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2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21화(72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21화
“제가 제일 먼저 찾아본 지표는 실업률도 인플레이션도 아니었습니다.”
몇 주 후, 도경은 뉴욕에서 열리는 손 콘퍼런스에 참여하고 있었다.
얼마 전 초대받은 행사였는데, 각 연사는 15~20분의 시간 동안 자신의 투자 철학이나, 방식을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발표했다.
발표 후에는 간단한 질의응답을 받을 예정이었다.
“9월 법인세 납부 현황을 찾아보았죠.”
도경은 자신이 이 자리에 초청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금리 인하 폭을 자신 있게 말하고, 또 그것이 맞아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 자신이 그렇게 예측한 이유를 설명하는 게 청중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정답이었다.
청중들은 도경의 말을 놓칠세라 초롱초롱한 눈으로 집중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이 느껴질 정도였다.
“FOMC 일주일 전, 타이밍 좋게 3분기 법인세 납부 마감일이었고, 납부 현황에서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모두 도경의 말을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실제로 3분기 법인세 납부 현황은 전년 대비 87% 감소했고, 전 분기 대비 24% 감소했습니다. 이것이 대변해 주는 것이 무엇이냐?”
도경은 진지한 얼굴로 모두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경기침체입니다.”
확신을 가진 도경의 말에 몇몇 청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업들은 법인세를 낼 필요가 없을 만큼 적자의 폭이 커졌다든가, 혹은 더 절망적인 상황이라 폐업할 수도 있었겠죠.”
미국에는 NOL 제도라는 것이 있었다. 간단하게 말해 기업이 적자를 기록하면 세제 감면을 맞는 것이었다.
국내도 법인이 적자라면, 법인세를 감면받았다.
“이렇게 법인세 납부 규모가 적어진다면 영향을 받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TGA입니다.”
TGA는 재무부 현금 잔고를 이야기했다.
재무부가 연준에 보유하고 있는 일종의 계좌였는데, 정부의 수입과 지출이 그 계좌를 통해 이루어진다.
“실제로 재무부의 TGA는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이는 시장의 유동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정부가 돈을 써야 하는 타이밍에 쓰지 못한다는 것은 추가적인 채권 발행으로 이어질 수 있었고, 이는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더불어 빚을 계속해서 낸다는 건 국가의 신용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일례로, 2007년 금융위기 당시 경기침체가 오자 법인세 납부율이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재무부의 TGA 잔고가 부족해졌고, 재무부가 시장에 유동성(돈)을 공급하지 못하니 현금 수요가 증가했습니다.”
최악의 상황이 순환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시적으로 유동성 긴축이 찾아왔고, 이를 해결할 방법은 하나입니다.”
도경은 손가락 다섯개를 폈다.
“50bp 인하.”
다시 한번 도경이 자신 있게 자신이 추측한 것들을 이야기하자 청중들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렇게 추측하게 된 연유도 범상치 않았는데, 해결 방법 또한 어쩌면 시장의 예상을 빗나간 파격적인 것이었으니까.
아니, 정확히는 연준의 파격적인 움직임을 맞힌 것이었다.
“물론 단순 유동성 긴축 때문은 아니고, 실업률이 너무 높았고 많은 것들이 경제 침체를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기실 지난 7월에 한 차례 내렸으면 이번에 급격하게 내릴 필요는 없었겠죠.”
정말 얄궂게도 지난 금리 결정 기간에 동결을 결정하고 나서 발표된 경제 지표들은 최악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연준은 또다시 대응이 늦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었다.
“이상, 제가 이번 국면에서 자신감 있게 50bp 인하를 말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저는 매크로를 좋아합니다. 아니, 투자를 매크로 환경을 고려하며 하고 있습니다.”
도경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무대의 가운데 서서 모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매크로가 모든 것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청중을 향해 입을 열었다.
“시장은 순환하고, 이 순환 시기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오직 매크로입니다. 남들보다 더 빠르게 세상을 보고 싶다면, 매크로에서 시선을 거두지 마세요. 이상입니다.”
도경의 발표가 끝이 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고,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간단한 질문을 받을까 하는데요.”
도경의 말에 진행을 돕는 직원들은 손을 든 사람에게 마이크를 전달했다.
“저는 캐나다 헤지펀드 잭슨폴의 CEO 필립 힐입니다. 조금 전, 미국의 기업 법인세 납부 현황까지 보신다고 했는데, 그 많은 지표를 직접 챙기시는 건가요?”
그 질문에 모든 청중의 시선이 동시에 도경에게로 향했다. 마치 자신이 하고 싶었던 질문이라는 양.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워낙 큰 회사를 운영하시거나 큰 회사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유능한 애널리스트들이 이런 자료를 주겠지만, 저는 작은 회사의 CEO기 때문에 직접 모든 것을 보아야 합니다.”
도경의 농담 섞인 말에 순식간에 분위기는 유해졌다.
“확실하게 답을 드리자면, 네. 직접 챙깁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야 판단을 내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다른 질문 있으신가요?”
마이크는 그렇게 청중 사이를 옮겨가며 질문 세례가 날아왔고, 도경은 침착하게 모두의 질문에 답했다.
“마지막 질문받겠습니다.”
대부분의 질문은 도경의 발표 주제인 매크로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확실히 업계 사람들이 모인 자리다 보니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모습들이었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의 짐 사이먼스입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사람이 자신을 소개하자 청중들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도경 또한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는 미국의 헤지펀드 중 가장 독특한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었다.
바로, 수학적 모델과 통계적 방법으로 자신들만의 알고리즘을 만들어 거래하는 매우 큰 규모의 헤지펀드였다.
