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3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33화(73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33화
“뭐라고?”
광윤금속 회장실.
최근 전쟁을 치르느라 집에 들어가는 날이 적을 정도로 회사에서 지내는 날이 대부분인 최성진은 부하 직원의 보고에 화들짝 놀랐다.
“유성인베스트먼츠가 광윤기계 지분을 13.27%를 보유했다고 공시했습니다.”
“다들 유성인베스트먼츠가 10% 이상 확보하는데 뭐 했어!”
“……죄송합니다. 일전에 보고드렸듯 개인투자자들이 사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매각 주체 대부분이 기관이다 보니, 유성인베스트먼츠의 매수세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물량을 뱉어내는 것도 기관이었고, 사들인 것도 유성인베스트먼츠와 같은 기관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매도 매수세가 교묘하게 겹쳐 파악하기 힘들었다.
“의도했겠군요.”
그때, 방 한쪽에 앉아서 차를 마시던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미스터 윤이라면, 그 정도는 의도했겠지요. 그러니 걸리지 않고 13% 이상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고.”
“그, 그게 말이 됩니까?”
“일전에도 한국에서 행동주의를 표방한 프로젝트를 꽤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윤도경이라면 기업을 공격하는 데에는 노하우가 있을 겁니다. 그러니 회장님도 그만 화내시고 앉으시지요.”
남자의 평온한 표정과 말투에 최성진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자리에 앉았다.
“죄송합니다. 며칠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지내다 보니 피곤이 쌓여서…… 귀한 분을 앞에 모셔놓고 화를 냈습니다.”
최성진의 말에 남자의 시선은 방 한편에 있는 간이침대로 향했다.
최성진은 나름 사활을 걸고 열심히 해나가고 있었다.
“죄송하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자, 그럼 상대가 선택과 집중을 요구해 왔으니, 우리도 대응책을 이야기해 보아야겠습니다.”
“선택과 집중이라니요?”
“광윤기계에도 우리의 자금을 투입할 것인지, 광윤기계를 무시하고 광윤금속에 집중할 것인지 말입니다.”
“토마스…….”
광윤금속의 대표 최성진이 토마스라 부른 사람은 바이너리 캐피털의 CEO 토마스 윌슨이었다.
헤지펀드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바이너리 캐피털을 이끌고 있음에도, 외부와 접촉을 잘하지 않은 토마스를 두고 업계에서는 ‘은둔의 투자가’라 칭했다.
“광윤기계가 가진 광윤금속의 지분은 3%. 유성인베스트먼츠가 경영권을 공격해 온 이상, 그곳을 지키려면 상당히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겠지요.”
광윤금속의 입장에서는 벅찬 일이었다.
회장의 개인 자산은 이미 거의 모든 금액이 광윤금속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에 투입되어 있었고, 회사 이름으로 한성증권에 회사채를 발행하며 빌린 돈으로는 자사주를 매입해야 했다.
이 돈으로 광윤기계의 주식을 사들인다는 발표를 했다가는 법적인 책임이 이전과는 다를 것이기 때문이었다.
“윤도경은 빠질 생각이 없었습니다. 여론을 뒤흔들고, 광윤금속을 공격할 것처럼 이야기하다 광윤기계를 때려왔습니다.”
“…….”
“그건 초이나 나에게 강요하는 것이죠. 광윤기계를 지키려다 금속을 전부 잃을 수 있다고요.”
“DK와 장 회장의 손을 잡은 게 아닐까요?”
최성진의 물음에 토마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랬다면 DK홀딩스는 공개매수가를 올릴 이유가 없었겠죠. 가만히 있어도 3%의 주식을 가져올 테니까.”
“…….”
“DK홀딩스에서도 신경 쓰이는 겁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에서 광윤기계가 보유한 금속 지분 3%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그러니 더 많은 지분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겠지요.”
토마스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던 최성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자신의 생각이 맞았겠지만, 돌아가는 판을 보았을 때는 토마스의 의견이 타당해 보였다.
“유성인베스트먼츠는 일단 DK홀딩스와 우리를 광윤금속에 묶어두려는 겁니다.”
