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4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48화(74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48화
-말씀하신 대로 옵션 가격을 살펴봤는데, 매수세가 조금 더 강하긴 합니다.
한편, 도경은 마이애미에 있는 제이크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시장 분위기도 SQM의 주가가 하락할 거라고 보는 거네.”
풋옵션의 매수세가 강하다는 건 결국, 만기일에 현재 주가보다 내릴 것 같다는 데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말이었다.
-네. 그런데 보스가 생각하신 그런 이유는 아닌 것 같고요. 제 생각에는 최근 전기차 쪽에서 배터리 수요가 줄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가진 정보와 추측을 아는 쪽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아주 제한된 정보였지만, 그것을 굴려 국유화까지 생각해 내는 것은 이 바닥에 자신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추측을 가지고 베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제이크, 네 생각은 어때?”
-보스가 하시겠다고 하셨으니 믿을 뿐입니다.
“그거 말고, 그냥 네 생각을 말해봐.”
도경의 물음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잠시 아무런 말이 들리지 않았다.
“괜찮아.”
-……솔직히 이번 투자가 우리가 한 투자 중 가장 리스키(Risky, 고위험)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진 건 정말 단편적인 정보입니다.
“그렇지.”
-그런데 이 단편적인 정보를 가지고 칠레 정부의 움직임을 추측하고, 그에 따른 투자 방식까지 생각해 내신 보스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말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음의 베이시스 거래 이런 건 생각도 못 할 테니까요.
회사채와 CDS 프리미엄 사이의 베이시스를 이용한 투자 방식이 도경이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다.
흔히 있는 방식이고, 투자 업계에 있다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를 실행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으니까.
-거기에 풋옵션까지 투자하는 것은 어떻게든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헤지펀드의 직원으로서는 존경스럽기까지고 하고요.
“제이크, 앞에 까는 말이 너무 긴데.”
-그랬나요? 하지만, 진심입니다. 정말 대단하세요. 보스는 말이에요. 그런데 너무 위험이 커요. 베이시스 거래야 수익이 확정이고 회사채와 CDS 프리미엄이 서로 위험을 헤지(Hedge, 기피)해 준다는 점에서 괜찮겠지만, 옵션은 너무 위험한 것 아닐까요?
도경 또한 제이크의 말마따나 위험이 헤지된 투자 방식이 있는데, 여기서 풋옵션을 사는 게 맞는가? 라는 생각이 들긴 했었다.
“제이크, 우리가 언제까지 안전 일변도로 투자할 수는 없어.”
-…….
“물론 나도 굳이 이런 위험한 투자를 해야 하는가? 하고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물었는데, 답은 피할 수 없다는 거였지.
도경은 자기 말을 가만히 듣고 있는 제이크를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기회가 우리를 찾아왔어. 남들보다 먼저 정보를 취득했고, 우리가 한 추측은 투자에 대한 그림을 그려주기엔 충분한 재료야. 그런데 여기서 위험성 때문에 피한다?”
-…….
“우리는 앞으로 무슨 기회가 오더라도 피하게 될 거야. 너무 위험하니까. 물론 나도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좋지만, 그렇게 해서는 우리는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겠지.”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래, 실패한다고 우리가 망하는 건 아니잖아?”
이번 투자가 만약에 추측과 다르게 흘러가서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이루었던 것 중 상당 부분을 반납해야 할 수도 있었고, 다시 그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수년,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피하고 싶진 않았다.
데미안이 도경 자신에게 말해준 대로, 그동안 유성이 해오지 않은 것으로 모두에게 유성을 알리고 싶었다.
-보스를 믿습니다. 그리고 이번 그림도 믿고 있습니다. 이게 제가 드릴 수 있는 최대의 답변입니다.
수화기 너머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좋아. 그럼 한 가지 더 부탁할 게 있는데.”
-지시하시면 따르겠습니다.
“우리 브로커한테 레버리지 어카운트 좀 열어달라고 해줘.”
