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72화(7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2화
“그래, 새로 오신 PB님은 우리 회사에 대해 좀 아십니까?”
권은호와 서정환, 그리고 도경은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네, 알고 있습니다.”
도경의 답에 권은호는 놀랍다는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미래자동차의 1차 협력 업체였습니다만, 수소에너지와 관련해 특허 기술을 개발한 이후부터는 미래자동차뿐만 아니라 해외 완성차 업체들과도 거래를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하하, 우리 회사가 주식에 상장된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거죠?”
“미래자동차를 공부하며 당연히 밸류체인도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슈퍼 을과 같은 지위를 누리고 있는 벤더가 있어 놀라 조금 알아본 정도입니다.”
권은호가 대표로 있는 현성정밀은 미래자동차의 하도급업체로 시작해 오랫동안 미래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매출로 회사가 커나갔고, 시대가 변하는 것을 잘 읽어 기술개발에 꽤 많은 투자를 했었다.
최근에는 기술개발에 대한 좋은 성과로 회사가 꽤 잘나가고 있었다.
도경의 말에 권은호는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증권가에 계시는 분들이랑 얘기하면 즐겁습니다. 우리 회사의 진가를 알아주니까요. 다른 곳에 가면 우리 회사가 있는지도 모르더군요.”
보통 미래자동차와 같은 완성차 기업을 조사하다 보면 차 한 대를 완성하기 위한 가치를 생산하는 밸류체인(value chain, 가치 사슬)에 관해 공부하게 된다.
당연히 현성정밀은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지 않더라도 증권가에서는 모를 수가 없는 회사였다.
“하지만 증권가 분들을 만나면 자꾸 상장에 관한 얘기를 해와서 잘 만나지 않으니 우리 회사에 대한 얘기를 듣기가 힘들지요.”
부품 생산으로 고정적인 매출과 변화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신기술이 있는 현성정밀은 증권가에서는 아주 좋은 상품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상장에 성공만 한다면 어마어마한 수수료 수익이 들어오니까.
하지만, 권은호는 회사를 상장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당장 돈이 필요한 회사도 아니고……. 뭐 개인적인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우리 서 팀장께서 엄청난 칭찬을 하길래 개인적으로 궁금했습니다.”
권은호의 말에 도경은 서정환을 바라보았는데 서정환은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사실 이제 주식시장에 흥미가 떨어졌다고 할까요. 그동안 우리 서 팀장님이 고생해 준 결과 많은 돈을 벌어서 배가 불렀나 봅니다. 하하하.”
권은호의 말에 도경과 서정환은 미소를 지었다.
“개인적으로 이 자산을 좀 더 도움이 필요한 곳에 투자하고, 거기서 내 이익을 얻고 싶습니다.”
“회장님께서는 게임 체인저에 투자하길 원하십니다.”
게임 체인저는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제품 등 가치를 창출해 내는 기업을 얘기했다.
스마트폰을 세상에 처음 내어놓은 애플과 같은 기업이 게임 체인저로 불렸다.
“그래서 서 팀장에게 넌지시 얘기했더니 자신의 역량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으니, 새로운 PB를 소개해 주겠다고 하더군요.”
도경은 가만히 권은호의 얘기를 들었다.
이곳에 들어와 권은호의 소개를 받자마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메시지가 말한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메시지는 이 모든 것을 예상한 양 권은호를 고객으로 만들라는 임무를 내놓았다.
“그런데 이제 들어보니 PB가 된 지…….”
“2년 차입니다.”
“물론 능력이 있다면야 연차가 무슨 상관이겠느냐만, 큰돈을 맡기는 나로서는 불안한 것도 사실입니다.”
“회장님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도경이 자신의 의견에 동조해 주자 권은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계약을 하기 전에 한 가지 요구할까 합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윤도경 씨가 생각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기업들을 찾아 내게 소개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뭐 하나의 기업이든 여러 개든 그건 능력이 닿는 대로 준비해 주시고요.”
권은호는 일종의 테스트를 제안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브리핑을 보고 내가 윤도경 씨에게 내 돈을 맡길지 말지 결정하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권은호의 물음에 도경은 서정환을 바라보았고, 서정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의 입장에서도 이번 일은 거절할 수 없었다.
메시지가 준 임무 때문인 것도 있었지만, 기회가 너무도 컸기 때문이다. PB에게 고정적으로 실적을 채울 수 있을 만큼의 자산을 맡기는 고객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일을 하며 권은호는 꼭 잡아야 하는 사람이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하하, 좋습니다. 그럼 다음 약속은 언제가 좋겠습니까? 미안하게도 나는 보름 후에 미국으로 출장을 갑니다.”
보름 이전에 해내라는 말이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촉박하긴 했지만, 고객에게 맞춰야 했으니까.
“열흘 후까지 자료를 준비해서 찾아뵙겠습니다.”
도경의 답에 권은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답이 시원해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내가 오늘은 외부 일정이 있어 이만 일어나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열흘 후,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도경과 서정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권은호와 인사를 나누고는 회장실을 나섰다.
“시간이 촉박한데 가능하겠습니까?”
팀장인 서정환은 짐짓 걱정이라는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 일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제가 원하는 기한은 받아본 적이 없어서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서정환을 바라보았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좋습니다. 좋은 기회니 꼭 잡을 수 있도록 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 * *
1995년 8월 24일, 실리콘 밸리의 악마가 출시한 새로운 방식의 컴퓨터 운영체제가 발매되었을 때 모두가 컴퓨터를 쉽게 배울 수 있게 되었고, 이때부터 모든 전자기기의 패러다임이 변하기 시작했다.
