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3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32화(73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32화
“나는 이제 윤 대표, 네가 전화 오면 얼마를 준비해야 하나 걱정이야.”
다음 날, 서울 모처에 있는 호텔 레스토랑.
따로 준비된 방 안에서 도경은 태산증권의 대표 탁인우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에도 돈이 필요해서 연락했지?”
“송구스럽습니다.”
도경의 말에 탁인우는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농담인 거 알면서 그렇게 진지하게 사과를 해오면 내가 무안하잖아. 내가 돈을 빌려준 것도 아니고 투자해서 우리도 큰 이득을 보고 있는데 말이야.”
그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나저나 이번엔 판을 말도 안 되게 키웠던데, 국민연금은 왜 저격한 거야?”
“저격까지는 아닙니다.”
“글쎄, 그건 NPS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차이겠지만 분명 기분 나빠 하고는 있을 거야.”
“그렇다면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도경의 말에 탁인우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제 NPS의 도움은 필요 없다 이거야?”
“그런 건 아닙니다. NPS는 세계적으로 봐도 큰손이니까요. 하지만,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한 이유로 그들이 우리에게 투자를 끊는다면 감당해야겠죠.”
“이야, 진짜. 노는 물이 커지면 사람이 바뀌는구나.”
똑똑-
한참 탁인우와 신변잡기식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방으로 들어왔다.
도경과 탁인우는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방으로 들어온 사람은 유성그룹의 회장 한태오였는데,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인 두 사람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두 사람 다 반가워. 특히 탁 대표. 얼마 만이야?”
“일전에 신화그룹 행사 때 한 번 뵈었습니다.”
“생각보다 얼마 안 됐네.”
탁인우와 악수를 나눈 한태오는 도경의 앞에 섰다.
“우리 집 나간 자식도 오랜만이구먼.”
“회장님, 연락을 자주 못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자신의 죄는 잘 아는구먼.”
그리 말하며 도경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도경은 한태오의 손을 맞잡았다.
“자, 앉아서 이야기 마저 하자고.”
한태오가 그리 말하고 자리에 앉자 두 사람도 자리에 앉았다.
“그래, 오늘 윤 대표가 밥을 산다고 해서 나오긴 했는데, 나나 탁인우 대표나 어디 가서 밥 얻어먹을 처지는 아니지 않나?”
“하하하, 그렇습니다. 밥을 얻어먹어도 되겠다 싶을 만큼 제 마음을 움직인 사람도 없고요.”
“그렇지. 그냥 밥값을 내가 내고 부탁을 안 들어주고 말지.”
한태오는 그리 말하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자, 그럼 우리가 밥을 얻어먹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봄세. 그거 듣고 메뉴를 결정해야 하니까.”
한태오와 탁인우. 두 사람의 눈빛이 동시에 자신에게로 향하자 도경은 입을 열었다.
“식사 자리라 따로 자료는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미흡할 수 있습니다만,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도경은 잠시 심호흡하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광윤금속의 자회사 중 하나인 광윤기계를 아실 겁니다.”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광윤기계는 광윤금속뿐만 아니라, 여러 소규모 제철소와 제련소에 소재,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였다.
많은 돈을 벌지는 못했어도 확실한 파이프라인이 있었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도 상장할 수 있었다.
“최근 석 달간 평균 주가가 9천 원 후반대였습니다만, 근 사흘 만에 주가가 1만 5천 원대로 치솟았습니다.”
“광윤기계가?”
“네.”
도경의 말에 탁인우는 휴대전화를 꺼내 광윤기계의 주가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한태오에게도 자료를 보여주었다.
“내가 본다고 뭘 아나? 크게 잃고 나서는 주식에 손 뗐어.”
“여기 보시면 사흘 전부터 거래량이 튀었습니다. 기계의 거래량이 왜 튀는 거지?”
한태오에게 설명하던 탁인우는 도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광윤기계에 광윤금속의 지분 3% 정도가 잠들어 있습니다. 광윤기계의 대주주는 최성진 회장 일가입니다. 25.45%를 들고 있고요. 2대 주주는 21.39%를 들고 있는 장경수 회장 및 일가입니다.”
“거기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거야? 다들 정력도 좋아. 광윤금속에 실탄 쏟아부어도 아까운데, 그 3% 때문에 다른 곳에도 돈을 쏟아붓고 말이야.”
“아뇨. 제가 샀습니다.”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동시에 놀란 듯한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나오기 전 최종 확보한 지분은 13.27%”
“뭐?”
“나흘 만에 확보했고, 아마 오늘 지금쯤 5%룰 지켜서 공시되었을 겁니다.”
