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7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72화(77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72화
“와, 반응이 이렇게 올 줄은 몰랐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채용 광고를 올린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유성인베스트먼츠의 광고는 소문이 퍼져 많은 지원서가 몰려들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이지훈은 밀려드는 지원 서류들을 보며 놀란 표정이었다. 미국에 온 이후 이렇게 많은 이력서를 받아본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제가 한 건 아니고요. 스테판이 이런 방식도 있다고 하길래요.”
도경은 머쓱한 듯 웃으며 말했다.
“저도 스테판의 말을 듣고는 반신반의하며 해보자고 했던 건데, 이직 철이 아닌데도 이렇게 많은 서류들이 들어올 줄은 몰랐네요.”
“뵈러 오기 전에 지원 서류들을 약간 봤는데요. 요구 경력에 맞지 않는 서류들도 있었지만, 더 높은 경력을 가졌거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런 사람이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나 싶은 사람도 있더라고요.”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종의 분위기 환기일 수도 있으니 너무 설레지 말자고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현재 회사에 불만 없이 일을 잘하다가도 어디서 사람을 구한다더라라는 말을 들으면, 시장에서 자신의 평가를 받아보고 싶어 하는 경우요.”
“보스는 그런 적 있으셨습니까?”
“네?”
“저야, 보험사에서 일하다 유성으로 넘어온 케이스지만, 보스는 시작부터 유성에서 하지 않으셨습니까?”
도경은 대학 졸업 이후 사회생활의 첫 시작, 첫 직장이 유성투자증권이었다. 지금은 인베스트먼츠와 다른 회사가 되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직을 한 경우는 아니었다.
“글쎄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네요.”
“정말이요?”
“네. 사실 이직을 꿈꿀 수 있는 레벨도 아니었어요. 그냥 하루하루 버티는 게 목적이었지.”
“그런데 지금은 이곳 마이애미에서 모두가 놀라고 있는 유성타워를 세우셨네요.”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함께 세운 거죠. 미국 시작부터 지훈 이사와는 함께했으니까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어디 가서 숟가락 하나 얹어도 되겠다 싶습니다.”
“물론이죠. 어쨌거나, 다음 주가 이력서 마무리니까, 따로 검토해 보시죠. 그리고 둘의 생각이 맞는 인원을 대상으로 미팅 제안을 보내는 걸로.”
“미팅 장소가 마이애미라 다들 올지는 모르겠네요. 대부분 서부나 텍사스, 보스턴에 있던데.”
서부 캘리포니아와 남부의 텍사스, 동부의 보스턴은 벤처 캐피털(VC) 회사들이 많이 자리 잡은 지역이었다. 지리적으로 마이애미와는 꽤 먼 거리였다.
“그건 우리가 신경 쓸 부분이 아니긴 합니다.”
이지훈은 아쉬운 듯 말했다. 그는 미팅 대상으로 선정된 사람을 한 명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진심으로 이직을 하고 싶다면, 우리에게 진심이라면, 마이애미로 오는 것은 일도 아니겠죠.”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이지훈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워낙 검토해야 할 이력서들이 많아서 먼저 가서 검토하겠습니다.”
“네, 수고합시다.”
이지훈이 사무실을 나가자 도경은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채용 공고에 신청이 들어오고 있었다.
“서류가 많아도 함부로 볼 수는 없으니까요. 준비되셨죠?”
도경은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누군가에게 말하고는 서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 * *
한 달 뒤, 레이첼 헤이스는 짐을 챙겨 마이애미로 떠났다.
마이애미 금융 중심지에서 약간 벗어난 지역에, 그야말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진 고층 빌딩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와… 이게 유성타워?”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레이첼은 숨을 고르며 감탄을 삼켰다.
마이애미 다운타운의 가장 비싼 땅에 세워진 이 빌딩은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건물을 짓다니, 대체 얼마나 버는 거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그녀는, 가슴속까지 한껏 심호흡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빌딩 안으로 들어섰다.
데스크에서 방문증을 받아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층으로 올라갔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그녀는 또 한 번 멈춰 섰다.
“와… 사람 진짜 많네.”
복도를 가득 메운 사람들.
모두 자신의 경쟁자일 것이었다.
마이애미까지 굳이 올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는 생각으로 정신 승리를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그때 스태프가 다가와 물었다.
“아, 저요? 레이첼 헤이스입니다. H-A-Y-E-S요.”
스태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번호표를 건넸다.
“다섯 번째 순서시네요. 이 번호표를 가슴에 착용해 주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레이첼은 감사 인사를 한 뒤 번호표를 가슴에 달고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그녀는 눈을 감고 마음을 다잡았다.
* * *
“와, 다들 커리어도 화려하고 능력도 뛰어난데요.”
“같이 일하긴 싫지?”
미팅룸 안에서는 도경, 스테판, 이지훈이 인터뷰를 진행 중이었다.
네 번째 지원자가 나간 뒤에도, 세 사람의 얼굴엔 묘한 피로감이 서려 있었다.
“와, 리. 어쩜 그렇게 내 마음을 정확히 읽어?”
스테판은 지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너랑 나랑 같은 후보들 만났잖아. 다들 일을 잘할 것 같긴 한데, 같이 일하긴 싫더라.”
