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73화(7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3화
“시작하겠습니다.”
열흘 후, 도경은 자신에게 임무를 내준 권은호를 찾아와 그가 요구한 브리핑을 시작했다.
[D-2,411]도경의 띄운 화면에 의문의 디데이가 뜨자 권은호는 의아하면서도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이 앞에 있는 숫자는 D-day입니다. 그리고 마지노선을 가리키는 숫자기도 합니다.”
도경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며 화면을 넘겼다.
[1.5℃]“화면에 뜬 섭씨 1.5도가 의미하는바 또한 마지노선을 의미합니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회장님께선 아시겠습니까?”
“기후변화 얘기군요.”
물음에 권은호가 가볍게 답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정확하게는 지금 추세로 간다면 산업화 이후 지구 온도가 섭씨 1.5도 상승하는 날이 2,411일 남았다는 얘기입니다.”
화면을 넘긴 도경은 권은호를 바라보며 브리핑을 이어나갔다.
“지구 온도가 섭씨 2도 상승한다면 그때부터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2도 상승 이후 탄소 배출량이 0에 수렴한다고 해도 지구의 온도는 계속 오를 것입니다. 그래서 1.5도 이내로 막기 위해 모두가 노력을 하는 시점입니다.”
‘1.5도 이내’는 최근 지구온난화 해결책으로 불리는 시나리오였다.
지구의 온도가 1.5도 이내로만 상승한다면 큰 피해를 보겠지만, 인류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전략에 실패하고 섭씨 2도가 상승한다면 인류의 미래가 실질적인 위협을 받았다.
투자와 관련된 관점으로 본다면 모든 산업이 ‘1.5도 이내’ 시나리오에 동참하고 있었고, 영향을 받고 있었다.
“이미 유럽 등지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탄소세와 탄소배출권을 도입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탄소세는 상품을 만들며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에 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것을 얘기했다.
탄소배출권은 기업에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상한선을 주고, 이 상한선에 권리를 부여해 사고팔 수 있게 만들었다.
“테슬라가 떠오르는군요.”
권은호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례로 유럽은 휘발유로 움직이는 화석연료 차량은 1㎞당 평균 95g 이하로 탄소 배출량을 제한했다.
세계 유명 자동차 제조사인 피아트 크라이슬러 그룹은 자신들이 1년에 생산해 낸 차량이 평균 123g의 탄소 배출량을 기록하자 수천억 원의 벌금과 규제를 맞을 위기에 놓였다.
그때 피아트는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에서 만들어 판 차량을 자신들의 판매량으로 집계할 수 있는 ‘권리’를 테슬라로부터 사들였다.
전기차는 탄소 배출량이 현저하게 낮으니 피아트는 규제인 95g에 맞출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사실 테슬라의 매출을 보면 대부분이 이 탄소배출권 판매에서 발생하는 매출입니다.”
테슬라는 전기차 매출로만 고려하면, 적자기업이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탄소배출권 판매로 인해 적자를 메꾸고 흑자를 내는 기업이었다.
“이런 강력한 규제를 할 만큼 기후변화는 실질적인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도경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얘기하고는 화면을 넘겼다.
화면에는 한 기업의 로고가 떠올랐다.
[애그로브릿지]“애그로브릿지는 2016년 시작한 스타트업으로 현재 실질적인 수익을 내는 스타트업입니다.”
“처음 들어봅니다.”
“네, 저도 그냥 한 번 듣고 넘길 만큼 일반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들의 이름을 들을 기회가 많이 없습니다. 다만, 그들의 고객 입장에서 애그로브릿지가 끼치는 영향력은 지대합니다.”
잠시 숨을 고른 도경은 권은호를 바라보며 브리핑을 이어나갔다.
“애그로브릿지는 신선식품 거래를 비대면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글로벌 무역 거래 플랫폼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이름도 농산물을 뜻하는 애그로 푸드agro food와 다리를 뜻하는 브릿지bridge를 합친 애그로브릿지로 지으며 그들의 비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권은호는 브리핑이 흥미로운 듯 가만히 집중했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탈리아에서 토마토를 파는 생산자와 이를 사들이는 미국의 도소매 업체 간의 거래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 애그로브릿지입니다.”
“가만히 들어보면 그냥 무역업체가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들이 하는 일은 더 다양합니다.”
도경은 화면에 애그로브릿지의 사업 방식을 띄웠다.
“한국에 있는 구매자가 애그로브릿지 플랫폼에서 바나나를 구매하면, 애그로브릿지는 중간에서 현지 농장에 나가 실사를 한다거나, 공급자의 이력을 검증하고, 더 나아가 상품 포장과 운송, 세관 업무까지 모든 것을 대신해 줍니다.”
