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7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73화(77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73화
“안녕하세요. 레이첼 헤이스입니다.”
보름 후, 유성인베스트먼츠 사무실은 새로운 팀원 레이첼 헤이스를 환영하는 자리로 북적였다. 사무실 한쪽에서는 도경이 환한 미소로 레이첼에게 인사를 건넸다.
“레이첼, 환영합니다.”
도경의 말에 이어 그는 소개를 덧붙였다.
“우리는 미팅 때 레이첼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레이첼은 9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그 자리를 차지한 거고요.”
레이첼은 잠시 감격에 젖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불과 보름 전만 해도 그녀의 커리어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같았다.
던컨 캐피털에서의 생활은 그녀를 지치게 했지만, 유성의 합격 이메일을 받는 순간, 그녀의 인생은 새롭게 빛나기 시작했다.
“영광입니다. 헤지펀드는 처음이지만, 제가 맡은 일에는 자신 있으니 믿고 맡겨주세요.”
레이첼의 다부진 각오에 팀원들은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그녀는 새로 신설될 VC팀의 GP(General Partner)로서 팀을 이끌며, 스타트업 및 비상장사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하고 관리할 예정이었다.
“처음 몇 주는 내부 다른 팀들과 함께 일하며 우리 회사의 업무 방식을 익힐 예정입니다.”
레이첼은 도경의 말을 집중해서 들었다.
“첫 번째 이유는, 레이첼의 말대로 헤지펀드에서 일을 하는 것이 처음이고, 또 우리 유성은 부서 간 장벽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팀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레이첼이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이게 가장 중요한 이유겠지만, 레이첼과 함께할 팀원들을 채용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레이첼은 GP로서 VC팀을 이끌게 될 예정이었지만, 그 밑에서 함께 일할 어소시에이트와 애널리스트들이 아직 채용 과정에 있었다.
“레이첼의 팀은 총 11인 체제입니다. GP는 레이첼이 맡을 거고, 시니어 레벨 두 명, 어소 레벨 네 명, 애널리스트가 네 명입니다.”
“와, 팀이 꽤 크네요.”
“그래도 일해왔던 던컨 캐피털보다는 작지 않나요?”
도경의 물음에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팀에 보통 2~30명이 있긴 하지만, 던컨의 경우는 전문 VC니까요. 저는 솔직히 마이애미로 오면서 팀원이 여섯만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새로운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데, 팀 규모를 작게 잡을 이유가 없죠. 혹시 부담되신다면, MP(Managing Partner)를 추가로 두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앗! 그건 아닙니다.”
“농담입니다.”
도경의 말에 레이첼은 천만다행이라는 듯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VC 펀드는 한 달 뒤 딜소싱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기업을 발굴하고, 이후 LP(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겁니다. GP로서의 역할은 잘 아시겠죠?”
“네, 물론입니다.”
GP는 펀드 조성, 투자 전략 수립, 그리고 LP들과의 지속적인 소통 등 펀드 운영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펀드는 GP의 이름을 보고 가입하는 거라는 말들이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레이첼의 이름을 보고 여러 LP들이 찾아올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겠습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리.”
도경은 가장 먼저 이지훈을 불렀다.
“리는 CFO로 우리 회사 전반의 재무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제가 회사를 비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실상 CEO라고 봐도 되고요.”
도경의 소개에 레이첼은 이지훈과 악수를 나누었다.
“사무실 내부 백오피스는 COO인 킴이 관리하는데, 킴은 지금 칠레에서 칠레 오피스를 구성 중이라 자리에 없습니다. 스테판.”
도경은 스테판을 불렀다.
“스테판은 펀드 2팀을 맡고 있는 GP이자 CRO입니다. 펀드 2팀의 펀드는 아시아 시장에서 운용되고 있고, 스테판은 최고 리스크 책임자이기 때문에 레이첼이 앞으로 무엇을 하든 검토를 받아야 합니다.”
“레이첼, 반가워요.”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었다.
“그리고 레이첼이 가장 먼저 우리 내부의 업무를 파악할 팀이기도 합니다. 레이첼은 일주일간 펀드 2팀에 소속되어서 우리 내부의 투자 컴플라이언스를 배워야 하고요.”
“꽤 힘들 거예요. 업계에서 가장 많은 것을 요구하는 컴플라이언스거든요.”
스테판의 말에 레이첼은 벌써부터 겁을 먹은 것 같았다.
헤지펀드는 그렇지 않아도 내부 규정이 엄청 타이트하기로 유명했는데, 유성은 업계 수준보다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니.
