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6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60화(76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60화
“일전의 만남과는 분위기가 조금 다를 겁니다.”
며칠 후, 도경과 쿠바는 어디론가 이동하는 차 안에 있었다.
“분위기가 달라질 거라고?”
“네. 그 자리는 아버지가…… 아니, 알렉산더 마주르 회장이 보스를 개인적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였습니다.”
“글쎄. 그 자리에서 나에게 컨설팅과 투자를 제안해 왔으니 반은 공적인 자리가 아닐까?”
“네, 보스의 말씀도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알렉산더 마주르 회장의 느낌과는 약간 달랐습니다.”
“어떤 점이?”
도경의 물음에 쿠바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높은 기준과 기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알렉산더 회장은 말입니다. 그런 사람이 우리…… 아니, 보스께 그런 제안을 했다는 건 보스가 일정의 기준을 넘었다는 말도 됩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개중에는 아주 작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회장님도 있었고, 대기업을 진두지휘하는 회장님도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기준선을 가지고 있었다.
완벽을 추구했고,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높은 기준을 요구했고, 쉽게 타협하지 않았다.
“유성과 윤도경이라는 사람은 알렉산더 회장의 기준치를 통과했을 수 있으나, 우리가 가져가는 제네티카 프론티어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
“이미 손을 댔다가 외면한 사업이기도 하고요.”
“충고 고마워.”
“……아! 충고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감히 보스께 충고를 할 레벨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제가 잘 아는 걸 말씀드린 것일 뿐입니다.”
쿠바가 당황해서 변명하듯 말해오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쿠바, 무슨 말인지 알겠어. 하지만, 우리 일은 끊임없이 투자자를 설득해야 하는 일이야. 상대가 어떤 성격을 가졌든 말이야.”
“…….”
“그러니 처음부터 겁은 먹지 마. 그리고 네가 준비한 제네티카 프론티어, 좋은 기업이잖아.”
도경의 말에 쿠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고객을 상대로 팔 상품의 가치가 훌륭하다면 우리는 고개를 숙일 필요 없어. 그걸 선택하지 않아서 손해를 보는 건 우리가 아니거든.”
“고객이죠.”
“맞아. 우리는 우리 할 일만 하면 되는 거야. 그리고 고객이 우리 의견을 선택했을 때는 최선을 다해 고객의 수익을 위해 움직이면 될 일이고.”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쿠바가 자신의 말을 이해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 * *
“어서 오십시오.”
“알렉산더, 안녕하십니까?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도경과 쿠바는 차를 타고 폴스카 화학의 본사로 왔다.
회장실에는 알렉산더 마주르가 두 사람을 맞이해 왔는데,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연히 만나야지 않겠습니까? 내가 부탁했는데요. 이쪽은 우리 폴스카 화학의 CFO 시몬 마주르입니다. 제 아들이기도 하죠.”
도경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쿠바와 매우 닮은 사람이 있어 흥미롭게 바라봤었는데, 쿠바의 형이자 폴스카 화학의 2인자였다.
“안녕하십니까? 윤도경입니다.”
“반갑습니다. 시몬 마주르입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다만, 쿠바와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쿠바는 아직 대학에서 막 졸업한 신입 사원의 분위기였다면, 시몬 마주르는 기업인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자, 그럼 앉아서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볼까요?”
알렉산더의 말에 도경과 야쿱은 자리에 앉았다.
“오늘 매우 기대가 됩니다. 시간이 좀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매우 빠르게 투자할 곳을 찾아온 것도 신기하고요.”
“어렵지 않았습니다. 폴스카 화학에서 이미 해둔 것들이 있어서요. 또, 야쿱이 아주 뛰어난 인사이트를 보여주기도 했고요.”
“우리 야쿱이 말입니까?”
도경의 말에 알렉산더와 시몬의 두 눈이 동시에 쿠바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눈빛에 담긴 의미가 다른 것을 도경은 느낄 수 있었다.
기대감과 경쟁심.
그것이 쿠바를 향한 눈빛의 의미였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비즈니스의 시간이군요.”
