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1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18화(71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18화
“여기까지가 저와 윤이 준비한 펀드의 기초 구성입니다.”
이틀 후, 기본적인 펀드 구성에 대한 합의가 끝나자 도경과 빌은 리우 샤오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한참 건넨 자료들을 검토하던 리우는 도경을 향해 입을 열었다.
“금리가 내릴 거라 봅니까?”
리우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내리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유는?”
“정치적인 이유겠죠.”
“정치적인 이유라…….”
도경의 말에 리우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Fed, 연준은 그동안 대응이 너무 느렸습니다. 특히 금리를 올려야 할 시기에 여전히 인플레이션은 안정적이라는 발언을 끊임없이 하며 금리 인상 시기를 늦췄죠.”
“…….”
“그리고 결과는 어떻게 됐죠?”
“미친 듯 금리를 끌어올렸지요.”
당시 연방준비제도(Fed)는 몇 번의 빅스텝들이 이어지며, 단기간에 금리를 끌어올렸다.
리우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때의 느린 대응은 미국 이외의 국가들을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Fed가 그런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 라는 물음은 있지만, FED의 움직임을 더 빠르게 만든 이유가 되겠죠.”
“개인적으로는 이미 7월에 올려야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리우의 말에 도경과 빌은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했다.
“고용 지표가 나빠지기 시작한 것은 7월부터 시작이었습니다. 3%대였던 실업률이 4%를 넘어가는 와중에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당시 연준은 여전히 고용이 강하고, 인플레이션은 안정적이라며 금리를 동결했다.
“두 달 사이에 모든 지표가 더더욱 나빠졌고, 이것은 경기침체가 찾아온 거죠.”
고용이 줄어들었다는 건 경기침체의 확실한 증거였다.
“실업률이 1% 늘면 4만 명이 죽는다.”
영화 <빅쇼트>에 나오는 대사였는데,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대변해 주는 대사라고 생각한 도경은 말했다.
“저는 그래서 이번에 빅스텝을 할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얼마 전 농담이라며 리우가 자신에게 0.5% 금리 인하를 말해왔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농담이 아니라면, 리우와 도경은 같은 전망을 보는 것이다.
“50bp 인하를 말하는 거죠?”
리우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7월에 내려야 할 것을 내리지 못했으니, 이번에 두 번에 걸쳐 내려야 했을 것을 한 번에 내려야겠죠. 사후적인 조치라고 볼 수 있겠네요.”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리우는 조금 전 자신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이유를 두 사람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대응을 빠르게 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조차 느리다는 게 말입니다.”
도경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나 또한 윤과 같은 생각입니다. 빅스텝은 필수적이죠. 그래서 두 사람이 가져온 이 기업 리스트가 마음에 드는군요.”
리우는 분위기를 환기하듯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금융주는 대표적인 사이클 섹터지요. 특히 금리가 치솟아 오를 때나, 금리가 내릴 때 두 방면에서 다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고요.”
리우의 말대로 금리가 오르면 오르는 대로 좋은 것이 금융주였고, 내리면 내리는 대로 좋은 것도 금융주였다.
이들은 대부분 대출과 상품 판매로 수익을 올리기 때문이다.
“특히 WGA는 지수에서 추방당하며 주가가 내려가니, 저점 매수 기회라는 이 설명이…….”
리우는 도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마치 내가 젊을 때 매일 하던 고민을 보는 것 같고요.”
“매일 하던 고민이요?”
“그때는 어떻게든 저점 매수를 할 수 있는 기업들만 찾아다녔거든요. 남들은 생각지도 못하는 이유로 주식을 사야 할 이유를 만들었습니다.”
리우는 흡족하다는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WGA가 딱 그런 이유죠. 남들은 보지 못하는 걸 보는 것 같은.”
“과찬이십니다.”
“아니에요. 금리가 내려가면 보험 중개를 하는 WGA도 많은 이득을 볼 테죠. FIS도 마찬가지고. 훌륭합니다.”
다시 한번 이어지는 리우의 칭찬에 도경은 고개를 숙여 감사를 전했다.
