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6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68화(76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68화
“오퍼액을 수정했으니까. 괜찮습니다.”
“그게 무슨…….”
도경의 말에 알렉산더는 여전히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쿠바, 아니, 야쿱이 알렉산더를 찾아간 밤.”
도경이 그리 말하자 알렉산더는 기억을 떠올렸다. 그날 자신의 둘째 아들은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타인의 편에 서서 자신을 찾아왔었다.
“제가 알렉산더를 설득해 달라고 보냈습니다.”
“투자액을 더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말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제네티카 프론티어에 대한 투자 자금이 더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이미 매출 1억 달러가 겨우 넘는 회사에 6억 8천만 달러를 쓰기로 했는데, 거기서 더 쓰겠다고?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가치는 생각보다 큽니다.
-내가 본 가치는 그렇지 않았다.
그날 저녁, 자신도 처음으로 아들의 부탁을 거절했다. 아니, 야쿱이 먼저 아들이라는 자리를 버리고 자신을 찾아왔으니, 쉽게 거절할 수 있었다.
-지금 기회를 놓친다면 평생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많은 돈을 벌어줄 캐시카우를 놓치는 걸 수도 있고요.
-겨우 유럽 제약사 몇 개에 파이프라인을 가진 것으로는 캐시카우가 되지 못해. 남들이 따라 하지 못할 제약 기술도 아니고, 제약을 도와주는 그런 기술은 선두의 자리에 서지 못한다.
-제네티카 프론티어는 폴스카 화학이 만든 회사입니다. 기회를 놓치는 것은 한 번으로 충분합니다. 지금 다시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릴 기회가 온 거예요.
-지금 투자액 이상을 쓸 생각은 없다.
그렇게 거절하고 돌려보냈다.
“그날 밤, 저희는 우리가 생각했던 제네티카 프론티어에 대한 밸류 계산이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
“좀 더 많은 자료들을 취합했고, 제네티카 프론티어가 올해 벌어들이는 돈은 3억 달러 가까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게 무슨…….”
“자료에 잡히지 않는 곳에 꽤 많은 납품을 하고 있더군요. 알렉산더도 알 겁니다. CIS 지역 말입니다.”
그 지역은 의료 시스템을 찾기가 어려워 아픈 사람들이 약을 먼저 사는 일이 많은 지역이었다.
그렇기에 CIS 지역의 제약사들은 의외로 복제약에 대한 기술력이 있었다.
“약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회사들은 상장되어 있지 않아 투명하지 않은 곳이죠.”
“제네티카 프론티어는 왜 그것을 먼저 말하지 않은 것이죠?”
“그들은 회사를 팔 생각이 최초에는 없었으니까요.”
제네티카 프론티어는 차근차근 매출을 올려가고 있었음에도 그 누구에게도 그런 것을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독일의 제약사에서 최초 오퍼가 들어오고 생각을 바꾼 겁니다. 엑시트할 타이밍일 수도 있다고.”
그렇게 유성과 이탈리아의 마나리니까지.
인수전에 뛰어들며 다들 제네티카의 가치를 매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공동 창업자는 아주 똑똑하게도 그 상황에서 자신들이 우위에 설 수 있는 방법을 알았고. 그저 많은 돈을 가져온다면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CIS뿐만 아닙니다. 유럽 내에서도 많은 파이프라인을 가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말했듯 CIS 지역은 투명하지 않습니다.”
어느새 자리는 알렉산더가 가진 의문을 풀어주는 자리로 변했다.
“그렇죠. 저희의 계산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공개된 유럽 내의 납품 금액만 하더라도 2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계산했습니다.”
“……다행이군요.”
알렉산더는 잠시 아무런 말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오히려 내가 거절한 이후, 우리 폴스카 화학이 인수전에서 빠진 것이 유성에게는 좋은 일이 되었습니다.”
혹여 자신이 투자금 증액을 받아들여 유성과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면?
“시몬이 또다시 증액된 오퍼액을 발설했을 테니까요.”
“…….”
도경은 가만히 알렉산더를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윤에게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염치없는 부탁인 건 알지만, 시몬에 대한 처벌을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이번 일로 피해를 본 것은 유성과 도경이었다.
당연히 시몬 마주르를 법적으로 처벌할 것인지 혹은 그런 일은 없었겠지만, 용서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건 도경의 몫이었다.
“물론 윤의 몫인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타인이 시몬을 처벌한다면 그 아이는 절대 느끼지 못할 겁니다.”
오히려 복수심만 불태울 것이다. 시몬은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저에게 맡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물론 지켜보고 시몬의 행위에 대한 처벌이 알맞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언제든 나서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알렉산더는 이미 자신의 아들에게 큰 벌을 주기 위한 결정을 한 것 같았다.
“우리 내부 감사팀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는 건, 아들이 아닌 회사의 임원이 회사에 끼친 피해를 산정해서 법적인 고발까지 하겠다는 거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혹여 이번 일로 야쿱을…….”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유성에 들어온 이상 저는 야쿱을 함부로 버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은 야쿱이 아닌 시몬이 한 일이니까요. 두 사람은 아주 별개의 사람이고요.”
