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2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23화(72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23화
“오랜만에 뵙습니다.”
한국에 도착한 도경은 정신없이 바로 유성투자증권으로 왔다. 대표실에서 오랜만에 만난 류태화는 미소를 지으며 도경의 손을 맞잡았다.
“윤 대표, 정말 오랜만입니다. 잘 지냈죠?”
“대표님께서 배려해 주신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기는 이번 출장에 함께하게 된 리서치 팀장 피트 창입니다.”
“피트! 반갑습니다.”
류태화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자 피트는 다소 위축된 얼굴로 손을 맞잡았다.
“아, 안녕하세요. 피트 창입니다.”
“피트가 조금 그…… 외부 일정이 처음이라.”
“아! 그렇군요. 편하게 생각하세요.”
류태화가 다정하게 인사를 하자 피트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외부 일정이 익숙하지 않아 바로 숙소로 보내려고 했는데, 본인이 함께하겠다고 말해 자리에 동석했다.
피트의 입장에서는, 도경이 자신을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 사람이라고 말한 류태화가 궁금했다.
“자, 그럼 앉을까요?”
류태화의 말에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았고, 잠시 후 음료수가 들어왔다.
“시간을 다투는 일이라, 함께 식사라도 하면 좋겠지만, 제로 콜라로 대신하겠습니다.”
류태화는 그리 말하며 입을 열었다.
“들어오면서 한다현 이사에게 모든 설명을 들었겠죠?”
“네,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본론만 이야기하겠습니다. 현재 광윤금속의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최씨 가문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청해왔습니다.”
도경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광윤캐피털의 지분 0.98%를 자신들을 위해 행사해 달라고요.”
“답은 하지 않으셨고요.”
“물론입니다. 양측 다 우리의 오랜 고객이거든요.”
도경은 이사회에서 왜 전면으로 나서는 걸 꺼리는지 알고 있었다.
광윤그룹의 모든 계열사가 유성의 오랜 고객이었기 때문이다.
“위임장을 써야겠습니다.”
류태화는 그리 말하며 위임장의 사본을 건넸다.
“미국에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게 맞나 했지만, 오히려 이쪽이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입장에선 더 얻을 게 많지 않겠나 싶었습니다.”
“대표님, 지금은 비록 개별법인이 되었지만, 저는 여전히 증권의 소속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제든 제가 필요하시면 부르시면 됩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웃었다.
“그래도 어디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진심입니다.”
“든든하군요. 그렇다면 이미 위임장을 보여줬지만, 조금 뻔뻔하게 부탁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유성인베스트먼츠에서 맡아주십시오.”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주십시오. 증권에 불똥 튈 일 없도록 깔끔하게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제가 저지른 일이기도 하니까요.”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흡족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제시카!”
그날 오후, 도경과 피트는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자마자 반가운 얼굴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보스, 피트! 오랜만이에요.”
“일이 많이 힘들었나 봐요.”
한다현을 보자마자 도경은 저도 모르게 걱정스러운 말이 튀어나왔다.
“얼굴이 핼쑥해졌네요.”
“아! 요즘 운동을 했더니 살이 좀 빠졌나 봐요. 아무래도 미국과 한국을 오가다 보니 운동의 필요성을 느꼈거든요. 보스야말로 식사 많이 거르시죠? 그러면…….”
“크, 크흠…….”
옆에 서 있던 피트는 헛기침을 하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잠시 나갔다가 올까요?”
피트의 말에 두 사람은 피식 웃었다. 도경은 자리를 가리키며 앉자 말했고, 세 사람은 둘러앉았다.
“증권에 다녀오셨어요?”
“네, 위임장을 받아왔습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조금 전, 유성투자증권 방문에서 류태화에게 받아온 위임장 사본을 건넸다.
“이건 사본이고요. 내일 오전에 유성법무팀에서 나와 원본에 사인할 예정입니다.”
“광윤캐피털의 지분 0.98%의 행사를 우리에게 맡기는 거네요.”
“네, 조금 전 증권에서 나올 때 류태화 대표께서 양측에 우리가 행사할 거라 전달한다고 하셨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이미 최씨와 장씨, 광윤그룹을 이끄는 두 가문에게 통보가 들어갔을 것이다.
상대도 우리에 대해 파악하고 접촉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거고.
“잘됐네요. 바로 설명할까요?”
한다현은 그리 말하며 가방에서 랩톱을 꺼냈고, 도경과 피트 또한 준비했다.
“표면적인 경영권 분쟁의 이유는 환경문제예요.”
“환경문제라고요?”
피트가 묻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75년의 동업이 겨우 환경문제로 깨진다고요?”