“그리고 빌.”
리우는 고개를 돌려 빌을 바라보았다. 빌은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도경이 큰 칭찬을 받아 더더욱 긴장되는 것도 있었다.
“훌륭해. 금리 인하 시기에 가장 수혜를 볼 수 있는 섹터를 골랐어. 바이오는 그런 주식이지. 그런데 나를 더 놀라게 한 것은…….”
리우는 정말이지 감격받았다는 얼굴로 빌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생각해서 고른 기업이 ABBV라는 거야.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그들의 지금 주가가 그들이 하는 모든 사업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느꼈습니다.”
“매우, 매우 훌륭한 답이다.”
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두 사람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정답들을 두 사람이 가져왔으니, 이제는 내 시간이겠군.”
리우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 옆에 있는 전화기를 들어 올렸다.
“투자자들을 만나야겠어. 일정을 좀 잡아주겠나?”
* * *
“리우, 갑작스럽게 은퇴라니요.”
그날 오후, 도경과 빌은 리우와 함께 시애틀 시내에 있는 한 고급 호텔 레스토랑에 나와 있었다.
리우의 오랜 투자자를 만나는 자리였는데, 리우의 동행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잭, 그렇게 됐습니다. 이제는 이 치열한 현장보다 강연을 나가는 게 더 즐거워졌으니 어쩌겠습니까?”
투자자의 물음에 리우는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여기는 자주 보셨겠지요. 우리 파미르의 CIO 윌리엄 마셜입니다.”
“잭, 오랜만에 뵙습니다.”
“빌, 오랜만이네.”
리우의 소개에 빌과 투자자는 악수를 나누었다.
“이쪽은 제 은퇴를 돕기 위해 마이애미에서 왔습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CEO 윤도경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윤도경입니다.”
도경은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품속에서 명함을 꺼내 상대에게 건넸다.
도경의 명함을 한참 바라보던 상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나는 잭 리처드라고 합니다. 시애틀에서 여러 사업을 하고 있지요.”
그의 명함을 받아서 든 도경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잭 리처드는 시애틀과 영국을 오가며 여러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특히 통신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었다.
시애틀의 프로야구 구단의 구단주 중 한 명이자 영국에서는 큰 통신업체의 소유주였다.
전 세계 부자 순위에도 오르내리는 사람이었다.
“유성인베스트먼츠라면 나도 많이 들었습니다. 미국 내에서 떠오르는 헤지펀드라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군요.”
상대는 이미 도경을 알고 있었다.
“하하하, 앉아서 이야기하시지요.”
리우의 말에 모두는 자리에 앉았다.
“은퇴를 결정했을 때 내게 미리 알려주었으면 더 좋았을 겁니다.”
“물론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은퇴 발표는 제가 원하지 않는 타이밍에 이야기가 새어 나갔네요.”
리우는 매우 송구스럽다는 얼굴로 상대를 향해 말했다.
기실, 내부 정보가 새어 나갔다는 것은 본인의 회사 장악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걸 방증하는 이야기인데도, 리우는 사실대로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내부 단속의 기회가 되겠군요.”
투자자의 답에 도경은 왜 리우가 모든 것을 사실대로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었다.
리우와 투자자는 서로의 능력을 믿고 있었으니 숨김없이 모든 것을 공유했다.
도경은 투자가와 투자자가 서로를 믿는다는 말의 정의를 다시 한번 리우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요.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회사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이빨을 드러낸다면, 후에 분명히 회사에 좋지 않을 영향을 주는 사람일 테니까요.”
“축하할 일이 하나 더 늘었군요.”
투자자의 말에 리우는 환하게 웃었다.
“그래, 마지막 투자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잭은 빠르게 본론을 꺼냈다.
“그렇습니다. 물론 나는 여러 상품을 냈고, 성공도 했습니다만 아직 내가 투자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마무리는 짓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리우가 투자하지 않은 부분이 있던가요? 나는 리우 샤오를 믿고 처음으로 아프리카에도 투자해 보았습니다.”
“하하하.”
