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6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62화(76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62화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만.”
열흘 후, 도경은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 있는 한 빌딩에 있었다.
이곳은 유성인베스트먼츠가 새로운 투자처로 낙점한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본사였는데 경영진에게 인수 의사가 있음을 밝히고, 그들의 조건을 들어보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였다.
“유성인베스트먼츠와 폴스카 화학이 우리를 인수해서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펼쳐갈지에 대한 이야기는 감명 깊었습니다. 미래가 그려지기도 했고요.”
이 자리에는 도경과 제이크 그리고 쿠바가 유성인베스트먼츠에서 나왔고, 폴스카 화학에서는 쿠바의 형이자 임원을 맡고 있는 시몬 마주르가 함께했다.
“다만, 그것은 우리에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도경이 대표로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현 경영진에게 인수 이후의 그림을 그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자 CEO는 도경의 생각과 다른 말을 해왔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래서 인수 의향자가 우리의 가치를 얼마로 생각하느냐입니다.”
에둘러 말해왔지만, 결국 인수 금액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6명이 공동으로 창업했습니다. 제가 대표로 이 자리에서 여러분을 만나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만, 나머지 공동 창업자들도 생각이 똑같습니다.”
“그렇다면 높은 금액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겁니까?”
시몬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우리를 인수하겠다고 찾아온 마나리니나 여타 제약사들도 결국엔 우리 기술이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맞는 말이었다. 그들이 가진 특허 기술이 앞으로 벌어들일 돈.
그것이 이번 거래의 핵심이자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모든 가치였다.
“우리는 그렇다면, 그 기술의 가치를 얼마로 쳐줄 수 있는가? 우리의 기술을 넘길 수밖에 없도록 가치를 매겨오는 곳에 팔자라고 합의했습니다.”
상대의 말에 도경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어찌 보면, 인수합병에서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종류의 카운터 파트너였다.
‘피인수되더라도 회사에 남아서 연구할 수 있게 해달라’ 혹은 ‘고용 승계를 해달라’ 혹은, ‘제네티카 프론티어가 그대로 남을 수 있도록 해달라’ 같은 여러 조건도 어려운 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 하나도 필요 없으니 많은 돈을 부르라는 상대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다시 한번 여러분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정식으로 우리의 가치를 매겨 제출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돈 이외에는 우위를 가져갈 수 있도록 설득할 요소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럼 오늘은 이만 여기서 자리를 끝낼까요? 여러분들에게도 시간이 필요한 것 같은데.”
상대가 그리 말해오자 모두의 시선이 도경에게로 향했다.
“좋습니다. 빠른 시일 안에 우리가 생각하는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적정 밸류를 매겨서 제안하겠습니다.”
“오래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이미 거래 창구가 열려 있고, 거래 상대가 두 곳이나 있으니까요.”
상대는 지금 상황에서 자신들이 철저하게 유리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머지 일행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협상장을 나섰다.
* * *
“우리가 생각하는 적정 밸류는 6억 8천만 달러입니다.”
그날 밤, 도경은 알렉산더 마주르 회장의 배려로 마련된 폴스카 화학 본사 내의 사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밸류를 어떻게 책정했죠? 멀티플이 너무 높은 것 같은데.”
시몬 마주르는 도경을 향해 물었다. 근래 시장에서 기술을 가진 바이오 테크 회사들이 인수합병 되는 과정에서 연 매출의 일곱 배가 가까운 금액을 주는 게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몬이 생각하기엔 너무 과한 가치 책정이라 생각했다.
“첫째, 빠른 성장세입니다. 제네티카 프론티어는 창업 3년 만에 연 매출 1억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이는 바이오 테크 업계에서 예외적으로 매우 빠른 성장률입니다. 그리고 수요도 높습니다.”
도경은 시몬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들의 기술은 이미 유럽의 주요 제약사들이 빠르게 채택하고 있고, 아시아와 미국 시장에도 진출한다면 매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것만으로…….”
“시몬, 미안하지만 더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시몬 마주르는 말을 멈추고는 가만히 도경을 바라보았다.
“둘째, 독보적인 특허 기술을 보유했습니다. 유전자 최적화 세포주 기술은 여러 회사가 시도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기술은 아니지요. 다만, 이들의 기술은 가장 최적화된, 다시 말해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해 낼 수 있습니다.”
아무리 기술을 따라 하더라도 그들과 같이 적은 금액에 생산해 낼 수 없다면,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질 것이 뻔했다.
“이러한 기술력은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진입 장벽을 만듭니다.”
“…….”
“셋째, 전략적 적합성에 들어맞습니다.”
“전략적 적합성?”
“폴스카 화학의 기존 화학 정제 및 합성 기술과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바이오 기술이 결합한다면, 기존 역량과 연계될 수 있고, 에너지 화학 분야에서 제약 바이오 분야로의 확장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가령, 현재 폴스카 화학의 바이오 에너지 산업에 투입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업계 평가 기준에 부합합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이유가 도경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바이오텍 업계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기업들은 매출 대비 다섯 배에서 열 배 이상의 멀티플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더군다나 현재는 유럽의 거대 제약 회사 두 곳이 우리의 경쟁 상대입니다.”
