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5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57화(75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57화
1980년대, 동유럽의 공산주의 국가들은 소련의 영향 아래에서 그들의 연방국으로 있었다.
그러나 경제의 몰락과 더불어 정치적 억압은 그동안 애써 눌러왔던 감정을 터뜨리게 만들었고, 변화의 물결은 시작되었다.
시작은 폴란드였다.
자유노조 솔리대리티Solidarity가 등장하며 공산주의 억압을 거부하며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섰고, 헝가리가 개혁정책을 도입하며 따라나섰다.
「폴란드 자유노조 솔리대리티, 공산 정권에 저항하다」
「헝가리, 오스트리아와 국경 개방하며 서방과 교류 시작」
「벨벳 혁명, 체코슬로바키아 사망자 단 한 명도 없이 무혈無血로 민주화 이룩한다」
「동유럽, 소련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민주화 물결이 일다」
1989년, 전 세계 모두를 충격으로 만든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함께, 동유럽의 공산 정권들이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했다.
폴란드,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는 V3로 시장경제로의 전환과 민주주의를 도입하며 개혁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체제의 급격한 변화가 경제적 어려움을 불러왔지만, 서방의 지원과 자구적인 노력으로 그들은 하나의 축을 이루기 시작했다.
「체코슬로바키아, 분리 통해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독립」
1991년, 폴란드와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는 V3를 공식으로 출범시켰고, 후에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 독립하며 지금의 V4 체제가 되었다.
‘비셰그라드, 유럽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다.’
전통적인 유럽의 강자인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이 경제성장이 멈추고 점점 환자로 변해갈 이때, 동유럽의 4개국은 유럽 경제의 새로운 엔진으로 부상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한 가지 걱정인 건, 유럽연합과의 갈등이 시작된다는 거예요.”
도경은 전용기를 타고 이번 투자를 함께할 제이크, 쿠바 그리고 서너 명의 팀원들과 함께 폴란드로 향하고 있었다.
쿠바의 말에 모두가 심각한 얼굴로 그의 말에 집중했다.
“헝가리의 경우는 언론 자유 침해 문제가 EU의 심기를 건드렸고요. 헝가리의 입장에서는 유럽연합의 간섭이 도를 넘었다고 하긴 하는데, EU가 그런 거에 태클 걸지 않으면 러시아의 영향력이 다시 커지려는 이때, 동유럽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요.”
근 몇 년간 헝가리는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었다.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실었던 헝가리 최대 일간지의 발행이 중단되며 촉발된 사태였다.
“헝가리의 새 정부가 주권 보호법이라는 걸 제정했거든요.”
“주권 보호법?”
“네. 주권 수호국이라는 기관을 만드는 골자로 짜인 법인데, 주요 의제는 외국의 국내 정치 개입을 차단한다는 거예요.”
도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쿠바의 말에 집중했다.
“정치인과 언론, 개인 그리고 단체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받는 걸 단속한다는 거죠.”
“외국의 정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제이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다시 물었다. 물론 국내 정치인은 해외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게 당연했다.
국민의 대리인이니까.
하지만, 그걸 명분으로 휘두르며 할 수 있는 건 무궁무진했다.
“네. 주권 수호국은 권한도 막대해요. 정보기관에서 조사 대상자에게 정보를 받아올 수 있거든요.”
“정권 친위대 느낌이네.”
“그런 느낌이죠. 명분은 휘두르는 거고, 실상은 정권 유지를 위한…….”
쿠바와 제이크의 대화를 지켜보던 도경은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가치판단은 뒤로 미루자고. 현상만을 놓고 봤을 때는 외국의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거네.”
“아니에요. 동시에 그러면서도 기업에 대한 외국 투자는 유치 중이거든요.”
“조금 모순되는 행동 아닌가?”
“동유럽 출신으로서 많이 본 광경이라 새롭지는 않습니다.”
쿠바가 그리 말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다른 국가들 이야기해 보자고.”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유럽연합과 싸우고 있어요.”
“나는 왜 그런지 알 것 같은데.”
도경이 그리 말하자 모두의 시선이 도경에게로 향했다.
“이민자 문제 때문이지?”
