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2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25화(72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25화
“로인파트너스. 한국과 아시아 등지에서 활동 중인 한국의 사모펀드예요. 보스도 아시죠?”
피트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국내에서 규모가 꽤 있는 사모펀드였다.
“광윤금속의 재무제표를 보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어요. 매년 거의 1천억 원이 넘는 돈을 금융투자라는 명목으로 지출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봤구나?”
“네.”
기업이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별로 특이한 일이 아니었다.
보통 사모펀드에서 펀드를 만들면 70%는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돈을 댔고, 20%는 일반법인. 즉, 기업의 돈들이 투자되었다.
나머지 10%는 개인과 기타 등등의 자금들이었다.
“과연 이렇게 현금이 많은 기업은 어디에 투자할까 싶은 개인적인 호기심이기도 해서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기심은 많은 것들을 가져올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이었으니까.
“그런데 4년간 투자된 금융자산 대부분이 앞서 말했던 로인파트너스에 투자되었어요. 여기 명단이에요.”
-로인 코리아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 2019년/ 900억 원
-로인 아비트라이즈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 2020년/ 500억 원
-로인 M&A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 2021년/ 499억 원
-로인 블랙 VIP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 2021년/ 777억 원
-로인 팬아시아……
-로인 USA…….
피트가 건넨 명단에는 4년간 투자한 펀드가 10개가 넘었다.
여기에 투입된 돈만 6,041억 원이나 됐다.
“펀드 자산들은 모두, 로인에서 투자됐어요.”
“로인은 국내에서 그래도 꽤 실력이 있는 곳이니까.”
“그런데 문제는 전부 1호라는 거예요.”
사모펀드는 투자를 할 때 사모투자합자회사를 세웠다.
아무래도 법적으로 투자자들의 책임을 제한하고, 세제 혜택 등 많은 혜택이 있었기 때문이다.
“로인이 실력이 괜찮은 것은 알겠어요.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2~3호 펀드를 출시하면서 노하우가 쌓인 상품들의 이야기예요.”
“이 명단에 있는 펀드들은 어떤데?”
“대부분 성적이 좋지 않아요. 특히 이 중 4개의 펀드는 어마어마한 실패를 해서 손실액이 1,378억 원이고요.”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재미있는 건 로인이 운용하는 10개의 펀드의 운용자산은 6,938억이고요.”
“그렇다는 건 대부분의 돈이 광윤금속의 돈이라는 거네?”
피트는 자신이 이야기를 꺼낸 요지를 도경이 완벽하게 이해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운용자산의 87.04%가 광윤금속의 돈이에요. 이 중 5,400억 원가량은 이사회의 의결 없이 투자했고요.”
이어지는 피트의 말에 도경의 표정은 더더욱 굳어갔다.
“말도 안 돼요, 이건. 5천억 원이 넘는 돈이, 그것도 주식회사가 이사회의 의결 없이 펀드사에 투자한다?”
물론 전결권이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출이 엄격하게 다루어져야 할 상장사에서 경영인의 단독 판단하에 마구잡이로 현금을 써댄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둘 사이에 분명 무언가가 있어요.”
“심각한 건 아닐 거야.”
도경은 그리 말하며 휴대전화를 들어 어디론가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잠시 후 도착한 메시지를 피트에게 보여주었다.
“로인파트너스의 대표와 광윤금속의 최성진 회장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라네.”
“…….”
“뭐, 이런 관계는 피트 네가 더 잘 알 텐데.”
“네, 로인은 부정할 수 없이 광윤금속의 돈을 받아서 성장했어요. 친구 잘 둔 덕에요.”
“다만, 로인은 그렇게 성장했다고 쳐도…… 광윤금속의 최성진 회장은 상대에게 큰 구실을 내줘 버렸는걸.”
이사회 의결 없이 투자된 자금들 대부분이 큰 손실을 보고 있었다.
이는 경영인의 자질을 의심해 볼 수 있는 귀책 사유였다. 법적으로 간다면 배임에 걸릴 수도 있었고.
똑똑-
두 사람이 한참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어주었는데, 양손에 도시락을 든 한다현이 들어왔다.
