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1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16화(71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16화
“너무 놀라웠어.”
그날 오후, 장시간의 회의를 끝내고 도경은 빌과 독대를 나누고 있었다. 제이크는 임시로 마련된 사무실에서 파미르 캐피털 직원들과 실무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었고.
“FIS에 대한 평가도 놀라웠지만, WGA는…….”
“좋은 기업이야.”
“나도 알지. 보험 중개에서는 WGA를 따라올 기업이 없다는 게. 그런데 왜 지수에서 WGA가 퇴출당한 거지?”
“최근 경영진들의 비리 행위가 영국에서 커다란 사건이 되었어.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하려고 정계에 불법적인 돈을 댔고, 배임 행위까지 보였으니까.”
이미 퇴출당하였어도 한참 전에 퇴출당하여야 했지만, 오래 기다려 준 것이다.
“WGA의 경영진들의 비리로 인해서 ESG 평가 점수가 급락해서 20점 이상 빠진 걸로 알아.”
“큰 사건이었지. 그런데 WGA는 보험 중개에서는 다른 업체들보다 몇십 배는 더 큰 성과를 내잖아. 그 비리가 그렇게 컸나?”
영국은 보험의 본고장답게 어마어마한 보험사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을 상대로 고객을 중개하는 업체가 WGA였다.
거기에 기업의 조직 설계나, 인재 관리 등 흔히 말하는 회사 컨설팅에서도 WGA는 유명했다.
“ESG 평가에서는 상당히 큰 부분이지. 특히 지수 자체가 사회 공헌이나 환경 기여 평가보다는 지배구조에 더 많은 평가를 하다 보니까. 경영진들의 비리는…….”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맞아. 최근 들어 WGA의 주가가 3분기 연속 하락했어. 경영진들의 비리도 있지만, 가장 큰 건 합병에 인수 거래가 실패했다는 거야.”
ESG 외에도 그들의 평가가 절하된 이유가 있었다.
“하비 컨설팅 이야기지?”
빌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물었다.
“맞아. 영국 내 최대 컨설팅 업체인 하비 컨설팅을 인수하려고 했는데, 최종 단계에서 어그러졌지. 이때 경영진들은 각계에 불법적인 로비를 한 거고.”
영국이나 유럽은 반독점 심사가 상당히 까다로웠다. 기업이 기업을 인수할 때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는데 WGA는 허가 단계에서 인수합병 불가 판단을 받았다.
시장 대부분의 파이를 가져가 버린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나의 일 때문에 두 가지 일이 터졌고, 주가가 하락하고, ESG 등급이 하락하면서 지수 퇴출이 확정된 거야.”
“ESG 지수 때문에 주가가 부양된 점도 있긴 한데…….”
빌이 이야기하기 망설이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이번 ESG 지수 퇴출이 WGA에게는 큰 기회라고 봐.”
“뭐?”
“일종의 족쇄를 걷어찬 거지. 나는 ESG라는 게 세간의 평가처럼 사기라고 보는 쪽은 아니야.”
ESG 평가에 관해 금융사들이 돈을 벌기 위해 기업에 강제적으로 만든 평가고, 사기라는 세간의 평가들이 있었다.
“그런데 ESG 지수에 들게 되면 결국 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거지.”
“공격적인 확장이 불가능하다고 보는구나?”
“맞아. 물론 WGA 경영진들은 물갈이가 되어야 해. 불법적인 일을 했으니 그건 기업에게는 치명타고.”
종합하자면, WGA의 현 경영진들은 퇴출 수순에 있었고, 새로운 경영진으로 다시 출발한다면…….
“저평가가 확실하고, 저가 매수 기회라는 거지.”
“긴장되는데 정말.”
빌은 목에 건 타이를 살짝 풀어 헤치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윤도경이 왜 이 업계에서 원초적으로 투자를 잘한다고 리우가 평가했는지 알 거 같아.”
“리우가 그런 평가를 했어?”
“내게 그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어. 가장 돈을 버는 냄새를 잘 맡는다고. 그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은 알 것 같다.”
확실하게 도경은 이번 펀드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들을 보고 있었다.
