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1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17화(71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17화
“내부에 입버릇이 나쁜 친구가 있었나 보는구먼.”
전날 갑작스레 속보로 뿌려진 리우 샤오의 은퇴 소식은 파미르 캐피털 내부를 흔들어놓기 충분했다.
기사의 내용은 공식적인 발표가 아닌 내부의 누군가로 인한 폭로성 기사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더 내부를 단속했어야…….”
“자네가 단속한다고 될 일이겠어?”
리우 샤오는 자신에게 사과를 해오는 인사 담당 이사를 향해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사회에 참여한 이사 중 내 결정이 마음에 안 들었던 친구가 있었나 보군.”
“……리우의 결정이요?”
“후계 문제가 아니겠어?”
리우의 말에 옆에 있던 도경과 빌 그리고 다른 이사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기사에는 리우의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내부적으로 후계 자리를 두고 경쟁이 있을 것 같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기사에 나온 것처럼 내부 경쟁이 아닌 후계자는 빌로 정해져 있었다.
“목적이 있는 장난질이라고 봐야겠지.”
“내부 감사를 실시하겠습니다.”
이사가 그리 말하자 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 은퇴 소식이 밝혀진 것과는 별개로 내부 정보를 함부로 발설하는 사람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지.”
리우는 그리 말하고는 도경과 빌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어.”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마지막 펀드라는 이름을 건 상품의 성적이 저조하거나, 사고가 난다면 빌의 후계자 자리 또한 위험해질 거야.”
아무래도 이번 폭로는 준비하던 펀드에 대한 저격이나 다름없다고 모두가 생각했다.
펀드가 성공을 한다면 빌의 실무 능력과 투자 능력을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에, 리우의 후계자로서 인정받게 하려는 리우의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도경은 실패하면 안 되는 일이기에 리우가 자신까지 이번 일에 동원했다고 생각했다.
리우는 고개를 돌려 도경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내 걱정보다는 상품이 완벽하게 나올 수 있도록, 또 단기간에 모두에게 성과를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해 주세요.”
리우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숙여 답했고, 빌 또한 결연한 표정으로 작게 대답했다.
“그럼 나는 저기 우리의 속을 시끄럽게 하는 기자들을 상대하러 갈 테니, 두 사람은 할 일을 해야겠죠?”
“같이…….”
“빌, 이건 내 일이고 너에겐 다른 일이 있지 않나?”
“……알겠습니다.”
“그럼 믿고 있겠네.”
기실, 이들이 서 있는 자리는 급하게 잡힌 리우의 기자회견장의 복도였다.
리우의 은퇴 기사가 전해진 이후 많은 파미르의 고객들이 문의를 해오는 상황이었다.
투자금을 뺀다는 고객도 있었고, 회사의 존속 여부를 묻는 고객도 있었다.
리우 샤오의 존재는 파미르에서 절대적이었고, 그래서 준비가 되지 않은 지금 터져선 안 되는 기사였다.
리우는 기자들을 불러 모아 지금 상황을 잠시라도 잠재우고, 시간을 끌기 위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다녀오십시오.”
도경이 그리 말하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리우는 도경과 빌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갔다.
“그럼, 우리도 바로…….”
“윤, 지금 회의할 수 있겠지?”
빌의 얼굴에는 그간 찾아볼 수 없었던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이지. 파미르가 준비한 종목을 들어볼까?”
도경의 답에 빌은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고, 도경 또한 그를 따라나섰다.
* * *
“우리 파미르는 현재 시장에서 저가 매수할 수 있는, 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이는 유성과 우리의 생각이 같았기 때문에 따로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그날 오후, 도경은 숙소에 있던 제이크를 호출해 파미르 캐피털 측과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시장에서 저평가를 받고 있고, 앞으로 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고…… 그 대상은 ABBV입니다.”
빌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웃었고, 옆에 앉은 제이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ABBV는 미국 시장에 상장된 바이오 제약기업이고, 현재 시가총액은 3,400억 달러입니다.”