물론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묶여 있기는 했지만.
“그럼 일어날까요? 저희도 기다리는 연락이 있…….”
똑똑-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상기된 얼굴의 제이크가 들어왔다.
“보스. 제네티카 프론티어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가 최종 협상 후보자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그 말에 사무실에는 환호하는 팀원들의 소리가 울려 퍼졌고, 도경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손을 들어 올렸다.
* * *
“어떻게 그 금액을 써낸 것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다음 날, 도경은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본사에서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을 만나고 있었다.
“우리는 다섯 배의 멀티플을 생각했습니다.”
“그럼…… 우리의 한 해 매출을 3억 달러를 기준으로 잡았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상대는 정말 놀랐다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이제 곧 DD(Due Diligence, 실사)에 들어간다면 알게 될 것이니 미리 말씀드리자면, 우리의 올해 매출 예상치는 2.7억 달러입니다.”
상대의 말에 도경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3천만 달러라는 어찌 보면 큰 오차가 있었지만, 유성은 근사치를 계산해 냈다.
“어떻게…… 혹시 우리 내부에 누군가와 정보를 주고받았다거나.”
“하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애초에 저는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공동 창업자분들에게 놀랐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무기가 침묵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회사 내부에 대한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음으로써, 가치를 더 키울 수 있는 방향 말이다.
“저는 그런 방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제가 그런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한데,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 같습니다.”
도경이 그렇게 추켜세워 주자 상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그런 유대감이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만든 것이니까요. 자,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가장 많은 금액을 그것도 우리의 매출 예상액까지 비슷하게 맞히셨으니 유성은 승리할 자격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실무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DD는 언제부터 하실 예정입니까?”
인수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수액을 써내는 것보다 실사가 더 중요했다.
실사에서 매출 예상액이 맞는지 혹은 기존 경영진들이 법망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회사 내부에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다.
“유럽 내의 실사 전문 로펌을 선임했습니다.”
대부분 이런 과정을 대리해서 해주는 로펌이 존재했다. 변호사뿐만 아니라 회계사 등 인수에 필요한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실사를 진행했다.
“저희가 기반 서류를 넘겼으니 일주일 안에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유성이 준비된다면 언제라도 연락을 주십시오.”
“인수 이후에도 남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상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안을 해주신다면 기쁜 마음으로 남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공식적인 제안을 받게 된다면 제대로 답해 드리겠습니다.”
“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상대와 악수를 나누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함께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미래를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입니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빠져나온 도경은 자신을 기다리는 쿠바와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우리 계산이 꽤 근사치까지 갔어. 제네티카 프론티어의 올해 매출 예상액이 2억 7천만 달러라던걸?”
그 말에 제이크는 활짝 웃었다.
“하룻밤 만에 계산한 거치고는 훌륭했네요.”
“그러니까 말이야. 제이크, 네가 제일 고생이 많았다.”
제이크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도경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쿠바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쿠바, 너도 고생했어. 인턴직으로 쉽지 않았을 텐데.”
“……보스, 죄송합니다. 가족과 관련해서 보스에게 큰 상처를 안겨 드렸습니다.”
“쿠바.”
도경은 걸음을 멈추고는 쿠바를 바라보았다.
“네 잘못이 아니잖아? 너는 유성에서 유성의 대리인이 되어 할 일을 다 했어.”
“…….”
“물론 가족이 저지른 일 때문에 네가 지금 힘들다는 거 잘 알고 있지만, 나는 네가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해.”
“감사합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걸었다.
“어서 사무실로 가자고. 아직 인수가 끝난 건 아니니까.”
“사무실에서 트레이딩만 하다가 처음으로 인수 건에 투입되어 보니, 제시카의 빈자리가 좀 크게 느껴지네요.”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보통 한다현이 이런 일을 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제이크 너나 쿠바도 재능이 있던걸? 특히 쿠바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람 만나는 게 능숙하고 말이야.”
아무래도 폴란드다 보니 쿠바를 대리인으로 보낸 적이 여러 번 있는데, 그때마다 괜찮은 결과들을 가져왔다.
사실 인수 협상이란 건 사람을 만나는 일이 가장 중요하기도 했고.
“마이애미로 돌아가면 쿠바 인턴십을 끝내야겠어.”
“그게 무슨…… 저는 아직 유성에서 더 일하고 싶습니다.”
쿠바는 가족과 관련된 일로 잔뜩 위축되어 있었는데, 그 상황에서 인턴십을 끝내겠다고 도경이 말해오니 오해하는 것 같았다.
“오해하지 마. 이번 일에 네가 능력을 증명했으니,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겠다는 말이니까.”
도경이 그리 말하자 쿠바는 자리에서 가만 멈춰 섰다.
도경과 제이크는 걷다가 옆이 휑해서 뒤를 돌아보았는데, 쿠바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얼어 있었다.
“뭐 해? 안 가고. 늦으면 마음 바꾼다.”
도경이 그리 농담을 던지고 다시 걷자 쿠바는 고개를 숙였다.
“보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쿠바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