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5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51화(75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51화
“별일 없지?”
미국 북서부 시애틀.
파미르 캐피털 CIO 윌리엄 마셜의 하루는 자신의 비서로부터 보고를 받으며 시작하고 있었다.
윌리엄 마셜은 이미 파미르 캐피털의 이사회를 통해 차기 CEO로 낙점받은 상황에서 리우 샤오의 모든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 회사 내부의 이벤트를 파악하는 것도 그의 일이 되었다.
“밤사이 별다른 일은 없습니다. 다만, 어제부로 카말라가 이길 거라는 의견에 더 많은 돈이 베팅되었다는 거 밖에는요.”
사모펀드와 투자은행 등 통칭 월가라고 부르는 금융계에서는 내기가 하나의 문화였다.
크게는 매크로 이벤트에서 작게는 회사 내부의 이벤트들로 작고 큰 내기들이 벌어졌는데, 최근 파미르 캐피털 내부에서는 미국 대선에 대한 내기가 한창이었다.
“다들 아직도 그러고 있는 거야?”
“빌이 참여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그런 거에는 베팅 안 해.”
“알고 있습니다만, 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빌은 자신의 비서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꽤 유능한 사람이었다. 오랜 기간 자신을 버텨온 것만으로도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회사 내부의 구성원들이 하는 것이니까요. 빌도 참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저들을 이끌어갈 분이니까요.”
비서의 말에 빌은 ‘흠…….’ 하는 소리로 짧게 심음을 흘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배당이 높은 곳에 1천 달러 베팅할게. 어울려 주는 거라면, 질 것 같은 곳에 돈을 거는 게 맞겠지.”
빌의 말에 비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외부에는 소식이…….”
“간밤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소식입니다.”
비서의 입에서 도경의 이야기가 나오자 빌의 표정은 급격하게 변했다. 반가워하는 얼굴이었는데, 어서 말해보라는 듯 비서를 바라보았다.
“유성인베스트먼츠가 이번에 SQM 폭락 장에서 풋옵션으로 많은 수익을 봤다는 소문입니다.”
“소문이야?”
“신뢰도는 높은 소문입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브로커 쪽에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거든요.”
“JPM?”
“그렇습니다.”
“얼마나?”
앞뒤 다 잘라먹고 수익률을 물어오는 빌의 얼굴에는 궁금증으로 가득했다.
“770%가 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뭐?”
“그런데 애초에 베팅 금액이 적어서 수익은 1억 달러쯤 봤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그게 중요해? 770% 수익률이면…….”
업계에서 크게 회자되고도 남을 수익률이었다.
“알겠어. 나가봐.”
빌은 비서에게 그리 말하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 * *
“현재까지 SQM에 8천만 달러 정도 담갔습니다. 이틀 후 정도면 말씀하셨던 금액인 1억 6천만 달러 모두 투입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꽤 걸리네. 평단을 얼마로 잡고 있는 거야?”
한편, 도경은 제이크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31달러 근처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1달러 더 올려. 32달러 수준에서 잡아도 돼.”
“시간을 오래 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는군요.”
“그것보다 칠레 정부가 꽤나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국유화 이후, 리튬 관련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자 각국 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물론 주식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고, 자국 기업이 진출한 사업에서 그런 일이 생기니 대놓고 말은 못 해도 끙끙 앓고 있었다.
기존 계약은 무슨 일이 있어도 보장한다는 칠레 정부의 스탠스 때문에 대놓고 따질 수는 없었다.
“기존 계약은 조건 없이 보장하고, 국유기업을 만들더라도 기존에 들어와서 개발하던 기업들에게 먼저 혜택이 갈 수 있을 거라고 말이야.”
칠레가 만든다는 국영기업은 민관합동으로 만들어질 것이고, 앨버말이나 SQM, 그리고 중국 기업까지.
모두에게 고른 혜택이 돌아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31달러에서 더 이상 주가가 내려가지 않는 이유도 신규로 매수세가 강하기 때문이야.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알겠습니다. 32달러 선까지 평단 올려서 확보하겠습니다.”
지이잉-
제이크와 한창 이야기하던 중, 도경의 휴대전화에서는 진동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제이크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고, 제이크가 방을 나가자 통화 버튼을 눌렀다.
“빌.”
-윤, 간밤에 좋은 소식이 있던데.
“좋은 소식?”
-SQM 풋옵션으로 크게 먹었다며?
빌의 말에 도경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맞아.”
-내가 아는데 놀라지 않네? 브로커들 관리 좀 해야겠어. 브로커에서 유성 포지션이 다 흘러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빌, 너라서 내가 사실대로 이야기해주는 거야. 다른 사람이 연락이 왔다면, 모른 척하고 어디서 흘러나온 이야기냐고 따져 물었겠지.”
도경의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잠시 아무런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너, 설마.
“맞아. 우리가 흘려달라고 한 거야.”
-이유가 있겠지?
“SQM 주식에 롱포지션 잡았거든.”
도경의 말에 다시 한번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무런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정말 종잡을 수가 없네. 롱을 잡았다고?
“그래. 사실 우리는 이미 칠레가 리튬 염호에 대한 국유화 선언을 할 거라는 추측이 있었어.”
-…….
“오해하지 마. 어디까지나 추측이었고, 풋옵션을 잡는 건 너무 어려운 결정이었기 때문에 너에게 말하지 못한 거야.
-이해해.
“어쨌거나, 우리 예상이 맞아 들었는데 생각해 보니 SQM이 저렇게 죽을 기업은 아니거든.”
-그러니까, 앞으로 SQM의 주가가 오른다는 데 베팅했다는 말이네.
