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2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22화(72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22화
“제시카!”
그날 오후, 유성인베스트먼츠의 팀원들은 빈 회의실에 모여 있었다.
벽 한쪽에 걸려 있는 커다란 화면에 한다현의 얼굴이 보이자 모두 반갑다는 듯 인사를 했다.
-다들 잘 지내죠?
한다현 또한 이들이 반가운 듯 인사를 했다. 아무래도 한국과 실리콘밸리를 오가며 일을 처리하다 보니 오랜 기간 팀원들과 만나지 못했다.
“우리는 잘 지내죠. 제시카야말로 우리 중에 가장 바쁜데, 잘 지냈어요?”
피트의 인사에 한다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난 잘 지냈지.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가니까 바쁘네.
이후로도 서로 안부를 물으며 인사를 하고 있을 때 도경이 방으로 들어오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으세요. 결재할 서류가 많이 좀 늦었습니다. 미안해요.”
도경은 팀원들에게 사과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제시카, 제가 말한 설명 준비됐습니까?”
-네, 준비됐어요.
“그럼 팀원들한테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화면에는 PPT 자료가 떴다.
-리와 킴은 광윤그룹에 관해 어느 정도 알 거예요.
한다현이 그렇게 운을 떼자 이지훈화 김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피트와 팀원들은 잘 모를 테니 처음부터 설명할게요. 이해해 주세요.
도경이 이 자리에 모은 이들은 이지훈, 김우혁 그리고 피트 창이 이끄는 리서치 팀이었다.
이번 일에 필요한 이들로만 모았다.
-광윤그룹은 1949년. 장진우와 최영석이라는 두 사람이 창업을 했어요. 장은 지주회사인 광윤과 광윤전자 등을 맡아 경영했고, 최는 광윤금속과 광윤니켈을 맡아 경영하고 있어요.
“두 가문이 한 회사를 나누어 가지고 있는 거네요.”
피트의 물음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모습은 미국이라고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동업자들이 한 회사를 만들어 서로 각 분야를 맡아 경영하는 일이 미국에도 왕왕 있었다.
-재미있는 건 광윤그룹은 장씨 가문이 지주회사를 차지한 덕분에 경영권을 쥐고 있는데, 이들이 버는 돈의 70% 넘는 매출은 최씨 가문의 회사에서 나온다는 거예요.
“아연과 니켈, 비철금속 회사에서요? 장씨 가문은 전자를 쥐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렇긴 한데, 그렇게 큰 회사가 아니야. 재미있는 건 광윤그룹이 주식시장에 상장시킨 게 총 4개의 그룹사인데 이 중 3개가 적자였고, 전부 장씨 가문이 경영하는 곳이야.
제시카의 말에 피트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경영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경영권을 쥐고 있는 거예요?”
-지금은 그런 평가를 하지 않을게.
한다현은 적절하게 피트의 질문에 답하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어쨌거나, 돈은 최씨 가문이 이끄는 회사에서 버는데, 회사 경영권은 장씨 가문이 지배하고 있으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어.
“파이를 나눠야겠네요. 광윤금속을 누가 더 많이 먹을지.”
-과일이 올라가 있는 제일 맛있는 부분을 누가 먹을지 정해야 하는 게임이지.
“지분 관계가 복잡한가요?”
피트의 물음에 화면이 넘어가며 지분 관계가 떴다.
-장씨 일가의 지분은 32.5%, 최씨 일가의 지분은 31.57%.
“와우. 계열 분리를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네요.”
-맞아. 최씨 일가는 광윤금속을 이끌며 돈을 버는 것은 자신들이니, 당연히 아연은 자신들이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고.
“장씨 가문은 쉽게 내줄 수는 없을 거야. 아무래도 회사가 버는 돈의 70%를 담당하는 기업을 내줄 수는 없을 테니까.”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이지훈이 그리 답하자 피트는 어깨를 으쓱였다.
“게임 이론이 떠오르네요.”
피트의 말에 한쪽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도경은 손가락을 튕겼다.
“피트, 정답이야.”
게임이론은 서로에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개인이나 집단이 최적의 선택을 분석하고 내린다는 수학 이론이었다.
“미래의 그림자 The Shadow of the Future.”
도경은 그리 말하며 모두를 바라보았다.
“미래의 그림자는 서로의 관계가 미래에도 계속해서 반복되거나 유지될 상황을 이야기하는 말이지. 다시 말해서…….”
“기업이 좋지 않을 때는 동업을 깰 이유가 없죠.”
동업 관계는 단 한 번으로 끝나는 단발적인 게임이 아니다.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게임에서 현재의 행동이 미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기업이 좋지 않을 때는 동업을 깨기보다는 장기적인 협력으로 이익을 중시한다.
즉각적인 이익보다 미래의 잠재적인 이익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광윤금속은 너무 좋은 거예요. 돈도 많이 벌고, 기업 상황도 매번 좋아지고. 그러니 기업을 깨야 할 이유가 생긴 거죠.”
“장기적인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서.”
도경이 그리 말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잔인했지만, 동업의 끝은 늘 그런 것이었다.
그나마 국내에서는 신화그룹이 아주 공평하게 두 가문의 동업 관계를 끝내고 계열 분리를 한 사례가 있었다.
“이 얘기를 한 이유가 있겠죠?”
피트가 그리 말하며 화면을 바라보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씨 가문이 우군을 끌어들였어.
“우군이 어딘가요?”
-DK홀딩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잘 아는 이름이었다. 국내에서 KFSG, 유성인베스트먼츠와 함께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실적을 내는 사모펀드였다.
