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7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71화(77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71화
“아무리 봐도 그쪽이 이걸 한 것 같은데요.”
그날 밤, 도경은 서재에 앉아 휴대전화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켄 에반스와의 만남 이후, 그의 소셜미디어 프로필을 훑다 보니 이상한 기능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갑작스럽게 화면에 나타난 프로필 총평 기능은 도경을 놀라게 했다.
“비즈니스 소셜 네트워크라면 이런 기능이 있으면 좋긴 하죠. 그런데 너무 갑작스러운데…”
도경은 혼잣말을 하며 화면을 이리저리 살폈다.
필요한 기능임에는 틀림없지만, 예고도 없이 뜬금없이 등장한 총평 창은 켄과의 대화에서 한순간 실례를 범할 뻔한 원인이기도 했다.
켄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프로필에 뜬 새로운 정보를 분석하느라 정신이 팔렸던 것이다.
-우리가 준비한 보상이 맞습니다.
그때, 화면 속에서 익숙한 고양이 캐릭터가 나타났다.
언제나 그렇듯 능청스러운 태도로 자신이 한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번 유럽 일정에서 무언가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윤도경 씨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보상을 준비했습니다.
“좋은 보상이에요. 투덜거리긴 했지만요.”
도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고양이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우리도 윤도경 씨가 켄 에반스와의 만남을 가질 때 떠오른 보상이었습니다. 그리고 해당 보상은 원래 있던 기능을 조금 강화한 보상이기도 하고요.
“원래 있던 보상이라면, 인물 검색을 이야기하는 거죠?”
-그렇습니다.
한국에서 활동할 때 메시지에게 받은 보상이었다. 앱의 기능 중 하나였는데, VIP 센터에서 영업 활동을 할 때는 꽤 요긴하게 썼지만, 그 이후로는 필요를 느끼지 못해 쓰지 않고 있었다.
-해당 기능을 우리의 AI 기능과 합쳐 링크드인 프로필에 총평을 띄우도록 했습니다.
“AI 기능이라뇨. 본인이 하시는 거면서.”
-…….
도경의 말에 고양이는 정곡이 찔린 듯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이전부터 AI 비서니 뭐니 떠들어오는 고양이를 볼 때마다 웃음이 났다.
“어쩐지 휴대전화에만 뜨더라고요.”
혹시 자신이 잘못 봤나 싶어 집으로 돌아와 PC로도 검색해 봤지만, 총평은 자신의 휴대전화에만 떴다.
“그래서 아 고양이 님이 했구나, 생각했죠. 어쨌거나 감사해요. 꽤 필요한 기능이거든요.”
-윤도경 씨의 곁에서 늘 함께하겠습니다.
고양이는 그리 말하고는 화면에서 사라졌고, 보상으로 얻은 새로운 기능으로 링크드인을 누비기 시작했다.
“국내와는 다르니까.”
국내는 헤드헌팅 업체나 지인의 소개 혹은 지원을 받아 새로운 프로젝트의 담당자를 뽑았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채용 담당자의 약 70%가 링크드인을 활용해 후보자를 검색하고 선발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을 정도였다.
“이쪽이 더 효율적이긴 하지.”
미국에서는 이직으로 커리어를 쌓는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자신의 경력을 숨기지 않고 상세히 게시했고, 링크드인은 이런 네트워킹에 최적화된 도구였다.
“다만, 아무리 좋은 후보자를 찾더라도, 이직 의사가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지.”
도경은 고개를 갸웃하며 화면을 넘겼다.
미국은 보통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야 이직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문화였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몸값이 올라가고, 연봉 협상이 결렬되면 그때 이직 시장에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일단 좀 더 찾아보자고.”
마치 새 장난감을 선물받은 아이처럼, 도경의 얼굴에는 들뜬 미소가 가득했다.
* * *
“요즘요? 이직이 쉽지는 않은 시기죠.”
도경은 빌딩 내 카페테리아에서 스테판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이직 시장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자, 스테판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특히 VC들은 프로젝트가 워낙 장기 단위로 진행되잖아요. 대부분 지금은 한창 돌아가고 있을 때라, 이직하려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겁니다.”
“역시 그렇구나.”
“게다가 메가 VC들이 많아서 다들 그쪽이 목표잖아요.”
한다현이 몸담았던 세쿼이아 같은 거대 벤처 캐피털들이 대다수 투자자들의 꿈의 직장이었다.
“그런 곳에 가면 많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으니까 헤지펀드는 좀 힘들지 않을까요?”
“그래도 우리에게 오면 더 많은 기회를 받을 텐데 말이야.”
도경이 그리 말하자 스테판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좋죠. 나름 헤지펀드치고 투자 분야가 넓어서 실제 트레이더들이랑 협업도 할 수 있고, 단순 VC 업무에서 벗어나 제시카처럼 기업 인큐베이팅 업무도 할 수 있고요.”
경험을 쌓는 측면에서는 최고의 직장이었다.
그것은 스테판도 공감했지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근데 그건 내부에서만 아는 거니까요. 밖에서는 아무리 봐도 모를 거예요. 당장 제가 우리는 이런 일 한다고 해도 안 믿던데요?”
“누가?”
“제 친구들이요. 우리는 단순 펀드 관리나 트레이딩에서 벗어난 업무들도 많이 하잖아요.”
“그렇지.”
“그게 다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가는 거니까요.”
아무래도 금융계라는 게 바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업계였다.
내 할 일이 너무 깊고, 어려운 일들이 많아서 그런 경우였다.