빌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우리는 SQM이 좋은 기업이고 시장에 부정적인 내러티브가 돈다면, 우리가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다음 스텝은?
“우리가 풋옵션으로 이익을 본 이야기가 빌 너에게 들어갔으니, 큰 규모의 사모펀드에게는 다 흘러들어 갔다고 보면 되겠지.”
-아마도.
“그럼 점점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할 거야. 그리고 모두가 우리 소식을 들을 때쯤, 우리 포지션을 공개할 거고.”
-정말 무섭네.
수화기 너머 빌은 실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비웃는 게 아냐. 정말 SQM 하나의 기업으로 어디까지 먹을 생각이야?
“글쎄. 내가 그렇게 만드는 건, 오히려 불안감을 키우는 기사들과 시장의 평가에 대한 아니꼬움도 커.”
-그러니까 그 내러티브를 긍정적으로 바꾸겠다는 말 아냐?
“가능할지는 모르겠네.”
-그렇지. 시장엔 워낙 많은 사람이 있으니까. 가능할지 불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겠네. 나도 하자.
이어지는 빌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었고, 수화기 너머에서는 진심으로 재미있겠다는 듯 빌이 떠들어오고 있었다.
* * *
“770%?”
싱가포르의 한 사모펀드.
중소 규모의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토니 베넷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블룸버그 터미널을 이용해 뉴스를 확인하고 있었다.
전날 밤 미국에서 흘러나온 기사가 조회 수 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토니는 홀린 듯 기사를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걸 풋옵션으로 먹었다고?”
존경심이 섞인 말투로 혼잣말을 하며 기사를 보던 토니는 의자에 기대어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부럽네. 우리가 가지지 못한 정보가 있었다는 거 아냐. 770%면 얼마를 벌었을까?”
유성인베스트먼츠는 최근 중소 사모펀드에 있어서 뜨거운 감자였다.
신생 헤지펀드답지 않게 여기저기서 커다란 이벤트를 터뜨리고, 투자를 성공시키며 차근차근 성공의 길로 향하고 있었다.
특히 최근에 한국에서 매년 70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리는 비철금속 기업을 인수한 것은 싱가포르와 홍콩에 있는 사모펀드에게는 크게 이슈가 되었었다.
“미국에서도 이렇게 활약하면서, 우리가 활동하는 아시아에서까지 말도 안 되는 활약을 하고 말이야. 어떻게 이메일이라도 한번 보내볼까?”
토니는 지금이라도 유성에게 연락해 함께 일하고 싶다는 제안을 해야 할까? 생각하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큰 곳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많이 받을 텐데, 우리 제안을 거들떠나 보겠어?”
지이잉-
한창 그렇게 부러움 섞인 혼잣말을 내뱉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
“니키.”
싱가포르에서 자신과 비슷한 규모의 사모펀드를 운용 중인 중국계 싱가포르인 동료의 전화였다.
-토니, 그거 소식 들었어?
“뭐? 유성?”
-뭐야, 이미 확인했네. 770%라니.
“돈 많이 벌었겠지?”
-그럴 수도 있고, 수익률만 나온 걸 보니 우리 생각보다는 덜 벌었을 수도 있지.
“그래도 그 수익률은 말도 안 되지. 그 상황에서 풋옵션으로 먹을 생각을 하다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수화기 너머의 동료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토니는 의아하다는 눈초리로 입을 열었다.
“그럼 뭐가 중요한데? 그 이야기하려고 전화한 거 아냐?”
-아니, 내가 시애틀에 친구가 있는데. 알지?
“아, 파미르에서 일한다는 그 친구?”
-맞아. 그 친구가 말하는데 유성의 다음 포지션을 자기는 알고 있다는 거야.
수화기 너머 동료의 말에 토니는 자세를 바로 고쳐잡고 앉았다.
“포지션을 알고 있다고? 말해주던?”
-당연히 말 안 해주지. 그런데 내가 누구야?
“싱가포르의 네트워크 킹. 니키 양이지.”
-내가 그 친구에게 뭘 줬냐면…….
“니키, 본론부터 이야기하자고. 곧 아시아 시장 시작이야. 네가 치른 값은 나중에 만나면 내가 반을 책임질게.”
-정말이지?
“어서 이야기하래도?”
토니는 애가 타는데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동료에게 윽박을 질렀다.
-어휴, 무서워라. 좋아. 유성이 말이야. SQM의 주식에 롱을 잡았다더라고.
“뭐?”
-나도 처음엔 믿지 않았어. 풋옵션으로 먹고 나온 곳에 다시 롱을 잡는다고? 누가 믿겠어?
이미 주가의 하락을 예상하고 옵션으로 큰 수익률을 본 주식이었다.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게 정상이었는데 유성인베스트먼츠는 그 주식에 롱 포지션을 구축했다는 게 동료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따져 물었는데, 파미르도 같은 포지션을 잡았다는 거야.
“파미르까지?”
-뭔가 있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파미르는 사모펀드의 전설이었다.
유성의 포지션을 파미르가 보증해 준다는 것과 똑같은 말을 동료가 해오고 있었다.
“고마워. 니키. 나중에 내가 값을 치를게.”
-꽤 비쌀…….
토니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재빠르게 컴퓨터를 이용해 SQM의 주식을 찾았다.
“확실히…… 어제 하락을 멈추고 횡보했네.”
매일 하락하던 SQM의 주식은 어제 매수세가 들어와 하락을 멈춘 상태였다.
한참 고민하며 화면을 뚫어지라 바라보던 토니 베넷은 무언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신들의 일을 대리하는 브로커에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미국 시장이 열리면, SQM의 주식 매수 부탁합니다. 규모는 5천만 달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