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4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41화(74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41화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도경은 전날 한태오와 나눈 대화를 상기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너무 놀라기도 하고, 한태오의 파격적인 말이 진심인지 알 수 없어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했는데, 혼자 있는 비행기 안에서 이야기를 곱씹다 보니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진심이야.
-하지만, 회장님…….
-애초에 증권과 벤처투자를 뚝 떼서 다현이를 줄 생각이었어. 그런데 생각해 보니 다현이가 상속세를 감당할 깜냥이 없더군.
-…….
-다른 아이들이야, 워낙 어릴 때부터 주식을 배당받으면서 배당금이며 자신만의 사업이며 해놓은 것들이 있는데, 알다시피 다현이는 그런 게 없지 않은가?
한다현에게는 여러모로 불리한 상속 싸움이었다.
-그런데 내가 거기다 대고 다현이에게 그것을 뚝 떼준다고 하면, 주주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나?
한다현이 만에 하나 지금 상황에서 유성투자증권과 유성벤처투자를 상속받는다면, 상속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오너 리스크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다른 주주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컸다.
-그럴 바에 확실히 감당 가능한 놈한테 주자는 생각을 했지.
그 자리에서 한태오는 줄곧 진심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해왔었다.
-말이 150조지, 나를 포함해 우리 일가가 가진 지분이 17% 조금 넘어. 이걸 인수하려면 20조 원쯤 필요하겠지? 그리고 시장에 상장되었고 주가가 형성되었다는 건 적절한 평가액이라는 것이고. 150조 원을 내라는 건 도둑놈 심보겠지.
현재 유성투자증권의 대주주는 유성그룹으로 14%를 보유 중이었다.
그다음을 잇는 것이 한태오의 지분 10%와 일가의 지분 7%가량이었다.
만에 하나 한태오가 보유한 지분과 그의 일가 지분을 전량 인수할 시 단일 대주주로 오를 수 있었다.
-그 돈을 모아오게. 그럼 내가 유성인베스트먼츠에 유성투자증권을 팔지. 확실한 건 그때의 가격은 다르겠지만, 일종의 목표치라고 하자고.
-……회장님.
-없는 일은 아니지 않나?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를 인수하는 일이 말이야.
흔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있는 일이었다.
계열분리를 해서 나간 회사 혹은 자회사가 사업이 잘되어서 더 규모가 큰 회사를 집어삼키는 일은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자고, 그렇게 하는 게 자네가 생각하는 주주도 좋아하는 상속 아닌가?
주주들의 입장에서는 유성인베스트먼츠가 유성투자증권을 인수한다면 분명 좋아할 것이다.
물론 유성인베스트먼츠는 창립한 지 얼마 되지 않는 헤지펀드사였지만 전문적이었고, 투자 성과는 CEO 도경의 존재가 있었으니까.
거기에 상속 방식치고는 그 누구도 손해 보지 않는 방식이라 반길 것이었다.
-주가를 임의로 누르는 것도 아니고, 어디 그룹사의 지분을 함부로 당겨와서 준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회장 일가가 가진 지분을 매각한다는 거니까 말이야.
-하지만, 제가 가지기엔 너무…….
-유성투자증권 자네가 키웠어. 물론 자네는 이렇게 말하면 아니라고 하겠지만, 내 생각은 그래.
분명 과한 칭찬과 평가였지만, 도경은 입을 꾹 다물고 한태오의 말에 집중했었다.
-그리고 말했듯 자네에게 주는 게 결국엔 다현이에게 주는 것과 같은 거지.
-저를 믿으십니까?
-하하하, 그렇게 말하니 무섭구먼.
도경은 그때 왜 자신이 그 말을 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쩌면, 한태오의 진심을 확인해 보고 싶어 던진 물음이었을 수도 있었다.
-당연히 믿지. 윤도경이는 배신할 사람이 아니지. 더군다나 다현이는 유능한 아이야. 보는 눈이 중요한 펀드매니저가 그런 유능한 인재를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지.
도경에 대한 믿음과 한다현에 대한 믿음이 가득한 한태오의 말이었다.
-여기까지는 이제 자네를 옭아매기 위한 이야기고. 한 가지 더 이유가 있어. 슬슬 말뿐인 지주사가 아니라 제대로 지주사로 전환하려 해.
유성그룹은 현재 지주 전환 체제에서 멈춰 있었다. 20년 전, 그룹 자체를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하려 했지만, 그렇게 되면 금융사를 포기해야 했다.
공정거래법상 비금융지주회사는 금융자회사를 소유할 수 없었다.
-지금 우리는 말로 지주사라고 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지주회사가 아니지.
재벌들이 대기업을 지배하는 방식은 가장 대부분 순환출자였던 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눈앞에 앉은 한태오가 유성배터리의 대주주라면, 유성배터리 아래 다른 그룹사들을 줄지어 세우고 서로 지분을 물고 물리도록 순환해 출자를 하는 것이다.