즉, 구매자는 그냥 구매 버튼만 누르면 며칠 후 바나나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일전에는 모든 것을 직접 해야 했다면 그 과정이 매우 단축되었다.
“특히 농·축·수산물의 거래는 매우 힘든 분야입니다. 거래 단위가 크고, 거래 대상 국가도 멀기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이 생깁니다.”
“그렇겠죠. 일일이 나가볼 수도 없는 일이니, 중간에서 거래를 대신해 줄 에이전트를 구해야겠죠.”
“회장님의 말씀처럼 에이전트를 고용해 거래해 오면 더더욱 정보의 비대칭이 심해집니다. 실제로 물량이 얼마나 있는지, 올해 작황이 어떤지 등등 모든 것을 구매자는 온전히 에이전트의 말만 들어야 하니까요.”
도경의 말에 권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애그로브릿지는 전 세계 농축수산식품 시장에서 얻은 정보를 데이터화했습니다. 구매자는 애그로브릿지에서 운영하는 플랫폼에 접속하기만 하면 전 세계에서 농수산식품의 모든 정보를 알 수 있죠.”
도경이 애그로브릿지를 혁신기업이라고 권은호에게 소개하는 이유였다.
“이런 편리한 접근성은 당연히 농·축·수산물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기업들의 눈에 먼저 띄게 됩니다.”
“실제로 플랫폼에서 거래가 발생하고 있습니까?”
“네. 애그로브릿지를 이용하는 고객 명단입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화면을 넘겼다.
[월마트, 코스트코, 카르푸…….]세기도 힘든 다국적 대기업들이 애그로브릿지를 이용하고 있었다.
놀라워하고 있는 권은호를 바라보며 도경은 입을 열었다.
“앞서 말씀드렸던 기후변화가 가장 크게 와닿는 곳은 바로 이 농·축·수산물 시장입니다.”
농업은 자연, 즉 기후변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최근 오른 지구의 온도로 인해 미국은 엄청난 가뭄을 겪었습니다. 작년 대비 농산물의 생산이 많게는 40%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올해 세계 경제의 침체를 불러온 것도 원자재와 농산물의 가격 상승이었죠.”
“그렇습니다. 1년에 지구에서 생산되는 식량이 단 10%만 감소해도 농작물의 가격은 두 배 이상 오릅니다. 수급은 점점 더 불안정해질 테고요. 이럴 때일수록 앞서 보셨던 대기업들은 애그로브릿지를 찾게 됩니다.”
도경은 화면을 넘기며 애그로브릿지가 운영 중인 플랫폼을 띄웠다.
“이 거래 플랫폼에서는 데이터화된 전 세계의 농작물의 상황을 쉽게 알 수 있으니까요. 일례로 몇 달 전 기상이변으로 브라질에 폭설이 내리며 커피 작황에 위기가 온 적이 있습니다.”
“그거 때문에 스타벅스의 커피 가격이 올랐죠?”
권은호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직접적인 영향은 아니었지만, 하나의 이유였을 수는 있었으니까.
“당시 폭설로 커피 수급이 불안해지고 전 세계 해상 운임이 상승하자, 브라질 현지에서는 커피의 해운 수출을 줄여 버렸습니다. 그러니 해운으로 물건을 받아야 하는 구매자로서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죠.”
“앞서 말한 정보의 비대칭도 영향이 있겠군요.”
“정확하게 이해하셨습니다. 중간 거래업자를 고용해 거래를 하다 보니 이런 상황도 확실하게 캐치를 하지 못해, 대안도 찾지 못한 상태였죠. 이때 이들은 애그로브릿지를 찾았습니다.”
도경의 말에 권은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그로브릿지는 대안이 될 수 있는 커피를 구해 안전하게 구매자에게 보냈고, 이때부터 이들은 직접 구매보다 애그로브릿지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원래 거래란 그런 것이니까요. 안정적인 수급을 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되죠.”
“네. 애그로브릿지는 이처럼 혁신뿐 아니라 직접적인 사업을 하고 매출을 내고 있습니다.”
도경은 화면을 끄고 권은호를 바라보았다.
“저는 혁신, 아니, 농업혁명을 애그로브릿지가 이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낸 혁신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존의 시스템을 ‘진화’시킨 그들의 혁신은 인류의 먹고사는 문제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혁명이나 다름없다고 도경은 생각했다.