“두 분 모두 식사 안 했죠? 같이 먹어요.”
“제시카! 안 바빠요?”
“바빠도 밥은 먹어야지.”
한다현은 인도에서 투자받은 자금으로 운영 중인 중소 화장품 회사를 관리 중이었다.
“챙겨줘서 고마워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세 사람이 둘러앉아 밥을 먹으려던 찰나.
지이잉-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요란한 진동 소리가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잠시 양해를 구하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윤도경입니다.”
-윤, 지금 한국이신 걸 알고 있습니다.
수화기 너머 통화의 주인공은 카플란 홀딩스의 조슈아 카플란이었다.
조슈아는 무언가 급한 듯 바로 본론부터 이야기해 왔다.
-윤이 지금 맡은 그 일, 조금 일이 커질 것 같습니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물론입니다. 우리가 어떤 정보들을 취급하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조슈아는 도경이 자신을 도와주면, 그들이 가진 정보를 내어주기로 했다.
“그렇다면, 커질 것 같다는 건 무슨 일이죠?”
-바이너리 캐피탈이 한국으로 들어갈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조슈아의 말에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양측 중 어디 측의 요청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바이너리 캐피털에게 백기사 요청이 왔고, CEO가 극비리에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는 것까지가 들어온 정보입니다.
바이너리 캐피털은 미국, 아니,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헤지펀드였다.
그들이 운용하는 자금만 100조 원 이상이었다.
“조슈아, 정보 감사합니다.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사태를 지켜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도경은 두 사람을 향해 다가갔는데 한다현이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주었다.
「[단독] DK홀딩스, 장경수 광윤회장의 우군으로 광윤그룹 경영권 분쟁에 참여」
「DK홀딩스 “광윤금속 지분 5% 확보 완료, 경영 참여 선언.”」
「DK홀딩스 “광윤금속 경영진의 배임행위 좌시하지 않을 것, 책임 묻겠다.”」
「DK홀딩스 “광윤금속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 실행한다. 목표가 66만 원.”」
화면을 본 도경은 놀란 고개를 끄덕였다. 물밑에서 진행되던 일이 이제 수면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 * *
“우리에게 경영권을 넘긴다는 약속, 지키셔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한편, 광윤그룹 회장실.
광윤 지주사를 이끄는 회장 장경수는 DK홀딩스의 김동규를 만나고 있었다.
조금 전, 공식적으로 발표된 그들의 경영권 분쟁 참전은 시장에 어마어마한 파문을 불러오고 있었다.
“유성인베스트먼츠를 만나셨다고요.”
DK홀딩스의 김동규는 KFSG를 이끄는 강성호와 함께 국내 1세대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대부라 불린다.
KFSG는 대부분 기존 경영진을 갈아치운 후, 주식시장에서 시세차익을 보는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김동규가 이끄는 DK홀딩스는 달랐다.
대부분 비상장사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한 뒤 다른 회사에 팔거나, 혹은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엑시트를 하는 방식이었다.
“네, 그쪽에서는 이미 DK의 참전을 알고 있더군요.”
“그 정도 규모가 되면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하겠죠. 국내에서도 웬만한 곳은 다 알고 있고, 우리의 상대도 이미 알고 대응을 하고 있으니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김동규는 여유가 넘치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66만 원은 너무 강한 것 아닙니까?”
장경수는 걱정이라는 얼굴로 물었다. DK홀딩스가 광윤금속 경영권 분쟁에 참여하며 시장에 공개매수를 신청했다.
공개매수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보다 일정 금액의 프리미엄을 더 붙여서 주식을 사들이는 제도였다.
“현재 주가가 40만 원 선인데요.”
거래되는 주가보다 약 26만 원 비싸게 사들인다고 말했으니, 주주들은 팔거나 혹은 주가가 공개매수 금액에 맞춰지기를 기다려도 되었다.
“어중간한 금액은 공개매수를 하느니만 못합니다. 주주들이 기다려야겠다는 고민을 할 필요도 없이, 지금 팔아도 3~40%의 큰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금액이어야 합니다.”
“……팔까요?”
“글쎄요. 지켜봐야겠지요.”
