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6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64화(76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64화
“그러니까 보스의 말씀은 지금이 오히려 너무 낮은 가치다라는 말씀이시죠?”
방을 찾아온 제이크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크는 갑작스러운 도경의 호출에 무슨 일일까 싶은 마음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는데, 자신의 생각보다 더 큰 물음을 도경이 던져오고 있었다.
“잘 봐. 매출 1억 달러는 작년에 발생한 거야. 작년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고객사는 많아 봐야 예닐곱 개라고.”
“지금은 열두 곳이 넘었네요.”
“내 말이 그 말이야. 2년 전보다는 세 배가 늘었고, 작년보다는 두 배가 늘었어. 그런데 올해 발생할 매출이 작년과 같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것들까지 고려해서 6억 8천만 달러라는 밸류를 책정한 것 아닌가요?”
제이크의 말대로 팀원들은 이미 올해 발생할 매출을 예상하여 인수 제안가를 책정했다.
“우리가 생각보다 매출을 낮게 잡았다면?”
“…….”
“작년 매출에서는 멀티플이 6.8배, 우리가 예상한 올해 매출에서는 5배.”
다시 말해, 유성인베스트먼츠는 올해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매출 예상액으로 1억 3천 6백만 달러를 잡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3,600만 달러 매출 증가로 끝날 것 같지 않아서, 유럽에 있는 제약 회사들의 공시를 뒤져봤어. 총 12개 회사가 제네티카 프론티어와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되었고.”
“그렇다면 상장사가 아닌 제약사들도 납품받았을 가능성도 있네요.”
“그거야!”
도경이 1억 3천6백만 달러라는 매출 예상액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였다.
“제약 회사가 소규모라서 적은 물량을 납품할 수도 있어. 그래도 그 금액은 너무 보수적이야.”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띠링- 띠링-
제이크와 한참 이야기를 해나갈 때, 도경의 노트북에서 알림이 울렸다.
기다리던 알림인지 도경은 노트북을 가져와 제이크와 대화하던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피트.”
-보스, 제이크도 있네.
알림의 주인공은 피트의 화상 대화 신청이었다.
마이애미에 있는 피트 창도 도경의 지시에 따라 유럽 내의 제약사에 조사를 나선 상황이었다.
“내가 말한 건?”
-일단 저희가 볼 수 있는 곳은 싹 다 뒤졌어요.
도경은 피트에게 리서치 팀원 전원을 투입해서 유럽 내에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이름이 언급된 공시 혹은 기사들을 찾으라 지시했다.
“이렇게 빠르게 하다니 놀라운데.”
-저희 팀원들 밥 먹고 종일 하는 게 컴퓨터예요.
“그래서 본론은?”
-상장사는 보스의 말 대로 열두 곳이 전부였어요. 다만, 비상장사 중에 CIS 지역에 있는 회사들의 이름이 많이 나왔어요.
CIS는 독립국가연합이라 불리는 구소련 해체 이후 형성된 국가들의 모임이었다.
러시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우즈벡 등 총 9개국이 모여 있었다.
“CIS?”
CIS 지역의 제약 시장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의료 전문가에 대한 지원이나 접근성이 낮아 일반 의약품을 선호했다.
-네. 아시죠? 제약 시장 큰 것.
“알지. 특히 제네릭들이.”
-네. 폴스카 바이오가 납품하는 폴란드 1위 제약 회사도 CIS 지역에 제네릭 의약품을 팔면서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된 이후 성분과 효능, 안전성이 동일하게 만들어진 복제약을 말했다.
-그곳에 있는 제약사들이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바이오리액터 기술을 많이 찾았어요.
“수율을 높이기 위해서겠군.”
-그럴 것 같아요. 자세하게 파보지는 않았지만, 그쪽에서는 많이 만들어 팔수록 큰 이득을 볼 테니까요.
“리스트는?”
-지금 이메일로 보내 드렸어요. 상장사를 비롯한 총 스무 개가 넘는 곳에서 현재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기술을 납품받거나 혹은 받았어요.
“고생했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아닙니다. 폴란드에 계신 보스와 제이크가 고생이시죠. 그럼 더 필요한 일 있으시면 연락해 주시고요. 쿠바에게도 안부 전해주세요.
그렇게 피트와 인사를 나누고는 도경은 피트가 보낸 파일을 제이크에게도 보냈다.
“파일 확인했어?”
“네. CIS 지역에서 꽤 규모가 큰 제약 회사들도 유전자 최적화 세포주를 받고 있네요.”
“아무래도 복제 의약품을 만드는 곳에서는 바이오시밀러도 동시에 할 거야. 오리지널 바이오 약품과 유사한 품질이나 효능을 내기 위해서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기술이 필요한 거고.”
“으아, 우리가 정말 잘못 생각했네요.”
파일을 읽어 내려가던 제이크는 괴롭다는 듯 마른세수를 하고는 말했다.
“정말이지 이렇게 해놓고도 마음을 놓고 있었어요.”
“무슨 갑자기 그렇게 자책을 해.”
“저는 정말 우리가 책정한 밸류가 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자료를 보면 후한 게 아니에요.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 거죠.”
“나도 놓쳤어.”
“아뇨. 보스가 짚어내신 거죠.”
제이크는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다시 해야겠죠?”
“그래야겠지. 시간이 없어. 내일 우리가 오퍼를 넣기로 한 날이니까.”
똑똑-
그렇게 두 사람이 한참 이야기를 해나가던 그때, 도경의 방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만.”
도경은 의아한 얼굴로 문을 열었는데, 숙소 앞에는 야쿱 마주르가 서 있었다.