“제가 소개해 드리고 싶은 게임 체인저는 이런 기업입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나라 간 엄청난 무역이 있었지만,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거래의 데이터화를 그들은 해냈고, 실제로 거래 규모가 큰 바이어들은 애그로브릿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도경이 브리핑을 끝내자 권은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인류의 비극인 기후변화 앞에서도 이를 자신들의 무기로 삼아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을 찾아야 합니다. 이 시장에서의 독점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기업은 애그로브릿지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좋네요. 제가 생각하지 못한 방식의 혁신을 윤도경 씨는 내게 소개해 주었습니다.”
권은호는 잠시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 짧은 시간의 브리핑에서 도경은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브리핑을 해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그가 소개한 기업은 혁명을 이끄는 기업처럼 보였다.
설령 결과는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지금은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PB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브리핑이었다.
“좋습니다. 진행해 보죠.”
권은호의 짧은 말에 도경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손을 꽉 쥐었다. 더 좋아하고 싶었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았기 때문이다.
“닷새 후, 미국 출장을 가면 열흘 뒤에 돌아옵니다. 그때까지 가능하겠습니까?”
“해보겠습니다.”
“좋습니다. 좋은 소식과 함께 윤도경 씨가 내게 투자 제안서와 자산관리 서비스 계약서를 들고 오길 기다리겠습니다.”
* * *
‘이제 겨우 하나 했다.’
도경은 브리핑을 마치고 사무실에 복귀해 고민에 빠져 있었다.
고객이 될 권은호의 입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아직 권은호를 자신의 고객으로 만들지는 못한 상태였다.
애그로브릿지를 찾아가 투자계약을 성사하면 최종적으로 권은호를 고객으로 받을 수 있었다.
“보자…….”
도경은 애그로브릿지를 조사한 문서를 보고 있었다.
애그로브릿지는 이미 냄새를 맡은 유수의 투자은행에서 투자받고 있었다.
“시리즈 A, B 모두 SB에서 참여했네.”
일본 대기업인 SB 산하에 있는 투자회사에서 이미 애그로브릿지에 대한 투자를 단행한 상태였다.
금액이 많지는 않았지만, SB는 스타트업 투자계에서는 ‘미다스의 손’이라고 불렸다.
그들이 투자를 단행한 곳들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며 SB는 본업인 통신업에서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고, SB의 회장은 일본의 워런 버핏이라 불렸다.
“시리즈 C를 받을 때가 됐어.”
이미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매출을 내는 애그로브릿지의 입장에서는 최종적인 투자를 받아 기업의 몸집을 불리려고 하는 타이밍이었다.
무언가 생각이 정리된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다현의 자리로 향했다.
똑똑-
도경은 작게 한다현의 자리에 있는 칸막이를 두드렸다.
“어, 도경 씨.”
“잠시, 얘기 좀 할까요?”
“네. 그래요.”
“휴게실에서 뵐게요.”
도경은 그렇게 말하고는 사무실을 나섰고, 한다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도경을 따라나섰다.
“커피 드실래요?”
“저는 제로 콜라로요.”
휴게실로 들어온 한다현이 그리 주문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음료수를 두 개 꺼내 자리에 앉은 한다현을 향해 다가갔다.
“이거 한번 읽어보실래요?”
도경은 음료수와 함께 들고 있던 서류를 건넸는데 한다현은 도경이 건넨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
“새로운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데 이 고객께서는 스타트업으로의 투자를 원하고 계십니다.”
서류를 읽어 내려가던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요즘 그런 고객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다현 씨는 아직 투자해 보신 경험은 없으시죠?”
“네, 관심만 있지…… 그래서 이런 고객을 유치한 도경 씨가 부럽네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잠시 고민하다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다현 씨,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쪽으로는 다현 씨보다 부족합니다. 아는 게 전혀 없어요.”
“…….”
“그래서 사실 다현 씨에게 도움을 달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도움을 받으면 결국엔 제 성과가 되잖아요. 다현 씨에게는 아무런 보상이 없다는 점이…….”
“왜 보상이 없어요?”
“네?”
“실제로 스타트업으로 고객의 돈을 투자해 본다는 경험이 제게 생기잖아요. 그런데 리스크는 모두 도경 씨 몫이죠. 도경 씨의 고객이니까요.”
한다현은 도경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리스크는 모두 다른 사람이 지는데 그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거 자체가 큰 보상 아닌가요? 그리고 유능한 동료에게 호의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보상이고요.”
한다현의 말에는 많은 것들이 들어 있었다.
그중에 하나는 도경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도 담겨 있었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를 좀 도와주시겠어요?”
“그럼요. 오히려 저를 빼고 하셨다면 더 서운했을지도 몰라요.”
“고맙…….”
“감사 인사는 일을 끝내고 받을게요. 말로 때울 생각은 아니겠죠?”
“당연하죠.”
“그러면 여기 좀 봐요.”
한다현은 도경이 건넨 서류의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고, 두 사람은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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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