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4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45화(74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45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드릴게요.”
다음 날, 도경과 김우혁은 루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 중이었는데, 전날 이런 상황에서 돈을 벌겠다고 한 도경의 말에 밤새 궁금해 잠을 자지 못했다는 김우혁의 말에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2010년대 초 기억나세요? 그땐 한창 우혁 이사님이 채권을 거래할 때라 잊지 못하실 것 같은데.”
“2010년대 초반이요?”
“네.”
도경의 말에 잠시 생각을 떠올리던 김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워낙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유럽 재정 위기가 떠오르네요. 그땐 진짜 채권이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말이 우리 같은 채권쟁이들 사이에서도 떠돌았거든요.”
기본적으로 한 나라가 파산할 가능성은 매우 낮았기 때문에 체급이 있는 유럽 국가들이 발행한 국채는 안전자산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한시름 놓기 시작했는데 연달아 유럽이 뻥뻥 터지기 시작했었던 기억이 있네요.”
우리나라에서는 리먼브라더스 사태라 불리는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유럽 국가들도 재정위기가 오기 시작했다.
“맞아요. 당시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나라들이 문제였죠. 정부가 돈을 너무 많이 쓴 상황에서 미국의 문제가 터지니까, 사람들이 의심하기 시작했었어요.”
‘돈을 갚지 못하는 거 아니야?’ 해당 국가들에 대한 시장의 의심은 국가로 유입되는 돈을 막아버렸다.
“네. 당시 그리스나 이탈리아가 발행한 국채가 팔리지 않는 경우까지 있었으니까요.”
김우혁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국채의 자격의 떨어지면 당연히 많은 이자를 줘야만 돈을 빌릴 수 있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때, 여러 헤지펀드에서 생각한 게 있죠. 국채 가격이 내려갔으니 국채를 사들여서 이자 수익을 보자.”
“위험한 생각이었죠. 진짜 그때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부도가 날 것 같았잖아요.”
“디폴트 위기에 갈 때마다 기적적으로 합의에 도달해 디폴트까진 가지 않았지만요. 정말 많은 투자자가 손해를 보긴 했죠.”
당시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받은 채무와 국채 발행 등을 상환하지 못해서 디폴트 상태에 놓였었다.
매년 디폴트. 다시 말해, 부채를 갚지 않겠다고 선언하기 직전까지 갔고, 그때마다 부채 탕감을 받고 살아나긴 했었다.
“그런데, 그전에 국채를 사들인 헤지펀드들은 이득을 봤어요.”
도경의 말에 김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떠오르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CDS 말씀하시는 거죠?”
“맞습니다. 낮은 가격의 채권을 사들이면서, 이들은 동시에 CDS를 샀어요.”
CDS는 그리스가 빚을 못 갚으면 대신해서 갚아주는 금융 파생상품이었다.
“이때 그리스의 국채 가격이 100달러라고 칩시다. 아무도 사지 않으니 이자율은 10% 이상 올라갔어요.”
“이자 수익이 10달러네요.”
“네. 그런데 당시 CDS 프리미엄은? 8달러였죠.”
다시 말해, 원금보장을 받을 수 있는 보험료는 8달러였고, 리스크를 감수하고 받을 수 있는 이자수익은 10달러였다.
“CDS 프리미엄이 왜 이렇게 낮았냐?”
“유럽의 구제금융이 계속해서 들어왔기 때문이죠.”
당시 그리스는 유로존. 즉, 유럽연합 내의 폭탄이었다. 그리스가 터지게 되면 유럽연합 국가들도 줄줄이 터지게 되는 출발 지점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다 보니 유럽연합의 대표 격인 독일과 프랑스는 그리스의 강도 높은 개혁안을 요구하면서도, 채무 탕감도 동시에 해주면서 계속해서 구제금융을 했다.
“유로존뿐만 아니라, IMF도 구제금융을 했고요.”
그리스의 실패는 단순한 국가만의 실패가 아닌 전 세계 금융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디폴트 위기는 왔지만, 단 한 번도 디폴트가 선언되지 않았죠. CDS 프리미엄도 처음에는 가파른 속도로 오르다가 안정되었고요.”
“돈은 빌려주지 않을 건데, 망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모두의 머릿속에 있었던 기억이 있네요.”
김우혁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채권 금리만 상승했었습니다.”