“3%의 지분을 가진 기계를 장악하기 위함이겠죠.”
“그렇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선택을 해야 하고요.”
“……바이너리 캐피털의 자금을 투입하는 건 어떻습니까?”
바이너리 캐피털은 경영권 분쟁이 끝난 이후 최성진 회장에게 지분 증자를 약속받고 백기사로 참여했다.
“하하하, 초이.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는 CEO 자리에서 쫓겨날 겁니다. 우리 이사회가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바이너리 캐피털이 준비한 자금은 4천억 원.
광윤기계 경영권을 지키기엔 충분하고 넘치는 자금이었지만, 그들은 기계에 돈을 쓸 생각이 없었다.
“광윤금속의 경우야 우리의 돈이 투입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회수할 수 있지만, 기계는 불가능합니다. 단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이익을 포기할 수는 없지요.”
이유는 간단했다. 광윤기계 또한 돈을 버는 기업이었지만, 그를 회수하는 데에는 금속보다 오래 걸릴 것이다.
바이너리는 그렇게 오래 광윤기계에 투자할 생각이 없었다.
똑똑-
한참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비서가 방으로 들어섰다.
비서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물들어 있었는데, 최성진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회, 회장님. 유성인베스트먼츠에서 광윤기계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를 신청했습니다.”
“뭐라고?”
“목표 지분은 20%에 해당하는 주식이고, 공개매수가는 3만 5천 원입니다.”
광윤기계의 오늘 주가는 17,000원대였다.
9천원 후반대에서 놀던 주식이 두 배 이상으로 올랐음에도 유성인베스트먼츠는 그 주가의 두 배를 더 제시했다.
“저런, 상대가 아주 강력하게 들어오는군요. 하긴, 지금 상황에서 광윤금속의 지분 3%를 모으는 것치고는 싼 가격이지요.”
분명 광윤금속 주식을 직접 사는 것보다는 싸게 먹히는 느낌이었다.
다만, 최성진은 현재 돈이 없었다.
바이너리 캐피털의 돈과 광윤금속의 돈으로 기계를 방어할 수 없었다.
토마스트의 말대로 상대는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광윤금속이 가진 돈 1조 원과 우리가 투입할 돈 4천억 원이면, 이번 DK홀딩스의 공격을 막을 수도 있고, 지분도 상당량 확보할 수 있겠지요. 다만, 여기서 새로운 자금을 투입한다든가, 법적인 책임을 감수하고 기계에 자금을 투입하는 순간.”
토마스는 굳은 얼굴로 최성진을 바라보았다.
“우리의 승률은 줄어듭니다.”
사실, 선택과 집중을 상대가 요구해 왔다고 말했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상대가 조용히 광윤기계의 지분 10% 이상을 확보한 순간, 이미 이들의 움직임은 제한당했다.
“정말이지, 미스터 윤은 영악한 사람이군요. 자, 초이 답을 내려주시지요.”
“…….”
고민하던 최성진은 이내 결정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광윤금속에 집중하겠습니다. 광윤기계의 지분 3%보다, 토마스의 말대로 1조 4천억 원으로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이 더 많으니까요.”
“하하하, 현명한 선택입니다.”
토마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최성진은 결연한 얼굴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 *
「광윤금속,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발표」
「광윤금속 “1조 원 투입해 자사주 매입하겠다.”」
「광윤금속 “경영권 분쟁과 별개로 주주가치제고 위해 1조 원 상당의 자사주를 시장에서 매수한 이후, 전량 소각 예정”」
「업계 “누가 보더라도, DK홀딩스의 공개매수에 대항한 것. 다만, 진짜로 소각한다면 배임 성립하지 않을 듯.”」
한편, 도경은 사무실에 앉아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광윤금속에서 발표한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에 대한 기사였는데, 꽤 심각한 얼굴이었다.
“최성진 옆에 누가 붙어 있을까? 바이너리 캐피털인가?”
광윤금속의 대응이 갑자기 세련된 방식으로 바뀌었다.
“대응이 너무 좋아.”