경장 상대가 있었고, 기존 거래 사례를 보았을 때 지금 가격은 합리적인 수준이라 도경은 생각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걸 종합하자면, 우리는 이번 인수를 통해 금액이 단순한 현재 매출이 아닌, 미래 성장 가능성과 전략적 가치를 반영한 합리적인 평가임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가만히 시몬 마주르를 바라보았다.
시몬은 한참을 생각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지금 경쟁자가 있다는 특수성을 생각했을 때 금액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몬은 그리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우리는 금액을 준비하겠습니다. 일전에 우리와 유성인베스트먼츠가 서로 합의했듯 우리가 인수금액의 55%를, 유성이 45%를 준비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저희도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제네티카 프론티어와의 협상은 유성에서 맡는 걸로 알겠습니다.”
“네.”
시몬은 도경을 잠시 바라보다 옆에 앉아 있던 자신의 동생 쿠바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려주고는 자리를 떠났다.
* * *
“너무 오버 페이가 아닙니까?”
회의를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시몬 마주르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다른 이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 생각도 같아요. 그런데 윤도경의 논리를 깰 수가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도경은 이미 높은 금액에 대한 반박은 받지 않겠다는 듯 많은 것을 이유로 들어왔다.
“내가 다른 문제점을 이야기하려고 하면, 윤도경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먼저 그에 대한 답인 것처럼 가치를 그렇게 매긴 이유를 설명해 왔어요.”
“우습게 볼 사람은 아닌 건 분명합니다.”
“우습게 본 적은 없죠. 문제는 그 옆에 있는 야쿱이지.”
기실, 이 자리에서 이사와 시몬이 이상한 대화를 하고 있는 것도 동생인 야쿱 마주르 때문이었다.
“야쿱이 이번 일에서 주요 아이디어를 냈다고 하더라고요.”
“어쩐지, 유성인베스트먼츠가 우리 내부 사정을 너무도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가 나를 부르더니 야쿱의 성장이 뿌듯하다고 말씀하셨고요.”
시몬의 말에 이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시몬이 가진 야쿱에 대한 열등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처음부터 그랬습니다. 야쿱이 유성인베스트먼츠에 들어가자 아버지는 매우 좋아했어요. 윤도경이라는 새롭게 떠오르는 스타에게 배울 수 있으니까.”
폴스카 화학의 회장 알렉산더 마주르는 자신의 두 아들 모두를 사랑했다.
누구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거나 그런 적은 없었다.
다만, 아버지로서의 사랑과 차기 후계자를 결정하는 것은 달랐다. 알렉산더 마주르는 오직 능력만이 폴스카 화학을 이끌어갈 키라고 어릴 때부터 두 아들에게 말했다.
그것이 지금 시몬이 가진 불안과 불만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유성인베스트먼츠가 폴란드에서의 투자를 생각했고, 아버지는 이 기회를 우리 사업의 확장 요소로 본 거죠.”
“그렇다면…….”
“네. 만에 하나 이번 인수 이후, 제네티카 프론티어가 폴스카 바이오와 합병되고 그 기술로 우리가 제약 기술로 새로운 사업으로의 확장이 완벽하게 성사되면…….”
둘 다 끝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알렉산더 마주르가 회장에 오른 이후부터 평생을 고민하던 새로운 사업으로의 확장이 해결되는 순간이었으니까.
그렇게 된다면, 후계자 선택은 너무 쉬운 문제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일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겠죠.”
이사의 말에 시몬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제는 내가 다른 쪽으로 더 나은 일을 할 수밖에요.”
“좋은 마음가짐입니다. 시몬. 계속해서 옆에서 돕겠습니다.”
“고마워요. 피오트르. 그럼 말한 대로 제네티카 프론티어 인수에 나설 자금을 준비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방을 나가자 시몬 마주르는 잠시 고민을 하다 전화를 꺼내 들었다.
“미안합니다. 이대로 내가 가만히 있기에는 난 가진 무기가 없어요.”
조금 전 방을 나간 이사를 향해 혼잣말로 사과하고는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마시모, 잘 지냈습니까? 폴스카 화학의 시몬 마주르입니다.”
시몬은 오랜만에 전화하는 사람과 반가운 듯한 인사를 나누고는 입을 열었다.
“마나리니에서 새로운 사업을 폴란드에서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하하하, 폴란드에서 일어나는 일을 우리가 모를 리는 없겠죠.”
여유가 넘치는 듯한 말투로 시몬은 상대를 향해 말했다.
“네. 다름이 아니고, 마나리니에게 도움이 될 정보가 있어서 그런데, 우리가 한번 만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몬의 얼굴에는 조금 전 자리 잡고 있었던 망설임이 사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