“컴플라이언스는 무엇을 하든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합니다. 어길 시에는 경고 없이 감봉 조치입니다. 세 번 어기면 해고고요.”
“……네!”
“그럼, 다시 한번 유성인베스트먼츠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며 손뼉을 치자 레이첼은 다른 팀원들과도 인사를 나누며 환영에 감사했다.
* * *
“어때?”
“죽을 것 같아요.”
닷새 후, 도경은 스테판에게 레이첼의 적응 상태를 물었다. 스테판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왜 죽어?”
“말도 마세요. 진짜 무슨 VC팀으로 돌아갈 거면서 트레이딩에 대해서 뭘 그리 배우고 싶어 하는지.”
스테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의 온도는 첫날의 그것과 매우 달라져 있었다.
“닷새 전만 하더라도 레이첼한테 아주 친절하더니.”
“그것도 하루 이틀이죠. 병아리들 가르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야 해요.”
“좋은데?”
도경은 씩 웃었다.
“레이첼이 못해서 많은 걸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니잖아. 그저 그녀의 호기심을 네가 풀어주는 것뿐이고.”
“그러니까 미치겠다고요. 차라리 실수하거나 모르기라도 하면 짜증 나는 내색이라도 내지. 가르쳐 주면 잘하니까 물어오는 거 다 가르쳐 줘야 해요.”
도경은 기분이 좋았다. 컨설팅 회사나 전문적인 벤처 캐피털에서 일하던 레이첼 헤이스가 혹여나 헤지펀드의 분위기에 적응을 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고민했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그래도 오늘이 마지막이잖아.”
“다음 주부턴 다른 팀에 가죠? 어디로 가요? 마크한테 좀 보내주세요. 요즘 마크가 저를 놀려서 약 올라 죽겠습니다.”
마크는 연기금 펀드를 총괄하는 팀에 있었다.
“연기금 팀에는 갈 필요가 없지. 거기는 이미 펀드가 안정적이라 잘 돌아가고 있으니 VC팀과는 당분간 협업할 일도 없을 테고.”
“그럼 어디에 갑니까? 해리에게로 가나? 제이크에요?”
“아니. 나.”
도경의 말에 스테판의 얼굴은 금세 환하게 밝아졌다.
“보스요?”
“그래, 어쨌거나 우리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건 나고, 무엇을 하든 나를 거쳐야 하니까.”
“갑자기 뭔가 속에 턱 하니 막혔던 게 내려가는 느낌인데요.”
“그게 무슨 말이야?”
“보스는 모릅니다. 당해본 사람들만 알죠.”
스테판이 그리 말하며 입꼬리를 말아 올리자 도경은 의아하다는 얼굴로 그를 보았다.
* * *
“거의 모든 결정은 내가 내린다고 보면 돼.”
사흘 후, 주말을 지나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자 레이첼은 도경의 팀에 합류했다. 도경은 그녀를 보며 조용히 설명을 시작했다.
“조금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나는 최고투자전략가를 겸임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거기도 하고.”
“아니에요. 오히려 효율적인 것 같아요. 큰 회사들을 보면 결정 구조가 거의 이원화 삼원화가 되어 있어서 결정이 내려지는 게 힘들거든요.”
레이첼은 특유의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상황을 파악했다.
“아, 그건 헤지펀드의 특성이기도 해. 투자 판단이 갑작스럽게 일어날 수도 있고, 빠르게 결정하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CEO나 CIO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도경의 설명에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첩에 간단히 메모를 남겼다.
“그래도 대부분의 시간은 펀드 1팀이랑 보내고 있어. 제이크.”
도경은 걸음을 멈추며 제이크를 불렀다. 두 사람은 펀드 1팀의 자리 앞에 서 있었다.
“네, 보스.”
“오늘부터 레이첼이 우리 팀에서 일할 거야. 말한 자리는 준비됐지?”
“네, 여기 앉으면 됩니다.”
제이크가 가리킨 자리에 레이첼이 앉자마자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책상 위에는 블룸버그 터미널과 개인 PC 한 대, 그리고 총 4개의 모니터가 놓여 있었다.
각 화면에는 복잡한 차트와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바뀌고 있었다.
“와, 무슨 우주비행사가 된 기분이에요.”
처음 그 자리에 앉아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반응이었다.
“펀드 1팀은 내가 맡고 있어. 제이크는 나를 대리해서 팀을 관리하고 있고. 이 팀에서는 내 이름을 건 윤도경 1호 펀드와 2호 펀드를 운용하고 있어.”