“DK홀딩스는 저도 잘 알아요. 워낙 동아시아, 아니, 아시아에서 여러 기업들을 인수하다 보니까.”
피트 창도 낯설지 않은 이름이었다.
-사모펀드가 장씨 가문의 편에 섰어.
“어? 최씨 가문이 아니고요?”
피트의 놀라움은 타당했다. 이미 광윤금속을 이끌며 능력을 보여준 가문이 아니라, 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쥐고 있는 장씨 가문의 편에 서다니.
-사모펀드가 기업을 사냥할 때 가장 쉬운 게 뭔지 알아?
한다현의 물음에 다른 모든 이들이 고민할 때, 도경이 입을 열었다.
“내부에서 문을 열어주면 쉽지. 아주 적은 지분으로도 가능하니까.”
-그거예요! 보스의 말대로 장씨 가문이 먼저 손을 내밀었어요. 함께하자고.
한다현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야기를 종합하자면, 두 동업자가 그룹 매출의 70%를 담당하고 있는 기업을 두고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지분 차이는 1% 차이. 그런데 지분이 더 많은 측에서 아예 숨통을 끊어놓기 위해 사모펀드를 참여시킨 거죠.”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건 아니에요. 여의도에서 도는 풍문인데, 그래도 95% 이상의 신뢰도로 DK홀딩스가 장씨 가문의 손을 잡은 것 같아요.
한다현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유를 모두에게 말해주시겠어요?”
-일전에 보스가 한국에 잠깐 오셔서, 우리의 옛 모기업이었던 유성투자증권의 부실저축은행 인수를 담당하신 적이 있어요.
한다현의 말에 모두가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계열 분리를 해 유성투자증권과 유성인베스트먼츠는 완전 다른 회사가 되었다.
-그때 인수한 저축은행에 재미있는 지분 하나가 들어 있어요.
“어떤 지분이죠?”
-광윤캐피털의 지분 0.98%인데, 지금 이 지분이 재미있는 상황에 놓였어요.
한다현은 그리 말하며 화면을 넘겼다.
광윤캐피털 지분현황
-장씨 가문 49.51%
-최씨 가문 49.51%
-기타 지분 0.98%
“지분 구조가 재미있네요.”
피트가 그리 말하자 한다현 또한 웃으며 입을 열었다.
-광윤캐피털은 할부금융업체인데, 광윤그룹이 예전에 잠깐 가전제품 렌털사업을 한 적이 있어. 그때 담당해서 할부거래를 맡았던 곳이야. 지금은 렌탈 사업도 접고 해서 규모가 쪼그라들었는데, 이번 이벤트에 전면에 설 기회가 생겼어.
“무슨 일인데요?”
-광윤캐피털이 광윤금속의 지분 2%를 들고 있어.
그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캐피털을 한쪽이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지분을 저렇게 나누어두고 0.98%를 다른 곳을 참여시켜 지분을 줘놓은 거네요?”
-그렇지. 그중 0.98%를 경신저축은행에서 들고 있었는데, 유성투자증권이 경신을 인수하면서 지분도 함께 넘어온 거고.
다시 말해, 지금 이 0.98%의 지분이 광윤캐피털이 행사할 광윤금속의 2% 지분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를 정할 캐스팅보트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유성투자증권의 반응은요?”
이야기를 듣던 도경이 그렇게 묻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보스가 직접 오셔서 판단을 내리길 원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가 나오는 게 부담스럽겠죠.”
-네, 유성투자증권의 류태화 대표께서는 증권이 직접 판단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셨는데, 아무래도 이사회 반응은 달랐나 봐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내일 바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야겠습니다. 피트.”
“네, 보스.”
“나랑 같이 한국에 갈 준비해. 리와 킴은…….”
도경은 미안하다는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회사는 걱정하지 마시고 다녀오십시오.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면, 너무 자리를 오래 비우는 거 아니냐는 농담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요.”
이지훈은 자신의 농담으로 도경의 마음이 불편할까 봐 걱정하는 얼굴이었다.
“아닙니다. 그럼 두 분을 믿고 다녀오겠습니다. 제시카, 한국에 도착하면 봅시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국으로 향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 *
“DK홀딩스면, 너무 강력한 상대가 아닌가 싶긴 해요.”
그날 오후, 비즈니스 제트에 올라탄 도경은 옆자리에 앉은 피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최고 부자의 자리에 기반 없이 오른 사람이잖아요. 김동규는.”
DK홀딩스를 이끄는 김동규 회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국내 투자가였다.
맨몸으로 만든 DK홀딩스를 십수 년 만에 세계적인 사모펀드로 만든 것도 모자라 본인은 한국 제일 부자가 되었으니, 인정받을 법했다.
“미래그룹의 회장보다도 돈이 많다는 거잖아요.”
“언제곤 한번 부딪힐 거라 생각했지만, 빠르게 만나긴 하는 거네.”
“그렇다는 건 적으로 만난다는 이야기예요?”
피트는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보스의 말을 들어보면 DK홀딩스의 반대편에 서실 거라고 이미 마음을 먹으신 것 같은데.”
피트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정한 건 아닌데. 어쨌거나, 지금 상황에서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어야겠지.”
“눈에 보이는 거라면…….”
“누가 회사에 많은 돈을 벌어다 주었나. 그것만 보고 있어. 한국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를 부르셨고요.”
“맞아. 숫자는 내가 볼 테니…….”
“이외의 것은 제가 보겠습니다.”
든든한 피트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비행기는 활주로를 달려 마이애미를 떠나 한국으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