“중국과 아프리카 그리고 미국의 많은 투자까지 내가 리우 샤오를 따라 돈을 투자해 성공한 것들인데 부족한 것이 있습니까?”
투자자는 진심이라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는 솔직히 리우의 은퇴를 처음에는 이해 못 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리우 샤오와 함께한 시간을 생각해 보니, 이룬 것이 많더군요.”
“그렇습니까?”
“네, 나는 덕분에 개인적으로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내 투자관리인을 잘 선택했다는 것으로요. 그리고 느꼈죠. 아, 리우도 이런 마음이겠구나. 다 이루었으니 그만두고 싶겠구나.”
투자자의 말에 리우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맞습니다. 투자로선 모든 걸 다 이루었죠. 그런데, 잭. 나나 잭이나 아직 투자하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미래입니다.”
리우는 진지한 얼굴로 상대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는 그동안 내 세계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했습니다. 내가 부정하며 떠났던 중국에 대한 투자까지요.”
“…….”
“많은 돈을 벌었지요. 내 세상인 파미르 캐피털도 만들었고요. 그러고 나서 돌아보니 내가 빼먹은 것이 있더군요.”
“그게 미래입니까?”
“네. 나 다음을 위한 투자를 빼먹었습니다.”
리우의 말에 상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은퇴를 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언론은 파미르는 끝났다고 말합니다. 그건 나 다음 그러니까 미래가 불명확하다는 거겠지요.”
“그래서 마지막 투자는 미래에 투자한다는 것이고요?”
“그렇습니다.”
“그 미래가 무엇입니까?”
투자자의 물음에 리우는 준비한 자료를 상대에게 건넸다.
“새롭게 구성하게 될 펀드입니다.”
리우가 건넨 자료를 한참 보던 투자자는 고개를 들어 리우를 바라보았다.
“흔한 주식에 대한 투자군요. 이게 어째서 미래를 위한 투자란 말입니까?”
“이 친구들이 구성한 펀드니까요.”
리우의 입에서 나온 간단한 답에 상대는 놀란 얼굴로 도경과 빌을 번갈아 보았다.
“빌은 나 이후 파미르를 이끌 겁니다. 내가 평생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것들을 훌륭하게 지킬 인재지요.”
리우는 그리 말하며 빌을 바라보았고, 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윤은 내가 평생을 관철하려고 노력했던 투자 철학을 내가 사라진 이후에도 지켜줄 친구입니다.”
“미래라는 건…….”
“사람에게 투자를 하는 겁니다. 잭.”
리우는 결연한 얼굴로 상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 친구들은 앞으로 투자계를 이끌어갈 겁니다. 분명 잭에게도 큰 도움이 될 친구들입니다.”
“…….”
“잭, 나 이후의 미래에 투자를 해주십시오.”
리우가 그리 말하자 상대는 가만히 도경과 빌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얼굴에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처음이군요.”
투자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리우 샤오가 나에게 투자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 건 말입니다.”
리우는 그동안 투자자들이 투자하고 싶은 사람이었지, 투자자를 찾아 나선 위치에 있던 건 아니었다.
“나도 많은 사업을 했고, 내게 돈을 벌어줄 수 있는 것들에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단 하나, 사람에 투자를 해본 적은 없습니다. 사람은 알 수 없거든요.”
“…….”
“나는 내가 알 수 없는 것들은 피해왔습니다. 답을 낼 수 없는 것들에 내 돈을 거는 모험은 하고 싶지 않거든요.”
상대의 말에 도경과 리우, 빌의 표정은 급격하게 굳어갔다.
상대는 투자를 거절해 오려는 것 같았다.
“왜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번에는 그것을 깨고 싶습니다.”
“잭…….”
“그건 리우 샤오라는 사람을 존중하고 믿기 때문입니다.”
상대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리우 샤오의 마지막을 위해 처음으로 사람이라는 것에 투자를 해보겠습니다.”
상대가 투자를 승낙하자 리우는 환하게 웃으며 상대에 손을 내밀었다.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겁니다. 이 친구들은 그런 친구들이니까요.”
상대는 리우가 내민 손을 맞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