“쿠바, 무슨 일이야?”
“보스,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들어와.”
도경은 문을 활짝 열어주었고, 쿠바는 방 안으로 들어왔다.
“쿠바, 안 자고 보스의 방엔 웬일이야.”
제이크가 손을 들어 쿠바를 환영했는데, 쿠바는 놀란 얼굴로 도경과 제이크를 번갈아 보았다.
“두 분, 지금 설마 일하고 계신 거예요?”
“보스가 새로운 문젯거리를 안겨주셨거든. 그나저나 내가 들으면 안 되는 일이야? 그럼 잠시 나가 있고.”
“아니에요.”
도경은 음료수를 들고 와 쿠바의 앞에 내려두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래, 할 말이 뭐야?”
“보스, 아무래도 뭔가 조금 이상합니다.”
“뭐가?”
“제 생각에는 지금 우리가 책정한 밸류가 조금…… 적은 것 같습니다.”
“뭐? 우리 팀원들이 며칠 고생해서 계산한 밸류가 잘못됐다 이거야?”
제이크가 목소리를 높이며 쿠바에게 말했다.
“아…… 그게…….”
쿠바는 상당히 난감한 표정이었지만, 자신의 의견은 꺾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CEO를 만나고 온 이후부터 계속 의문이 들었습니다. CEO가 너무 고자세였거든요.”
“고자세?”
“네. 높은 금액을 써내는 곳만이 자신들을 가질 수 있다고…….”
“그런 느낌이긴 했지.”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쿠바의 말에 집중했다.
“그래서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랑은 아닙니다만,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여러 경영가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하나같이 엑시트할 수 있는 타이밍에는 저자세였습니다. 유리한 상황에서도 그랬죠.”
“…….”
“그런데, 이번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CEO는 너무 고자세였습니다.”
“그게 우리의 밸류와 무슨 관계지?”
“저는 그 자신감의 원천이 너무 궁금했습니다. 투자가를 상대로 회사가 가진 기술을 더 보이지 않고, 오직 돈을 가져오라고 했으니까요.”
“그래서 네가 생각한 결론은?”
“저들은 이미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쿠바의 입에서 답이 나오자 도경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서 그 답을 증명해 주는 증거는 찾았고?”
“확실한 증거는 아닙니다만, 그들이 올해 좀 더 높은 매출을 내고 있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고, 폴스카 바이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폴스카 바이오는 폴스카 화학이 가지고 있는 작은 제약 회사였다.
“아무래도 제약 쪽은 저보다 그래도 그들이 많이 알 것 같아서요. 여러 곳에 상황을 알아봐 달라고 했고 CIS 지역의 제약 회사에서 최근 제네티카 프론티어와 4년간 1억 달러 규모의 기술 납품 계약을 맺었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연간 2,500만 달러 수준이었다.
“만약 그런 회사가 10개 이상 혹은 그 이상이라면, 지금 우리가 예측한 올해와 미래 매출 예상치가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는 건…….”
“밸류 책정이 잘못된 거고요. 그들이 생각하는 요구치에 못 미치도록 말입니다.”
쿠바의 말에 제이크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는 얼굴이었다.
“죄송합니다. 제이크, 팀원들의 의견을 부정하려는 건 아니었습니다.”
“하하하, 제이크. 쿠바 그만 놀려.”
도경의 말에 쿠바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고, 제이크는 입을 열었다.
“사실 보스께서 지금 내게 우리 밸류 책정이 너무 낮은 것 같다는 말씀을 해오셨어.”
“네?”
“우리도 지금부터 새로운 금액을 책정하려고 했다는 말이지.”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나와 추론한 방식은 달랐지만, 어쨌거나 같은 의견을 도출해 냈네. 쿠바.”
도경은 알 수 없는 위기감으로 인해 찾아본 것이라면, 쿠바는 자신의 경험을 떠올렸다.
그리고 두 사람 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하며,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자료를 찾았다.
하지만, 결과는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뒷받침해 오고 있었다.
“무섭습니다. 정말, 인턴이 벌써부터 저러면…….”
제이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러움이 가득 담긴 얼굴이었다.
“나와 제이크는 지금부터 적절한 밸류를 계산할 거야.”
“그럼 제가 도와드릴 일은…….”
“너는 집으로 가야 할 것 같아.”
“네?”
도경은 자신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 당황한 쿠바를 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가서, 알렉산더 회장을 만나. 그리고 우리가 인수 오퍼액을 늘릴 거라는 말을 전하고, 승인을 받아와.”
지금 이 순간 쿠바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너만 할 수 있는 일이야.”
도경의 말에 쿠바는 잠시 생각을 하다 이내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를 만나고 돌아오겠습니다.”
“아, 참. 그리고.”
도경은 방을 떠나려 하는 쿠바를 불러 세웠다.
“이 일은 네 사람만 아는 걸로.”
“네 사람이라면……?”
“알렉산더 회장, 너, 나, 제이크.”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단순해. 그냥 지금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매출 예상액이 지금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생각을 우리밖에 못 할 것 같거든. 그냥 보안?”
다른 이들도 똑같은 생각을 했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최대한 아는 사람이 적어야 했다.
우리가 오퍼할 금액이 그들의 예상보다 클수록 사람들은 우리의 생각이 틀렸다고 손가락질할 것이고, 남을 흉보는 소문은 평소보다 빠르게 퍼져 나가니까.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쿠바가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서자 도경은 길게 심호흡을 하며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우리도 시작할까?”
“오늘 밤이 참 길 것 같네요.”
제이크의 푸념에 도경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자료를 검토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