한태오는 유성배터리를 지배함으로써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외부의 공격에 취약했다. 순환출자 고리 중 하나만 끊어버리면 나머지 기업들을 다 먹어버릴 수 있었으니까.
-한때 경영권 공격을 받으면서 지주사로 전환을 추진했지만, 그룹에 돈이 필요해 금융사들을 포기 못 했어.
유성뿐만 아니라 미래그룹 또한 미래생명과 화재 등 여러 금융사에서 발생하는 현금이 매우 커 지주사로 전환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대에서는 지주사로 전환해야 앞으로 상속도 쉽지 않겠나?
즉, 가장 위에 주식회사 유성을 두고 아래로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그림으로 계열 단순화를 진행하는 것이 지주사 전환이었다.
유성은 그 작업의 마지막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마지막 작업이 가장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금융사를 포기하는 것.
-세금이나 법적으로 지주사가 혜택이 더 많고 말이야.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금융사를 포기하는 그림을 그리시는군요.
-맞아. 그러니 그냥 공개매각으로 다른 곳에 파는 것보다야 자네한테 파는 게 낫지 않겠어?
한태오의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그림이었다. 어차피 미래의 유성을 위해 금융사를 포기해야 한다면, 자신의 딸과 미래를 약속한 도경이 유성투자증권을 인수하는 것이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인수할 자금과 능력이 있는 사람도 도경뿐이었다.
이번 광윤금속 투자 건에서 도경의 현금 동원력을 확인하고는 적잖게 놀랐으니까.
-그러니 자네 능력을 더 보여줘. 20조 원 가능하겠어?
-…….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태오는 이해한다는 듯 도경에게 시간을 주었었다.
한참 고민하던 도경은 확신이 서자 한태오를 향해 이야기했었다.
-힘 닿는 데까지 해보겠습니다.
-하하하, 좋구먼. 그래야 윤도경이지. 참, 조건이 하나 더 있어. 그때면 두 사람이 결혼을 해야 하네.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불편하신 건 없으신가요?”
창밖을 보며 전날 대화를 떠올리던 도경은 상념을 깨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비즈니스 제트의 승무원이 편의를 돌보아주기 위해 와 있었다.
“네, 매우 좋네요.”
“언제든 불편하신 게 있으시면 호출 부탁드립니다.”
승무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살짝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고는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목표가 두 개가 되어버렸네.”
한태오가 준 임무와 더불어 메시지가 준 업적까지.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것들이 벅차다기보다는 의욕을 더해주고 있었다.
“확실한 목표들이 있으면 나야 더 좋지.”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은 도경은 결연한 표정으로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 * *
“그간 별일 없었죠?”
“네, 보고서를 올리겠지만, 회사의 현금이 급속도로 줄었다는 것 빼고는 괜찮습니다.”
마이애미에 입국하자마자 도경은 유성인베스트먼츠로 출근해 이지훈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내부데이터를 봤는데, 버틸 만한 수준이던걸요.”
이지훈의 엄살에 비해 여전히 현금 보유량이 당장 위기인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긴 합니다만, 남들이 현금 보유량을 늘려갈 때, 우리만 거액을 써서 약간 불안한 정도입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부분이라면, 지훈 이사님의 걱정이 이해됩니다. 다음 투자 건은 회사의 현금을 우선으로 챙기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시면 저는 안심입니다. 그리고 이건 이메일로 보내 드렸던 건입니다.”
이지훈이 서류철을 도경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도경은 서류를 펼쳤는데, 이메일로 초안을 봤던 보고서였다.
“피해 규모가 꽤 되네요.”
“이것도 핫라인이 개통된 한인사회의 피해라…… 당장 급한 부분입니다.”
기실, 미국 남동부를 연달아 두드린 허리케인의 여파가 한인사회 또한 할퀴고 지나갔다.
“몇몇 분들은 보험에 가입해 두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한인사회 모두가 보험료를 감당할 만큼 잘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네,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집행하죠.”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서류에 서명을 했다.
2천만 달러가량을 지출하는 지출 결재였는데, 당장 오갈 곳이 없어진 한인들을 돕는 데 쓸 돈이었다.
“중간에 누굴 끼지 마시고, 우혁 이사를 불러 직접 챙겨주세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런 일들을 겪다 보면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돈이 최종적으론 적어지는 일들이 있더라고요. 그것도 그렇고, 우리가 직접 챙긴다는 이미지도 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참,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지훈은 기다렸다는 듯 급한 보고서부터 도경에게 올렸다.
“이건 미국 대선 후보자들에게 후원금을 투자하는 건입니다.”
도경도 이 보고서가 올라올 때까지 계속해서 고민하던 것이었다.
미국 선거판은 어마어마한 돈놀이였다.
