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4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43화(74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43화
“물어보지, 그러셨어요.”
이틀 후, 마이애미로 돌아온 도경은 점심시간을 맞아 아래층 사무실의 휴게실에서 김우혁, 피트 창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
피트의 말에 옆에 앉은 김우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그 자리에서 데미안 윌슨한테?”
“네.”
“피트, 너는 그럴 수 있어? 그러니까. 데미안 윌슨 같은 업계에서 스페셜한 사람한테 ‘제가 이야기하시는 뜻을 잘 이해 못하겠는데,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할 수 있냐고.”
“저는 할 것 같은데. 또, 보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게 아니네요.”
“그래, 그거야. 너나 나나 데미안에게 그렇게 물을 수 있지만, 보스는 아니라고.”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도경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 거 아닙니다. 제 체면을 생각해서 물어보지 못한 건 아니고요.”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런 거 있잖아요. 그냥, 내가 그걸 확실히 알아야 투자를 해도 더 확실하게 할 수 있는 거.”
두 사람의 말처럼 그 자리에서 데미안 윌슨에게 직접적으로 칠레의 어떤 부분을 이야기하는지 물어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그저 답을 직접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답을 내가 찾아야.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답을 찾을 수 있는 거죠.”
“어휴, 모범생.”
김우혁은 농담 투로 질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고, 피트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서, 보스가 생각하신 답을 좀 들어보고 싶어요.”
“칠레 하면 뭐가 떠올라? 두 사람 모두.”
피트의 물음에 도경은 오히려 반대로 물음을 던졌다.
“저는 구리?”
“저는 리튬.”
두 사람의 답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칠레는 천연자원의 보고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는 질산염으로 나라가 부흥했고, 20세기 초부터는 킴이 이야기했듯 구리로, 최근에는 리튬까지.”
하나같이 고부가가치 광물이었다.
질산칼륨은 화약에 사용되는 원료였고, 구리는 전기 전도성이 좋아 전도체로서 전자제품에 쓰였다.
리튬은 최근 커진 전기차 산업의 핵심부품인 리튬 배터리의 재료였고.
“그렇게 고부가가치 광물들이 지천으로 널린 나라인데, 왜 최근 들어서야 신흥국 대우를 받을까?”
“아옌데가 떠오르네요.”
피트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사회주의 성향의 아옌데 대통령이 주요 광산들을 국유화해 버렸지. 당시 칠레의 주요 구리 광산은 대부분 해외 기업의 투자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국유화를 해버리니 외국인 투자자들은 충격을 받았어.”
당시 국유화는 역사적으로 여러 가지 평가가 있었다.
“칠레의 자원으로 보는 이득이 해외로 빠져나가니, 국민들에게 돌리는 게 당연하다는 평가와 해외 기업들에게 보상하지 않고 국유화했으니 잘못된 거라는 평가가 있지.”
“그래서 결국 전복됐죠.”
“맞아. 미국의 지원을 받은 피노체트가 아옌데 정부를 전복시키고,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펼쳤지.”
당시 시카고 보이즈라고 불리는 시카고학파 경제학자들의 조언에 따라, 칠레는 시장개방과 주요 국유기업의 민영화, 외국인 투자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펼쳤다.
“그때의 기조가 이어져서 최근에는 미국과 EU, 한국 등과 자유 무역협정 FTA를 체결해서 경제가 많이 올라온 상태고.”
“남미는 잘 알지 못하지만, 확실히 칠레 경제는 좋아요. 특히 정부의 재정관리가 건전하거든요.”
피트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국가 부채가 일단 적고,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어서, 통화정책도 일관되고.”
“그런데 칠레 하면 투자할 곳이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도경과 피트의 이야기를 듣던 김우혁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물론 앞서 얘기했듯이 구리나 리튬 같은 광업이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 그곳에 투자하기는 좀 애매하지 않을까요?”
“계속 이야기해 보세요.”
“리튬 같은 경우는 가격이 고점을 찍고 바닥을 향해가고 있어요.”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인해 배터리의 수요도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핵심 재료인 리튬 또한 가격이 저점이었다.
“구리 가격은 경제지표나 다름없는데 최근 구리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지금 들어가기가 애매한 수준까지요.”
구리는 미스터 코퍼Mr.Copper라고 불리는 실물 경제 선행 지표였다. 실제 산업에서 대부분 사용하다 보니 구리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많아 경제가 좋아진다는 지표다.
“물론 칠레에는 두 광물만 있는 건 아니고, 몰리브덴, 금 같은 광물자원이 있긴 하지만…… 그런 자원에 투자할 거면 칠레 말고도 대안이 있습니다.”
김우혁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이네요.”
김우혁의 말대로 지금은 칠레의 주력산업에 투자하기 애매한 포지션이었다.
“그래서 생각을 좀 바꾸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하고요.”
“생각을 바꾼다시면…….”
“투자라는 게, 산업에 투자하는 것도 있지만, 불안정성에 투자할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 말에 두 사람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칠레 투자에는 여러 리스크가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크리티컬한 리스크들이요.”
“어떤 리스크예요?”
“피트, 너는 2019년을 기억해?”
“2019년…….”
“당시 칠레에는 어마어마한 대규모 시위가 있었어.”
“아! 그 이야기 하시니까 기억나네요. 그때 홍콩과 더불어서 큰 시위라서 매일 CNN에 나왔던 것 같아요.”
“맞아. 지하철 요금을 올린 건으로 촉발된 시위였는데, 칠레 정부가 경찰과 군대를 동원하면서 시위가 커졌지.”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상황이었다.
