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77화(7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7화
“모두 오늘 시무식 때 센터장님 말씀을 들었겠지만, 새해는 우리가 좀 더 힘을 내야 할 것 같습니다.”
며칠 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시기가 오자 리더스 센터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회사를 이끄는 수장이 달라져 회사의 새로운 방침이 정해졌기 때문인데, 회사는 올 한 해의 목표를 개인자산관리 서비스의 확대로 정했다.
WM본부를 이끌던 심주원이 신임 사장으로 부임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유성투자증권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증권사가 개인자산관리에 목숨을 걸고 있었다.
“작년 한 해 고액 자산가 유치액이 우리에게 밀린 태산이나 선진증권이 VIP 서비스를 강화했기도 했고, 회사의 방침 또한 리더스 센터를 중심으로 개인자산관리 서비스의 확대를 원하고 있으니까요.”
팀장인 서정환의 말에 3팀의 직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결산월이 지나지는 않았지만, 센터장님 말씀처럼 지금부터 새로운 고객 유치에 열을 올려야 합니다. 작은 기회라도 놓치지 않도록 열심히 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각자 고객에게 공지할 게 있습니다.”
서정환의 말에 모두가 수첩에 메모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KLPGA에서 우승한 조서연 선수의 골프 강습이 서초 실내연습장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인원 제한은 20명이고요.”
정기적으로 회사에서 후원하는 선수들이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골프 강습회를 열곤 했지만, 최근 유소년 시절부터 후원해 온 골프 선수가 국내 골프대회를 우승했다. 덕분에 올해는 경쟁이 치열할 것 같았다.
“최근 조서연 선수의 인기가 한창 오를 때라 많은 고객께서 참여를 원하실 것 같은데요.”
팀원의 물음에 서정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거라 예상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 팀에는 다섯 명의 회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인원이 배분되었네요. 안타깝게도 이 이상은 추첨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럴 때가 제일 난감했다. 신청하는 고객들이 모두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추첨에서 탈락한 고객의 기분이 상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들 고객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특별히 유념해 주세요.”
하지만, 그마저도 감내해야 하는 것이 이 일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윤도경 씨. 보고할 게 있다고요?”
서정환의 말에 팀원들의 시선이 도경에게로 향했다.
“네, 혹시 고은하 씨를 다들 아시나요?”
도경의 물음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모를 리가 없죠.”
“맞아요. 고은하 모르면 간첩 아니에요?”
고은하는 가수와 배우를 동시에 하는 만능 엔터테이너였고, 대중음악계뿐만 아니라 극장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물음에 돌아온 답처럼 하나의 시대를 이끌어가는 아이콘과 같은 인물이라 다들 초롱초롱한 눈으로 도경의 입에서 나올 다음 말을 기대하는 것 같았다.
“고은하 씨가 소속사를 통해 자산관리인을 구하는 것 같습니다.”
도경은 최우진에게 건네받은 서류의 사본을 팀원들에게 건넸다.
서류에는 고은하에 대한 간략한 정보와 예상되는 규모의 유치 자산이 적혀 있었다.
“고은하 씨 측에서 넘어온 정보는 없고요?”
팀장 서정환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직은 없습니다. 저쪽에서도 증권사들끼리 경합을 붙이고 싶어 하는 느낌입니다.”
“타당하네요. 100억 혹은 그 이상의 규모가 되는 자산을 맡길지도 모르는 고객이니까요. 고객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좋은 조건을 듣고 싶은 것이겠죠.”
서정환의 말마따나 고액 자산가들은 증권사에서 가져가는 수수료를 낮춘다든지 아니면 다른 특별 대우를 원하며 증권사끼리 경합을 붙이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저는 줄 수 있는 건 다 주더라도 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고은하가 누굽니까?”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한 선배 직원이 그리 얘기하자 모두가 그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시대의 아이콘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어요. 앨범은 발매하면 수록곡으로 차트에 줄을 세우고, 콘서트는 할 때마다 매진. 드라마도 최근 출연작이 흥행에 성공했고, 영화판에서도 인정받고 있고요.”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는요?”
서정환이 요점만 말하라는 듯 얘기했다.
“앞서 말했듯 줄 수 있는 건 다 주고 잡아야 합니다. 고은하 씨가 우리 고객이 된다면 알게 모르게 광고효과가 있을 수 있고요.”
