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3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35화(73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35화
“광윤금속 소액주주 모임에서 우리 쪽으로 접촉을 해오고 있습니다.”
며칠 후, 도경은 어디론가 향하는 차 안에 타고 있었다.
옆좌석에 앉은 한다현이 여러 가지를 보고하고 있었는데, 지난 며칠 새 광윤금속 경영권 분쟁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었다.
“소액주주 모임이요. 혹시 제가 글을 써서 모인…….”
“기존에 있던 소액주주 모임이었는데, 대표님께서 말씀하시는 그분들도 모임에 새롭게 참여하셨다고 합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며칠 전, 유성인베스트먼츠는 광윤금속 지분을 5% 확보하고, 재빠르게 공시했다.
그 이후, 판도가 바뀌어가고 있었다.
“지분 1.64%를 가진 모임인데요. 우리에게 지분 행사를 위임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요구 조건은요?”
“경영권 취득 이후, 광윤금속의 정상화와 배당금을 원래대로 돌리는 일입니다.”
도경은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아직 경영권을 취득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경영권을 취득하면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입니다.”
애초에 도경이 이 판에 끼어든 것도 소액주주가 보유한 지분의 가치를 훼손하는 작금의 경영권 분쟁이 옳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주주환원은 유성인베스트가 분쟁에 뛰어든 명분이었음으로 당연히 따를 수 있었다.
“제가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그럼 일정 잡도록 하겠습니다.”
한다현은 그리 체크하고 다음 보고를 시작했다.
“DK홀딩스에서 급하게 만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도경은 피식 실소가 나왔다. 늘 자신감이 넘치고 여유가 넘치던 김동규의 인내심이 점점 떨어져 가고 있었다.
“벌써 세 번째 요청입니다.”
“이번에도 거절합니다. 아직 만날 차례가 아니에요.”
지금 이 판에서 가장 애가 타는 것은 DK홀딩스의 김동규가 되어버렸다.
장씨 가문과 최씨 가문은 원래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에 더불어 개인재산을 부어 싸움에 임하고 있었다.
하지만, 외부인이었던 DK홀딩스의 경우는 그들이 지금 보유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세 단계나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고, 여론전을 펼쳐왔다.
“지금쯤 김동규 대표는 애가 탈 겁니다. 자신이 가진 지분이 그 어떠한 힘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으니까요.”
공개매수 최소 매수 물량까지 삭제하며, 지분을 싹싹 끌어모았다.
하지만, 도경의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참전으로 그들이 한 행동은 그저 지분 양을 늘리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행위가 되어버렸다.
“깔끔하게 승리를 확정 짓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많은 돈을 쓰고도요.”
“그걸 노리시고 들어오셨죠?”
“네. 말씀드렸잖아요. DK홀딩스가 확보한 지분의 힘부터 빼놓을 거라고. 그들이 스스로 최소 매수 물량 조건을 삭제한 이후로 일이 더 편해졌어요.”
외부에 자신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행동이었겠지만, 도경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더욱 영악했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가 이만큼의 자금을 끌어올 거라고 생각은 못 했을 겁니다. 자신들이 90만 원대까지 주식의 가격을 끌어올려 놓았고, 유성인베스트먼츠는 그 가격이 비싸서 광윤기계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거라고 생각했겠죠.”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이럴 땐 해외에서 활동하는 게 도움이 되긴 하네요.”
국내 사모펀드였다면, 투입 가능한 현금의 양이 어느 정도 예측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활동하는 유성인베스트먼츠였다.
거기에 주주도 도경과 유성투자증권 단둘뿐이었고, 외부로 회사가 가진 현금 규모가 실시간으로 퍼져 나갈 일은 없었다.
“그나저나 개인투자자들에겐 어떤 조건을 거셨어요?”
“회사채를 발행했습니다.”
“유성인베스트먼츠 창립 이후 첫 회사채네요.”
“네. 거기에 우리가 광윤금속에서 받는 배당금의 25%를 재배당하기로 했고요.”
“이익배당으로 하셨어요?”
“네. 지분을 바이백 옵션을 달고 나누어주었습니다.”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익배당은 흔히 있는 일이었고, 배당을 위해 나누어준 지분을 유성인베스트먼츠가 다시 사들일 수 있는 바이백 옵션 또한 자주 있는 방식이었으니까.
“어쨌거나, 지금 우리가 가는 만남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곧 도착하겠네요.”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 * *
“어서 오십시오.”
강남 모처에 있는 일식당.
일전에도 한번 와본 적이 있었는데, 오늘도 다른 손님들은 받지 않고 도경과 약속 상대를 위해 준비되어 있었다.
“회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도경은 방 안으로 들어오는 남자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윤도경 대표께서 제게 연락을 해오셔서 놀랐습니다.”
“하하하, 놀라실 것까지야 있으십니까? 이해관계인이 되었으니 한번 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약속 시간에 맞추어 방으로 들어온 남자는 광윤그룹의 회장 장경수였다.