“당시에 정말 칠레 정부는 전복될 수도 있다는 위험을 느끼고, 여러 가지 선심성 정책을 발표하면서 시위대 달래기에 나섰어. 그런데도 반정부 시위가 꺼지지 않았고.”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기억을 떠올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코비드 19로 인해서 시위는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사회적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어.”
그때의 여진은 5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었다. 언제 큰 규모의 지진으로 돌아올지 모르는 상태로.
“더불어서 앞서 우리가 이야기했듯, 칠레의 경제는 광업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아. 리튬 가격이 내려갔으니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질 거고…….”
“정치적 리스크가 더 커질 거예요.”
경제의 실패는 정치적으로 막대한 위험을 초래한다.
“그리고 칠레는 개헌을 계속해서 추진 중인데, 개헌 내용에는 토지 소유권과 관련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것도 있고.”
“이제야 보스가 리스크에 투자를 한다는 말을 이해할 것 같네요.”
피트와 김우혁 두 사람 다 감을 잡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피트, 네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알겠지?”
“네. 칠레 전반에 대한 자료를 준비할게요.”
“좋아. 그리고 킴도 오랜만에 프런트 일 도우시죠.”
“제가요?”
김우혁은 백 오피스에서 프런트 오피스를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도경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저 프런트 손 놓은 지 이제 1년 하고도 4개월째입니다.”
“벌써 감 다 죽은 건 아니죠??”
“어휴, 그럴 리가요. 그래도 제가 프런트에서 십수 년을 굴렀는데, 그 감이 한 번에 떨어지겠습니까?”
“그럼 오랜만에 저와 함께하시죠.”
“이번에 투자하실 게 본드Bond인가 보네요. 저를 다 찾으시는 걸 보니.”
본드는 채권을 이야기했다. 감 좋은 김우혁의 물음에 도경은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만을 남기고는 식사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 * *
-칠레라…… 재미있네요.
그날 오후, 도경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수화기 너머 상대는 조슈아 카플란이었는데, 얼마 전 있었던 모임에 참석해 줘 고맙다는 전화를 해왔다.
“신흥국으로 투자를 늘릴 생각이었는데, 마침 데미안의 제안이 제게 왔네요.”
-데미안은 흥미로운 사람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의 머리에 든 생각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요.
도경은 피식 웃었다. 조슈아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데미안이 칠레를 눈여겨보라고 했다면 분명 무언가가 있을 겁니다. 학교에 있지만, 사실 그 학교가 여러 사람이 오가는 정보의 보고니까요.
예일대 출신들은 월가 투자은행의 주요 직책에 있었으며 더 나아가 미국 연방정부와 정보기관, 크게는 칠레의 정부에도 있었다.
학교라는 작은 세계에 데미안은 있었지만, 오히려 그곳에는 온갖 정보들이 들어오는 곳이었다.
미국은 철저한 네트워크 사회였으니까.
-제가 도와드릴까요?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하하하, 물론입니다. 정보는 저도 꿀리지 않으니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조슈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통화를 끊었고, 도경은 그의 전화를 기다리며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이잉-
10분쯤 지났을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자 도경은 하던 일을 멈추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조슈아.”
-일단 사과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슈아의 곤란한 목소리에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조슈아,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칠레 내부가 정치적 불안이 생각보다 심한 것 같습니다. 여러 갈래에서 여러 가지 정보가 나와서 어떤 것이 진짜 순도 높은 정보인지 이쪽에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슈아의 말에 도경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갔다. 김우혁과 피트에게 말했듯, 칠레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리스크라고 생각했지만, 조슈아의 말대로라면 현실이라는 얘기였다.
정부 내에서도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서로 자기주장만을 떠들고 있다는 이야기였으니까.
“내부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나 봅니다.”
-네, 부처별로 하는 이야기가 다르고 주요 인사들도 개인플레이를 하는 느낌이 강하다고 합니다.
“그저 정치적으로 리스크가 올 거라고 생각만 했는데,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니…….”
-그래도 이들 사이에서 공통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조슈아의 말에 도경은 흥미롭다는 듯 가만히 입을 다물고 수화기 너머에서 조슈아의 목소리가 들려오길 기다렸다.
-앨버말의 경영진들이 최근 칠레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거요.
“앨버말이요?”
앨버말은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특수 화학 제조사였다.
특히 전기 자동차 배터리용 리튬 공급량은 전 세계 최대 규모였다.
-네. 리튬 쪽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앨버말 쪽에서는 별다른 정보가 흘러나오지 않고 있고요.
조슈아의 말에 도경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정치적 불안정성과 앨버말의 칠레행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
“칠레 리튬 생산량 중 앨버말의 지분이…….”
-못해도 3~40%는 될 겁니다. 세계 리튬 염호 중 가장 생산율이 높은 아타카마 염호가 앨버말의 소유거든요.
도경은 머릿속으로 여러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기 시작했다.
“앨버말의 경영진이 칠레로 자주 향한다는 건…….”
그리고 추측의 결론을 낸 듯 수화기 너머의 조슈아에게 말했다.
“조슈아, 정보 고맙습니다. 혹시 여유가 된다면 앨버말의 움직임을 좀 더 파주십시오. 단, 내부자 정보는 제가 원하지 않으니 필터링해 주셨으면 합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러면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도경은 재빠르게 내부 전화를 들어 올렸다.
“우혁 이사님, 지금 제 방으로 와주세요. 칠레의 CDS 현황 자료 챙겨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