단순 회사의 돈을 이용해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하면 법적으로 걸릴 일이 많았다.
하지만, 매입 후 전량 소각.
즉, 회사가 보유한 지분을 없애면 주주가 가진 지분 가치는 오르게 된다.
그들이 발표한 대로 이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행위였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을 금지해 달라는 법적인 제재로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이건 경영권 분쟁을 많이 해본 프로들의 솜씨야.”
자사주는 어차피 가지고 있어봤자 주주총회에서 사용할 수 없었다.
자사주의 의결권은 없었기 때문이다.
“DK홀딩스의 공개매수가 호락호락하게 진행되도록 만들지 않으면서도,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방식을 택했어.”
도경의 마음속에는 어느새 바이너리 캐피털의 참전이 확실시되었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양쪽 모두가 M&A와 경영권 분쟁이라면 이골이 난 적들이네.”
DK와 바이너리 모두 그를 전문적으로 해오는 기관이었다.
“어쨌거나, 광윤금속의 최성진은 기계를 포기하기로 마음 먹었나 보네. 이건 우리에게 있어 호재고…….”
도경은 그리 말하며 광윤금속의 주가를 바라보았다.
[광윤금속 945,000 +13.22%]광윤금속의 주가는 90만 원이 넘었음에도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었다.
“광윤금속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이 주가를 띄워 버린 건 우리에게는 악재네…….”
똑똑-
한참 그렇게 파악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피트가 방으로 들어왔다.
“보스, 찾았어요.”
“찾았다고? 뭘…… 설마?”
“네. 광윤금속이 미국 투자를 명목으로 미국으로 옮긴 돈의 행방을 찾았어요.”
“어디야?”
도경의 물음에 피트는 준비한 자료를 건넸다.
“LA 부촌에 있는 저택이에요. 광윤금속의 이름으로 매입되었고요.”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택을 샀다고?”
“네. 매입가는 당시 3천만 달러에 구매했어요. 그리고 현재 사는 사람이 있는지 팀원을 보내봤는데.”
“봤는데?”
“최성진 회장의 딸이 살고 있었어요.”
“뭐?”
도경은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한때 재벌들의 이런 문제들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회사에서 사옥을 명분으로 사들인 부동산에 오너 일가가 사는 경우가 있었으니까.
다만, 그 이후로는 이런 방식의 횡령과 배임 행위는 많이 줄었다.
“최성진 회장의 딸은 UC버클리의 경영대학에 다니고 있고요. 광윤금속에서 이 저택을 매입한 때가 그녀의 입학 연도와 같아요.”
결국, 딸의 유학 거처를 위해 회사의 돈을 제 돈처럼 사용한 것이다.
미국 투자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고생했어. 지금까지 최성진이 언론에 해온 여론전들을 단번에 뒤집을 자료야.”
여론전뿐만이 아니었다. 법적으로도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할 수 있었고, 주주들도 이를 좋게 보지 않을 것이다.
우호적이었던 주주들도 돌아설 수 있을 만큼의 비위행위였다.
“이건 KFSG로 토스해 줘.”
아무래도 이런 법적인 문제는 KFSG가 전문가였다. 그들도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후 법적인 부분을 담당하겠다고 도경에게 말해왔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면 되겠네.”
도경은 전화를 들어 올렸다. 잠시간의 통화연결음 이후, 수화기 너머에서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스.
“지훈 이사님, 별일 없으시죠? 허리케인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네, 저희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회사에 커다란 허리케인이 불어서 돈을 많이 빼갔다는 거 빼면요.
그 허리케인이 무엇을 뜻하는지 도경은 알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목표가 갑자기 바뀌는 바람에.”
-아닙니다. 그나저나 연락하신 걸 보면 다른 요구 사항이…….
“네, 우리에게 1억 달러 이상 투자한 투자자들의 리스트를 좀 보내주십시오.”
-투자자 리스트요?
수화기 너머 이지훈의 물음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자신감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광윤금속 인수를 위한 투자자들을 모을 겁니다. 저들이 상상도 못 할 실탄을 준비할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