“그 유명한 1호 펀드! 사우디 국부펀드가 투자했고 성과도 좋아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더라구요.”
“맞아. 1호 펀드는 최소 투자 금액이 10억 달러라 대부분 기관투자자들이야.”
원래 1억 달러로 제한을 두었지만, 일전에 개인투자자들이 한 번에 중도 환매를 하며 빠져나간 이후, 가입 금액을 대거 늘렸다.
“어쨌거나 오늘부터 레이첼이 할 일은 펀드의 매일 수익을 체크하고, 정리하는 일이야. 일주일 단위로 LP들에게 포트폴리오 현황을 보내야 하는데, 숫자에 오류가 있어서는 안 돼.”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아마 VC팀으로 돌아가게 되면 가장 많은 일을 이 팀이랑 하게 될 테니, 잘 적응하고.”
“네.”
도경은 제이크에 눈빛을 보냈다. 잘 케어하라는 뜻이었는데, 제이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들어가 있을 테니, 문제가 있으면 찾아오고.”
* * *
“원래 이렇게 힘들어?”
“그 팀에서는 힘든 게 당연해.”
사흘 후, 레이첼은 점심시간에 스테판과 제이크와 함께 식사 중이었다.
밝았던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눈 밑부터 그늘이 지기 시작했고, 턱 끝까지 내려온 그늘은 과장이라기보단 현실처럼 보였다.
세 사람은 어느새 친해진 것인지, 서로를 편하게 대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줄까? 작년에 우리 회사 성과급 탑이 누군지 알아?”
“음…… 스테판, 너야?”
스테판이 괜히 자신을 자랑하려는 줄 알고 레이첼이 대답했다. 스테판은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자랑하려고 물은 게 아니라고. 나는 아니야. 당연히 우리 성과급 탑은 보스지.”
“아.”
“그럼 2등은?”
“리?”
CFO니 당연하다 생각한 레이첼은 그리 답했다.
“제이크야.”
스테판의 말에 레이첼은 깜짝 놀라 제이크를 바라봤다. 그런데 제이크는 대화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눈앞의 음식을 전투적으로 해치우고 있었다.
“쟤가 지금 밥을 저렇게 먹는 것도 살기 위해 먹는 거야. 워낙 일이 많다 보니 그 성과급이 업무량으로 따낸 거지.”
“…….”
“아마 성과급 아니었으면 그 팀은 못 버텼을 거야.”
레이첼은 멍하니 스테판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보스는 일을 많이 안 시키시던데. 왜 이렇게 바쁜 거야?”
그녀가 가장 두려운 건 그거였다. 도경이 직접적으로 업무를 지시하지 않는 것 같은데도 팀은 늘 바쁘다는 것.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보스가 일을 많이 하니까.”
스테판은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싱글벙글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간단해. 보스가 일을 하면, 팀이 할 일이 늘어나.”
“아…….”
“보스가 기업을 검토하고 리서치를 하면, 펀드를 관리하는 팀도 그걸 알아야 하잖아.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이 쌓이지.”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첼.”
그때, 가만히 밥을 먹으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제이크가 입을 열었다.
“밥은 먹을 수 있을 때 먹는 게 좋을 거야. 지금 스테판이랑 이야기하는 거, 스테판이 너를 놀리는 거라고.”
“뭐?”
레이첼은 깜짝 놀라며 스테판을 쳐다봤다. 스테판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띠링- 띠링-
그때, 제이크의 휴대전화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제이크는 재빠르게 화면을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저기서 테이크아웃 음식 사서 사무실로 올라와. 나 먼저 갈게.”
제이크는 레이첼을 바라보며 말했다.
“보스가 리서치한 기업에서 방금 이벤트가 떴어. 빠르게 검토하고 보스와 회의를 해야 해. 너도 우리와 팀원이니까 같이 가야 하고.”
“제이크, 밥은 먹고 가. 보스가 밥시간에는 밥 먹으라고 제일 강조하잖아.”
“그럼 보스 템포에 못 따라가. 레이첼, 빨리. 사무실 가서 먹자.”
레이첼은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된 얼굴로 앉아 있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스테판이 덧붙였다.
“우리 보스는 재주가 좋아서 뭔가 기업에 관심을 가지면, 그 기업은 꼭 이벤트가 생기거든. 그게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말이야. 투자를 할 건지 말 건지 회의를 해야 해. 제이크 말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게 좋을걸?”
“아, 아. 그래.”
레이첼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제이크를 따라나섰다. 뒤에서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스테판은 혼잣말을 했다.
“웰컴 투 유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