“다른 회사도 그런 마음이겠죠. 하지만, 그런 식의 접근은 오히려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고요. 다만.”
서정환은 그리 말하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태산과 선진이 이 일에 개입했다는 점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고은하 씨를 우리 고객으로 유치해야 할 이유가 생겼네요.”
서정환의 말대로 회사의 입장에서는 태산과 선진이 나선 이상, 그들을 이겨야 했다.
이기는 법은 고은하를 유성의 고객으로 만드는 것뿐이었다.
“도경 씨.”
“네, 팀장님.”
“우리가 내부적으로 줄 수 있는 것들은 센터장님과 상의 후에 말해줄 테니 어떻게든 고은하 씨를 우리 고객으로 모실 수 있도록 노력해 봅시다.”
“네,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당부 사항 잘 지켜주시고, 이번 주도 힘냅시다.”
서정환의 말에 회의가 끝나자 모두 짐을 챙겨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도경도 자리에 돌아와 고은하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사실 최우진과의 만남에서 메시지는 이번에는 고은하를 고객으로 만들라는 미션을 내놓았다.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우주에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변한다’는 사실뿐.”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변하는 것을 반기기도,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윤도경 씨의 새로운 고객은 어떤 쪽일까요?】
【고은하 씨를 윤도경 씨의 고객으로 만드세요.】
【회원님을 늘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물론 언제나처럼 뜻을 알 수 없는 말을 해왔지만, 결국 메시지가 가리키는 것은 하나였다.
고은하를 도경의 고객으로 만들라는 것.
‘그런데 홍보가 되겠다는 말은 좀 그렇네.’
아까 회의에서 선배가 한 말을 곱씹던 도경은 그리 생각했다. 다른 고액 자산가들을 고객으로 맞으면 홍보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고은하 씨가 연예인이라 그런가?’
물론 고은하가 시대의 아이콘이라 불릴 정도로 일반 고객들과는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조금 내키지 않는 말이었다.
상대가 누구든 고은하는 자산을 맡기려고 하는 고객일 뿐이었으니까.
광고효과를 생각한다는 건 영 탐탁지 않았다.
‘어쨌거나 담당자는 나니까.’
선배가 그리 말했다고 하더라도 도경은 고은하에게 무언가 바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접근할 생각이었다.
‘보자, 고은하 씨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도경은 인터넷에서 고은하에 대한 정보를 읽으며 어떻게 접근해야 좋을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 * *
“어, 너 집에 있었어?”
도경은 거실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 동생을 보며 반갑다는 듯 물었다.
집에 들어올 때만 해도 보지 못했는데, 씻고 나오니 거실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까 귀마개 끼고 공부하느라 형 온 줄 몰랐어.”
“아, 그랬어? 엄마는?”
“이모네 가셨어. 오늘 주무시고 올 거야.”
도경은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냉장고를 향해 다가갔다.
“맥주 마실래?”
“아니, 이것만 보고 공부해야 해.”
동생이 거절하자 도경은 맥주 한 캔을 꺼내 들고는 소파에 앉았다.
“뭐 보는데 그렇게 집중……. 고은하네?”
“형도 고은하를 알아?”
“고은하를 어떻게 모르냐? 왜 모를 것 같아?”
“주식밖에 모르는 사람 아냐?”
동생의 말에 도경은 마시던 맥주를 그대로 내뿜어 버릴 뻔했다.
“네 눈엔 내가 그렇게 보이든?”
“어, 뭘 해도 주식 얘기만 했잖아.”
“글쎄, 주식을 잘 아니까 고은하도 알아야겠지? 고은하 소속사에 투자를 한 곳이 시장에 상장되어 있으니까.”
의외로 주식을 하는 사람들이 아이돌 그룹의 앨범 판매량에 민감했다. 대부분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었고, 아이돌은 그 회사의 상품이나 다름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아이돌에 대해서는 팬을 제외하고 가장 잘 아는 것이 소속사에 투자를 하는 투자자일 것이다.
“그렇구나.”
“다큐멘터리야?”
도경은 TV 화면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아니, 요즘 유행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데 혼자 사는 연예인 집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어떻게 사는지 보는 프로그램이야.”
“아, 그래. 지나가면서 본 것 같다. 고은하도 이런 데 나오네.”