“이번 펀드 상품을 파미르 캐피털과 함께하셨는데, 혹시 앞으로도 합작 상품을 내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업계에서 헤지펀드가 각자의 돈으로 함께 한 종목을 투자하는 경우는 흔했지만, 이번처럼 합작으로 펀드 상품을 내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글쎄요. 이번 기회는 리우 샤오의 배려와 윌리엄 마셜이라는 친구와 함께했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지만, 다른 회사와는 힘들지 않을까요?”
“저희에게도 기회가 온다면 참 좋을 텐데요.”
짐 사이먼스의 말에 도경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기분은 좋지만, 당분간은 회사 일에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후에 기회가 된다면 여러 회사와 합작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도경은 그리 답을 하고는 발표 시간을 끝냈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 이 자리의 진짜 이유인 연회가 시작되었다.
아무래도 평소 모이기 힘든 투자가들이 모인 행사니만큼, 연회 시간에는 상당한 네트워크 형성이 오갔다.
“윤, 짐 사이먼스입니다.”
“짐, 안녕하십니까?”
조금 전,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던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의 짐이 다가와 손을 내밀자, 도경은 그의 손을 맞잡았다.
“명함을 교환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명함을 교환했고, 주변에서는 부러운 시선들이 오갔다.
짐 사이먼스야 업계에서 워낙 유명한 트레이더였고, 도경 또한 이 자리의 주인공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다가오고 싶어 했다.
“조금 전 질문드린 것은 진심입니다. 우리의 수학적 알고리즘과 유성의 매크로면 큰 성과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하하, 저희가 없더라도 이미 르네상스는 큰 수익을 내고 있지 않습니까?”
운용자산만 1,3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70조 원이 넘는 큰 규모의 헤지펀드였다.
“돈은 더 많이 벌수록 좋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윤이 이번에 발표한 프레젠테이션을 제 직원들도 봤으면 좋겠기도 하고요.”
“비싼 강연료만 주신다면 언제든 가겠습니다.”
도경의 농담에 짐은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주 교류했으면 합니다.”
“물론이죠. 짐의 연락이라면, 언제든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짐 사이먼스가 인사를 하고 자리를 벗어나자 도경은 그가 준 명함을 들어 올렸다.
“정말 체급이 커진 게 체감이 되네.”
어느새 책과 미디어를 통해 보던 거물들이 자신에게 다가와 인사를 할 위치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하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윤, 저는…….”
“윤, 안녕하십니까?”
한참 그렇게 감상에 젖어 있을 때 하나둘, 도경의 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도경은 쉴 새 없이 밀려드는 명함을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 * *
“운용은 처음 말했던 대로, 파미르에서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며칠 후, 시애틀 파미르 캐피털에서 펀드 구성을 진행하던 제이크가 복귀해 도경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매 분기 혹은 사건이 있을 때마다 리밸런싱을 진행하기로 했고. 리밸런싱은 우리 측과 파미르 측 모두가 동의해야 진행하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파미르가 꽤 양보를 해주네.”
“저도 왜 이렇게까지 하나 했는데, 그곳에 있게 되니 알겠더군요.”
“왜?”
“벌써 펀드 자금이 30억 달러가 넘었거든요.”
“그래?”
도경은 놀랄 준비 하라는 빌의 언질은 받았지만, 벌써 펀드에 가입한 자금이 30억 달러가 넘었다는 말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네. 우리 측에서 전화 온 투자자들은 전부 파미르로 돌렸다면서요?”
“그렇지. 아무래도 도의적으로 그게 맞으니까.”
“그래서 배려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행이네. 합작이라는 게 서로 질투하거나, 성격이 맞지 않아 힘든데 파미르에서 그렇게 배려해 주면, 우리도 그렇게 한 보람이 있지.”
도경의 말에 제이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세 개 종목으로 시작하고, 파미르 측에서 한 종목 더 편입할 만한 후보를 찾아 우리에게 제시하기로 했습니다.”
“좋아. 그 일은 제이크, 네가 담당해 줘.”
“네, 알겠습니다. 수시로 보고드리겠습니다.”
제이크가 그리 보고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가자 도경은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도경은 행사에 다녀온 이후 여러 사람과 휴대전화 번호를 교환했다. 밀려드는 메신저 메시지에 답을 하느라 바쁜 나날이 이어져 왔다.
지이잉-
그렇게 한참 메시지에 답을 하고 있을 때, 쥐고 있던 휴대전화 진동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다현 씨, 한국은 어때요?”
-도경 씨, 인사는 나중에 할게요. 미안해요.
“무슨 일이 있나요?”
다급한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 있나요?”
-유성투자증권이 저축은행 인수할 때 기억하시죠?
수화기 너머 한다현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부동산 PF 문제로 당국에서는 저축은행 솎아내기를 했고, 유성투자증권이 저축은행을 인수한 일이 있었다.
“네.”
-당시에 저축은행이 들고 있던 지분 기억하세요?
부실저축은행이었던 경신저축은행을 인수하며 따라온 지분이 있었다.
“광윤캐피털이었나요? 0.98% 비상장 지분이요.”
-지금, 광윤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광윤금속의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어요.
“네?”
-며칠 후면 공식적인 이야기가 될 텐데, 우리 지분이 있어야 하는 곳이 접촉해 왔어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의 표정은 굳어갔다.
-유성투자증권의 류태화 대표께서 도경 씨의 입국을 요구하셨어요. 우리가 가져온 거니 결자해지하라고요.
도경은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한 시간 후에 화상회의로 상황을 설명해 주세요. 팀원들을 모아둘게요.”
-네, 알겠습니다.
한다현과 통화를 마친 도경은 잠시 고민하다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피트, 한 시간 후 긴급회의야. 리와 킴을 불러서 대기해 줘. 그래, 너희 팀원들도 모두.”
짧은 지시를 마친 도경은 재빠르게 자료를 챙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