-네?”
“레버리지는 다섯 배 정도면 적당할 것 같아. 내가 계산해 보니까, 그 정도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손실 같거든.”
-보스, 설마…….
“맞아. 리에게 이야기해 두었으니, 2천만 달러를 보증금으로 다섯 배 레버리지 쓸 거야. SQM 풋옵션 구매해 줘.”
수화기 너머 제이크는 순간 아무런 말을 해오지 않았고, 도경은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제이크, 내 말 안 들렸어?”
-지시대로 따르겠습니다. 보스.
“그럼, 옵션 계약 끝나면 이메일로 보고해 줘.”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도경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호세에게로 다가갔다.
“호세, 끝났나요?”
“SQM의 회사채 1억 달러 치를 구매했습니다. 채권 금리는 3.42%고, 만기는 2년짜리입니다.”
“만기 2년물인 거치고는 금리가 괜찮네.”
“급하게 발행한 회사채입니다. 아무래도 내부에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호세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CDS를 구입해야 하는데, 칠레에는 SQM의 CDS를 취급하는 곳이 없습니다.”
“그래요? 조사를 해봐야…….”
“그건 제가 알아봤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김우혁이 서류를 챙겨 도경에게 다가왔다.
“오늘 ICAP의 고시를 보면 SQM의 CDS 3년물 프리미엄은 43bp~46bp를 오가고 있습니다.”
ICAP는 유명한 CDS 중개회사였는데, CDS 프리미엄을 고시했는데, 프리미엄이 호가별로 고시되었다.
일종의 CDS를 거래하는 거래소와 같았다.
“2년짜리 채권이라 제가 준비한 건 3년물이고요. 5년물은 가격이 좀 더 낮긴 합니다.”
“준비하신 걸로 하죠. 바로 중개회사에 연락해서 계약 체결해 주세요.”
“채권 매수량에 맞춰서 진행하겠습니다.”
“좋습니다.”
도경은 팀원들이 일을 진행하는 것을 잠시 바라보다 자리에 앉아 자기 일을 하기 시작했다.
* * *
“이번 베팅은 규모가 꽤 크네요.”
“사실 한국에서 일로 내부 자금을 너무 끌어다 써서, 그걸 채우려고 시작한 건데, 규모가 커졌습니다.”
그날 점심, 도경은 김우혁과 사무실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레버리지까지 쓰실 줄은 몰랐습니다.”
“말도 마십시오. 이지훈 이사와 제이크를 설득하는 데 제 힘을 다 쏟았으니까요.”
도경의 말에 김우혁은 재미있다는 듯 껄껄하고 웃었다.
“그렇다면, 저는 묻지 않겠습니다.”
“설명이 필요한가요? 우혁 이사는 저랑 계속해서 함께 다녔잖습니까?”
“에이, 그래도 레버리지까지 쓸 거라고는 예상도 못 했다니까요.”
“그냥 그림이 너무 예뻐서요.”
도경의 말에 김우혁은 샌드위치를 한입 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그림에 베팅을 하지 않으면 언제 또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르고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저도 계속 함께 돌아다니다 보니 느낀 게 있습니다.”
김우혁은 우물거리던 것을 다 삼키고는 도경을 향해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칠레 내부 사정에 관련해서 국채만 생각하다가 회사채, 회사채가 떠오르니 풋옵션까지. 밟아가는 그림이 너무 예뻤거든요.”
도경은 주억거리며 김우혁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이런 투자가 부러진다? 저는 부러져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직접 그린 그림이 우리 능력, 아니, 정확히는 보스의 능력으로 최적화까지 끝냈는데, 이게 부러진다? 그럼 우리는 할 거 다 한 거죠.”
어쩌면 도경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을 김우혁이 해오고 있었다.
솔직히 속으로는 지금도 이 투자가 맞나? 레버리지를 쓰기로 한 것은 무를까? 와 같은 생각들이 계속해서 오가고 있었으니까.
