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8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85화(78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85화
“그럼 천하렌탈을 인수하게 된 배경부터 설명 부탁드립니다.”
일주일 후, 도경은 여의도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에서 한성경제신문의 김성열과 마주 앉아 있었다.
김성열에게 도움받은 일이 많아 이번 사안으로 인터뷰하자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웠다.
“우리 유성인베스트먼츠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시장에서 유의미한 투자 결과를 내고 싶었습니다. 제가 한국인인 것과 별개로 펀드를 운용하는 GP가 아시아 시장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분이 이번에 인수협약서 체결 때 나오신 분인가요?”
“네. 스테판 그린이라는 아주 훌륭한 펀드매니저입니다. 다음 세대를 이끌 주역 중 한 명이라 생각해요.”
도경의 말에 김성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첩에 적었다.
“질문하신 것에 답하자면, 펀드 포트폴리오를 질적으로 보강하고 싶었고 천하렌탈이 그에 맞는 기업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가격을 지불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옵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와 천하렌탈이 합의한 가격이 13억 3천만 달러라고 발표됐는데요.”
“네, 맞습니다.”
“시장가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이라고들 합니다. 이유가 있나요?”
김성열의 질문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시장에서는 유성인베스트먼츠가 천하렌탈을 너무 비싸게 샀다는 말이 많았다.
몇몇 언론은 소방수 역할을 하느라 비싸게 인수했다고도 했다.
“첫째, 천하렌탈은 애초에 매물로 나온 기업이 아니었습니다.”
도경은 이 기회에 오해를 풀겠다는 듯 차분히 답했다.
“만약 천하렌탈이 처음부터 팔 의사가 있었다면 가격은 더 낮았겠죠. 하지만 그들은 적극적으로 팔 생각이 없었습니다.”
실제 협상에서 천하렌탈 측은 처음부터 자신들의 희망 가격을 고수했다.
진짜로 급했다면 그렇게 쉽게 베팅하진 않았을 것이다.
“상대가 굳이 팔지 않으려는 물건을 살 때는 원하는 쪽이 더 높은 금액을 부르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조금 더 기다렸다면 매물로 나올 거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더 비싸졌을 겁니다. 군침 흘리는 곳이 많다고 들었거든요.”
천하그룹이 렌탈 부문을 공식 매각 하기 시작하면 경매에 들어갈 것이고, 그때 가격은 지금보다 크게 싸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천하렌탈은 업계에서 거의 독보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김성열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겉보기엔 시장 점유율이 20%대라 낮아 보이지만, 기업 간(B2B) 거래로 보면 80% 이상의 점유율을 갖고 있습니다.”
도경이 천하렌탈에 관심을 가진 핵심 이유였다.
“근래에 한 구독제 온라인 전자책 사이트가 흑자를 기록하자 모두가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 밀리 말씀하시는 거죠?”
“네. 밀리의 성공도 결국 B2B 거래가 승부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구독제 서비스가 살아 나갈 길을 제안했다고 도경은 생각하는 건이었다.
“더불어 그 B2B 거래가 다시 B2B2C로 파생되는 흐름을 보았습니다.”
즉, 밀리라는 기업은 한 기업에 돈을 받고 이용권을 넘겼고, 그 이용권을 받은 기업은, 가령 통신사들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구독제 서비스를 요금제에 끼워 넣고 있었다.
기업과 기업 간의 거래가 간접적으로 개인 고객에게까지 흘러간 것이다.
“저는 천하렌탈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명을 해주신다면…….”
“가령, 천하렌탈이 영세 렌트카 업체에 차를 빌려주는 거고, 그 영세 업체가 개인 고객에게 렌트카를 빌려주는 방식이죠.”
물론 아직은 경제성을 따져봐야겠지만, 훌륭한 그림이라고 김성열은 생각했다.
“더 나아가 천하렌탈은 카셰어링 업체인 S카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S카의 이용권을 기업에 팔고, 기업은 그 이용권을 개인 고객에게 파는 형식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겠죠.”
“결국 기업과의 거래가 핵심이라고 보시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기업과의 거래 점유율이 높은 기업이었기에 해볼 만한 도전도 많은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천하렌탈에 그 가격을 매겼습니다.”
도경은 김성열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시장 일각에서 오버페이라고 하는데, 이는 달러로 인수 대금을 결제하면서 생긴 오해인 것 같습니다.”
“그 부분도 모두가 놀란 포인트인데요.”
“천하렌탈 측에서 우리 인수를 받아들이기 위한 제안이었고, 우리가 감당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럼 천하그룹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소방수라는 평가는 잘못된 건가요?”
김성열의 질문에 도경은 잠시 고민했다.
이미 언론에 유성이 소방수가 되고자 한다는 것으로 보도되어 그것은 사실로 받아들여졌지만, 굳이 그걸 확인해 주고 싶지 않았다.
“평가에 맡기겠습니다.”
“펀드의 투자자들이 동의한 것인가요?”
