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3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31화(73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31화
“이게 어디 올라와 있다고?”
DK홀딩스의 대표 김동규는 비서가 들고 온 태블릿 PC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물었다.
“거의 모든 주식 커뮤니티에 올라왔고, 주식 커뮤니티를 떠나 대형 커뮤니티에 올라와 여러 파장을 낳고…….”
“아니, 이 글이 처음 올라온 곳이 어디냐고.”
“그게…… 윤도경 대표가 PB 시절 고객들을 관리하던 단체 대화방이 있다고 합니다. 그곳에 올린 건데, 대화방 멤버들이 퍼다 나른 것 같습니다.”
비서의 보고에 김동규는 애꿎은 턱을 매만지며 글을 다시 바라보았다.
시종일관 시니컬하면서도, 한 줄, 한 줄 문제를 푹푹 찔러오는 글이었다.
솔직히 시장에서 온갖 못 볼 꼴들을 보며 구른 자신 또한 이 글을 빨려 들어가듯 읽었는데, 일반인들이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짐작이 갔다.
“확실히 프레젠테이션을 잘한다고 하더니, 어떻게 해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지 아는 사람이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지금 광윤금속의 경영권 분쟁에서 여러 여론전이 오갔지만, 그 여론전들을 한 번에 헛수고로 만드는 글이었다.
“여론은 어때?”
“…….”
김동규의 물음에 비서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보나 마나 뻔하겠지. 우리나 최 회장 쪽이나 완전 쓰레기가 되어 있겠지.”
“……그렇습니다.”
“이 글 하나로 분위기를 이렇게 반전시키다니. 난놈은 난놈이라 이건가.”
김동규는 다시 한번 글을 읽고는 태블릿 PC를 내려놓았다.
“그래서 윤도경이 참전한다는 거지?”
“윤도경뿐만 아니라, 소액주주 운동 움직임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떡하나, 너무 늦은 것 같은데.”
김동규는 좋은 글을 썼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소액주주 운동까지 일어나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다.
“오늘 자, 광윤금속의 주가가 얼마야?”
“71만 8천 원입니다.”
DK홀딩스가 최초에 제안했던 공개매수가가 66만 원이었다.
지금은 78만 원까지 올린 상황이었고.
그 매수 가격이 무안해지도록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주가도 너무 올랐고, 시장에 풀린 지분 자체가 너무 적어. 윤 대표가 이번엔 너무 늦었네.”
조금만 더 빠르게 들어왔다면, 위협적이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윤도경은 신경 안 써도 될 것 같고…… 최성진 쪽 움직임은 어때?”
“바이너리 캐피털이 백기사로 참여했습니다.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할 것 같습니다.”
“상대의 실탄은?”
“4천억 원쯤 넘는다고 합니다.”
비서의 보고에 김동규는 책상 위에 올려둔 손가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마치 주판알을 튕기는 모습 같았다.
“보자…… 실탄이 너무 적은 거 아닌가?”
“최 성진 회장 측에서 내준 게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너무 많은 아군을 끌어들이고 있어. 그들에게 하나씩 줘야 하는데, 줄 게 그리 많지 않지.”
최성진이 지켜야 할 것은 경영권이었다.
경영권은 이쪽이 뺏어야 할 것이었고.
장경수 회장의 입장에서 광윤금속의 경영권은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니었으니, 광윤그룹에 소속되어 있을 거라는 약속만 해준다면, 누구에게 주더라도 상관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성진은 경영권을 우군에서 내어줄 수 없었다.
“결국 줄 수 있는 건, 고금리의 이자밖에 없겠지. 그게 지금 최성진이 패배할 수밖에 없는 이유고.”
너무 많은 실탄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바이너리 캐피털도 모자라 한성증권의 고금리 사채, 더불어 다른 대기업 우군들까지…….
“윤도경이든 최성진이든 너무 신경 안 써도 되겠다. 우리가 할 거나 하자고, TF 애들 들어오라고 해. 공개매수가 실패했을 때 대안을 짜야 하니까.”