“표면적인 이유라니까? 일단 들어봐.”
한다현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광윤금속은 비철금속 제련소를 운영 중이에요. 광윤그룹 지주사도 제련소를 운영 중이고요. 두 회사에서 1년에 담당하는 양은 42만 톤. 이 중에 광윤금속이 24만 톤, 광윤이 18만 톤을 공급했고, 이 양은…….”
“한국의 아연 수요 중 93%네요.”
도경이 그리 받아치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국가기간산업인 비철금속 제련소를 사실상 광윤그룹이 독점하는 거죠. 그런데 알다시피, 비철금속 제련소는 환경파괴가 심각해요.”
물론 제철소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국내의 제철소들은 대부분 선진화된 제철 기술로 환경문제를 대다수 해결했다.
“지금부터 광윤이 직접 운영하는 제련소를 A, 광윤금속의 제련소를 B라고 할게요.”
한다현은 한국 지명에 익숙하지 않은 피트가 헷갈리지 않도록 배려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광윤에서 직접 운영하는 A 제련소가 5년 전쯤, 큰 사고를 일으켰어요. 환경부가 제련소 지하에 있는 지하수의 수질을 검사했거든요.”
“결과는요?”
“기준치의 33만 배를 초과하는 카드뮴이 나왔어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과 피트의 이맛살은 동시에 찌푸려졌다.
“카드뮴은 독성 중금속이잖아요?”
“피트의 말대로 카드뮴은 독성 중금속인데, 이게 어째서 지하수로 흘러 들어갔느냐…… 아연 제련 이후 공장 바닥에 카드뮴이 함유된 공정액을 그냥 둔 거예요.”
“그냥 뒀다고요? 방치한 거네요?”
의도가 보이는 행동이었다.
“굳이 그들의 의도는 얘기하지 않을게요. 어쨌거나 그 공정액이 지하로 스며들어서 지하수를 오염시킨 거예요. 여기까지라면 그나마 다행이었겠죠.”
한다현은 그나마라는 말에 힘을 주었다. 더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독성 지하수가 영남 지역 식수원인 낙동강까지 흘러가 버린 거예요.”
도경은 설마설마하는 일이 한다현의 입에서 나오자 눈을 찡그렸다.
“당시에 큰 문제가 되었고, 제련소의 운영을 일정 기간 중단해야 했어요.”
“더 이야기가 있겠죠?”
피트는 여전히 둘 사이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고,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독성 찌꺼기들이 이들 사이를 직접적으로 갈라놓은 표면적인 이유야. 아연을 제련하다 보면, 비소, 수은, 카드뮴이 찌꺼기로 나오는데 이 쓰레기들이 70만 톤 정도가 A 제련소에 방치되어 있었거든.”
광윤은 쌓아두기만 하고 해결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광윤 측에서는 환경문제가 불거지니까 이 쓰레기들을 광윤금속의 B 제련소가 해결해 주길 원했어.”
“해결 방법은 있고요?”
“광윤금속은 오랜 기간 제련소를 운영한 노하우가 있으니까.”
“그런데 거절했나 보네요.”
“단순 쓰레기 처리라기엔 비용이 많이 들었어요. 토양도 정화해야 하고 한 2천억 원 정도?”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광윤금속의 입장에서는 감당하기엔 너무 큰 금액이었다.
“그렇게 둘 사이에 균열이 갔다고, 표면적으로 이야기는 나오는데.”
“더 딥한 이야기가 있군요.”
도경이 묻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올해 3월 앞선 문제로 균열이 가 있던 둘 사이를 확실히 갈라놓게 되는 일이 있었어요. 광윤금속의 주주총회예요.”
이미 둘 사이는 5년 전의 환경문제로 껄끄러웠다. 그런데 이 사이를 확실하게 갈라놓게 만든 사연이 있었다.
“광윤금속은 광윤그룹에 소속된 계열사이지만, 따로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어요.”
계열사가 상장하는 건 흔한 일이었으니까. 적어도 국내에서는.
“광윤금속은 작년과 올해 주주총회에서 유상증자를 시행했거든요. 제삼자를 상대로.”
“두 번이나 증자를 한 거예요?”
유상증자는 회사가 돈이 필요할 때,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서 사람들에게 팔고 돈을 받는 방식이었다.
“작년에는 대화임팩트와 대화 해외 계열사에 신주 6.88%를 팔면서 6,400억 원을 챙겼고요. 올해는 대진자동차의 해외 법인에 신주 5%를 팔았어요. 5,272억 원이에요.”
“두 번이나 신주를 발행해서 제3자에게 배정했다는 건…….”