우리 돈으로 시가총액이 453조가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제약 회사였다.
제이크가 놀란 이유도 ABBV는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대형주였기 때문이다.
도경이 고른 상품들과 같이 가치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왜 우리가 ABBV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느냐? 우리는 바이오의 시대가 다시 올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빌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했다.
“기준 금리 인상은 미국 증시에 여러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IPO. 다시 말해 신규 상장을 하는 기업의 수를 확연하게 줄였습니다.”
빌의 말에 화면에는 그래프가 하나 떴다.
“2020년에서 2021년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숫자는 총 1,300여 개로 규모만 해도 400억 달러가 넘었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준 금리가 0에 가까웠고, 헬리콥터를 타고 돈을 뿌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양적완화 당시 주식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을 맞았다.
“당시 주가 상승도 상승이었지만, 미국 기업들의 주식시장 상장은 어마어마한 주식시장의 활황을 불러왔습니다. 속된 말로 저희 집 앞에 있는 주유소도 상장하는 거 아니냐는 농담을 주고받았었으니까요.”
당시 금융기관들은 너도나도 기업들을 꼬셔 상장 주관 업무를 했고, 경쟁이 붙자 매출이 1달러라도 나오는 소규모 기업들까지 끌어들였다.
“하지만, 기준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시장에서는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을 축출해 냈고, 상장을 해봐야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바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기업들은 상장을 포기했었습니다.”
어찌 보면, 기준 금리 인상이 가져다준 시장의 순기능 중 하나였다.
“올해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의 숫자는 100여 개로 앞선 기간과 비교한다면 정말 돈을 버는 기업들만 상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빌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도경과 제이크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최근 발표된 고용지표는 미국 경제가 후퇴하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저는 연준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빌의 생각은 도경의 생각과 같았다.
도경 또한 기준 금리를 올려야 할 타이밍에 시장을 믿는다며 올리지 않았던 연준이, 과거의 비판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면 이제는 선제적으로 움직일 것이라 생각했다.
기준 금리를 내리는 것은 확정적이고 25bp냐 50bp냐의 싸움이었다.
“기준금리가 내리면 늘 그랬듯 섹터가 순환하고, 순환하는 섹터에서 가장 이득을 봤던 것은.”
빌은 자신의 뒤에 있는 화면을 손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금융과 바이오였습니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금융 섹터는 당연히 대출 수요가 늘어 대출 이자 수익이 늘어나니 실질적으로 돈을 버는 상황이라 수혜를 보았고, 바이오는…….”
“시장에 돈이 도니까.”
도경이 그렇게 자신의 말을 받자 빌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오는 전형적으로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아 기업을 성장시키는 구조입니다. 이들은 원천기술 하나만 있다면 적자가 1억 달러든 10억 달러든 주식시장에 상장합니다.”
그리고,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돈을 영구적으로 조달한다.
“상장 이후 조달한 투자금으로 기술 개발을 하고, 실제로 FDA의 까다로운 임상을 통과한다면…….”
주가는 천정부지로 솟아올랐다.
다른 산업 분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재미있는 구조였다.
“기준 금리가 높다 보니 바이오는 지난 2년간 시장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물론 GLP-1이라 불리는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한 업체들은 주가가 급상승했지만, 섹터 전체로 보면 최악의 퍼포먼스를 보였죠.”
갈 놈은 가고, 산업 자체에는 돈이 돌지 않는 구조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 상황이 지난달부터 반전되기 시작했습니다. 바이오 섹터에 돈이 돌기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차트상으로 보면 여전히 바이오 섹터는 최악의 퍼포먼스였지만, 하락 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바로 대선주자들의 정책 때문입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모두가 공통으로 낸 공약은…….”
“약가 인하.”