“맞아요. 튀르키예를 통해서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입국하는 불법 이민자가 늘어갔거든요. 아무래도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EU 회원국이고, 솅겐 협정 대상이니까요.”
솅겐Schengen 협정은 유럽연합 회원국들 사이에는 통제 없이 국경을 통과할 수 있다는 협약이었다.
그로 인해 국경의 통제가 없다 보니, 튀르키예에서 EU 회원국으로 들어가기만 한다면, 이들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같은 곳을 최종 목적지로 삼아 슬로바키아로 잠입했다.
“시작은 헝가리였어요. 불법 이민자들이 늘어나니까 주변국의 국경 통제를 했거든요.”
“그런데?”
“슬로바키아에서 체코로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이 많아지니까, 두 국가가 힘을 합쳐서 불법 이민자를 색출해 내기 시작했어요.”
“일종의 국경 통제 강화네.”
“네, EU에서는 그게 불만인 거고요. 정치적 불안정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통제가 되다 보면 EU에서는 언젠가 또 나서게 될 테니까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치판단은 미루자는 도경의 말에 그저 쿠바가 전해주는 동유럽 내부의 분위기를 파악 중이었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쿠바의 조국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
“폴란드는…….”
쿠바는 잠시 앞에 놓인 생수로 목을 축이고는 모두를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역시 EU와 충돌했었죠. 강도는 앞선 세 국가보다 더 강했고요.”
“사법개혁 때문이지?”
워낙 유명한 이슈였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었다.
“네. EU 회원국들 사이에는 EU 협약이 자국의 법보다 우선이라는 조항이 있어요.”
유럽연합은 하나의 국가나 다름없었다.
행정부 수반도 있었으며, 입법부인 유럽 의회가 존재했고, 연합국을 상대로 사법권을 사용할 수 있는 법원 또한 존재했다.
경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화폐도 유로화로 통일되어 있었다.
“2015년이 시작이었어요. 당시 총리인 모라비에츠키는 사법부 독립을 꿈꿨거든요.”
“주요 내용은 뭐야?”
“시작은 헌법재판소 개혁이죠. 판사들의 임명 절차 자체를 바꾸는 거예요. 그러면 당연히 정부의 입김이 들어갈 테고…….”
“영향력이 늘어나겠지.”
“네. 다음은? 기존의 판사들을 갈아치우는 거예요. 판사 임명 절차를 바꾸었으니, 기존 절차로 임명된 판사들은 우리 편을 들지 않을 테니까요.”
전형적인 정치가 사법을 장악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대법원 판사들의 정년을 낮췄어요. 기존 판사들을 퇴임시키는 거죠. 그리고 젊고 우리가 만든 새로운 절차로 만든, 정부에 우호적인 판사들을 임명한 거고요.”
“놀라울 게 없네.”
“놀라실 게 있을걸요? 삼권분립이 제대로 된 나라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가장 놀랄 게 남았어요.”
“뭔데?”
“판사를 징계할 수 있는 특별기구를 만들었어요.”
사법, 입법, 행정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삼권분립의 주요 내용이었다.
하지만, 판사를 징계할 수 있는 기구가 설치된다면? 우리나라에는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에서 탄핵하는 절차를 밟게 되어 있었다.
탄핵안이 발의되고 통과되면, 최후엔 법의 최고기관인 헌법재판소에서 해당 법관이 법을 어긴 것인지 판단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잘한 비위행위는 법원의 자체 징계를, 비리는 고위공직자 수사처의 수사를 받도록 되어 있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되니 EU에서는 참을 수 없는 거죠. 특히 서방의 독일과 프랑스 같은 국가들은 우리가 분담금을 많이 내고, 폴란드 같은 경우는 재정적 지원을 받는 수혜국인데 법은 독립한다?”
“허용할 수 없는 거지. 역치를 넘었다고 할까?”
“네. 그래서 2021년에는 좀 강하게 부딪혔어요. EU 지도자 회의에서 폴란드가 EU 법을 따르지 않는다면 폴란드에 배당될 570억 유로를 배당하지 않겠다고요.”
“폴란드도 반발했겠지.”
