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5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53화(75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53화
“그런 일들이 있었군요.”
며칠 후, 도경은 예일대학교가 있는 코네티컷으로 와 있었다.
데미안 윌슨과 교정에 있는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었는데, 칠레와 미국을 오가며 있었던 일을 흥미롭게 듣던 데미안은 도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제 이야기를 들으셨으니, 데미안이 답을 주셔야 할 때입니다. 정답이었나요?”
칠레까지 가서 많은 일들을 한 것은 데미안이 준 힌트 혹은 문제(?) 덕분이었다.
칠레를 주시하라는 그의 말만 듣고 시작한 일이었으니까.
“정답이라고 해야 할까요? 글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데미안은 환하게 웃으며 그리 말해왔다.
“내가 들은 정보는 SQM의 전직 임원들이 칠레 정부로 향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칠레 내에 우리 대학 출신의 고위층이 꽤 있었거든요. 얼마 전, 학내 행사에서 만난 한 사람이 그리 이야기해 주더군요.”
데미안은 가만히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칠레는 앞으로 변할 거라고요. 과거의 아픔을 뛰어넘고, 칠레의 모든 것은 칠레인의 것이 될 거라고.”
굉장히 완곡하고 회피적으로 해온 말이었지만, 만약 도경이 그 말을 들었다면, 본인도 그곳에서 투자 인사이트를 생각해 냈을 것이다.
“한참을 생각하다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칠레의 과거는 우리가 모두 배우는 일이니까요.”
“…….”
“그래서 도경에게 말한 겁니다. 굉장히 건방지고 실례되는 말이지만, 나는 도경을 테스트해 보고 싶었거든요.”
물론 다른 사람을 테스트한다는 건 위험한 발상이었다. 하지만, 도경에게 있어서 그건 늘상 있는 일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을 증명해 보여야 하는 세계에 있었으니까.
“그런데 도경은 내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을 가져왔습니다. 나는 고작 생각해 봤자 SQM이나 앨버말 주식에 숏 포지션을 잡고 말 것 같거든요.”
데미안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 이건 테스트나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냥 순수한 궁금증? 왜 그런 방법들을 사용했죠?”
데미안이 진지한 얼굴로 물어오자 도경도 얼굴에 웃음기를 지우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 발자국 더 나가고 싶었습니다.”
“…….”
“지금까지 이 업계에 있으며 우리 팀은 조금 안정적인, 그러니까 이 안정적이라는 건 일반인들이 느끼기에는 굉장히 위험한 수준이지만, 우리 업계에선 안정적인 수준의 투자만 해왔습니다.”
가령, 공매도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결단이었다. 손실이 무한대로 날 수 있는 투자 결정을 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만, 헤지펀드에서는 그저 하나의 헤징 수단으로도 쓰이기도 했다.
“그래서 저와 제 팀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테스트해 보고 싶었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군요?”
데미안의 물음에 도경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도 한 가지의 이유겠지만, 주된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어디까지 리스크를 짊어질 수 있고, 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냐였습니다.”
그 말에 데미안은 놀랍다는 얼굴로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사실 밖에서 볼 때 우리의 일은 ‘리스크를 얼마나 짊어질 수 있고, 리스크 속에 뛰어들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틀렸습니다.”
“그럼 무엇입니까?”
“리스크를 얼마나 줄일 수 있냐의 직업입니다.”
다시 말해, 헤지펀드는 얼마나 위험을 잘 회피하느냐의 싸움이었다.
투자라는 건 늘 위험이 따랐다. ‘기본적으로 주어진 위험을 얼마나 줄일 수 있냐?’가 헤지펀드의 실력을 가르는 싸움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베이시스 거래를 통해 SQM 회사채에 투자하는 리스크를 줄였습니다. 풋옵션 거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베이시스 거래도 4% 이상의 순이익을 확보했기 때문에, 만에 하나 우리가 그리는 그림이 틀렸어도…….”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프리미엄 가격만 지불하면 되겠죠. 그렇다는 건 이미 베이시스 거래에서 확보한 순이익으로 헤징하면 될 테고요.”