특히 후원자들이 후보들을 지지함과 동시에 금전적으로 후원을 하는 문화가 강했다.
“……이건 고민해 봤는데, 그냥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예상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지지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끼어들 부분도 아닌 것 같아서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네,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후원하는 건 막지 않겠지만, 우리가 투자하는 방향에 영향을 받아서 안 된다고 숙지시켜 주십시오.”
“네.”
“그럼 급한 보고는 다 끝나셨죠?”
도경이 서류첩을 건네며 묻자 이지훈은 두 손으로 받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그럼 다음 투자 건은 조금 전 말씀드렸듯 단기적으로 현금을 벌 수 있는 걸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사무실을 나섰고, 도경은 길게 심호흡을 하며 의자에 머리를 기대었다.
“지훈 이사에게 너무 많은 걸 유기하고 밖으로 돌아다니긴 했네.”
물론 한국에서의 투자로 인해 광윤금속이라는 대어를 낚아챘지만, 내부 경영을 하는 이지훈의 입장에서는 애가 탔을 것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현금을 가져다 썼다.
“앞으로 현금을 가져다 쓸 일이 천지니까…… 내부 현금부터 좀 벌어다 놔야겠는걸.”
한태오가 말한 유성투자증권 인수에도 큰 현금이 필요했고, 당분간은 팀의 규모에 맞지 않게 무작정 펀드를 키우기보다는, 곧 있을 사무실 이전 전까지는 내부를 더 다질 생각이었기 때문에 현금이 필요했다.
“어느 쪽을…… 참.”
도경은 무언가 생각이 떠오른 듯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고양이 사진 모음>이라 적힌 어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켰다.
“업적을 보자고.”
그리고 새롭게 오픈된 업적창에서 아직 깨지지 않은 업적들을 바라보았다.
[달성할 수 있는 업적]*신흥국에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이름을 알리기
-보상: ???
*유럽에 투자해 큰 이익을 내기
-보상: ???
*미국…….
*미국 내…….
*벤처투자…….
언뜻 봐도 열 개가 넘는 업적들이 달성할 수 있는 상태로 대기 중이었다.
“마침 뭔가를 주도적으로 하기보다는 업적을 깨면서 현금을 늘리는 게 좋을 것 같네.”
무언가 막막한 상태일 때보다 업적 창이 공개되니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세부적인 지침은 없었고, 보상창도 가려져 있었지만…….
어디로 움직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은…… 일단 이 시기엔 너무 안 좋지.”
도경은 업적 중 세 개를 골라 수첩에 메모를 해놓고 소거법으로 하나씩 제거해 나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줄이 그어진 곳은 유럽이었는데, 아무래도 유럽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좋지 않은 곳이었다.
“물론 갈 놈은 가겠지만, 그 험한 곳에 들어가서 그 갈 놈을 찾느라 쓰는 에너지가 너무…….”
유럽 경제의 대장이라는 독일마저 올해는 0% 성장을 했다.
세계 경제의 문제는 지금 아시아도 개발도상국도 아닌 세계 경제에서 큰 파이를 가지고 있는 유럽이 문제다.
“남은 건 신흥국이랑 미국인데.”
신흥국, 다른 말로는 이머징 마켓이라 했는데 현재 가장 가파른 경제 성장률을 보이는 국가들을 이야기했다.
모두가 합의된 개념으로 여기가 신흥국입니다! 라고 선포하는 것이 아닌, 투자자가 주관적으로 내리는 판단이었다.
최근에는 동남아의 인도네시아나 북미의 멕시코, 남미의 브라질, 아시아의 인도 등이 주목받고 있었다.
“미국 경제가 강하긴 한데 부러지기 시작하면, 신흥국은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 같고.”
도경은 애꿎은 볼펜을 돌리며 뚫어져라 수첩을 바라보았다.
지이잉-
한참 고민에 고민을 더하고 있을 때 진동 소리가 들려왔고, 재빠르게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했다.
“조슈아.”
-윤, 미국으로 돌아오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네, 오늘 들어왔는데 역시 소식이 빠르네요.”
-다름이 아니라, 뉴욕에서 작은 행사가 열리는데 참여하시겠습니까?
“작은 행사요?”
-네, 평소 제가 친분을 가지고 있는 사모펀드와 투자은행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네트워크인데, 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서요.
수화기 너머 조슈아 카플란의 제안에 도경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에 가면 지금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정보를 들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론입니다.”
-그럼 일정을 정리해 이메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뉴욕에서 뵐게요.”
띠링-
전화를 끊자마자 마치 메일을 써놓고 의견을 물어보았다는 듯 바로 조슈아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이메일을 읽어 내려가던 도경의 입꼬리는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거 생각보다 좀 더 큰 규모의 행사 같은데.”
그리 혼잣말을 내뱉은 도경은 도착한 이메일을 차선태에게 포워딩하고는 일정을 잡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