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7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77화(77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77화
1967년.
대한민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성장을 기록한 한 그룹이 작은 무역회사로 창업되었다.
이 무역회사는 “우리가 거래하지 못하는 것은 없다”는 일념 하나로 1970년대 대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1990년대에는 41개의 계열사와 396개에 달하는 해외 법인을 거느리며, 재계 2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국내 대기업들이 진출을 꺼리던 개발도상국과 구 공산권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하며,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단기간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무리한 확장과 과도한 부채는 그룹 내부에 거대한 부실을 야기했고, 위기의 씨앗은 이미 심어져 있었다.
「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 외환 위기로 무너지다」
「대한민국 정부 “IMF에 구제금융 공식요청.”」
「대한민국 정부, 미국과 일본 지원금 포함 최소 200억 달러 규모로 구제금융 받을 듯」
1997년,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된 외환위기는 들불처럼 아시아 전역으로 번져갔다.
당시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던 대한민국 역시 그 불길을 피할 수 없었다.
대우그룹도 예외는 아니었다.
「원화 가치 급락, 대기업들 막대한 외화 부채 어쩌나?」
대우그룹은 해외 진출을 위해 대규모 외화 대출을 받았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원화 가치가 급락하자, 갚아야 할 외화 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버렸다.
환차손이 계속 증가하면서 대우그룹의 부채 비율은 580%라는, 국내 재계에서 전례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대우그룹, 해외채권 상환에 난항」
「외환위기 여파로 대우그룹 유동성 위기 직면」
당시 그룹을 이끌던 회장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며 위기 극복에 나섰다.
계열사를 통폐합하고 해외 사업을 정리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주식 시장과 금융권에서는 이를 믿지 않았다.
은행과 채권단은 대우그룹에 내준 대출이 기한이익상실(EOD) 상황에 처했다고 판단하고, 추가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기존 대출 상환 요구가 이어지며, 대우그룹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결국 주요 계열사들은 하나둘씩 지급 불능을 선언하며 무너져 내렸다.
“그래서 저 메시지에 대우그룹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그래, 두 사람에겐 조금 생소하겠지. 미국에는 별 영향력이 없었으니까.”
“아뇨, 저는 잘 압니다. 제가 어릴 때 폴란드에서 대우 자동차는 유명했거든요.”
쿠바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폴란드 정부가 만들었던 자동차 기업인 플로네즈를 대우자동차가 인수해서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았으니까.
“뭐, 어쨌거나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이야기는 이 찌라시가 왜 이 타이밍에 터졌냐는 거지.”
도경은 탁인우가 보낸 메시지에 대해 화제를 옮겼다.
현재 상황에서는 그 어떤 것도 공식적으로 실행된 바가 없었다.
금융권에서도 아직 EOD를 날릴지 고민하는 단계였고, 천하화학은 사채 계약 위반 건으로 채권단과 대응을 논의하고 있을 뿐이었다.
“말도 안 되는 타이밍이긴 하네요. 보통 미국에선 이럴 때 이런 소문이 터진다?”
스테판의 말에 도경과 쿠바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사악한 헤지펀드가 뒤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 거죠.”
“장난을 치는 이유는?”
“뭐, 실제로는 그 기업에 문제가 없다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돈을 못 갚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렇지만, 그런 보도가 나왔고 이럴 때 한번 흔들면?”
“저점 매수의 기회가 되는군.”
“보스도 아시지 않습니까? 헨트브룩 캐피털 말입니다.”
최근, 미국 내에서 악명을 퍼뜨리고 있는 헤지펀드였다.
“알지. 헨트브룩 미디어를 이용하는 거 말하는 거지?”
“네. 헨트브룩 캐피털은 자회사이자 언론사인 헨트브룩 미디어를 통해서 기업을 취재하는 거죠. 그리고 그 기업의 활동으로 인해 피해를 본 고객이나, 경쟁사들을 모아서 소송을 겁니다.”
최근 미국 내에서도 아주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건이었다.
“그리고? 헤지펀드인 헨트브룩 캐피탈은 해당 기업에 공매도를 하고, 경쟁사의 주식을 사들이는 거죠.”