데미안은 매우 신이 난다는 얼굴이었다.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다만, 그걸 실행하고 어떤 방식으로 연계해서 실행할지는 오직 투자자의 능력이었다.
자신의 눈앞에 앉은 동양인 헤지펀드 매니저는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두 거래에서 이익을 확정 짓고, 마지막에 SQM의 주식을 매수한 건 어떤 방식으로 리스크를 헤지했습니까?”
“시간입니다.”
도경에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데미안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이야기에 집중했다.
“우리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SQM의 전임 임원들이 칠레 정부에서 만든 TF에 소속되어 있고, 칠레 대통령이 국유화 선언 이후 맺은 기존 계약을 보장한다는 정치적인 약속과 더 나아가 새로 생긴 국영기업은 민관합동이 될 거라는 말까지요.”
“그러니까…….”
“네, 우리가 가진 정보를 믿고 시장에 떠도는 부정적인 서사를 긍정적으로 바꾸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 시기가 굉장히 빠르게 온 거고요.”
“만에 하나 바뀌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원금은 지키고 이익을 본 금액으로만 재투자했으니까요. 속은 쓰리겠지만, 지킨 원금으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데미안은 가만히 도경을 바라보았다.
“도경, 당신은 내게 시간이 리스크를 줄여줄 요소라고 말했지만, 내 생각은 다릅니다. 내가 생각하는 리스크를 줄여줄 요소는 당신입니다.”
데미안의 말에 도경은 놀란 듯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용기와 시장을 보는 시야. 그리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활용할 수 있는 당당함까지.”
데미안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도경이 괜히 업계에서 단시간 내에 그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게 아니라 생각했다.
“대단합니다. 내가 도경을 테스트했다고 말한 게 후회될 정도로요. 내가 건방졌습니다. 도경은 이미 완성된 사람입니다.”
“하하하, 너무 극찬을…….”
“진심입니다. 나에게 동일한 조건을 주고 그 자리에서 임무를 맡겼어도 난 해내지 못할 것, 다른 사람들은 해내지 못할 것을 도경은 했습니다. 그것도 투자 역사에 ‘그런 일도 있었지.’ 하며 말할 수 있을 정도로요.”
데미안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내가 보고 싶었던 건, 도경이 어떻게 리스크를 감당할지였습니다. 단 하나의 정보만 쥐고요. 그런데 도경은 리스크를 감당하기보다는 줄이는 방식을 택했고, 크게 성공했군요. 그건 재능입니다.”
업계에서 많은 사람을 봐왔다.
-투자를 하면 리스크가 있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리스크 없이 어떻게 돈을 버나?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며 자신감 넘치던 펀드매니저들도 하루아침에 달라진 상황에 적응하지 못해 망하는 모습도 보았고.
리스크에 겁을 집어먹고 안정적인 투자만 하는 사람도 보았다.
그런 상황에서 데미안이 지켜보고 배운 것이 하나 있었다.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더 높이 갈 수 있다.’
자신이 봐왔던 리스크를 컨트롤하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투자계에서 자신의 이름을 남겨가고 있었다.
도경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 능력을 자신에게 증명했다.
“그럼 이제, 내가 줄 것을 이야기해야겠군요. 예일에 관해 잘 아십니까?”
“송구스럽지만 잘 모릅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예일의 거버넌스는 외부인이 단번에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건 차차 알아가도록 하고, 내가 담당하고 있는 예일 기금은 올해 기준으로 470억 달러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돈으로 65조 원이 넘는 아주 큰 돈이었다.
“운용한 기금으로 학생들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학교의 운영 자금으로 쓰이기도 하죠. 연구 프로그램에도 쓰이고요.”
도경은 가만히 데미안의 말에 집중했다.
“최근 우리는 격변하는 투자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투자를 꽤 많이 하고 있습니다. 10년 전쯤부터 우리도 나름 기관투자자들에게 큰손이라 불리고 있고요.”
예일은 직접 데미안이 이끄는 팀에서 투자도 했지만, 사모펀드나 기관들에 돈을 맡기고 투자를 하기도 했다.
미국 내 주식과 채권에 10%, 해외주식은 15% 정도였고 나머지는 모두 대체투자를 하는 포트폴리오 구성이었다.
