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7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74화(77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74화
“자, 포트폴리오 정리부터 합시다.”
연말이 다가오며 유성인베스트먼츠의 간부급 팀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 해를 정리하는 중요한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먼저 제이크.”
제이크는 간부급은 아니었지만, 도경의 펀드를 직접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보고를 시작했다.
“1호 펀드가 1년 차를 맞이했습니다. 연간 수익률은 +58.29%입니다.”
제이크의 말이 끝나자마자 커다란 화면에 자료가 표시되었다.
1호 펀드
-수익률 +58.29%
-옥시, 리비전, 디어, 미국채2년물, 미국채10년물, TB, 마이애미 앨리게이터즈, 비전헬스
“먼저, 주식들은 옥시를 제외한 모든 종목의 주가가 올랐습니다. 특히 리비전은 AI 붐을 타고 6개월간 주가가 75% 오르며 펀드의 수익률 탑을 기록했습니다.”
“비상장주식 두 개가 여전히 있는데 저건 어떻게 할 예정이십니까?”
스테판의 물음에 도경은 차분히 답했다.
“비전헬스 같은 경우는 J&J가 올해 인수합병을 할 예정이라고 하더라고, 아마 J&J의 지분으로 받으면서 엑시트할 기회가 올 거야.”
비전헬스는 스위스 바이오테크 기업 알프젠 매각 당시 받은 지분이었다.
이제 J&J의 비상장 자회사로 운영 중이었지만, 사업이 본격적으로 안착하자 본사 흡수합병 절차를 밟고 있었다.
“마이애미 앨리게이터즈 같은 경우는 올해 최고 수익을 올리기도 했고, 내년에는 중계권 재계약의 해라서 한 해 정도 더 봐도 될 것 같은데.”
“제 생각도 같습니다.”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테판을 바라봤다. 스테판 역시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은 2호 펀드입니다. 2호 펀드는 한국의 광윤금속을 인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펀드였습니다.”
제이크는 자료를 넘기며 설명을 이어갔다.
“현재 수익률은 -10.36%입니다. 아무래도 당시 인수전이 치열했고, 출혈경쟁이 심했기 때문에, 현재 주가가 하락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다만, 내년부터 지급되는 배당금을 받게 되면 수익률이 플러스로 전환될 겁니다.”
제이크가 말을 마치자 도경은 모두를 바라보았다.
“여기까지가. 1, 2호 펀드였고, 스테판.”
“네, 저희 팀에서 운용 중인 아시아 펀드는 올해 수익률이 26.41%입니다.”
스테판이 운용 중인 펀드도 수익률이 훌륭했다.
“연초와 중반까지는 너무 암울했는데, 일본 시장에서의 수익과 더불어 올해 말부터 중국이 경기부양책으로 자금을 풀며 펀드의 수익률이 많이 올랐습니다. 내년부터는 인도 시장에도 투자할 예정입니다.”
“인도 같은 경우는 조심해야 해. 워낙 재무제표를 허위로 쓰는 경우도 많고, 투명하지 않으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스테판의 보고가 끝나자 도경은 마크를 바라보았다.
“연기금 운용도 잘되고 있습니다. 올해 연기금 운용 펀드 두 개의 수익률은 각각 +8.54%, +12.08%입니다.”
올해 미국 시장은 굉장히 훌륭했다. 인공지능과 기업들의 실적 시즌이 주가의 상승을 불러왔고, 더불어 미 대선 이후 시장은 전례 없는 허니문 기간을 맞이했었다.
“올해 수익률을 바탕으로 연초에 리밸런싱을 하고, 내년에는 좀 보수적으로 운용할까 싶습니다.”
“이유는?”
“새로운 대통령의 정책이 시행되면 어떤 혼란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국채 위주 투자로 보수적으로 할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연기금 자금이라는 성격상 마크의 말대로 운용하는 게 좋아 보였다.
“좋아. 그 부분은 리밸런싱할 때 다시 회의해 보자고. 다음은 유성SPC.”
도경의 호명에 해리는 입을 열었다.
유성SPC는 전미대학스포츠 NCAA의 NIL을 관리하고 중계권 등을 중개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목적법인이었다.
“올해 수익은 제로입니다. 적자액이 더 큰 상황입니다. 아무래도 대학들에 돈을 투자하기 시작한 첫해라 수익보다 쓴 돈이 더 많습니다. 투자자들의 요구 조건은 연간 8%의 수익률인데, 내년부터 본격적인 중계권 협상과 NIL 중개 협상을 시작하다 보면, 충분히 목표 달성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첫 분기보다는 적자 폭을 많이 줄였는데.”
“아무래도 OTT 중계권 협상에서 막대한 수수료를 받으며 회복하고 있습니다.”
“별 이상은 없고?”
“최근 들어 많은 사모펀드들이 대학스포츠 시장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대학들의 NIL 중개권을 따내는 협상이 매우 힘들어진 상황인데, 우리 같은 경우는 이미 선점을 해서 컨퍼런스 단위로 협상을 해둔 터라 별 타격은 없습니다.”
즉, 유성SPC 같은 경우는 팀 단위의 계약이 아닌, 리그 단위의 계약을 해놨었기 때문에 지금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내년에는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내년에는 상장을 해도 되겠지?”
“상장을 하실 생각입니까?”
도경과 해리의 대화를 지켜보던 스테판이 놀란 듯 물었다.