주가가 하락하는 기업을 보며 저가 매수 기회라는 생각을 누구나 할 수 있었지만, 확실한 이유까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조금 전 프레젠테이션으로 우리 팀원들도 큰 자극을 받았을 거야.”
“그럼 파미르의 투자 대상 추천도 기대해도 되는 거지?”
“물론.”
빌은 자신 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보기 좋네. 빌.”
“뭐가?”
“너는 확실히 파미르를 이끌 사람이야.”
“갑자기 왜 그래?”
“지금 네 모습을 봐. 빨리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투자할 기업을 찾고 싶어 하는 얼굴이야. 지난 며칠간 리우의 은퇴로 괴로워하던 윌리엄 마셜은 오간 데 없다고.”
“…….”
“리우가 왜 나를 이 판에 끌어들인 줄 알겠네. 나와 내 팀이 너의 훌륭한 기폭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네 마음에 자리 잡았던 부채감을 떨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
도경은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기대하면서 기다릴게.”
빌은 도경이 한 말이 와닿은 듯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고, 도경은 미소를 지어주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한참 도경이 한 말을 되새기던 빌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이 리우 샤오의 은퇴가 그리 슬펐던 이유는 여전히 리우에게 갚아야 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경의 말처럼 갚지 못한 것들이 많다고 생각하기보다 지금이 그 길이라고, 그 모든 것들을 지금 갚으면 될 일이었다.
“그래, 이 길이 어쩌면 리우의 은혜에 보답하는 걸지도 모르겠네.”
빌은 홀가분한 얼굴로 팀원들이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 * *
“가신 일은 잘되셨어요?”
“잘됐어.”
그날 오후, 도경과 제이크는 숙소로 돌아왔는데 숙소에서 일하고 있던 피트 창은 궁금하다는 듯 물어왔다.
“아쉽네요. 보스의 평가를 듣고 제가 느꼈던 그 충격을 파미르의 친구들도 느끼는 걸 직접 봤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도 마. 나는 두 번째로 듣는 건데도 충격이더라.”
제이크가 그리 말하자 피트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그럼 두 기업은…….”
“큰 사건이 터지지 않는 한 아마 편입되지 않을까? 일단 파미르에서 생각하는 기업 리스트가 나와봐야 종목 편입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 같아.”
도경은 그리 말하며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들고는 자리를 잡았다.
“일하시게요?”
“해야지.”
“우리가 생각한 기업을 좋아하는 눈치였다고 하셨잖아요.”
“그건 파미르를 설득한 이야기였고, 우리가 설득해야 하는 건 투자자들이야.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필요해.”
물론 파미르에게 설명한 것들을 그대로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면 될 일이긴 했다.
하지만, 도경의 방식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시장의 분위기가 아직도 AI 버블이 꺼지지 않았어. 빅테크로 몰린 돈들을 이길 만큼 시장 분위기에 대한 평가가 필요해.”
도경이 그리 말하자 피트와 제이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투자자들이 엔비디아나 구글 같은 기업들을 제쳐두고 우리 펀드에 투자하도록 만들 무기가 필요하다는 거군요.”
“맞아.”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납득하며 함께 자료 조사를 시작했다.
“결국 흐름은 사이클로 설명해야 해.”
“보스는 사이클 신봉자니까요.”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맞아. 나는 시장은 돌고 도는 순환한다는 말을 믿어. 역사적으로 차트가 그걸 대변해 주니 믿을 수밖에 없어.”
도경은 지독한 순환론자였다. 매크로를 중점으로 두는 투자자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시장에서 말하는 순환을 설명하는 건 꽤 간단해. 그냥 한 섹터에서 머물렀던 돈들이 빠져나가서 다른 섹터로 옮겨 간다고 말하면 되니까.”
다시 말해 AI 열풍으로 인해 빅테크에 몰렸던 자금들이 빠져나가 다른 산업 분야로 향하는 것을 순환, 사이클이라고 이야기했다.
“가치 투자를 한 주식들은 이런 순환에 영향을 받지 않아. 하지만, 그건 하락할 때 이야기고.”