“할 거 다 했는데, 부러진 거면 깔끔하게 인정하고 다음에는 이런 투자에서 실패하지 않으면 되는 것. 그게 제가 십수 년 채권쟁이로 살면서 느낀 겁니다.”
“좋은 마인드네요.”
“보스는 아직 실패해 보신 적이 없으시니까요. 그냥 괜스레 오지랖 한번 떨어봤습니다.”
“아닙니다. 위로되는 말씀이었어요.”
도경의 말에 김우혁은 기분이 좋은 듯 어깨를 으쓱였다.
지이잉-
그렇게 두 사람이 대화를 하며 점심을 먹고 있을 때, 김우혁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김우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경을 바라보았다.
“보스,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지금 사무실로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김우혁은 재킷을 챙겨 들고 바로 사무실로 향했고, 도경 또한 테이블 위에 돈을 올려두고는 바로 그를 따라나섰다.
* * *
“CDS 프리미엄이 갑자기 요동치고 있어요.”
사무실로 돌아온 도경과 김우혁은 바로 컴퓨터 앞에서 문제를 확인하고 있었다.
“우리가 계약 체결을 한 프리미엄이 45bp인데, 현재 39bp까지 떨어진 걸 보면, 누가 프리미엄을 계속해서 매도하고 있다는 소립니다.”
다시 말해, CDS 프리미엄의 가격이 하락 중이라는 소리였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포지션은 실시간으로 손해를 보고 있었고.
“갑자기 왜 떨어지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 말에 도경은 전화를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익숙한 번호를 찾아 통화를 걸었다.
-윤.
“조슈아, 바쁠 텐데 잠시 전화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언제라도 윤의 전화는 괜찮습니다.
도경은 사무실로 달려오느라 가쁜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다름이 아니라, 지금 미국 내에서 SQM에 대한 정보가 떠도는 것이 있나요? 혹시 대규모로 계약을 따내 돈을 번다든가. 그런 것이요.”
-잠시만요.
도경의 물음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들렸는데, 잠시 후 조슈아는 입을 열었다.
-내부에 그런 정보는 없습니다. SQM에 투자하시는 중이십니까?
“조슈아, 미안합니다. 지금 상황이 급박해서…… 설명은 후에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좀 더 정보망 돌려보고 나오는 이야기가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조슈아와 전화를 마친 도경은 김우혁을 향해 말했다.
“미국 내에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 추측건대, 아마 거래량이 없던 CDS라 오전 저희가 사들이면서 3~4bp 정도 프리미엄이 올랐습니다.”
김우혁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입을 열었다.
“이럴 때 가격을 누르려고 가진 걸 파는 쪽도 있습니다.”
“가격을 눌러야 할 이유가 있나요?”
“그건 그쪽만 아는 거라 확답은 못 드리겠습니다만, 보통 이럴 땐 채권을 산 쪽에서 가격을 누릅니다.”
“채권을 산 쪽에서 누른다고.”
“네. 우리의 대량 매수 때문에 CDS 프리미엄이 상승했으니, 채권을 들고 있는 쪽에서는 시장 심리를 안정화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요.”
CDS 프리미엄이 상승한다는 것은 회사의 부도 위험이 높아진다는 이야기였으니까.
“그런데 겨우 10bp 오른 것으로 이렇게 과민 반응을 한다는 게…….”
“워낙 움직임이 적은 채권 특성상 있는 일입니다. 별다른 정보가 없다면, 제가 말한 대로 이거나 헤지 포지션을 청산하는 과정일 수도 있고요.”
그 말에 잠시 고민을 하던 도경은 김우혁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괜찮은 가격까지 내려온 거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까?”
“네?”
“추가로 돈을 더 넣어보는 게 어떠냐고 묻는 겁니다.”
그 말에 김우혁은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애초에 리스키한 모험을 했으니, 조금 더 가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