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6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63화(76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63화
“시몬!”
“마시모, 반갑습니다.”
“하하하, 이게 얼마 만이요?”
바르샤바에 있는 한 호텔.
폴스카 화학의 시몬 마주르는 약속 상대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와 있었다.
“2년 전, 밀라노에서 만났으니 정말 오랜만이긴 하네요.”
“그때, 시몬과 아주 좋은 시간들을 보냈었는데 말이요.”
오늘 시몬이 만나는 사람은 마시모 페리니라 불리는 이탈리아에서 활동 중인 브로커(Broker, 중개인)였는데, 기업들과 여러 친분을 가지고 있는 유럽 내에서는 알아주는 브로커였다.
“마시모가 저를 환대해 주셨지요.”
“내 잠재적인 고객이 될지도 모르니까. 일단 앉을까요?”
마시모와 긴 인사를 나눈 시몬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렇다면 폴란드에 오셨을 때 연락을 주셨어야죠.”
“하하하, 그러고 싶었습니다만, 의뢰받고 들어온 몸이라…… 지금은 고용되었으니 그 기업을 위해 일해도 부족한 시간 아니겠습니까?”
마시모 페리니가 유럽 내에서 거래를 중개하는 상품은 없는 게 없었다.
그는 유명 축구 선수의 에이전트이기도 했고, 무기상이기도 했으며, 기업을 사고파는 일을 중개하기도 했다.
그의 고객들은 하나같이 유럽 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이름이 알려진 거대 기업이었다.
“마나리니의 대리인을 하고 계신다고.”
시몬은 앞에 놓인 칵테일 잔을 들어 올려 홀짝이며 물었다.
“이런, 역시 폴란드 내에서는 마주르 가문을 당해낼 자가 없군요.”
“마나리니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시몬의 말에 순간 마시모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졌었는데, 그는 이내 평정심을 찾은 듯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소문이 날 수밖에 없지요. 마나리니는 워낙 규모가 큰 회사니 한 발자국 움직일 때 나는 소리가 크니까요. 그건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마시모는 시몬이 그것을 무기로 무언가 요구를 해올까 봐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마시모답지 않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건 내가 가진 무기가 아니니까.”
이어서 시몬이 보인 태도에 마시모는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2년 전, 이탈리아에서 봤을 때는 그저 동유럽 출신의 촌뜨기의 모습이었다. 물론 그의 아버지는 유럽 내에서 알아주는 사업가였지만.
시몬 마주르가 보여준 모습은 기업을 이끌어갈 사람이라기보다는 그저, 철부지 아이 같았으니까.
“시몬, 많이 변했군요. 기업가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몬의 모습은 자신이 가진 패를 들고 ‘유럽의 대상인’이라 불리는 자신과 거래를 시도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손에 쥔 카드를 오픈하시죠. 그것에 대한 가격을 치르겠습니다.”
“조금 클 수도 있습니다.”
시몬의 경고에 마시모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 유럽 내에서 내가 소화하지 못하는 것은 없답니다.”
마시모 페리니의 말에 시몬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나는 마나리니의 경쟁자를 알고 있습니다.”
“하하하, 난 또.”
시몬이 오픈한 카드에 마시모는 김이 샌다는 듯 크게 웃었다.
“시몬, 나도 그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독일의 디이엘이 우리의 경쟁자죠.”
디이엘은 전 세계 유명 제약사였다.
그들이 최초로 제네티카 프론티어에 대해 군침을 흘리고 접근을 했고, 마나리니는 제네티카 프론티어를 빼앗길 수 없다는 생각에 후발주자로 붙은 것이다.
늦었기에 마시모 페리니라는 중개인을 고용한 것이고.
“마시모, 디이엘이 다라고 생각합니까?”
하지만, 시몬은 여전히 너는 모른다는 얼굴로 말해왔고 마시모는 미간을 찌푸렸다.
“다른 곳이 또 있다는 말입니까?”
“유성인베스트먼츠.”
시몬의 입에서 새로운 경쟁자의 이름이 나오자 마시모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유성……?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입니다.”