그렇게 되면, 해당 기업은 피소를 당하고, 헨트브룩 미디어라는 언론에 그들의 문제점이 보도가 되니 주가가 당연히 내려갈 것이다.
그로 인한 반사 이익은 경쟁사의 주가가 볼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공매도로 인한 수익, 경쟁사 주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 거기에 더해서 소승 승리로 인한 수익까지 챙기는 거죠.”
누구나 생각으로는 한 번쯤 할 법했지만,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실행하지 못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헨트브룩은 그것을 해내고 있었다.
“첫 타겟이 UWM이었나? 거기도 부동산 관련 업체네요. 세세하게 들어가자면, 주택담보대출 회사긴 해도 말입니다.”
“SEC에서 안 나서나요?”
쿠바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누가 보아도 불공정한 게임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경은 그런 쿠바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헨트브룩 미디어는 고발 기사 말미에 ‘헨트브룩 캐피털은 이 회사 주식을 공매도하고, 경쟁사 주식을 샀습니다.’라고 고지했어.”
“아니…….”
“똑똑한 방식이지. 그렇게 고지를 함으로써 법적인 문제도 벗어나고 또.”
“투자자들을 선동할 수 있는 거죠.”
자신들의 리스크를 피해가는 방식이 다른 하나의 이득도 같이 가져오는 건이었다.
“왜 이런 식으로 하는 거죠? 그 정도의 능력이면 그냥 리서치 팀을 돌려도 될 텐데.”
“쿠바, 네가 정식 직원이 되면서 연봉 얼마를 받지?”
도경의 물음에 쿠바는 당황했다.
“말해도 돼요?”
“물론이지. 우리 두 사람은 C레벨이니까.”
“첫해라서 연봉은 9만 달러이고, 아마 내년에는 성과급을 받고 연봉이 상승되면 15만 달러쯤 받을 것 같다는 말을 리에게 들었습니다.”
우리 돈으로 쿠바의 초봉은 1억 2천만 원이었다.
“애널리스트의 초봉이 9만 달러야. GS나 JPM의 애널리스트들이 7만 달러쯤 받으니, 중소 규모 헤지펀드들은 더 주어야겠지.”
“그거랑 관련이 있나요?”
“있지. 네 연봉이면 기자 10명을 고용하거든. 진짜 짜게 하면 20명?”
미국의 미디어 종사자들은 대부분 파트타임 혹은 프리랜서 계약이었다.
기사 건당 혹은 기사로 보는 광고수익으로 급여를 지급받았다.
“설마…… 애널리스트들 연봉을 아끼려고요?”
“그런 거지. 세상에 자산을 불리는 방식은 버는 것뿐만 아니라 내 지출을 줄이는 방법도 있으니까.”
“와, 그렇게 아껴서 어디에 쓴대요?”
“로비.”
도경의 단호한 한마디에 쿠바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제야 모든 것이 이해된 듯 쿠바의 얼굴에 미묘한 표정이 스쳤다.
“자신들이 하는 짓이 언제든 교도소로 갈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아는 거야. 그래서 SEC 출신들을 고액의 연봉을 주고 영입해서 로비를 하는 거지.”
도경은 쿠바가 아무 말도 못 하고 허탈한 표정을 짓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쨌거나,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스테판 네 말은 한국에서도 그런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다는 거지?”
“네. 추측입니다만, 모든 타이밍이 완벽하긴 하네요. 당장 내일 장이 열리면 천하화학과 건설의 주가는 어떻게 될까요?”
“폭락하겠지.”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장에서 ‘악재’란 구멍 난 배와 같아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탈출하는 게 최선이었다.
‘괜찮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재산을 묻어두기에는 도박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폭락하는 그림을 그린 쪽이 이 상황을 만들었겠죠. 경쟁사 주식을 사든, 아니면 문제가 없다고 보고 저점 매수를 노리든.”
“내가 그들이라면 후자였겠지. 만약 전자였다면, 지금 상황을 간단히 쓰기만 해도 충분했을 테니까.”