“광윤의 지분이 희석된다는 거죠.”
광윤금속은 누가 뭐래도 최씨 가문과 장씨 가문, 두 가문에서 동업하는 회사였다.
실제로 광윤금속을 지배하는 지주사는 장씨 가문의 광윤이었고.
“장씨 가문은 이렇게 무리한 증자를 계속하는 이유를 동업을 깨자는 말로 인식했어요.”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죠. 자신들의 보유 지분을 희석하면서 제삼자를 지명해 신주를 배정한다? 흔하게 있는 백기사를 챙기는 방법이니까요.”
다시 말해, 경영권 분쟁이 있을 때 자신들의 편을 들어줄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둘 다 한 번씩 잘못을 주고받은 거네요.”
물론 광윤금속을 경영하고 있는 최씨 가문은 경영을 자신들이 하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대 주주와 그것도 동업 상대와 협의 없이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그렇게 이번 일로 번지게 된 거예요.”
“장씨 가문은 최씨 가문이 먼저 나서기 전에 선제적으로 움직인 거고요?”
“네. 광윤금속이 먼저 계열분리를 하고 나가겠다고 하기 전에 DK홀딩스를 끌어들여서 경영권을 가져오고 싶은 거예요.”
“현재 광윤금속의 지분 관계는요?”
최씨 가문 우호 지분
최성진 회장 및 일가 – 15.65%
대화임팩트 – 6.88%
대진자동차 – 5.05%
신화화학, 대화그룹, 태산증권, MG – 6.02%
총합: 33.60%
장씨 가문 우호 지분
장경수 광윤 회장 및 일가 – 33.13%
총합 33.13%
도경의 물음에 한다현은 광윤금속의 지분이 정리된 표를 보여주었다.
“며칠 사이에 지분이 좀 달라졌네요?”
미국에 있을 때 지분은 장씨 가문이 32.5%, 최씨 가문이 31.57%였다.
각각 약 1% 이상 지분을 늘린 상황이었다.
“네, 회장들이 지분을 더 확보하고 신고했어요. 겨우 0.47% 차이지만, 실탄은 최씨 가문이 더 많습니다. 아무래도…… 광윤금속이 벌어들이는 돈과 우군들이 빵빵하거든요. 보시면 MG도 우군이에요.”
MG는 미국에 있는 세계적인 투자은행이었다.
최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광윤금속의 지분은 적었지만, 든든한 우군과 안정적인 자금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장씨 가문은 금속의 경영권을 뺏어오기 위해 DK홀딩스를 끌어들이려는 거예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봐도 지금 장 회장 일가는 돈이 부족했다.
“실탄을 대줄 곳이네요.”
“네. 현재로선 유일한 우군이기도 하고요.”
지분 관계를 보고 도경은 촘촘한 우호 지분 차이에 자신이 쥐고 있는 광윤캐피털의 0.98% 지분이 발휘할 힘을 생각했다.
광윤캐피털은 광윤금속의 지분 2%를 들고 있었다.
이 2%가 누구 손을 들어주냐에 따라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었다.
“솔직히 아직 누구 손을 들어줘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양측 다 한 번의 실책들이 있고…… 장점들도 분명하니까요.”
광윤금속을 이끄는 최성진 회장은 광윤금속을 국내 최대, 세계에서 손꼽는 비철금속 제련 회사로 키워낸 능력이 있었다.
반대로, 광윤그룹의 장경수 회장 일가는 경영 능력은 물음표였지만, 그룹을 지배하는 지주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었다.
지분도 최 회장보다 더 많이 들고 있었고.
“양측을 한번 만나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이잉-
도경이 그리 말함과 동시에 한다현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한다현은 두 사람에 양해를 구하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유성인베스트먼츠 한다현입니다. 네, 네. 맞습니다. 10분 후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급하게 전화를 끊은 한다현은 도경을 바라보았다.
“광윤그룹이에요. 장경수 회장이 보스를 뵙길 원하고 있어요.”
유성투자증권에서 자신들이 가진 지분을 유성인베스트먼츠에서 행사한다는 통보가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장 회장 측은 빠르게 도경을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오늘 저녁으로 일정 잡죠.”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놀란 얼굴이었다. 빨라도 너무 빠른 게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서로 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만나보고 싶네요. 피트.”
“네, 보스.”
“한국 정보가 생소하겠지만, 내가 연락처를 몇 개 줄 테니…… 알지?”
“네, 숫자 뒤에 가려진 정보들을 캐내볼게요.”
“좋아. 제시카. 바로 연락해 주세요. 오늘 저녁으로.”
도경의 지시에 두 사람은 맡은 일을 빠르게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