“잘 안 나오는데 오늘 뭐 특집인가 봐. 고은하로만 1시간을 꽉 채웠네.”
동생의 말에 도경은 집중하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고민이라고는 없겠네.”
“뭐?”
도경의 말에 동생이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렇게 좋은 집에서 좋은 것을 먹고, 운동도 하고 사는데, 고민이 있겠냐는 말이지.”
어쩌면 도경은 지금 메시지에 대한 답을 내놓고 있었다.
메시지는 변하는 것을 반기기도 하는 고객과 두려워하는 고객 중 고은하는 어느 쪽일 것인지 물어왔다.
고은하에 대해 알아보니 그녀는 자신의 수익 대부분을 부동산에 투자한 상태였다.
금싸라기 땅에 자신 소유의 빌딩이 있었고, 한강이 보이는 고급 아파트의 펜트하우스에 거주하고 있었다.
고은하는 도경이 상대하는 그저 흔한 고액 자산가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에 대해 알면 알수록 메시지의 물음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일반인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도경의 말을 들은 동생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말해왔고, 도경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일반인?”
“그러니까 형과 같이 그냥 고은하를 돈 많은 연예인 그 자체로 보는 사람들 생각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그럼 너는 다르게 보는가 보네.”
도경은 퉁명스레 동생에게 얘기했다.
“나는 저 자리까지 올라가기 위해서 고은하가 어떻게 버텼을까? 하는 걱정이 제일 먼저 드는데?”
“…….”
“고은하가 빌딩을 왜 그렇게 사는지 알아?”
“글쎄. 돈이 많으니까? 노후 대비?”
“아니. 건물은 변하지 않으니까.”
동생은 마치 철학자가 된 듯 얘기해 왔고, 도경은 가만히 동생의 말에 집중했다.
“지금 저기 보이지, 집에 그림이 많은 거.”
동생의 말에 TV 화면을 바라보았는데 그저 실내장식이라기엔 집에 그림이 많았다.
“고은하가 작년에 팬카페에 이런 글을 쓴 적 있어. 세월이 흐르는 것이 무섭다고, 그래서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인 그림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고.”
“그래?”
“어, 작년부터 SNS에 미술관에 간 사진들이 엄청나게 올라왔거든. 미술관뿐만 아니라 오래된 건축물을 찾아간다든지……. 여행을 그런 곳으로만 가더라고.”
동생은 가만히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고은하는 어릴 때부터 연예인으로 지냈으니까. 고은하가 데뷔한 지 한 14년 되었나? 그사이 수많은 아이돌이 나오고 사라지고, 새로운 아이돌이 데뷔했어.”
“어…… 그렇지.”
동생의 말에 도경은 가만히 기억을 떠올렸다.
10년 전에 어떤 아이돌 그룹이 인기였는지 이제는 겨우 떠올려야 생각이 날 만큼, 수많은 아이돌이 데뷔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사이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버티고 버텨서 지금의 자리에 있는 게 고은하야. 형과 같은 일반인들은 그저 돈이 많으니 고민이 없을 거라 생각할 수는 있지만…….”
동생은 TV 화면 속의 고은하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고은하는 그냥 그 고통을 나름의 방식대로 벗어나고 있는 거겠지.”
“너 인마, 아까부터 자꾸 형한테 일반인이라고 하는데. 그럼 너는 뭐 고은하학 박사라도 되냐?”
“글쎄, 박사는 아니더라도 석사쯤은 될걸?”
동생은 그리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잠시 후 상자 하나를 들고나와 뚜껑을 열었다.
“이게…… 뭐냐?”
“고은하 데뷔 때부터 모은 거, 이건 팬클럽 회원증. 이건 한정판…….”
“아니, 너 고은하 팬이었어?”
“이게 고은하가 팬카페에 적은 글이야.”
동생은 도경의 말에는 답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보여주었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동생이 말한 대로 변해가는 모든 것에 대해 고통을 토로하는 고은하의 글이 있었다.
어떻게 보냐에 따라 부동산과 그림을 예찬하는 글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었지만, 동생이 말한 게 있어서 그런지 정말 그렇게 보였다.
“변화를 무서워한다고? 고맙다, 윤도진.”
도경은 무언가 떠오른 듯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동생은 갑자기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도경을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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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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