그리스 국채를 샀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는 10달러, CDS 프리미엄은 8달러였으니 최종적으로는 2달러 이득이었다.
“그렇게 위험을 헤지하고 나니 그리스는 기적적으로 회생했어요. 매년 2달러 이득을 보던 헤지펀드들은 그리스의 경제가 살아난 이후 국채를 팔아서 더 많은 수익을 보았고요.”
“그런데 지금 이 얘기를 하시는 걸 보니…….”
“지금 칠레도 그렇거든요.”
도경의 말에 김우혁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오늘 자 칠레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5.8%네요. 지난해 기준 4%대를 유지했었는데, 어느새 6%대까지 치솟고 있고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가방에서 서류를 하나 꺼내주었다.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100달러를 투입했을 때 연간 이자로 5.8 달러를 받는다는 거겠죠.”
“하지만, CDS 프리미엄은 지금 국채 이자보다 더 높습니다. 5년 프리미엄이 6.5%니까요.”
연간 벌어들이는 이자 수익은 5.8달러였는데, 원금을 보장해 주는 보험료가 연간 6.5달러라면, 매년 손해를 보는 것이었다.
“저는 국채금리가 더 오를 것 같은데요.”
도경의 말에 김우혁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두 분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도착했습니다.”
한참 이야기를 해나가던 중, 일행이 탄 차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그 이유는 제가 직접 설명하는 것보다 우혁 이사님도 곧 아시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차에서 내렸고, 김우혁은 의문을 가진 채 도경을 따라나섰다.
* * *
“어서 오십시오. 이곳 칠레까지 오실 거라 생각은 못 했습니다. 라티오 파시피코의 호세 로하스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윤도경입니다. 이쪽은 COO 김우혁이고요.”
도경과 김우혁은 자신들을 맞이해 온 상대와 명함을 교환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해외에서 헤지펀드 투자자분이 오신다길래 이름을 조금 검색해 봤습니다. 굉장히 유명하신 분이더군요.”
호세 로하스는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최근 여러 투자 건을 성공적으로 끌어내셨다고 들었는데, 저희 라티오 파시피코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사람이 오늘 찾아온 곳은 칠레에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투자은행이었다.
조슈아 카플란의 소개로 찾았는데, 상대는 무언가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희에 관해 어떻게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아! 알고 있습니다. 투자하시기보다는 그저 칠레의 경제 상황에 관해 조사차 오셨다는 것으로요. 하지만, 여기까지 오신 걸 보면 저희는 좋은 인연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호세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그저 조사를 위해 이곳까지 오기엔 무리가 있었으니까.
투자가 집행된다면, 칠레 측 대리인으로 라티오 파시피코를 염두에 두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해 듣기로는 최근 칠레 광산업에 대한 동향을 듣고 싶으시다고요.”
“그렇습니다.”
“제가 간단한 자료를 준비해 봤는데, 보시면서 함께 이야기하시죠.”
호세는 노트북 화면을 두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돌리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칠레의 경제는 구리와 리튬 같은 광업으로 돌아갑니다. 작년 한 해 수출의 40% 이상이 광업에서 발생했고, GDP의 50% 이상이 광업에서 발생합니다.”
광산업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주요 국가였다.
“특히 40%를 담당하는 광업 수출 중 76%는 구리에서, 15%는 리튬, 나머지는 금과 은 여타 다른 광물에서 발생했습니다.”
“역시 구리 최대 수출국답네요.”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해외의 기업들도 들어와 있다 보니 수출이 활발한 게 구리와 리튬입니다.”
미국의 기업 앨버말이나 중국의 강봉리튬 같은 대기업들이 칠레에 자회사를 만들어 광업을 했다.
“저희가 만약 광산업에 투자를 하고자 한다면, 구리와 리튬 어느 쪽이 좋겠습니까?”
도경의 물음에 호세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제 입장에서는 유성이 우리를 파트너로 투자하려고 한다면, 어느 쪽이든 좋겠다고 말하겠지만, 제가 만약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일원이라면.”
“일원이라면……?”
도경과 김우혁은 호세의 뒷말이 궁금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며 집중했다.
“투자를 말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호세의 말에 두 사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유가 있을까요?”
“이유는 경제 상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불안정합니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모든 부문에서요.”