“주가가 상승할 때는 순환이 꼭 필요하죠.”
피트가 자신의 말을 받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섹터에 돈이 들어와야 주가는 상승할 테니까. 그렇다면, 내가 금융 섹터에 속한 기업들을 고른 이유는 하나야.”
“앞으로 금융 섹터로 돈이 몰릴 거라 생각하시나요?”
“빙고.”
도경은 몇 가지 자료들을 두 사람에게 보내주었다.
“이번에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야. 두 사람도 알다시피 인플레이션 즉, 물가지수와 고용지표는 경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지표지.”
다시 말해, 물가 상승률과 고용지표로 대부분의 국가들이 통화정책을 펼쳤다.
“급격한 몇 번의 금리 상승으로 시장에 돈이 줄어들었어. 올해 초만 해도 다 죽을 것 같으니 금리 빨리 내리라는 말들이 있었지만, 미국의 연준은 버텼어. 왜?”
“미국의 경제가 너무 강했죠. 그리고 경제가 강하다는 건 높은 고용률 때문이었고요.”
“맞아. 그렇게 금리를 끌어올리고 시장에 돈을 틀어쥐었는데도, 미국의 실업률은 3%밖에 되지 않았어.”
즉, 돈을 벌 수 있는 나이의 미국인들 대부분은 기업에 고용되어 돈을 벌고 있었다.
“그런데 이 흐름이 5월부터 깨지기 시작했어. 실업률이 4%를 돌파했고, 지난달에서는 비공식적으로는 5%를 돌파했을 거라는 평가도 있었으니까.”
기본적으로 실업률이 겨우 1% 오른 것이지만, 이것은 위험한 신호였다.
기업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채용을 줄이거나 직원들을 해고한다는 말이었다.
“일을 못 하는 사람들은 미래가 불안정해지니 소비를 줄이지. 그리고 이미 받은 대출을 갚지 못해. 이렇게 되면 정부는 실업자들을 지원할 지출이 늘고, 세수도 줄어들어. 사회적 불안정도 늘어가지.”
다시 말해, 단순 1%가 가져다주는 경제적 영향은 파괴적일 수 있다는 거였다.
“그래서 연준은 선제적 조치를 할 거야.”
“금리를 내릴 거라고 보시는군요?”
“맞아. 작년에 금리를 급격하게 올릴 수밖에 없었던 건 이들의 대응이 느렸기 때문이야.”
연준은 다시 대응이 느려서 경제에 파괴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
“금리를 내리면 금융주들은 큰 영향을 받아.”
“기본적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이 늘겠죠.”
“맞아. 그렇다면 순환이 이어질 거라고 보느냐?”
도경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2000년대 초 닷컴버블이 한참일 때, 투자자들이 앞다투어 기술주로 돈을 투자했지. 하지만 그것은 거품이었다는 환상이 깨지는 순간?”
“돈은 그 기간 저평가받았던 곳으로 향했어요.”
“당시 금융주들이 미친 듯 오르지 않았나요?”
시장에서는 금융주들이 안정적인 배당이 나오는 안전한 주식이라는 평가들이 있었다.
“맞아. 지난 역사 동안 몇 번의 순환한 시기에 큰 이득을 봤던 건 금융섹터였어.”
“흥미롭네요. 시장에 불황이 올 때마다 혹은 주도 섹터가 바뀔 때마다 실제로 금융 섹터의 성과는 좋았어요.”
피트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찾아본 차트를 보며 말했다.
“나는 이번에도 그 순환이 일어날 거라고 보고 이걸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띠링-
그때, 동시에 세 사람의 휴대전화에서 알림이 울렸고 도경은 하던 말을 멈추고는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보, 보스.”
알림을 확인한 제이크가 당황스럽다는 듯 도경을 바라보았는데, 도경의 얼굴에도 당혹감이 물들어 있었다.
“리우 샤오 은퇴 단독 기사가 나왔어요. 공식적인 발표는 아닌데…….”
“누군가 흘린 이야기겠지.”
지금 외부로 흘러나오면 안 될 이야기가 속보로 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