영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미국 거대 은행인 BofA와 웰스파고 등이 FIS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기술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일명 코어뱅킹이라 불렸는데, 은행의 핵심 업무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이야기했다.
돈을 보내거나 받거나 혹은 저축하거나, 외환을 외국에 보내는 시스템들이 속했다.
“FIS의 코어뱅킹 시스템은 미국 연방정부에서 각 은행에 사용을 권할 정도로 안정성과 더불어 훌륭한 보안을 자랑합니다. 단적인 예로 BofA는 FIS의 코어뱅킹을 도입한 이후 10년간 사고율이 1% 미만으로 획기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은행의 시스템은 누구보다 안정성이 뛰어나야 했다.
FIS의 시스템은 그 안정성과 보안성의 측면에서 은행을 떠나 정부의 신뢰를 얻고 있었다.
“여기까지가 FIS가 영위하는 사업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FIS에 투자를 해야 하느냐? FIS에 투자하는 것이 왜 가치평가가 절하된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냐? 에 대한 답을 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이들은 하나하나가 프로였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FIS란 기업이 정당한 가치평가를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었다.
“FIS는 기술을 선도합니다. 이건 틀에 박힌 말이 아닌, 그들의 기술은 특별합니다.”
도경의 발표가 이어지자 모두가 메모하며 듣기 시작했다.
“이들은 비트코인으로 대두되는 블록체인 기술이 태동할 당시부터 블록체인 거래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 있는 중소 규모 코인 거래소들은 그들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놀란 얼굴이었다. FIS는 흔히 말하는 레거시Lagacy 금융.
즉, 구시대 금융사들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름만 말하면 모두 알 법한 코인 거래소들은 자체 시스템을 사용합니다만, 그 시스템은 허점이 있습니다. 많은 사고들을 발생시키죠.”
코인 거래소들의 파산과 부정행위, 시스템 해킹 등 오류들은 늘 코인 트레이더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자체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기술력이 없는 중소 거래소들은 이미 FIS의 시스템에 편입되었고, 안정성 또한 거대 거래소들보다 높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중소 거래소들이 성장하면 할수록 FIS도 동반 성장 할 기회가 있습니다.”
아직 그들의 주가에는 그 부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게 도경의 평가였다.
“둘째로, 이들은 미국뿐만이 아닌 글로벌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 더 나아가 금융 후진국들에도 그들의 시스템을 수출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화면에는 세계지도가 떠 있었다. 그리고 FIS의 시스템이 수출된 나라에는 초록색이 덧칠해져 있었다.
“총 32개국 88개 은행을 위해 그들의 시스템이 제공되고 있고, 몇몇 국가들로의 진출도 꾀하고 있습니다. 이것 또한 이들의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FIS는 오퍼튜니티 페이라는 유럽 점유율 41%에 달하는 모바일 핀테크 업체를 인수했습니다. 당시 이 인수로 인해 주가가 17%가량 올랐습니다만, 머지않아 빠졌습니다. 이들의 재무제표가 인수 전과 비교해 좋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커다란 이슈였지만, 그 이후는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재무제표가 좋아지지 않았던 건 오직 하나, 월드페이의 유럽 시장 확대와 더불어 인수 비용에 대한 처리 때문이었습니다.”
인수에 쓴 막대한 자금이 지출로 잡히며 재무제표는 좋아질 수가 없었다.
“당시에도 이것을 대부분의 투자자는 알고 있었지만,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시장의 분위기가…….”
“A.I로 흘렀으니까.”
인공지능 버블이라 불리는 시장의 호황 덕분에 FIS에 시선을 둘 여유가 없었다.
“월드페이 인수로 앞으로 성장할 매출의 가치 또한 지금 주가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모두를 바라보았다.
“모두가 FIS는 제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고 말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FIS의 가치는 앞으로 더더욱 오를 겁니다. 곧 금리가 인하될 거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금리 인하 시기가 되면 소비는 자연스레 늘어나게 될 겁니다. 소비가 늘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업체가 있습니다.”
“PG사.”
빌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술과 금융의 융합이 적절하게 되어 있는 FIS는 가치 투자라는 큰 틀에서 어울리는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빛을 빛냈다.
“준비한 기업이 두 개인데 FIS의 설명에 많은 것을 할애했네요.”
도경은 간단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환기하고는 바로 다음으로 넘어갔다.
“제가 생각하는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용하자는 겁니다.”
이어지는 도경의 말에 다시 한번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가령 내가 주식을 더 들고 가고 싶은데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습니다. 현금이 떨어졌을 수도 있고 혹은 빌린 돈을 갚아야 할 때가 있죠. 그렇다면 우리 업계에서는 어떨 때 팔 수밖에 없을까요?”
“…….”
“어렵지 않습니다. 비경제적인 이유가 힌트일 것 같은데.”
“인덱스 펀드인가?”
빌이 아리송하다는 듯 답하자 도경은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다.
“여기 ESG 평가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가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A라는 주식이 ESG 평가에서 등급이 하락해 지수에서 빼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거죠. 그렇다면 펀드매니저는 A라는 기업의 주식을 전량 매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ESG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에서 기업이 얼마나 좋은 활동을 하는지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다시 말해, A라는 기업의 ESG 평가가 하락할 경우, ESG 고점수 기업들만 추종하는 펀드에선 보유 중인 기업의 주식을 무조건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이야기였다.
“WGA는 최근 ESG 평가 점수 하락으로 상위 20개를 추종하는 펀드에서 빠질 예정입니다.”
도경의 말에 자리에 앉은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WGA는 영국의 기업이었는데, 리스크 관리와 보험 중개를 주로 하는 금융기업이었다.
“각 펀드사가 보유한 지분은 시장에 풀린 지분의 13%쯤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음 리밸런싱 때 이들의 퇴출은 확정되어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빌은 잠시 생각을 하다 환하게 웃었다.
“비경제적 주가 하락이네. 가치가 급격하게 절하되는 주식은…….”
“가치 투자에 적당한 기업이지. 저가 매수의 기회이고.”
도경의 말에 빌은 환하게 웃으며 크게 손뼉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