“네. 유럽사법재판소가 실질적으로 징계를 내렸거든요. 판사 징계하는 법안을 철회하라고. 철회하지 않는다면 날마다 1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요.”
“날마다?”
도경은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당장 계산이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작년까지 누적된 벌금이 6억 유로 정도 됐어요. 달러로는…… 6억 4천만 달러 정도겠네요.”
우리 돈으로 약 8,500억 원에 가까운 벌금이었다.
“작년에 EU 최고 법원에서 결정을 내렸어요. 폴란드의 판사 징계 법안은 위법이라고.”
“그래서 어떻게 됐어?”
“올해 폴란드의 정권이 바뀌었어요. EU에 우호적인 정부가 창출되었거든요. 그래서 미뤄왔던 경제위기 회복 기금 1,360억 유로도 지급이 되기 시작했고요. 570억 유로부터 잠그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 지급을 안 했었거든요. 폴란드에 대한 징계 절차도 무마되었고요.”
우리 돈으로 약 200조 원에 가까운 돈이 EU에서 폴란드로 들어간다는 이야기였다.
“자, 종합하자면 답이 이미 나온 것 같은데?”
쿠바의 말이 끝나자 도경은 모두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V4 중 여전히 정치적 불안감이 있는 헝가리와 체코, 슬로바키아는 선뜻 투자하기 힘든 감이 없지 않아 있고, 폴란드는 돈이 돌기 시작했어.”
일종의 경제 황금기를 앞두고 있었다.
EU에서 들어오는 큰돈은 폴란드 경제성장의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었다.
“우리의 선택은 폴란드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이크와 다른 팀원이 그렇게 말하자 도경은 쿠바를 바라보았다.
인턴이긴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폴란드에 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야쿱 마주르.
쿠바였다.
“저도, 지금 유럽에서 선택지는 폴란드 이외엔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아. 그럼 지금부터 비행기에선 푹 쉬자고, 그리고 폴란드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폴란드 경제에 관한 모든 자료를 끌어모을 거야. 각자 맡은 바 열심히 하자고.”
도경의 말에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각자 쉬는 시간을 가졌다.
도경 또한 자리에 앉아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편한 자세로 상념에 잠겼다.
‘힘든 일은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다짐하기 무섭게 또다시 기회는 찾아왔고, 도경은 이번 기회 또한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그래, 쉬는 건 은퇴하고 쉬자.’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고는 도경은 폴란드에서 있을 투자를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 * *
“호텔이 너무 아름다운데요.”
폴란드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푼 도경은 자신의 방으로 찾아온 제이크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게, 리에게 숙소를 부탁했는데 이렇게 고급스러운 곳으로 잡아줄지는 몰랐네.”
“1850년대에 개장한 호텔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게 있었다.
“다들 방은 잘 잡았지?”
“네, 보스의 방보다는 등급이 낮긴 하지만, 다들 만족 중입니다.”
“그럼 나랑 같은 등급을 쓰려고 했어?”
도경은 그렇게 농담을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호텔에 이야기해 뒀어. 호텔에 있는 미팅룸 하나를 우리 사무실처럼 쓸 거야. 내일부터 바로 미팅에 들어가야 하니까 이야기 전달해 주고.”
“네, 알겠습니다. 보스, 그럼 오늘 하루 푹 쉬십시오.”
제이크의 인사에 도경은 손을 들어 인사했고, 제이크가 방을 나갔다.
딩동-
그렇게 제이크가 방을 나가자마자 다시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고, 도경은 몸을 일으켜 문으로 다가갔다.
“왜? 뭐 못 한 이야기 있…….”
제이크가 다시 온 줄 알고 문을 열었는데, 문 앞에는 다른 사람이 서 있었다.
“쿠바, 무슨 일이야?”
야쿱 마주르가 그 주인공이었다.
“보스, 오늘 저녁 시간이 되십니까?”
“오늘 저녁?”
“네, 폴란드에 왔다고 집에 알렸더니, 아버지께서 보스를 보고 싶어 하십니다.”
“누구?”
“저희 아버지…… 그러니까, 폴스카 화학의 회장 알렉산더 마주르입니다.”
쿠바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도경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