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6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65화(76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65화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야쿱 마주르는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자신을 맞이해 주는 집 관리인에게 사과했다. 관리인은 본가를 관리하는 집사로, 예상치 못한 야쿱의 방문에도 반갑게 그를 맞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여기는 야쿱의 집입니다.”
관리인의 따뜻한 말에 야쿱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가 주무시는 건 아니죠?”
“회장님께서는 야쿱의 연락을 받고 서재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럼 바로 아버지를 뵈러 가야겠네요.”
야쿱은 관리인에게 간단히 인사를 건넨 후 2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늦은 밤에 유난 아니냐?”
2층 서재 앞에 도착한 야쿱을 먼저 맞이한 건 잠옷 차림의 시몬 마주르였다. 어릴 때부터 호의적이지 않았던 형이었고, 지금도 마주할 때마다 따뜻한 대화를 기대할 수 없었다.
“아버지도 못 주무시고 너를 기다려야 하고, 나도 이 꼴로 서 있어야 하고.”
“형은 이 대화에 없어도 되는데.”
“뭐?”
“내가 원하는 건 아버지를 만나는 거였지. 형을 만나는 건 아니었으니까.”
“이 프로젝트에는 나도 개입해 있어. 당연히 나도 들어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고.”
시몬의 태도에 야쿱은 굳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시몬, 그렇게 애쓰지 마.”
야쿱의 차가운 말에 시몬은 얼굴을 구기며 반박하려 했지만, 야쿱은 말을 이어갔다.
“줄곧 말해왔잖아. 나는 폴스카 화학에는 관심이 없다고. 그러니 그렇게 사사건건 부딪쳐 올 필요는 없어.”
“그걸 정말 믿으라고 나한테 하는 소리야?”
“믿든 믿지 못하든 그건 시몬, 네 결정이고. 나는 분명히 말했어.”
“네가 미국에서 실패해서 돌아오면, 결국 폴스카 화학에 손을 벌리겠지. 네 지분을 요구하며 말이야.”
시몬의 조소 섞인 말에 야쿱은 피식 웃었다.
“거기서 시몬…… 아니, 형과 내 차이가 보이는 것 같네.”
“…….”
“형은 평생 폴스카 화학의 아들로, 이 나라에선 뭐든 할 수 있는 틀에 살았으니 내가 미국에서 무엇을 이루지 못한다면 실패라고 규정하는 거 말이야.”
“그럼 그게 실패지 뭐냐?”
“나는 폴스카 화학 회장의 알렉산더 마주르의 아들이라는 삶을 포기하고 도전했어. 왜?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서.”
“말장난이 심하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형은 끝까지 내가 보는 세상을 보지 못할 거야.”
도전에 실패는 없었다. 더 많은 경험을 쌓을 뿐.
야쿱 마주르는 그렇게 생각했다.
야쿱은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듯 서재 문을 노크했다.
“야쿱입니다.”
-들어와.
서재 안에서 들려온 알렉산더 마주르의 목소리에 야쿱은 문을 열고 들어갔고, 뒤이어 시몬도 따라 들어왔다.
“밤늦게 고생이 많구나. 앉아라.”
알렉산더는 책상 위에 펼쳐둔 서류를 정리하며 안경을 벗었다. 그런 아버지를 마주보며 야쿱과 시몬은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그래, 밤늦게 네가 나를 찾아올 정도로 급한 일이냐?”
“아버지, 아니, 알렉산더.”
야쿱은 도경의 대리인이자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직원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집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되뇌었다.
호칭부터 정리하자 알렉산더는 놀란 얼굴이었다.
“뭔가 일이 틀어졌구나.”
“틀어진 건 아닙니다. 계획을 변경하기 위함이죠.”
“이야기해 봐.”
“그 전에, 시몬을 물러가게 해주십시오.”
“야쿱!”
야쿱이 알렉산더에게 자신의 퇴장을 요구해 오자 시몬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시몬은 이 프로젝트에서 나를 대신해 폴스카 화학의 실무를 맡고 있다. 그걸 너도 잘 알 거 아니냐?”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회장님께서만 아셔야 한다고 보스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보스라…… 넌 지금 이 자리에서 네 스탠스를 정한 거군.”