“시민들의 반정부 성향이 나날이 갈수록 강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그 정도까지 심각합니까?”
김우혁의 물음에 호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해외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겁니다. 단기적으로 투자를 하고 빠져나간다면요. 다만, 광업 같은 경우는 장기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나라의 전반적인 상황을 신경 써야겠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광산업의 경우는 긴 텀을 보고 투자를 해야 했다.
땅을 판다고 바로 광물이 나오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동안 칠레의 정부 인사와 국회의원들은 자국민에게 잘 보이기보다는 해외 투자자들의 편익을 상당히 많이 봐줬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들에게서 돈이 나오니까요.”
“…….”
“그러다 보니 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광업의 경우는 대부분 해외 업체가 들어와 사업을 하기 편하게 되어 있고, 국내 기업의 경우도 대부분은 해외 기업과 함께 합작해서 법인을 만든 경우입니다.”
“아무래도 시작이…….”
“네. 해외의 도움을 받아 경제정책을 짜고, 해외투자가 쉽도록 짜여진 법 때문이겠죠.”
외국인 투자자인 도경의 입장에서는 전혀 신경 쓸 이유가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분명 문제가 될 수준이었다.
내부의 불만은 언제고 시한폭탄처럼 터질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최근 들어 그것이 다가오는 느낌이었으니까.
“그렇게 흘러가던 중, 지하철 요금 인상이 모두의 불만을 터뜨리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정치인들은 꽤 놀란 것 같습니다. 일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을 거고요.”
호세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대규모 시위에 겁을 먹고는 지하철 요금 인상책도 철회했고, 여러 지원책을 국민 상대로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규제를 해야 한다는 법들이 하나씩 발의되고 있고요.”
“해외자본을 꺼리기 시작한다는 말이군요.”
“네. 명분도 확실합니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으로 인해 걸어 잠그기 시작했으니, 이쪽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하나씩 나오는 거죠.”
도경과 김우혁은 이제야 왜 호세가 유성인베스트의 일원이라면 투자를 말리겠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이건 도경의 생각과 일치했다.
“그렇다면, 호세는 지금 상황에서 더 심한 조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도경의 물음에 호세는 피식하고 웃었다.
“글쎄요. 가장 최악인 건 그 어느 방향도 예측할 수 없는 정치 상황이라는 겁니다. 아니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고, 그럴 수도 있겠다고 말해야 하는데. 그 어느 쪽도 예측 불가능하거든요.”
미래를 예측조차도 할 수 없는 상황이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으니까.
도경은 그런 호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만약 칠레 정부가 모든 광산을 국유화하는 조치를 내릴 가능성은요?”
도경이 본론을 꺼내자 김우혁은 놀란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보스, 설마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그건 정말…….”
“아예 제로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네요.”
김우혁이 놀라 말할 때, 호세가 입을 열었다.
“아니, 오히려 그쪽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해야 할까요? 최근 들어 광산업 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특히 중국의 기업에서는 자국으로 자금을 보내는 빈도가 더 늘어났습니다. 원래는 눈치를 보며 보냈는데…… 최근에는 칠레에 돈을 남겨놓지 않겠다는 듯한 움직임도 보이고요.”
호세의 말에 김우혁은 진심으로 놀란 듯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개인적으로는 유성인베스트먼츠가 칠레에서 투자를 하길 원한다면 조금 방식을 바꿔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어떤 방식 말입니까?”
“현지에 사무실을 만들어 법인을 만든다든지 하는 방식으로요. 단순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이름으로는 접근조차 힘든 일도 있을 겁니다.”
도경은 호세의 답이 흡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호세, 혹시 현재 회사에 만족하십니까?”
“네?”
“만족하지 못한다면, 유성인베스트먼츠와 함께 일해볼 생각이 있냐고 묻는 겁니다.”
도경의 말에 호세 또한 놀란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저는 그 국면을 이용해서 이번에 칠레에 투자를 할 생각이거든요. 칠레의 상황을 잘 아는 팀원이 필요합니다. 생각이 있으면 연락해 주세요. 킴, 우리는 이만 일어날까요?”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김우혁과 자리에서 일어나 호세를 향해 인사하고는 미팅룸을 나섰다.
도경이 나간 이후에도 호세는 미팅룸에 남아 도경이 건네온 명함을 보며 고민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