기실, 어제 도경이 급하게 만남을 요청했고 장경수가 받아들여 이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쪽은 저희 유성인베스트먼츠의 한다현 이사입니다.”
도경이 한다현을 소개하자 장경수는 손을 내밀어왔다.
“한다현 이사, 이렇게 뵙게 되는군요. 아버지께서는 잘 지내시지요?”
이젠 대한민국에서 한다현이 유성그룹의 회장 한태오의 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한태오의 딸이라는 타이틀보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이사로서 그 이름을 더 알리고 있었다.
인도 재벌과의 합작, 국내 중소기업의 인큐베이팅 등.
한다현의 이름은 재계에 알려지고 있었다.
“네, 잘 지내고 계십니다.”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눈 걸 지켜보던 도경은 맞은편을 향해 손짓했다.
“앉으시고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그 말에 모두가 자리에 앉았다.
“오늘도 식전에 무거운 이야기를 할까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리 묻자 장경수는 잠시 도경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첫 만남 때 도경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에 대한 질문을 해왔었다.
하지만, 지금 도경은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려 했다.
“물론입니다. 그게 윤도경 대표의 스타일이니까요.”
장경수의 말에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는 입을 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유성인베스트먼츠는 광윤금속의 지분 5.31%를 확보했습니다. 광윤기계의 경영권도 저희가 취득하게 될 것 같은데, 이렇게 되면 광윤금속의 지분 9.11%가 저희 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장경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아주 짧은 시간…….
그들이 예상하기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에 유성인베스트먼츠는 대량의 지분을 확보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덕분에 광윤금속의 주가가 110만 원을 돌파했더군요.”
장경수의 뼈 있는 말에 도경은 어깨를 으쓱였다.
“오히려 회장님께서는 저희에게 감사해하실 줄 알았는데요.”
“…….”
“저희가 생각 없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광윤금속은 회사채를 발행해 1조 원가량의 실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실탄으로 자사주 매입을 하고 주식을 소각하겠다고 알려왔고요.”
장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도경에게 고마워해야 했다.
“저희가 주가를 부양하며 그들이 확보할 지분은 줄었습니다. 지금 예측으로는 1조 원의 돈을 모두 투입하더라도 효과는 미비할 것 같고요.”
“그 부분은 확실히 고마워해야 하는 부분이지요.”
[광윤금속 지분 관계]*최씨 가문 우호 지분 36.48%
└대화임팩트, 대진자동차, 신화화학, 대화그룹, MG, 선진증권, 자사주(중립)
*장씨 가문 우호 지분 39.85%
└광윤그룹과 계열사, DK홀딩스
*유성인베스트먼츠 9.11%
└광윤기계
*중립 및 시장 물량 – 14.56%
“그리고 한 가지 더,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주가가 너무 가파르게 치솟았습니다. 이게 뜻하는 것은…….”
“시장에 물량이 적군요.”
“그렇습니다. 국민연금은 이번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지분을 내던지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5% 이하로 지분을 끌어내렸고요.”
“그게 윤 대표가 원하던 것이 아닙니까?”
장경수의 물음에 도경은 미소로 답했다.
도경이 단체 대화방에 쓴 글에 국민연금을 저격하며 그들이 가진 광윤금속의 지분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되자 국민연금은 한국 주식시장 투자 규모를 줄인다는 자신들의 기조에 맞게 보유한 광윤금속 지분을 팔고 있었다.
“단순 물량계산으로 12.92%가 중립 및 시장 물량입니다. 지금 시장에 매수 지분을 공급하는 건 국민연금뿐인 것 같고요.”
다시 말해, 시장에 물량이 말랐다는 뜻이다.
단 한 주를 사기 위해서 호가창은 밀리다 못해 천장을 뚫을 지경이었다.
한 번의 거래 체결 이후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회장님과 최성진 회장, 그리고 DK와 바이너리 캐피털, 광윤금속 그리고 우리 유성인베스트먼츠가 투입한 돈만 4조 원 이상이니 당연한 결과겠네요.”
양측도 어마어마한 지분을 끌어모으기 위해 상당히 많은 돈을 투입했다.
유성도 마찬가지였고.
“잠시만요. 내가 계산을 해보니 중립, 시장에 풀린 지분은 12.92%가 아니라 14.56%입니다.”
“아! 제가 이야기해 드리지 않은 것이 있네요. 소액주주 모임이 가진 지분 1.64%를 저희가 확보했습니다.”
“…….”
순간 장경수는 얼어붙어 버렸다. 1.64%의 소액주주 지분이 유성의 편에 섰다면 그들이 가진 지분은 9.11%가 아니라 10.75%.
두 자릿수 지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순간 정말 단번에 싸움을 끝내 버릴 수 있는 지분 양이었다.
장경수는 지금이 되니 광윤기계가 아까워졌다. 아주 싼 가격에 3%가 넘는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었는데…….