“네, 알겠습니다.”
비서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방을 나가자 김동규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 * *
“반향이 엄청나네요. 솔직히 한국어를 읽을 수 있었다면, 종일 커뮤니티에서 댓글 반응만 확인했을 거예요.”
한편, 도경은 피트의 말에 피식 웃었다.
“이 글이 번역되어서 레딧에도 올라가 있다니까요? 한국 시장에 투자해 본 외국인들도 느끼는 문제점이에요.”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내가 지시한 건?”
기실, 도경은 며칠 전 모두에게 할 일을 맡기며 피트와 그의 팀원에게는 다른 일을 하나 시켜두었다.
며칠 사무실에만 틀어박혀 일하더니, 오늘 오랜만에 멀끔한 얼굴로 자신을 찾아온 피트였다.
아마도 시킨 일이 끝난 듯했다.
“어, 지금쯤 보스의 메일에 도착할 때가 되었네요.”
띠링-
피트의 말과 동시에 컴퓨터에서는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울렸다.
“예약 발송 해놨어?”
“네, 오랜만에 보스를 뵙는데 이야기를 좀 해야죠. 이런 글도 올리셨고 말이에요.”
괴짜 같은 피트의 모습에 도경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고는, 피트가 보낸 메일에 담긴 첨부 파일을 열었다.
“보시면서 제가 하는 말 들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보스가 광윤금속 공시에서 봤던 미국 투자 건의 자금이 어디로 간 건지 행방이 묘연했어요.”
며칠 전, 도경은 피트에게 광윤금속이 미국에 투자한다고 했던 금액이 어디로 향했는지 찾아보라는 지시를 했다.
그저 미국에 투자한 금액과 투자 회사의 이름만 적혀 있었는데, 피트는 자신만의 미국 내 네트워크로 찾아낼 능력을 갖춘 사람이었다.
“광윤금속이 에버코어를 통해 집행한 1억 5천만 달러, 그러니까 한국 돈으로 2천억 원쯤 되는 금액의 행방을 따라가다가 너무 놀랐어요.”
“계속 말해봐.”
“그중 20%는 나인 퍼블릭 어페어스에 집행된 것으로 보여요.”
“나인 퍼블릭 어페어스? 내가 아는 그 NPA?”
“그렇습니다.”
미국에 있다 보면 흔히 들어보는 이름이다. 유성인베스트에도 몇 번은 접근해 왔었는데, 당장 그들이 필요하지 않아 거절한 로비 업체였다.
“광윤금속에 3천만 달러 이상을 써가면서 미국에 로비를 해야 할 일이 뭐가 있지?”
미국은 로비의 나라였다.
공식적으로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의회에 로비를 할 수 있었고, 그를 대리하는 로비스트들이 있는 나라.
NPA는 그중에서도 단연 손에 꼽는 실력을 갖춘 로비 업체였다.
“IRA요.”
도경은 순간 머리에 스쳐 지나가는 법이 있었다. 바로 인플레 감축법안이라 불리는 IRA였다.
“광윤금속은 보스도 아시다시피 아연뿐만 아니라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도 취급해요. 그래서 미국 내에 IRA 때문에 규제가 심해질 것 같으니 로비를 한 거죠. 당시 대화그룹과 손을 잡기도 했고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옳은 방향으로 돈을 쓴 거네.”
자신들에게 겨눠진 규제의 칼을 피하기 위해 쓴 돈이었다. 탓할 수 없었다.
“나머지 75%는?”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IRA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 애틀랜타에 1억 달러 이상 투자해서 제련소를 만든다는 계획이 있었어요.”
“그렇지. 내가 처음 이상하게 생각하고 너에게 알아보라 했던 것도 그거니까.”
분명 미국에 투자를 한다고 회사 자본 2천억 원 이상이 빠져나갔는데, 성과는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피트에게 지시한 것이다.
“나머지 75%는 광윤금속의 미국 자회사 에버루나를 통해서 다른 곳에 집행된 것 같아요.”