김동규는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다만, 확실한 건 주주들이 팔든 팔지 않든, 상대는 매우 놀랐을 겁니다. 제아무리 광윤금속이 현금이 많더라도, 자신의 주식은 사들일 수 없으니까요.”
김동규가 높은 금액을 제시한 것은 상대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다.
“우리처럼 백기사를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하하하, 그것도 이미 대비가 끝났습니다.”
“대비요?”
“예, 상대의 백기사를 아예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어야겠죠. 그럼 바로 연타를 때려야겠지요?”
김동규는 장경수를 바라보며 그리 말하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준비된 기사, 바로 터뜨려.”
* * *
“바이너리 캐피털이요?”
“네, 그들이 한국으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물론 아직 결정이 난 건 아니고요. 양측 중 한쪽을 만나서 상의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도경은 조금 전, 조슈아 카플란이 전해준 정보를 두 사람에게 이야기했다.
“판이 더 커지겠는데요?”
“이미 판은 DK가 키웠습니다. 40만 원 초반대 주가에 거래되는 주식을 66만 원에 공개매수를 공모했어요.”
도경은 심각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광윤금속의 최성진 회장 측을 압박함과 동시에 한 가지 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광윤금속은 실탄이 없었다. 정확히는 회사에 현금이 많아도 이번 경영권 분쟁에 사용할 수 없었다.
반대로 DK홀딩스는 탄탄한 전주들이 뒤에 있었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에 사용할 실탄이 넉넉했다.
“무슨 의미죠?”
“우리같이 소수의 지분을 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줄을 잘 서라고 경고하는 거예요.”
“…….”
“주가를 띄워줄 사람이 누구인지, 우리가 나갈 때 함께 같이 나가자는 그런 이야기일 수도 있고요.”
공개매수 선언으로 인해 주가는 자연스레 오를 것이다.
즉, 주가 부양을 해줄 수 있는 곳이 어느 쪽에 있는지 잘 보라는 이야기였다.
“더불어 보험이기도 하겠죠.”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에 하나 경영권 분쟁에서 실패하더라도 주가 부양으로 인한 이익을 보고 나갈 수 있었다.
지이잉-
그때, 한다현의 휴대전화에서 다시 한번 진동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한다현은 도경을 바라보았다.
“광윤금속이에요. 오늘 저녁에 한 번 더 만나자는 연락입니다.”
DK홀딩스의 참전 이후, 마음이 급해진 광윤금속의 회장 최성진은 도경에게 만남을 청해온 것 같았다.
“만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도경은 단호하게 거절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금 만나도 얻는 것은 없을 거예요. 시간을 좀 더 보고 지분 구도가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려 봅시다.”
“네, 알겠습니다.”
도경의 지시에 한다현은 바로 상대에게 답장을 보냈다.
“보스.”
두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자 피트는 기다렸다는 듯 도경을 불렀다.
“왜?”
“DK홀딩스가 추가타를 날렸어요.”
“추가타?”
“네.”
피트는 노트북 화면을 도경에게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광윤금속이 이사회의 승인 없이 펀드에 투자를 했다는 블룸버그의 속보가 떠 있었다.
DK홀딩스에서 뿌린 보도 자료 같았다.
“이게 뭐예요? 이사회의 승인 없이 6천억 원 이상을 한 펀드사에 투자했다고요?”
도경의 지시를 마치고 온 한다현이 화면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두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는데, 도경과 피트는 너무 평온해 보였다.
“두 분은 왜 안 놀라요? 이건 광윤금속의 최성진 회장이 책임져야 할 사안이 될 수도 있어요. 법적으로요.”
“이미 알고 있었거든요.”
“네?”
“DK가 지금 터뜨린 이 정보,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우리에겐 피트가 있잖아요. 조슈아의 정보도 있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 판에서 양쪽의 정보를 가장 빠르게 알고 있는 게 우리입니다. 그리고, 제가 개입한 이상 무조건 이득을 보고 빠지는 결정을 할 거고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할 일 합시다.”
도경과 피트는 그 말 이후 바로 일을 하기 시작했고, 한다현은 신기하다는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