알렉산더의 말에 쿠바는 가방에서 자료를 꺼내 두 사람의 앞에 내려두었다.
“저희는 지난 며칠간 다방면으로 폴스카 화학의 미래 사업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그러다 결론에 이른 것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부가가치 산업이라…….”
“제네티카 프론티어, 폴란드에 내에 있는 중소 규모의 바이오테크 회사입니다.”
“중소 규모라 그런지 처음 들어보는군요.”
알렉산더 회장의 옆에 앉아 있던 시몬 마주르가 그리 말을 하자 도경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그럼 곤란합니다. 이 회사는 폴스카 화학이 탄생시킨 회사거든요.”
“네?”
도경의 말에 알렉산더에 시몬 둘이 동시에 놀란 듯했다.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시작은 바르샤바 대학교의 화학공학부였습니다.”
“…….”
“이곳에서 교수 1인을 필두로 짜인 연구실이 있었고, 이 연구실은 매년 300만 유로가 넘는 연구비를 폴스카 화학에서 지원받았습니다.”
도경은 여전히 놀란 표정의 두 사람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도경은 이해했다. 회의 이후, 제네티카 프론티어에 관해 리서치를 하며 쿠바에게 여러 이야기들을 들었고, 생각보다 제네티카와 폴스카 화학 사이의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 적잖이 놀랐다.
“당시에는 매년 연구비로 폴스카 화학에 필요한 바이오 공학에 대한 연구를 했었습니다. 가령, 현재 폴스카 화학이 보유한 특허 중 몇 가지는 이 연구실에서 나왔으니까요.”
“…….”
“모르시는 것도 이해합니다. 원래 기업들은 여러 특허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현재 필요하든 하지 않든, 묻어두고 가는 편이니까요.”
“그럼 우리가 그 연구실에서 양도받은 특허들이 이번 투자와 관련 있습니까?”
알렉산더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이야기를 이어나가자면, 매년 그렇게 지원받던 연구 지원이 끊기고, 이들은 다른 쪽의 연구를 하기 시작합니다.”
“…….”
“화학에서 직접적으로 바이오 공학 쪽의 연구로 넘어오게 된 거죠.”
제네티카 프론티어를 창업한 연구진들은 당시 그렇게 자신들의 살길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 자신들의 무기가 될 기술을 연구해 냅니다. 바이오 리액터 기술이 그중 하나고요.”
“바이오 리액터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기술이 아닙니다. 그저 생물의 체내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을 기계에서 일어나도록 만드는 장치지요. 뭐 요즘은 요거트를 만드는 제품도 있는데 그것도 바이오 리액터입니다.”
시몬 마주르는 김이 샌다는 듯 그리 말해왔다.
“시몬의 말처럼 특별한 기술은 아닙니다. 다만, 그들이 바이오 리액터로 만들어낸 유전자 최적화 세포주는 아주 훌륭한 기술입니다.”
“…….”
“쉽게 설명하자면, 세포 내에서 특정 단백질이나 분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한 세포주를 말합니다.”
도경도 지난 며칠간 야쿱 그리고 팀원들과 공부한 내용이었다.
“유전자가 조작된 세포주는 바이오의약품. 다시 말해, 인슐린과 같은 재조합 단백질 약이나 암 치료제, 자가면멱 질환 치료제 등 단일클론 항체에 쓰이고, 단백질을 서브 유닛으로 쓰는 백신에도 쓰일 수 있습니다.”
“셀룰라아제에도 쓰입니다.”
옆에 있던 쿠바가 도경의 말을 거들자 두 사람은 눈을 치켜떴다.
“셀룰라아제라면…….”
“두 분도 아실 겁니다. 바이오 연료에 필요한 효소니까요.”
에너지 산업을 하는 두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어 쿠바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셀룰라아제는 셀룰로스를 분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바이오에탄올이 되겠지.”
바이오에탄올은 가솔린과 혼합하여 자동차 연료로 쓰이고 있을 정도로 바이오 연료 산업에 지금도 쓰이고 있었다.