그들은 이미 다양한 지원자들과 마주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는 사람, 또는 지나치게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경력만큼은 훌륭했지만, 같이 일할 생각을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되는 경우들이었다.
“보스는 어떠셨어요?”
물음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도경은 잠시 고민을 하다 말했다.
“내 생각도 같아. 일하는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면 후에 클라이언트를 만나도 똑같이 행동할 가능성이 크니까. 인터뷰 단계에서 거르는 게 맞지.”
도경의 단호한 의견에 두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서류에서 이미 능력은 걸렀으니, 이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중심으로 보면 되겠네요.”
“그건 스테판, 네가 제일 잘 보니까 맡아줘.”
“알겠습니다.”
스테판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아 자세를 바로잡았다.
도경은 손목시계를 한번 확인한 뒤, 옆에 서 있던 스태프를 향해 말했다.
“다음 후보자 들어오라고 하세요.”
잠시 뒤, 문이 열리고 다음 지원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스 헤이스.”
“안녕하세요. 레이첼 헤이스입니다.”
“어서 오세요. 저는 유성인베스트먼츠의 CEO 윤도경입니다.”
도경의 소개에 레이첼은 한순간 말을 잃었다.
최근 몇 년간 가장 주목받는 투자자. 업계에서 떠오르는 별.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VC의 선두에 서 있는 그 인물이 눈앞에 있었다.
“헤이스?”
“아, 아. 네!”
“우리는 이미 보내준 서류로 미스 헤이스의 능력을 보았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간단하게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니 편하게 대화하듯 했으면 좋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레이첼은 살짝 긴장감을 덜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인 베인을 나와서 던컨 캐피털로 이직했네요. 보니까, 베인에서 일한 지 3년 만에 이직을 선택했는데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음…….”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던 레이첼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베인에서 3년간 있으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특히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산정해야 하고, 어떤 기업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같은 것들을요.”
레이첼은 그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런 걸 배우고 나니 당장 실전에 투입되고 싶었습니다.”
“베인에서도 굵직한 투자 소싱을 많이 하셨네요. 호카의 투자 소싱을 이끌어내셨다고요.”
이제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스포츠웨어 업체에 투자 발굴을 그녀가 해냈다.
“그 커리어 덕분에 던컨 캐피털로 이직할 수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베인의 주 업은 VC가 아닌, 기업 컨설팅이다 보니 제가 맡은 일을 많이 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그런 와중에도 찾아온 단 한 번의 기회를 그녀는 놓치지 않았고, 성공적인 투자 발굴로 이어졌다.
도경은 그 부분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던컨에서의 이야기를 해보죠. 이직 이후 원하던 것을 얻었습니까?’
“아뇨. 얻지 못했습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죠?”
“……내부의 방식에 적응하지 못한 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답에 도경은 그녀에게 집중했다.
도경의 눈빛이 조금 더 날카로워졌다. 그녀의 대답이 진실된 답인지, 아니면 자신의 책임을 돌리는 말인지 확인하려는 듯 보였다.
“내부 체계라면 어떤 방식이었죠?”
“중앙 집중식 체계였습니다. 어쏘시에이트가 의견을 내더라도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는 구조였죠.”
레이첼은 솔직히 털어놓았다.
예를 들어, 한 기업에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러나 보고서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아도, 이미 결정된 투자는 번복되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가 적응하지 못했던 시스템이었다.
“말을 들어보니, 헤이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회사의 문제 같은데요.”
스테판이 웃으며 끼어들자, 레이첼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저는 그곳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회사를 탓한다고 제가 더 편해지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 남아 있는 동료들을 웃으면서 만날 자신도 없으니까요.”
“좋은 답변입니다.”
스테판은 미소를 지으며 도경과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 * *
레이첼 헤이스가 마이애미에서 일정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온 건 그로부터 이틀 후였다.
하지만 복귀하자마자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건 상사의 매서운 질책이었다.
“레이첼! 이 보고서 결론이 왜 이래? 이게 파트너들한테 올라가면 어떤 평가를 받을 것 같아?”
“제 생각에 그 기업의 가치가 이렇습니다. 솔직히 왜 투자를 결정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그 기업이 AI 스타트업이라는 걸 모르는 거야?”
“압니다. AI 붐이 있다는 것도 알고, 많은 투자가 몰리는 것도 알죠. 하지만 그 회사의 기술은 무단으로 다른 웹사이트 데이터를 긁어온 뒤 조악한 수준의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게 전부예요. 제가 보기엔 그냥 학부 졸업생들이 경력을 쌓기 좋은 스타트업일 뿐입니다.”
레이첼의 단호한 답변에 상사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이미 투자를 하겠다고 말했어. 그런데 이런 보고서를 가져오는 건 회사에서 일 못 하겠다는 뜻인가?”
“저도 제 커리어에 오명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보고서를 칭찬으로 도배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럼 보고서를 다시 써오든지, 아니면 새로 쓸 각오를 하든지.”
상사의 말에 레이첼은 자리로 돌아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였다.
띠링.
그때, 메일 알림이 울렸다.
메일 내용을 확인한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상사 앞에 섰다.
“저, 퇴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