“얼마 전에 해리와 대화에서 투자자 수익 배분 문제나 혹은 엑시트를 대비해서 상장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어.”
“이야, 저도 상장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그런데 SPC의 경우는 상장하기 까다롭지 않습니까?”
SPC는 특수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법인이었다. 즉, 서류상으로만 있는 페이퍼컴퍼니라는 이야기였는데, 상장을 하려면 법인의 실체가 있어야 했다.
“해리, 내가 찾아보라던 건?”
“보스의 지시에 따라 이전에 SPC들이 나스닥에 상장한 사례들을 찾아보았고, 대부분이 백도어 리스팅으로 상장을 한 걸 확인했습니다.”
Backdoor Listing.
우리말로 하면 우회상장이라 불렸다.
다시 말해, 기존에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소규모의 기업을 인수해 직접 상장하지 않고, 간접 상장하는 경우로 진행되었다.
“특히, 우리와 비슷한 일을 하는 브로커 업체들은 대부분 소규모 광고기획사를 인수해 백도어 리스팅을 했습니다.”
“우리도 백도어 리스팅으로 상장시킬 예정이야.”
“방식 좋은데요. 그대로 하던 일만 옮기면 되니까요.”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레이첼.”
도경은 새롭게 간부로서 이 회의에 참석한 레이첼을 불렀다.
“팀원 채용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다음 주부터 팀원들이 출근을 하는데, 한 달간은 교육 및 수습 기간을 가지고 내년 1월부터 딜 소싱을 시작하려 합니다.”
레이첼의 보고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이었고, 당장 무언가를 하기에는 좋지 않은 시기였다.
“자, 그럼 올해 우리의 새로운 투자는 별일 없는 이상 실행되지 않을 예정이니까, 다들 연말 시장 분위기 파악 잘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합시다.”
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모두가 방을 나가자 도경은 회의 자료를 챙겨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연말에는 뭘 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
도경은 홀로 앉아 조용히 중얼거렸다.
어찌 보면 연말은 투자자들에게 가장 평온한 시기였다.
보통 12월부터 시작되는 Tax-loss harvesting(세금 손실 수확) 때문이었다.
투자자들은 이 기간 동안 손실을 본 주식을 매도해 세금을 줄이려는 행동을 자주 취했다.
이러한 매도 압력으로 인해 전문 투자자들조차 연말에는 새로운 투자를 꺼렸다.
“또, 결산도 있고.”
연말이 되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결산을 준비하며 자산을 보수적으로 관리했다.
더불어 12월은 휴가 시즌이기도 했다. 휴양지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시장도 차분해지는 때였다.
“나도 올해는 12월에 좀 쉬어야지.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우리가 퀀텀점프를 해야 하는 해니까.”
지이잉-
도경은 살짝 미소를 띠며 계획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책상 위에 둔 휴대전화가 진동하며 화면에 발신인이 떴다.
“윤도경입니다.”
-윤 대표, 잘 지냈지?
수화기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경은 반가운 마음에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연락을 해주셨네요.”
-거, 윤 대표가 적당히 바빠야지 말이야. 그렇게 바쁘니 내가 먼저 연락을 안 할 수가 있나.
전화를 걸어온 상대는 태산증권의 대표 탁인우였다.
-연말인데 한국 안 들어오나?
“올해 연말에는 미국에 있을 것 같습니다.”
-아…… 그래?
탁인우는 다소 아쉬운 기색이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그게 말이야, 천하그룹 알지?
“천하그룹이요?”
-어, 지금 내부적으로 말이 많거든.
천하그룹은 국내에서 내수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많이 하고 있는 기업이었다.
유통과 건설, 화학들이 그들의 주력사업이었고.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건설에서 빌린 돈들이 있어. PF로. 작년에 한 차례 상환을 했어야 했는데 못 했단 말이야. 그때 만기를 연장하면서, 화학이 보증을 서줬고.
“아, 네. 기억납니다.”
당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며 건설사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로 위기를 겪던 시기였다.
-근데, 다시 만기가 돌아왔는데, 이번에도 못 갚을 거 같아.
“그럼 화학에서 보증을 서줬으니 대신 갚아주면 되겠네요.”
-문제는 화학도 돈이 없다는 거지.
“…….”
도경은 재계 상위권 대기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상황에 잠시 말을 잃었다.
“그런 일이 있군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시는 걸 보니 설마 태산증권이 엮여 있는 일입니까?”
-맞아. 사실 PF의 주체가 우리야. 우리가 1조 원가량 지금 물려 있어.
“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물론 당장 1조 원을 받지 못한다고 태산증권이 바로 무너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는 단순한 금전 문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거 우리가 받아내려고 EOD 날리면, 한국경제가 위험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 빌려준 돈을 상환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천하그룹이 상환하지 못한다면 부도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부도는 도미노처럼 재계를 강타할 가능성이 있었다.
재계에서만 끝난다면 다행이겠지만…….
이후의 상황은 끔찍했다.
“대표님, 다음 주에 한국 들어가겠습니다.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어보시죠.”
-일주일? 그 정도는 견딜 수 있지. 알겠어. 들어와서 연락해.
도경은 통화를 마치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서지 않아도 될 일이었지만, 탁인우에게는 그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비록 한때는 경쟁 관계였지만, 이제는 협력 관계나 다름없었다.
은인이 힘들 때 모른 척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누가 좋을까.”
도경은 잠시 고민을 하다 전화를 들어 올렸다.
“스테판, 오랜만에 한국에 갈까 하는데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