김성열이 묻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놀랍게도 아시아 투자 펀드의 출자금은 우리 유성인베스트먼츠의 PI(자기자본)입니다. 100%가요.”
김성열은 놀란 얼굴로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철저하게 평가했습니다. 투자가 실패하면 회사가 힘들어지거든요.”
도경은 농담 반 진담 반이라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확실한 것은 이번 투자가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길 때까지 저와 제 팀은 고민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인수는 확신에 의한 판단이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그렇습니다. 우리의 포트폴리오를 풍족하게 만들어줄 기업이라고 평가 내렸습니다. 실제로 저는 만족하고 있고요.”
이후로도 여러 가지 인수 상황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하지만, 여전히 인수 의향서 체결 후 실사 단계였기 때문에 도경이 더 대답해 줄 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나라 금융계에서 구루나 다름없으신데요.”
“구루요? 제가요?”
구루Guru는 스승과 비슷한 개념의 말이었다.
“많은 투자자분들이 유성투자증권 성남 지점에 계실 때 매일 쓰셨던 인사이트 글들을 PDF 파일로 만들어 공유하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투자자 서한도 마찬가지고요. 구루라고 불려도 되지 않을까요?”
“구루라고 불리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그분들의 스승도 아니고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물론 그분들이 제가 쓴 자료들로 공부를 하시는 건 매우 기분이 좋습니다. 다만, 구루라는 말씀은 조금 부담스럽네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여쭙고 싶습니다.”
김성열은 매우 조심스럽게 도경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사안이 엄중했기 때문이다.
“일단 경제 대응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기입니다. 대내외적으로 경제정책은 변함이 없고, 여전히 시스템이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걸 보여주어야 할 때고요.”
“앞으로 더더욱 어렵지 않겠냐는 평가들이 있는데요.”
그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지난 두 번의 탄핵 정국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다만, 2004년에는 중국의 고성장 시기와 맞물려 기댈 곳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아시아가 모두 중국 경제 성장의 수혜를 보았던 시기였다.
그래서 권력의 공백 기간에도 경제가 크게 휘청이지 않았다.
“2016년에는 반도체 사이클이라는 흐름이 있었죠. 당시 어마어마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은 국내 수출 경제의 호황을 불러왔고요.”
김성열은 도경의 말을 놓칠세라 메모해 나갔다.
“문제는 이번에는 그런 것들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2004년과 2016년은 나름 경제와 관련된 부처에서 빠르게 대응을 하며 경제가 튼실하다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당시 국민 내수 경제도 죽지 않았었고요.”
“기댈 곳도 없고, 내수도 지지부진하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네. 대외적인 요소는 오히려 리스크입니다.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인한 환율상승이 이 사태 전에 있었고요. 내수도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대외적인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면, 한 국가가 기댈 수 있는 곳은 대내적인 경제 상황이었다.
소비가 평소와 같이 흘러가고, 내수경제가 돌고 돈다면 풍파를 버틸 기초체력은 되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경제 상황은 펀더멘탈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걱정입니다. 다만, 이 와중에 우리 경제의 시스템이 아직 견고하고, 문제가 없음을 보여준다면 우리처럼 한국에 투자할 외국자본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기실 도경이 이번 투자를 단행한 것도 대외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투자할 만한 메리트가 있다고 말이다.
“저는, 우리는 늘 이런 시기에 버텨낼 수 있었던 펀더멘탈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펀더멘탈은 국민성에게서 나왔다고 믿고 있고요.”
“…….”
“그래서 이번 일도 제가 말을 거드는 것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가 할 일을 하면 분명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도경은 그렇게 미소를 지으며 김성열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 * *
“실사에서 큰 문제는 없습니다. 생각보다 인수협의서가 작성된 이후로 주가가 가파르게 올라서 우리에겐 더 좋은 상황이 되었고요.”
천하렌탈 인수와 관련한 실사 단계가 진행 중이었는데, 대리인으로 국내 유명 컨설팅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침에 주가를 확인했어. 꽤 시장의 반응이 좋더라고.”
“네, 더불어서 정치적 상황도 안정화가 되어가면서 시장도 빠르게 반등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모든 사안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지만, 단계별로 리스크가 사라지고 있었고, 시장은 기다렸다는 듯 반응하고 있었다.
“다만, 개인들은 계속 파는 걸 보니 시장의 신뢰를 조금 잃어버린 것 같아 슬프긴 하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시장에 대한 염증이 심한 개미투자자들은 이참에 해외 시장으로 갈아탈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어쨌거나, 잘 마무리하고 들어올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저야 여기서 있는 게 시장을 더 보기 좋으니까요. 보스는 어서 마이애미로 가셔야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이거 인수한다고 PI 자본 벌어둔 거 또 까먹었네.”
“무조건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보스.”
스테판은 진지한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며 입술을 떼기 시작했다.
“서울에 오피스를 만드는 게 어떨까요? 아태 지역 본부로요.”
“괜찮은 것 같은데. 당장 인력을 구하기가…….”
“제가, 맡아서 해보고 싶습니다.”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두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