“제네티카 프론티어가 가진 유전자 최적화 세포주는 셀룰라아제 생산의 수율을 몇 단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 곳에서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거군.”
알렉산더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쿠바가 잘 설명해 주었듯, 그들의 기술은 단순 의약품뿐만 아니라 폴스카 화학이 하고 있는 에너지 산업에도 도움이 되는 기술입니다.”
“윤의 말은 잘 들었습니다. 다만,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군요.”
대화를 지켜보던 시몬은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기술이 우리가 하는 사업에 시너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약 산업은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분야입니다. 제약 산업은 규제도 많고 시장의 장벽도 높고요. 이미 폴란드 내에는 커다란 제약 회사가 있습니다.”
시몬은 계속해서 말했다.
“둘째, 이 자료를 보니 이미 제네티카 프론티어가 독일의 제약사에서 인수 제안을 받았다면, 우리가 지금 개입하는 것이 비즈니스적으로 적절한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경쟁적인 인수전은 가격을 올려 출혈을 불러올 뿐이니까요.”
시몬의 의견은 타당했다. 알렉산더는 연신 주억거리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대답을 요구하는 눈빛이었다.
“첫째, 현재에 만족하신다면, 새로운 투자는 없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도경의 말에 알렉산더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이미 폴스카 화학은 동유럽에서 많은 돈을 벌고 있고, 안정적인 에너지 산업이 있으니까요. 저는 솔직히 에너지 산업이 몇 년 내에 죽을 거라는 말을 잘 믿지는 않습니다.”
에너지 산업을 하는 사람들은 늘 그런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전기 자동차가 대세가 되며, 환경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며 화석 연료 시장이 죽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말이다.
하지만, 도경은 당장 그 시대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어쩌면, 알렉산더의 생에는 그런 것이 오지 않을 수 있죠. 하지만, 알렉산더가 제게 요구한 것은 폴스카 화학의 지속가능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에너지 산업 기반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제약 산업의 규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고 이미 폴란드 내에는 커다란 제약사가 있어 진입장벽이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들과 경쟁해야 합니까?”
도경은 시몬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는, 폴스카 화학의 경쟁 상대는 폴란드 내에서 겨우 동유럽의 파이를 먹고 생산기지를 자처하고 있는 제약사가 아니라, 저기 미국에 있는, 스위스에 있는, 독일에 있는 거대 제약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폴란드의 업계 1위 제약사는 러시아와 옛 소련의 연합국 시장에서만 통했다.
“그리고 거대 제약사들과의 직접적인 경쟁? 필요 없습니다. 그저 제네티카 프론티어가 가진 기술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진 회사가 되면 됩니다.”
“반도체의 ASML처럼요.”
쿠바가 자신의 말을 거들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ASML은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회사였다.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들은 그들의 장비가 없이는 그 무엇도 생산해 낼 수 없는 갑과 같은 을의 위치에 있는 회사였다.
“둘째, 출혈경쟁이 두려웠다면, 그들의 존재는 누구보다 폴스카 화학이 먼저 알았어야 했습니다.”
폴스카 화학의 돈에서 만들어진 회사였으니까.
대학에서부터 시작해 그들이 독립 기업을 세울 때까지 폴스카 화학은 알지 못했다.
그들이 가진 기술을 말이다.
“위험이 없는 투자는 없습니다. 다만, 큰 도약은 과감함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지금 결정을 하지 않는다면, 폴스카 화학은 동유럽의 에너지 산업의 강자로 남게 될 겁니다.”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저희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컨설팅은 여기까지입니다. 전문업체들에 비해서는 그저 부족한 투자 대상에 대한 컨설팅이었습니다.”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알렉산더와 시몬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희 유성인베스트먼츠는 이제, 폴스카 화학의 공동 투자자로 참여해 리스크를 분담할 준비를 하고 기다리겠습니다. 부디, 알렉산더가 무엇이 미래를 위한 결정인지 생각했으면 합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쿠바 또한 도경을 따라 일어났다.
“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사무실을 나섰고, 두 사람은 여전히 고민에 잠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