제이크가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답하자 빌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약값을 낮춰서, 제약사들 간의 경쟁을 유발해 더 많은 약들이 시장에 나오도록 만들겠다는 정책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 돈을 벌지 못하는 제약사들도 제네릭이나 바이오시밀러를 통해서 시장에서 돈을 벌도록 만들겠다는 이야기가 되죠.”
바이오시밀러는 생물학적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된 후에 오리지널 제품과 유사한 효능을 가지고 만든 복제약이었고, 제네릭은 화학 합성을 통해 만들어지는 의약품의 복제약을 말했다.
다시 말해, 아세트아미노펜(화학품)의 오리지널 약인 타이레놀의 복제품은 제네릭이었고, 아달리무맙(생물학) 성분의 오리지널 약인 휴미라와 같은 류머티즘 관절염 약의 복제품은 바이오시밀러라 불렀다.
“실제로 2017년부터 FDA는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 즉, 복제약들의 승인을 대폭 늘리며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들의 가격은 매년 경쟁으로 인해 내려가고 있었다.
특허가 만료되어 복제약이 우수수 나오는 상황에서 오리지널 약만을 고집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자,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우리는 왜? ABBV를 골랐느냐.”
도경도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다. ABBV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제네릭이나 바이오시밀러 약을 출시하는 곳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오리지널 약으로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가하는 곳이었지.
“ABBV는 유일의 C형간염 완치약인 마비렛, 만성 림푸구성 백혈병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 약인 빈클렉스타 등 고유한 파이프라인을 가진 회사입니다. 하지만 최근, 이들은 기조를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빌의 말과 동시에 화면에 ABBV의 대표 약들이 떴다.
“최근 자신들의 의약품들이 특허가 만료되어 어마어마한 양의 복제약들이 쏟아지자 ABBV는 바이오시밀러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렇다는 건 그들도 똑같이 다른 약들을 복제한다 이거야?”
도경의 물음에 빌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ABBV는 다른 회사에서 따라올 수 없는 생물학적 지식이 있습니다. 이 지식으로 특허가 만료된 경쟁사의 바이오 약품을 누구보다 빠르게 복제해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누립니다.”
“가격도 더 싸겠군.”
“오리지널 약보다 최대 25% 저렴한 덕분에 최근에 이들이 출시한 바이오시밀러 약품이 많이 처방되고 있지.”
빌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성에서 준비한 기업들을 보고 우리는 우리가 가졌던 불명확한 고민을 떨칠 수 있었습니다. 확실하게 돈을 버는 기업을 저가 매수 하자는 기조는 세웠지만, 그렇다면 어떤 기업에 투자를 해야 하느냐?”
막연한 고민이었다.
저가 매수와 가치 투자. 말은 쉬웠지 그것 또한 다른 기준이 있어야 했다.
“시장의 흐름에 올라탈 섹터를 찾자. 지금까진 외면받았지만, 앞으로 수혜를 볼 곳에 투자하자. 모든 이슈에 귀를 열자. 이것이 우리가 내린 고민에 대한 답이었고, ABBV는 이 모든 것을 충족해 주었습니다. 이상입니다.”
빌의 발표가 끝나자 도경은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발표 초반에 빌이 이야기했는데 앞으로 금융과 바이오가 시장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라는 생각에 나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ABBV는 아주 훌륭한 선택인 것 같네요.”
도경의 평가에 파미르 캐피털의 직원들은 환하게 웃었다.
“그렇다면 이 회의에서 나온…….”
지이잉-
그때, 방 안에 있는 모두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리우 샤오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
「리우 샤오 “은퇴 전 나의 마지막 투자가 있을 예정.”」
「리우 샤오 “파미르는 나 하나 없다고 무너질 곳 아냐. 투자자 여러분들의 마음 이해하나 선택을 지지해달라.”」
「리우 샤오 “마지막 투자에는 내 모든 것을 담을 예정.”」
리우가 기자회견에서 했던 이야기들이 속보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리우는 결심한 것 같은데? 빌, 너는 어때?”
화면을 보던 빌은 도경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실패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을 뿐이야.”
이어지는 빌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