5%룰은 지분을 5% 이상 대량 보유한 투자자가 5일 이내에 공시를 해야 하는 것을 말했다.
“나, 나흘 만에 13%를 주웠다고?”
“네.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오른 것도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저희가 끌어올린 겁니다.”
“잠시만…….”
탁인우는 순간 머릿속으로 지분을 계산해 나갔다.
광윤기계
최성진 회장 및 우호 지분 25.45%
장경수 회장 및 우호 지분 21.39%
유성인베스트먼츠 13.27%
“3대 주주가 된 거야?”
“네.”
“자금은?”
“100% 저희가 출자한 펀드의 자금을 이용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다시 한번 놀랐다.
언뜻 봐도 1천억 원 이상이 투입됐을 건데, 도경은 그만큼의 돈을 나흘 만에 태울 수 있는 실탄이 있다는 소리였다.
“저희 유성인베스트먼츠는 아직 20% 이상 더 지분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잠시만, 벌써 50%가 넘는 지분이 제 주인을 찾았어. 그러면 주가는 2~3만 원대로 오를 텐데? 아니, 못해도 5만 원은 갈 거야.”
“저희가 계속해서 시장에서 끌어모았을 때의 이야기겠죠.”
“그럼 다른 방법이 있어?”
“공개 매수를 할까 합니다.”
도경의 말에 탁인우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진진했다.
“공개 매수가는 35,000원, 목표 지분은 20%.”
“그럼 지금까지 모은 것과 합치면…….”
“33.27%가 되겠네요.”
유성인베스트먼츠가 광윤기계의 대주주로 오르기에 충분한 금액이었다.
“그럼 그 실탄을 지금 나와 한태오 회장님께 달라고 부른 거야?”
탁인우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그 자금은 저희도 충분합니다.”
“유성이 가진 자금은 얼마야?”
네 패를 확실하게 보이라는 한태오의 물음이었다.
“지금 투입할 돈은 3천억 원입니다. 만에 하나 더 필요하다면, 국내 어카운트에 예치해 둔 회사의 자기자본 5천억 원도 끌어올 수 있습니다.”
“…….”
두 사람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누군가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도 8천억 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유성인베스트먼츠 혼자서.
휘익-
탁인우는 휘파람을 불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실탄이 두둑한데 나와 한태오 회장을 왜 보자고 한 거야? 광윤기계에 있는 금속 지분 3%를 먹어서, 결국 할 거라곤 비토뿐이지 않나?”
장씨와 최씨, 어느 한쪽도 확실하게 승리할 수 없도록 만들 수 있는 지분으로는 충분했지만, 그 이상을 가기엔 힘든 지분이었다.
“글쎄요. 저는 그 이상이 눈앞에 그려지는 중이라…….”
“뭐?”
“두 분께 한 가지 기회를 드리고자 합니다.”
“기회?”
“네, 매년 10조 원 이상 벌어들이는 기업의 대주주 컨소시엄에 참여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처음, 기회를 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 탁인우와 한태오. 두 사람은 솔직히 도경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회라니? 자신들에게 부탁을 하러 온 사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 *
“광윤기계?”
“네, 방금 공시되었습니다. 유성인베스트먼츠가 13.27%를 확보했고, 투자 목적은 경영 참여입니다.”
DK홀딩스의 김동규는 부하 직원의 보고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13.27%를 확보했다고?”
“네, 그렇습니다.”
“그럼 5%룰 어긴 거 아냐? 13%를 확보하는 동안…….”
“그게…… 나흘 만에 확보한 겁니다.”
이어지는 부하 직원의 말에 김동규는 미간을 찌푸렸다.
“최근 광윤기계의 주가가 오른다고 했더니, 이거 때문이었나?”
“아무래도 상대방인 최성진 회장 측이 지분을 늘린 거라면 1% 때마다 보고를 해야 하니, 아닐 거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도 아니었고요.”
“그렇지. 우리는 그저 그쪽에도 불똥이 튈 거라 예측한 개인들이 사들이는 줄 알았지.”
띠링-
김동규가 잔뜩 미간을 찌푸리며 보고를 듣던 와중, 부하 직원의 휴대전화에서 알림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직원은 다급한 얼굴로 김동규를 바라보았다.
“한 번 더 공시가 떴습니다. 유성인베스트먼츠가 확보한 지분이 14%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5% 공시 룰은 최초 신고 시 5일 이내에 보고해야 했고, 그 이후로는 지분이 1% 늘거나 줄 때마다 공시를 해야 했다.
“그렇다면, 지금도 계속 줍고 있다는 거 아냐?”