“미국의 헤지펀드죠. 미국 내에서 단기간에 급성장해서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올라온 헤지펀드기도 하고…….”
“알프젠 테라퓨틱스.”
한참 머릿속에 있던 기억들을 끄집어내던 마시모는 드디어 유성의 이름을 자신이 어디에서 들었던 것인지 떠올렸다.
“스위스의 알프젠 테라퓨틱스를 인수해서 J&J에 매각한 그 헤지펀드군요.”
“그런 일도 있었습니까?”
“당시에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놀랐습니다. 미국의 신생 헤지펀드가 백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회사를 꿀꺽 삼켜 버렸으니까.”
마시모가 그렇게 평가를 해오니 시몬 또한 속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윤도경이 대단한 인물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의 과거를 다 아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유성이 지금 폴란드에 있습니다.”
“폴란드에 있다고요? 다른 곳에 투자를 하기 위해서 아닙니까? 지금 폴란드에서 뱅커들을 찾기란 매우 쉬우니까요.”
투자가들이 발에 치이는 폴란드였다. 워낙 경제 성장이 가파르고 돈이 돌고 있다 보니, 전 세계의 투자가들이 폴란드로 오고 있었으니까.
“아뇨. 제네티카 프론티어를 인수하기 위해 와 있습니다.”
“시몬.”
마시모 페리니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시몬을 불렀다.
“시몬의 말을 믿습니다. 하지만, 신뢰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100%.”
“세상에 100%는 없습니다.”
“그만큼 정확한 정보라는 겁니다.”
“시몬이 그렇게 자신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마시모는 여전히 정보의 진위 확인이 필요하다는 듯 물었다.
“그들에게 제네티카 프론티어를 인수하자고 의뢰한 의뢰인이 폴스카 화학이니까.”
“네?”
마시모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확장되며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너무 놀란 나머지 말문이 막힌 것이다.
“나의 아버지의 회사이자 내가 소속된 폴스카 화학이 의뢰를 했다고요. 마나리니에서 마시모 당신에게 의뢰했듯.”
“……시몬, 경고입니다. 혹시 지금 우리가 경쟁자라서, 나를 흔들려고 접근한 거라면.”
“마시모, 당신은 내 경쟁자가 아닙니다. 내 경쟁자는 유성인베스트먼츠에 있지.”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오너가 당신의 경쟁자입니까?”
마시모의 물음에 시몬은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야쿱 마주르가 거기 있습니다.”
마시모의 입가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정말 놀랄 소리의 연속이었다.
야쿱 마주르는 2년 전, 처음 시몬을 만났을 때 함께 만났었다.
시몬 마주르가 촌뜨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면, 야쿱은 총명했고, 눈에서는 특유의 자신감을 보이는 빛을 발산했다.
마시모는 너무도 인상 깊었기에 야쿱을 잊을 수 없었다.
“경쟁이로군요. 폴스카 화학을 두고.”
“이제 나를 신뢰하시겠습니까?”
완전히 시몬을 믿을 수는 없었다.
“글쎄요. 하지만, 나를 찾아와서 그런 말을 하는 동기는 충분하군요.”
“나는 이번 일에서 마나리니가 승리하기를 원합니다. 아니, 정확히는 마시모 당신이 이기길 원합니다.”
앞으로 시몬에게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우군이었다. 더불어 알렉산더 마주르 회장이 원하는 것은 신사업으로의 진출이었고.
그렇다면, 마시모 페리니같이 기업 거래를 중개하는 중개인들과 친해진다면, 시몬은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시몬, 원하는 게 무엇입니까?”
“이번 일이 끝나면 나를 위해 기업을 찾아주세요. 폴스카 화학이 인수할 수 있는, 훌륭한 기업으로. 수수료는 많이 드리지 못합니다.”
시몬의 동업 제안이었다. 마시모의 마음에는 여전히 그를 향한 의심이 남아 있었지만, 거래가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서로 원하는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러기에는 시몬이 준 것이 너무 적습니다. 내 중개 수수료는 매우 비싼데 말입니다. 유성이 제안을 한다면 내가 모를 리가 없을 테니.”