알렉산더는 지금 야쿱이 자신에게 해오는 말투를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가족이 아닌 비즈니스 상대로서의 야쿱 마주르가 이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잘못된 것 같은데. 밤늦게 나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들인 야쿱 마주르이지.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직원, 그것도 인턴인 야쿱 마주르는 아니다.”
알렉산더는 다시 스탠스를 정하라는 듯 야쿱을 압박해 왔다.
시몬은 너의 가족이라고, 그가 이 자리에서 듣지 못하는 이야기라면, 자신도 듣지 않겠다고.
“실례를 범한 것을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제가 드릴 말씀은 폴스카 화학의 미래에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성패가 달린 일입니다. 그래서, 보스께서는 믿고 저를 이곳으로 보내셨고요.”
“생각을 바꾸지 않겠다고?”
“시몬이 이 자리에 계속 있어야 한다면, 제가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야쿱!”
시몬은 다시 한번 버럭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알렉산더는 손을 들어 그런 시몬을 제지했다.
“독대를 요구하는 이유가 단지 네 보스라는 사람의 지시 때문이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다른 뜻은 없냐는 말이다. 이 자리에서 시몬이 없어야 네가 더 유리해진다고 생각한다든지. 설마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버지.”
이곳에 들어와 줄곧 알렉산더라 부르던 쿠바의 입에서 아버지란 말이 나왔다.
“저는 폴스카 화학의 후계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건 제가 미국에 가기 전 말씀드렸습니다.”
“믿을 수 없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폴스카 화학의 후계자 자리에 관심도 없고, 아버지가 제게 물려주실 유산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고민은 아주 오래전 끝났다.
쿠바는 자신의 미래에 폴스카 화학과 알렉산더가 물려줄 유산은 없다고 정했다.
아버지와 형 그리고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누구도 믿지 않았다.
그 많은 재산들을 어떻게 포기하냐고, 한 국가의 1위 기업의 후계자 자리를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냐고.
그때마다 쿠바는 반문했고, 증명해 보여야 했다.
-폴스카 화학을 포기하는 게 그렇게 이해 못 할 일이야?
늘 궁금했다.
자신은 야쿱 마주르일 뿐이었다.
자신의 삶은 폴스카 화학에 얽매일 수 없었다. 오직 자신만이 앞으로 할 일을 결정할 수 있었고, 어릴 때부터 늘 그래왔으니까.
그리고 그 틀을 처음 깬 것이 유학이었다.
미국에서도 여전히 폴란드 억만장자의 아들 야쿱 마주르였지만, 그곳에서는 그 타이틀을 떼고 오작 야쿱 마주르, 쿠바로서의 삶을 살 수 있었고, 배경을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증명할 수 있겠지?
그리고 처음으로 보스에게 폴스카 화학 회장의 아들이 아닌, 야쿱 마주르로서의 능력을 증명하라는 말을 들었다.
“전 지금 야쿱 마주르…… 그러니까, 쿠바로서의 삶을 증명 중입니다.”
“그 바보 같은 별명은 쓰지 말래도.”
“마주르라는 성을 떼기 위해 만든 별명입니다. 만족하고 있고요.”
쿠바는 고개를 들어 알렉산더를 바라보았다.
“아버지, 저는 항상 증명하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제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을 증명하느라 보내왔던 시간입니다.”
어릴 땐, 배경이 있으니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증명해야 했고.
그렇게 증명하니 억만장자의 아들이라 배경으로 대학에 들어온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이제는 가족들에게 후계자 자리에 관심이 없다는 걸 증명해야 했다.
그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그런데 처음으로 마주르라는 성을, 그러니까…… 폴스카 화학이라는 배경을 벗어던질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훌륭한 아들이 되지 못한 제가 이런 부탁을 드리는 게 염치없지만, 한 번만 도와주세요.”