“저도 보스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경쟁사 지분을 사려는 목적이었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할 필요는 없죠. 특히, 대우처럼 20년 전에 망한 기업의 이름까지 꺼낼 필요는 없으니까요.”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나 혼자였으면 이 상황에 대한 그림을 그려내는 데만 온전히 하루를 썼을 텐데. 네가 있으니까 빠르게 해결했네.”
“드디어 보스께서 저를 인정하시네요.”
스테판의 농담 섞인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자, 그럼 두 사람은 미국에 있는 피트와 연락해서 천하그룹의 유동성에 관해 모든 조사를 해. 알 수 있는 한 모든 걸. 우리가 모를 수밖에 없는 걸 몰랐다고 질책하지는 않을 거야.”
“저희 둘만요? 보스는요?”
스테판이 묻자 도경은 표정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나는 이 짓을 누가 했는지 알아내야겠지.”
* * *
“이야, 이게 누구십니까? 미국에서 올해의 루키로 지목되시고, 무려 78층 규모의 유성타워를 마이애미 한복판에 세우셔서, 국내에서도 올해의 금융인이라는 말을 들으시는 윤 대표님 아니십니까?”
“하…… 선배.”
다음 날, 오후.
도경은 여의도 모처의 식당에서 최우진을 만나고 있었다.
“아니, 어제 왔으면 어제 연락하지. 하필 오늘 같은 미친 장날에 나를 부르냐.”
서필규는 자리에 앉아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투덜댔다.
“밥부터 좀 시키자. 진짜, 점심도 못 먹고 뛰어다녔다.”
“드시고 싶은 거 시키십시오.”
“정말이지?”
최우진은 메뉴판을 보며 비싼 요리 몇 가지를 주문했다.
“이번에는 무슨 일로 왔냐? 휴가인가? 곧 추수감사절이잖아.”
“아뇨. 천하그룹 문제로요.”
“뭐?”
도경은 놀라는 최우진에게 태산의 탁인우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줄곧 장난스러웠던 최우진은 진지한 얼굴이었다.
“오늘 장 체크했지?”
“네, 했습니다.”
“장이 열리자마자 천하화학이랑 천하건설, 그리고 그룹 내 다른 계열사 주식이 줄줄이 나락 갔어. 10~20% 급락이야.”
최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아니, 어젯밤에 집에서 쉬는데 갑자기 휴대폰에서 진동이, 농담 아니라 1초에 30번은 울리는 거야. 그래서 전쟁 났나 싶어서 확인해 보니까 그 찌라시가 와 있더라고.”
실제로 해당 찌라시의 파급력은 상당했다.
업계 관계인뿐만 아니라 시장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까지 흘러들어 갔으니까.
아주 삽시간에 말이다.
“천하그룹도 빠르게 대응했지만, 알잖아? 사람들은 회사 발표는 안 믿으면서, 증거 하나 없는 찌라시는 곧이곧대로 믿는 거.”
“그게 정보가 가진 힘이겠죠. 기업의 모든 것을 알 수 없으니, 단면만 보여주는 찌라시가 사람들을 홀리는 거죠.”
“내용도 참 절묘해. 언제 적 대우그룹 이야기를 끌어오냐. 예술이야, 진짜.”
실제로 도경도 오랜만에 받아본 찌라시에 흥미를 느낄 정도였으니까.
“어쨌거나 그래서 나를 만나자고 한 이유는?”
“말씀드렸듯 저와 제 팀은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하나가 이 판을 만들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가장 합리적인 추측이긴 해. 잠깐만 기다려 봐.”
최우진은 그리 말하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아주 오랫동안 통화를 했다.
탁-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최우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명동 사채시장에서 흘러나온 정보라네. 알지? 요즘 코스닥 상장사 사냥꾼들 거기에 몰려 있는 거.”
“네,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최근에 소규모 사냥꾼들이 모여서 하나로 합친 곳이 있다네. 성수캐피털이라고.”
“그럼…….”
“그래, 정보꾼들 사이에서는 그 찌라시가 최초로 거기서 흘러나왔다는 게 정설이야.”
그 말에 도경의 얼굴에는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