“도경의 펀드에 우리 돈을 맡기고 싶습니다. 규모는 5억 달러이고요.”
이어지는 데미안의 말에 도경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솔직히 그가 투자를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금액이 상상보다 컸다.
우리 돈으로 7천억 원에 가까운 돈이었으니까.
“현재 운용 중인 펀드의 소개를 받아볼 수 있을까요?”
놀란 표정을 짓던 도경은 데미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시간을 주시면 프레젠테이션을 하겠습니다.”
“뭐, 그렇게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도경은 내가 낸 문제를 훌륭하게 풀었고, 그저 펀드를 고르기만 하면 될 일이니까요. 잘 부탁하겠습니다.”
데미안은 그리 말하며 손을 내밀어왔고, 도경은 그가 내민 손을 붙잡았다.
* * *
“예? 5억 달러요?”
“그렇게 됐습니다.”
“오랜만에 큰 규모의 투자가 들어오네요.”
며칠 후, 예일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회사로 복귀한 도경은 이지훈에게 출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고 있었다.
“네. 오랜만에 제 일을 다 한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도경은 어깨를 한껏 치켜올리고는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어유,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십니까? 보스는 늘 보스의 일을 하셨습니다. 내부 관리가 제 일이지요. 보스가 돈을 가져다 쓰셔도 제가 저지를 잘했어야 했다는 말이지요.”
“어째 더 원망하는 소리로 들립니다.”
“아닙니다. 앞으로 좀 더 열심히 보스의 브레이크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하하.”
이지훈의 농담에 도경은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1호 펀드에 투자를 하게 될 겁니다. 투자 약정서는 예일의 실무진들이 마이애미로 와서 맺기로 했고요.”
1호 펀드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자금을 받아 만들어진 도경의 메인 펀드였다.
“네, 알겠습니다. 우리도 준비하겠습니다.”
이지훈이 그렇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가자 도경은 길게 심호흡을 했다.
“그럼 이제 확인해 볼까?”
도경은 오랜만에 찾아온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에 휴대전화를 들고 <고양이 사진 모음>이라 적힌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움직여 업적창에 들어갔는데, 순간.
빰빰-빰!
게임에서나 볼법한 팡파레 소리와 함께 폭죽이 터지는 효과가 화면에서 보였고, 피식 웃음이 절로 나왔다.
-새로운 업적 달성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화면 오른쪽 아래에 고양이가 나와 작은 폭죽을 터뜨렸다.
점점 귀여워지는 메시지의 모습에 도경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업적]*신흥국에 유성인베스트먼츠 이름 알리기
(완료)
-보상: ????
그리고 업적창을 확인했는데, 완료라 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상은 여전히 물음표였다.
“보상이 아직 공개가 안 됐네요?”
-윤도경 씨는 우리의 예상보다 더 훌륭한 업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제가 직접 보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뭐가 다른데요?”
-저를 볼 수 있다는 게 다릅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며 시큰둥한 표정을 짓자 고양이는 “큼, 큼.”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곧 있을 유성그룹 미국 지사 빌딩 개장에 앞서, 우리는 유성에게 가장 필요한 보상을 준비하였습니다.
유성그룹의 미국 지사로 쓰게 될 빌딩의 외관 공사는 모두 끝난 상황이었다.
저층은 호텔 라운지, 식당, 그리고 행사장과 오피스 공간으로 쓰일 예정이었는데, 저층의 내부 공사를 먼저 진행하고 사무실부터 입주할 예정이었다.
“가장 필요한 보상이요?”
-잠시 후, 보상이 윤도경 씨를 찾아가게 될 겁니다. 앞으로도 업적 달성에 모든 노력을 다해주길 바라겠습니다.
고양이는 그리 말하고는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똑똑-
도경이 한참 의아해할 때,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조금 전 방을 나간 이지훈이 다시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굉장히 상기되어 있었는데, 도경은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입니까?”
“보스, 기업 설명회 초청을 받았습니다.”
“네?”
“스탠퍼드, 하버드, UCLA 등 대학교에서 우리에게 인턴십 설명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메시지가 말한 보상이 무엇인지 드디어 이해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가하겠다고 답해주세요. 내년 병아리들 받을 준비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