알렉산더는 가만히 쿠바를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자신의 아들이 도와달라는 말을 해왔다.
미국에 유학을 갈 때도, 자신의 돈은 필요 없다며 비행기 삯과 체류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던, 미국에 가서도 어마어마한 학자금 때문에 장학금을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면서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던.
자신의 둘째 아들이 처음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일을 도와달라 말해왔다.
그리고 그의 눈빛에는 진심과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시몬.”
“아버지!”
알렉산더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시몬은 이어질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밖에 없었다.
“나가 있어라.”
“아버지!”
“나가 있으래도!”
다시 한번 알렉산더의 입에서 축객령이 나오자 시몬은 잔뜩 표정을 구기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이제, 말할 수 있겠니?”
시몬이 나간 이후 알렉산더가 묻자 야쿱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 * *
“올해 매출은 미니멈으로 2억 달러, 맥시멈으로는 2억 7천만 달러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편, 도경은 제이크와 함께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올해 매출을 예측했다.
한정적인 자료라 말 그대로 예측 수준이었지만, 두 사람은 최선을 다했다.
“나도 비슷한 규모로 추산했어.”
“보스는 얼마로…….”
“미니멈 2억 2천만 달러, 맥시멈으로는 3억 달러.”
2~3천만 달러의 차이가 났지만, 둘의 생각은 엇비슷했다.
“처음 1억 달러의 가치를 잡고 오퍼액을 생각해 낸 게 얼마나 무모했던 건지 알 것 같네요.”
제이크는 자료를 살피며 도경이 왜 이 밤중에 자신을 불러내 서류를 검토하게 만든 것인지 느꼈다.
“오퍼액 기준을 어떻게 잡으실 거예요?”
“그게 제일 큰 고민이네. 맥시멈에 다섯 배를 주면 우리가 최초로 생각한 금액의 두 배 이상을 주어야 하니까.”
3억 달러를 기준으로 잡는다면, 15억 달러가 넘는 돈을 주어야 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2조 원이 넘는 거금이었다.
“문제는 다섯 배도 최소한이라는 거죠.”
“맞아. 최초 우리의 멀티플은 작년 매출의 6.8배였으니까.”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돈을 써야 했다.
“하지만, 올해 매출이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3억 달러라면, 그렇게 오버페이는 아닙니다.”
매출 성장의 폭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증명한 수치였으니까.
앞으로 더 많은 시장에 침투할 수만 있다면, 아주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똑똑-
두 사람이 한참 고민을 하던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제이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어주었다.
지친 모습의 쿠바가 방으로 들어왔다.
“쿠바, 어떻게 됐어?”
“죄송합니다. 보스. 폴스카 화학에서는 더 큰 리스크를 질 수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쿠바는 알렉산더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도경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해. 그들의 매출이 확실하지 않고, 우리의 추측 수준인데 투자 금액을 두 배 이상 늘리기란…… 쉽지 않지. 실패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너를 보낸 거야.”
“죄송합니다.”
“말했잖아. 죄송할 필요가 없다고. 네가 그 자리로 가서 그 이야기를 꺼낸 것만으로도 네 할 일은 다 했어. 나머지는 내가 할 일이고.”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제이크.”
“네, 보스.”
“사무실 참 좋았는데. 그렇지?”
“그게 무슨…….”
제이크는 도경의 말에 물음을 던지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죠. 다시 호텔로 돌아갈 수밖에.”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폴스카 화학과의 협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우리는 우리 단독으로 제네티카 프론티어를 인수할 방법을 찾겠습니다.”
처음부터 생각해 왔었다.
만에 하나 폴스카 화학과 의견이 맞지 않는다면, 언제든 결단하겠다고.
“제이크.”
“네, 보스.”
“내일 오전까지 인수제안서를 작성해 줘.”
“오퍼액은…….”
“15억 달러.”
도경의 말에 제이크와 쿠바는 놀란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자금이 가능할까요?”
제이크의 물음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쿠바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말했잖아. 이제는 내가 증명할 차례라고. 그건, 나한테 맡겨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