2007년 1월 9일, 검은색 터틀넥과 청바지 차림을 한 남자가 대중 앞에서 휴대폰을 재발명하겠다고 말했을 때 세계 기술시장은 변하기 시작했다.
2016년 3월, 인공지능은 바둑으로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뒤집히는 것을 전 세계인이 생중계로 보았을 때 인공지능에 의한 기술의 발전은 몇 단계 진전되었다.
이 모든 것이 판도를 바꿔 버린 ‘게임 체인저’들이 가져온 세상의 변화였다.
“모두의 시선이 로봇으로 쏠려 있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도경은 권은호가, 또 메시지가 내준 과제를 풀기 위해 컴퓨터를 보며 집중하고 있었다.
시장에 모든 돈이 차기 게임 체인저로 로봇을 지목하고 있었다.
새로운 인공지능 학습 방식으로 인해 인공지능이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발전해 왔고, 제조업부터 생산설비에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 무인 생산공장을 도입하며 로봇 관련 산업에 돈이 몰리고 있었다.
“로봇은 좋은데…… 게임 체인저가 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물론 그 생각에 대한 근거는 없었다.
그저 막연하게 권은호라면 로봇 관련 사업을 좋아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이런 초정밀산업 분야에서는 현직에 있는 권은호가 도경 자신보다 더 잘 알 것이라 생각했다.
“다현 씨에게 도움을 청할 걸 그랬나.”
권은호와 만나고 사무실로 돌아간 이후 도경은 한다현의 도움을 받을까 하고 고민했다.
스타트업들에 대한 지식은 한다현이 더 많이, 그리고 확실하게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냐. 그럼 의미가 없잖아.”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생각을 접었다.
이번 일은 온전히 자신이 해내야 하는 일이었다. 스타트업에 대한 노하우와 정보는 한다현의 무기였다.
그녀의 무기를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을뿐더러 이번 일은 권은호를 자신의 고객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권은호는 도경 자신의 실력을 보고 싶어 했다. 메시지도 마찬가지였고.
똑똑-
한창 집중하고 있을 때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려와 도경은 방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들, 나와서 과일 먹어.”
닫힌 문 사이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무의미하게 고민하는 것보다 조금 쉬면서 기분 전환을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와, 배가 맛있게 생겼네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식탁에 앉았다. 어머니가 여러 과일을 준비해 두셨다.
“오늘 마트에 갔는데 있더라고, 잘 안 보이더니 말이야.”
“배가 잘 안 보여요?”
도경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배나 사과는 1년 365일 아무 때나 먹을 수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응, 왜 기억 안 나니? 우리 추석 차례상에도 배랑 사과 겨우 구했다고 했잖아.”
“아, 맞아요. 샤인 머스캣이 처음으로 올라가서 물었던 기억이 있네요.”
도경은 배를 주워 먹으며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때부터 햇과일들이 비싸지기 시작하더니 마트에서 구경하기도 힘들어. 과일들뿐인지 아니? 채소도 요즘 금이야.”
“물가가 많이 올랐죠.”
인플레이션의 여파는 지독히도 오래가고 있었다.
농수산식품뿐만 아니라 전기세, 가스비 등 요즘에는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모두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물가뿐이 아니라 아예 없어.”
“없다구요?”
“그렇다니까. 과일도 없고 채소도 구하기 힘들고. 예전처럼 제철 과일을 사주고 싶은데, 요즘은 구하기 힘드니…….”
“수급이 불안정한가 봐요. 과일이 필요한 곳들은 많은데 작황이 나쁘면…… 가정 식탁으로 와야 할 과일들을 카페나 식품 공장 쪽으로 먼저 빼버릴 거예요. 그쪽은 계약이 되어 있어서.”
“어머, 그러니?”
도경은 계속해서 과일을 먹으며 고민에 빠졌다.
그렇지 않아도 인플레이션 때문에 물가가 오르는 와중에 과일이나 채소의 수급이 좋지 않으니 덩달아 가격이 더 올라버리는 이중고나 다름없었다.
“과일…… 채소…….”
“왜 뭐 있어?”
과일을 먹으며 도경과 얘기를 하던 어머니는 중얼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는데 무언가에 엄청나게 집중하는 도경의 얼굴이 보였다.
어릴 때부터 무언가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굉장히 무서운 얼굴을 하는 아들을 보며 놀란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했다.
늘 저런 표정을 하고 나면 답을 찾는 아들이었으니까.
“작년에 한성경제!”
도경이 알 수 없는 말을 외치자 어머니는 피식하고 웃었다.
늘 그렇듯 답을 찾은 것 같았다.
“엄마 잠시만요.”
“천천히 가!”
“엄마, 고마워요!”
도경은 어머니를 향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책상 옆에 있는 책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2020년…….”
책장에는 빼곡하게 경제주간지의 지난 호들이 쌓여 있었다. 주간지라 얇았음에도 도경이 읽은 양을 보여주듯 수많은 권수가 있었다.
“어디야…….”
도경은 작년에 발간된 주간지를 계속해서 뒤지기 시작했다.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기억이 이번 일의 힌트가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애그로, 애그로…….”
주문을 외듯 중얼거리며 책장을 넘기던 도경의 손은 한순간 멈췄다.
“찾았다. 애그로브릿지.”
원하는 것을 찾은 도경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가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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