“에버루나? 폐기물 업체?”
“네.”
광윤금속은 미국에 자회사를 가지고 있었다. 미국 내에 전자제품 폐기물을 처리하는 업체였는데, 인수 이후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에버루나의 연결재무제표를 보면 75%의 해당하는 금액이 들어왔다가 서서히 빠져나간 기록이 있거든요.”
도경은 피트가 보낸 자료를 넘겼다.
3년간에 걸친 광윤금속의 연결재무제표가 떠 있었다.
“그렇네. 2021년에 공교롭게도 에버루나에 75%에 해당하는 금액이 차입되었네.”
연결재무제표는 모기업과 자회사의 재무 상태와 경영 성과를 하나의 기업처럼 종합해 나타낸 재무제표였다.
비상장 자회사도 대부분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재무 상황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돈이 점점 줄어들고요.”
미주 투자금이라는 명목하에 들어온 돈이었다. 재무제표상으로는 따로 표기되어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금액은 줄어갔다.
“어디에 투자된 것인지는 명시하지 않았어요. 로비 업체에 나간 돈도 명시했는데 말이에요.”
“구린내가 난다는 이야기네.”
“네, 솔직히 지금 마음으로는 자본을 빼돌린 게 아닌가 싶은데. 물증이 없으니 말은 못 하겠네요.”
피트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이미 말해놓고.”
똑똑-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을 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한다현이 방으로 들어섰다.
“보스, 거래소에 광윤기계 지분 대량 보유 신고 준비를 마쳤습니다. 내일 점심시간에 공시가 될 겁니다.”
“점심시간이요.”
“네. 아마 놀랄 거예요. 사흘 만에 우리가 9% 이상을 매집했으니까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피트를 바라보았다.
“피트, 이거 조슈아 카플란의 명함이야.”
도경은 명함 하나를 건넸다.
“내가 조슈아에게 연락을 해둘 테니, 그의 도움을 얻어서 이 자금이 향한 방향을 찾아.”
“네, 알겠습니다.”
피트는 그렇게 답하고는 사무실을 나갔다.
“다현 씨.”
“네.”
“이제 메인에 나서야 할 것 같네요. 투자설명회 열겠습니다.”
“판을 더 키우시겠다는 거네요.”
“네. 많은 애초에 저희와 KFSG만으로는 부족한 싸움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국민연금의 움직임을 차단하셨죠?”
한다현의 물음에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아보는 사람은 한다현뿐이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아셨네요.”
“그럼요. 그 글을 읽으면서 마지막에 국민연금 이야기가 나와서 왜 우리에게도 파트너인데, 이 이야기를 꺼내셨을까 의도를 생각해 봤거든요. 국민연금이 가진 광윤금속의 지분 7%를 묶어두려고 그러셨다고 생각했어요.”
기실, 도경이 그 장문의 글을 쓴 이유는 세 가지였다.
하나는 최씨 가문과 장씨 가문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서였고, 다른 하나는 국내에만 존재하는,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경영권 구조에 대한 이야기.
나머지 하나는, 국민연금이 양쪽 누구의 손도 들어줄 수 없도록 하는 것.
“국민연금은 누가 뭐래도 정치적인 집단이니까요. 여론의 움직임이 있으면 주주총회에서 함부로 나서지 못하겠죠. 역시 보스는 대단하세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걸 알아본 다현 씨도 대단하고요. 어쨌거나, 광윤금속 지분 2%를 사들일 투자자들을 모아야겠어요.”
“어디에 초대장을 보낼까요?”
“유성그룹 회장실에 하나 보내주세요.”
“네?”
“아무래도 그룹의 도움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 태산증권 대표실로도 하나 보내주시고요.”
“두 장이 다 인가요?”
한다현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투자 설명회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았지만, 이 판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은 그 둘이 전부였다.
“네, 오랜만에 회장님과 탁인우 대표를 좀 만나야겠습니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고, 한다현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방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