언제고 알게 될 것을 미리 알았을 뿐이었다.
“6억 8천만 달러.”
하지만, 이어지는 시몬의 말에 마시모는 입가가 미세하게 떨렸다.
“유성인베스트먼츠가 제네티카 프론티어에 제시할 인수가입니다. 이 정도면 거래가 되겠습니까?”
시몬의 물음에 마시모 페리니의 입가는 천천히 말려 올라갔다.
“물론입니다. 아주 좋은 거래가 되겠군요. 시몬을 위한 기업을 찾아보겠습니다.”
마시모는 그리 말하며 손을 내밀었고, 시몬 또한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그의 손을 맞잡았다.
* * *
“적정 금액이 맞을까요?”
그날 밤, 도경은 숙소에 앉아서 혼자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치 대화 상대가 있는 양 말했는데, 잠시 후 휴대전화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우리 생각으로는 적절한 것 같습니다.
음성의 주인공은 고양이었다.
기실, 도경은 일을 하다 그저 자신의 고민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 고양이를 불렀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오랜만에 AI 비서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었는데, 여러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죠.”
-불안은 심리적인 요인일 수도 있지만, 생물학적 요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세로토닌과 같은 뇌 신경전달물질이 불균형…….
“아뇨. 아뇨.”
도경은 피식 웃으며 고양이의 말을 저지했다.
“그런 불안함 말고요. 왜 적정 금액이 아닌 것 같죠?”
-이유를 말해준다면, 우리의 답을 들려주겠습니다.
“지금 제가 보고 있는 서류에는 유럽 내에서 제약사들이 바이오텍을 인수한 사례가 적혀 있어요. 거의 모든 기업이 1년 매출에서 멀티플을 3~10배를 매겼어요.”
-그 정도면 매우 평균적인 거래입니다.
“그런데 제네티카 프론티어에도 똑같은 멀티플을 붙이는 게 맞을까요?”
도경은 서류를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보여요?”
-볼 수 있습니다.
“신기하네요. 휴대폰은 그냥 책상 위에 올려놨는데, 어쨌거나 여기 보면 이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3~4억 달러 이상의 돈을 버는 기업이에요. 연 매출이 그 정도라는 거죠.”
매우 준수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이었다.
“그런데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경우는 달라요. 작년에 처음으로 1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어요. 창업 3년 만에요.”
-매우 대단한 일이지만, 없는 일은 아닙니다.
특히 대학 연구로 출발한 기업들은 대부분 기술을 가지고 독립해 바로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양산이 가능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돈은 금방 벌 수 있었다.
“그러니까요. 양산이 가능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는데, 거래 상대를 확보하기 시작한 게 2년 전부터예요. 그렇다는 건 작년에 매출이 제대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거죠.”
-…….
“올해는 매출을 잘 알 수 없어요. 그런데 알 수 있는 게 하나 있어요. 유럽 제약사들의 공시를 보면 돼요.”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경우는 비상장사였기 때문에 재무에 관한 것들과 계약에 관한 것들이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그들의 고객들은 달랐다.
“상장사들이니까요. 거대 제약사들의 공시를 보면 제네티카 프론티어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공시가 2년 전에는 4개, 올해는 12개가 넘었어요.”
무려 2년 만에 세 배가 넘는 고객을 확보했다.
“그렇다는 건 매출의 상승 폭도 올해는 더 클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공동창업자들은 자신들의 매출을 잘 알 텐데, 6억 8천만 달러에 만족할까요?”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답을 원하지 않는다는 듯 혼자 고민에 빠졌다.
“제안액을 대폭 수정해야겠어요.”
-내일이 오퍼 일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고양이의 말대로 내일까지 제네티카 프론티어에 오퍼를 넣어야 했다.
“알고 있어요. 밤을 새울 수밖에요. 고마워요. 말 상대를 해줘서요.”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전화를 들어 올렸다.
“제이크, 지금 내 방으로 와줘. 참, 쿠바도 불러줘. 아니, 두 사람만 와. 확실하지 않아서 모두에게 알릴 일은 아니니까.”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다시 책상 위에 널브러진 서류를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