모든 것이 눈앞에 앉은 윤도경이 짠 판에 놀아난 기분이었다.
“그럼, 지분 관계의 정리가 끝났으니 제가 오늘 회장님을 뵙자고 한 연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
장경수는 긴장이 되는 듯 침을 꼴깍 삼키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도경이 입이 열리는 게 느린 그림처럼 보였다.
“DK홀딩스가 아닌 저희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손을 잡으시지요.”
그리고 도경의 입에서는 예상한 것 이상의 파격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그, 그게 무슨…….”
“회장님, 더 이상 DK와의 연합은 회장님의 그 무엇도 보장드리지 못합니다.”
“…….”
“광윤그룹은 광윤금속이 주는 배당금이 없이는 존속이 불가능한 회사라는 걸 세상 모두가 알게 되었습니다.”
막대한 광윤금속의 배당금을 받고도 그들은 적자투성이 운영을 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광윤금속의 배당금이 없다면?
회사는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이다.
“최성진 회장이 싸움에서 승리하면 가장 먼저 무엇부터 할까요?”
“…….”
“배당금을 줄이겠죠.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고리로 돈을 빌렸으니 배당금을 줄 여력도 되지 않고, 더불어 광윤그룹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는 게 그 방향이니까요.”
반박하고 싶었지만, 장경수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광윤그룹은 보유한 것 중 가치가 높은 것부터 하나씩 팔아나가야겠죠. 그룹이 가진 것 중에 가장 가치가 높은 게 무엇이죠?”
“…….”
“제가 대신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광윤금속의 지분입니다.”
즉, 광윤금속의 최성진이 이긴다면 광윤그룹은 머지않아 회사가 망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는 미래를 장경수도 알고 있으니 이 싸움에 DK홀딩스까지 끌어들였고.
“만약 회장님께서 저희의 손을 잡고,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다면, 저희는 배당금을 계속해서 지급할 겁니다.”
“…….”
“DK홀딩스는 못 할 겁니다. 그들은 배당금보다 경영권 확보 이후 회사의 현금을 잔뜩 쌓아 가치를 부풀리고, 자신들이 가진 지분을 팔아먹을 궁리만 할 테니까요.”
사모펀드의 방식이었다.
“유성은 다른가요?”
“다릅니다. 우리는 진심입니다. 광윤금속을 누구보다 잘 경영할 수 있고, 거기에서 나오는 배당금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예정이고요.”
지금까지 한국에서 도경은 회사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단계에서 KFSG를 전면에 앞세웠다.
그것은 한국에서는 기업의 경영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윤금속은 달랐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물에서 노는 기업이었다.
“우리는 우리 포트폴리오에 광윤금속이 추가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
“더불어 한국에 있는 기업들과 기관들에 좋은 경고가 되겠죠. 우리 유성인베스트먼츠는 언제든 한국 기업의 경영권을 뺏어올 수 있다고요.”
도경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고, 장경수는 그것이 허풍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번 분쟁에도 뒤늦게 뛰어든 유성인베스트먼츠는 무서울 만큼 어마어마한 자본을 투입해 지분을 확보했다.
“만약 내가 유성의 손을 잡지 않는다면요?”
“최성진 회장을 찾아가야겠죠.”
“최성진은 나처럼 경영권을 주지 못합니다.”
“하하하, 회장님께서 거절하시면 경영권은 저희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광윤금속이 지금 자사주 매입을 하고 있으니, 저희가 가진 지분을 팔고 빠질 생각입니다.”
도경의 말에 장경수는 다시 한번 눈을 질끈 감았다.
이 판이 어느 순간 가장 많은 자본을 투입해 뒤늦게 뛰어든 유성인베스트먼츠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세팅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거부하는 순간 그룹이 더 이상 존속될 수 없도록…….
눈앞에 앉은 도경은 모든 것을 치밀하게 세팅하고 자신을 만났다.
“그리고 저는 최성진 회장이 마음에 들지 않거든요.”
도경은 농담 투로 진담을 던졌다.
앞에 앉은 장경수의 경우 무능함이 클 뿐이었지, 그 이상의 행위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성진은 달랐다.
“오늘 이 자리에서 결정을 지어주십시오.”
“…….”
“제가 알기론 DK홀딩스와의 협약 파기에 따른 것은 위약금 이외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위약금이 광윤그룹의 지분 3%입니다.
“감당 가능하신 수준 아닙니까? 3%면 별다른 영향도 못 줄 것 같습니다.”
“도의적인 것이…….”
“지금 하신 말씀을 제안에 대한 회장님의 답으로 생각해도 될까요?”
어쭙잖은 착한 척은 하지 말라는 듯 도경이 말해오자 장경수는 가만히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달싹이던 장경수는 결심이 선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룹의 존속을 위해선 유성의 손을 잡는 것이 이제는 필수라는 걸 알았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장경수의 입에서 승낙의 말이 나오자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