하지만, 유성인베스트먼츠의 경우에는 팀 간의 벽이 없었다. 펀드 관리팀도 다른 일을 할 수 있었고, 리서치팀도 단순 상장사만이 아닌 거의 모든 것들을 조사해야 했다.
도경이 바라는 이상향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런 말을 들으면 다들 이직하고 싶어 해요.”
“우리 회사로?”
“네. 이제 업계에서 우리 이름을 모르는 게 이상한 시기니까요.”
“음…….”
확실히 근래 미국 투자계에서 유성인베스트먼츠를 모르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었다.
헤지펀드로서는 여러 가지 업적을 달성하며 특히 도경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빈도가 높았다.
“광고를 해야 하나.”
“광고요?”
“남들은 우리가 하는 일들을 모르니까. 그걸 알리는 게 어떨까 싶어서 해본 말이야. 그걸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아니, 괜찮을 것 같은데요?”
스테판은 좋은 생각이라는 듯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아니, 링크드인 그렇게 보셨다면서 피드는 안 보셨어요?”
“피드?”
“네.”
“아, 나는 가계정이라서. 내 이름 걸고 하지는 않았어.”
“저런.”
스테판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링크드인을 보여주었다.
“이게 친구들이 생기면, 친구가 남긴 글들이 피드로 뜨거든요. 그 사이에 광고가 있어요.”
스테판이 보여준 피드에는 확실하게 광고들이 떠 있었다. 업무에 필요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의 광고부터, 거대 기업들의 채용 광고까지.
“우리가 하는 일을 남들에게 알려야죠. 시대가 그런 시대니까.”
“헤지펀드 광고도 올라와?”
“아뇨. 최초지 않을까요?”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구미가 당기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 타이틀 죽이네. 당장 하자.”
* * *
“1년 만에 세상이 달라졌어.”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일명 실리콘 밸리라 부르는 지역은 워낙 벤처 캐피털들이 많아 VC 허브hub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미국 전체 VC 투자액의 40%가 넘는 금액이 이곳에서 나왔고, 캘리포니아주에서 한 해 동안 실행되는 벤처 투자 금액은 8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13조 2천억 원이 넘는 돈이었다.
“1년 전에는 VC들이 지갑을 닫아서 스타트업들이 VC에게 구애를 해야 했다면, 이제는 기술 좀 있다는 스타트업은 VC가 줄을 섰으니까.”
나름 이 지역에서 대형 VC에 속하는 던컨 캐피털에서 일하는 레이첼 헤이스는 앞에 앉은 상사의 잔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앉아 있겠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나가서 하나라도 더 만나야지?”
“그렇지 않아도 나가려고 했어요. 데이브가 저를 보내주면요.”
레이첼의 말에 상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한마디를 안 지는구나. 됐어, 나가봐.”
상사의 말에 레이첼은 노트북을 가방에 집어넣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던컨 캐피털에서 어소시에이트로 일한 지 3년.
그녀의 일은 주로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유망한 스타트업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늘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다.
“이래서 파트너는 언제 달아.”
레이첼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회사를 나섰다.
컨설팅 업계에서 탄탄한 경력을 쌓고, 좋은 조건으로 던컨 캐피털에 스카우트된 지 3년.
통상 어소 3년 차라면 파트너 진급이 가시화되는 시점이지만, 레이첼은 아직 그런 분위기를 느끼지 못했다.
그녀의 상사는 레이첼의 능력을 100% 인정하지 않는 듯했고, 그녀도 이제는 기대를 접고 있었다.
“이런 식이면 더 버틸 이유가 없잖아.”
거리의 한 카페에 들어간 레이첼은 창가 자리에 앉아 랩톱을 열었다.
오늘도 새로운 스타트업 정보를 검색하며 소셜미디어 피드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디아인 소프트가 유니콘이 됐다고?”
피드에 떠 있는 뉴스가 그녀의 손을 멈추게 했다.
디아인 소프트는 헬스케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스타트업으로,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유니콘은 스타트업계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타이틀이었다.
“내가 제일 먼저 가치를 알아봤는데…….”
3년 전, 레이첼은 던컨에 입사하자마자 디아인을 발굴했다.
그들의 기술이 헬스케어 업계를 혁신할 거라고 믿었고, 투자 보고서를 작성해 상사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심의 단계에도 올라가지 못한 채 상사의 한마디로 묵살당했다.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지금 헬스케어 소프트웨어를 만들겠다는 업체가 몇 군데야? 그리고 우리도 기존에 투자한 업체들도 있고. 아이템이 겹친다니까?
이해되지 않는 이유들로 거절당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 이후로도 그녀의 아이디어는 번번이 같은 이유로 거부당했다.
레이첼의 상사는 늘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유 불문하고 제안을 차단했다.
“다시 컨설팅 업계로 돌아가야 하나…….”
던컨에서 대표 프로젝트 하나 없이 이직을 선택한다면, 이곳에 오기 전에 몸담았던 컨설팅 업체밖에 없었다.
한참 그렇게 소셜 미디어의 피드를 살피며, 여러 스타트업에 관한 이야기를 주워듣던 레이첼의 눈에 한 광고가 들어왔다.
“유성인베스트먼츠면 헤지펀드잖아.”
광고에는 요즘 미국 투자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유성인베스트먼츠의 로고가 박혀 있었다.
VC 펀드를 운용할 GP(General Partner)를 채용한다는 공고였다.
“파트너 이상 직책으로 VC업계 경력이 3년 이상이면 된다고?”
레이첼은 눈을 반짝이며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채용 광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