“그렇습니다. 대응을…….”
“아니, 우리는 대응 안 한다.”
김동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차피, 광윤기계에 있는 금속 지분은 겨우 3%고, 우리가 대주주도 아니야. 오히려 지금 유성인베스트먼츠는 우리를 도와주고 있는 거라고.”
김동규는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걸 겨우 참았다.
애초에 광윤기계가 들고 있는 3% 지분까지 상대편인 최성진 측의 지분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오히려 다급한 건 상대일 거야. 금속에 투자해도 모자랄 돈을 기계 경영권을 지키는 데 써야 하니까.”
계속해서 광윤금속 최성진 회장의 편에 늘어나는 우군을 보며 가슴을 졸이고 있는 타이밍에, 이쪽에도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훌륭한 우군이 생겼다.
도경이 처음 글을 썼을 때만 해도, 금속을 노리고 들어올 줄 알았더니 그의 목적은 기계에 있었다.
“우리도 마지막 실탄을 써야 할 것 같네. 바로 밀어붙이자고.”
“준비하겠습니다.”
부하 직원이 인사를 하고 나가자 김동규는 감추어뒀던 미소를 보였다.
“윤도경, 그냥 얌전히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는 거지? 어쨌거나, 그 선택이 큰 도움이 되었어.”
김동규는 그리 혼잣말하고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 * *
“DK홀딩스가 공개매수가를 한 번 더 상승시켰어요.”
“목표가는?”
“86만 원입니다.”
그날 오후, 사무실로 돌아온 도경은 한다현, 스테판, 피트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지금 광윤금속의 주가가 얼마지?”
“74만 원입니다.”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최소 매수 조건을 삭제했어요.”
공개매수는 최소 매수 조건을 달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지분이 6% 이상 모일 시에만 사들인다는 것과 같은 조건 말이다.
최소 매수 조건인 지분 6%가 안 모인다면 공개매수를 철회할 수 있었고, 공개매수가 실패하더라도 공개매수를 요청한 쪽이 잃는 것은 없었다.
사지 않으면 그만이었으니까.
“예상했어. 최소 매수 조건을 삭제했다는 건 끝까지 가겠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DK홀딩스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삭제하면서까지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DK홀딩스의 입장에서는 유성인베스트먼츠가 광윤기계의 지분을 노려주며, 광윤금속에만 신경 써도 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최성진 회장 측은 별안간 광윤기계까지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으니까.
“목표를 바꿀까 합니다.”
“목표를요?”
“일단 이 판에서 DK홀딩스가 빠지도록 만들어야겠죠. 최소 매수 조건을 삭제했으니, 모인 물량을 모두 사들여야 할 겁니다. DK는요. 그들이 사들인 지분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면 그들은 빠질 수밖에 없을 거고요. 그 상황을 만들까 합니다.”
도경의 말에 자리에 있는 모두가 놀랐다.
도경은 그저 어느 한쪽이 완벽한 승리를 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생각이 변한 것 같았다.
도경은 광윤금속의 경영권을 가져오려는 속셈이었다.
“제시카.”
“네, 보스.”
“광윤기계 공개매수 신청하겠습니다. 공개매수가는 3만 5천 원, 목표 지분은 20%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한다현이 그리 말하고 빠르게 움직이자 도경은 스테판을 바라보았다.
“스테판.”
“네, 보스.”
“광윤기계의 경영권 확실하게 확보해. 그리고 어카운트로 5천억 원이 투입될 거야. 우리도 우군이 생겼거든.”
“…….”
스테판은 정말이지 눈앞에 앉은 자신의 보스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무슨 산타클로스도 아니고, 어디에 다녀올 때마다 어마어마한 것들을 들고 왔다.
“광윤금속의 지분 확보 시작해.”
“목표는요?”
“공개매수에 필요한 돈을 빼고는 전액 투자한다. 목표는 우리가 가진 실탄을 다 쓸 때까지. 마이애미에도 연락해 뒀어. 곧 우리 PI(자기자본)가 어카운트로 올 거야.”
도경의 목표는 어느새 광윤금속과 광윤그룹 두 가문의 견제가 아닌, 광윤금속을 가져오겠다는 것으로 변해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스테판도 재빠르게 움직였고, 도경은 피트를 바라보았다.
“여론전도 중요해.”
“네, 말씀하신 거 조슈아와 함께 하고 있어요. 일주일 안에 결과물 가지고 올게요.”
“좋아.”
피트도 방을 나서자 도경은 휴대전화를 들어 올렸다.
이젠 자신이 할 일만 남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