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9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91화(79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91화
벤자민 로젠버그란 이름은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이름 앞에 따라다니는 말들이 몇 가지 있었다.
‘광인.’
좋게 말해 광인이었지, 그저 미친놈이라는 평가가 그의 이름 앞에 늘 따라다녔다.
JPM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투자 은행의 수석 애널리스트로서 그가 낸 보고서들은 시장에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펀더멘탈은 예전과 다르며, 국채 시장이 위험해지고 있다]└로젠버그는 다 좋은데 늘 과격하게 말해서 탈이야.
└└그래도 로젠버그의 말이 다 들어맞아 가고 있지 않나?
└└└그사이에 시장이 한번 오르고 떨어진 거니까, 틀린 거라 봐야지. 이미 먹고 털면서 가치가 내려가는 건데.
로젠버그의 말은 언론에 타기 좋은 강한 발언들이었고, 시장 참여자들은 그가 흔히 하는 말로 ‘어그로’를 끈다고 생각했다.
언론에 보도되고 싶어, 그들의 입맛에 맞는 보고서를 내는 거라고.
“시장이 또 FED의 말을 곡해하고 있군.”
벤자민 로젠버그는 오늘 하루도 아침을 시작하며 자리에 앉아 시장의 분위기를 살폈다.
지난 15년간, 아침마다 늘 있었던 일이었지만, 장소가 달랐다.
지금 있는 곳은 그의 집에 있는 PC 앞이었으니까.
“이걸 어떻게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했다고 파악할 수 있는 거지? 월가의 인간들은 하나같이 시장을 선동하지 못해 안달이 났군.”
로젠버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전날 있었던 연방준비의 회의록에 대해 월가 플레이어들이 왈가왈부한 글들을 찾아보았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건만, 모두가 자신의 포지션에 유리하게 발언을 곡해하고 있었다.
“이러니 듣기 좋은 말만 해주는 인간들은 스승 취급을 받는 거지.”
로젠버그는 현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나같이 시장에 관해 바른말을 해주지 않고 있었다.
“내가 틀렸다고? 이 꼴을 보고도?”
그러다 로젠버그는 불현듯 무언가 떠오른 것인지 표정을 찡그렸다.
기실, 그가 지금 이 시각에 집에 있는 이유는 15년간 몸담았던 JPM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는 JPM의 여러 수석 애널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특히 거시경제와 관련해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었다.
꽤 유능했고, 그의 경제 전망은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다.
“코로나 이후 모든 게 어그러졌어.”
하지만, 전 세계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팬데믹 이후, 경제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막대한 유동성이 전 세계 시장에 풀렸고, 그 이후로는 거시경제의 흐름이 이상해졌다고 로젠버그는 생각했다.
아직도 그때 풀린 유동성 때문에 전 세계가 몸살을 겪고 있었는데, 여전히 시장은 돈 잔치 중이었다.
그래서 애널리스트로서 여러 사안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방향의 보고서를 썼다.
“…….”
로젠버그는 가만히 의자에 기대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내 보고서의 어디가 그렇게 심기에 거슬렸던 거지?”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달리 시장은 더 이상 자신의 보고서를 신뢰하지 않았다.
늘 좋지 않은 이야기만 한다고, 폭락론자라고 불렸다. 그는 단 한 번도 폭락을 입에 담은 적이 없었음에도 말이다.
그 때문에 회사와도 여러 차례 마찰이 있었고, 결국 15년간 자신의 젊음을 다 바친 회사에서 나와야 했다.
“후…… 이 짓도 하루 이틀이지 집에만 있으려니 좀이 쑤시는군.”
한숨을 내쉬던 로젠버그는 자세를 고쳐 잡고 앉았다. 회사는 그만두었지만, 일은 멈출 수 없었다.
습관적으로 늘 하듯 TV를 켜 블룸버그 채널을 찾았다. 사무실에 있었다면 터미널을 썼겠지만, 지금은 언감생심이었다.
속도는 조금 느렸어도, 그들의 뉴스 채널을 이용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리우 샤오네?”
TV를 켜고 다시 PC 모니터 화면을 보려던 로젠버그의 시선은 TV 화면에 멈춰 있었다.
얼마 전 은퇴한 리우 샤오가 블룸버그 채널에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리우 샤오는 제대로 상황을 보고 있군.”
시장의 평가와 다르게 리우 샤오는 자신과 똑같은 거시 경제 흐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로젠버그는 드디어 자신의 아군을 찾은 것 같아 기뻤다.
“이제는 리우 샤오가 틀렸다고 말하려나?”
로젠버그는 콧방귀를 뀌며 PC를 바라보았다.
저 콧대 높은 월가의 인간들이 리우 샤오의 발언을 어떻게 해석할지 궁금했다.
“언제나 그렇듯 리우 샤오의 말에는 입을 꾹 다물겠지. 자기들이 생각했을 때 리우는 강자니까.”
그런 습성을 가진 인간들이 넘치는 판이라고 생각하며 자료를 조사해 나가기 시작했다.
[영국의 시티 오브 런던에 있는 유성인베스트먼츠 유럽 지부에 계약직으로 취업을 해 일을 돕고 있습니다. 참, 이곳에서는 애널리스트와 리스크 매니저를 구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그러다 흘러나온 리우의 말에 TV 화면을 바라보았다.
“유성인베스트먼츠라고?”
로젠버그도 최근 들어 자주 들은 이름이었다.
“리우 샤오가 계약직으로 거기에서 일을 하고 있다니. 윤도경의 후원자가 리우인 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가까운 사이였나?”
그렇게 혼잣말하며 유성인베스트먼츠를 떠올리며 로젠버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윤도경은 조금 결이 다른 인물이긴 하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주장한 건 내 의견과 비슷하기도 하고.”
도경의 이름이 로젠버그의 귀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었던 때였다.
그때 로젠버그는 자신의 생각과 같은 의견이 있다는 것에 흥미로웠지만, 금방 잊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도경의 이름이 들려왔고 로젠버그의 머릿속에는 도경이 자신과 결이 비슷한 사람이라고 박혀 있었다.
“유성인베스트먼츠라…… 유럽 지부에서 내가 일을 할 수 있을까?”
어느새 로젠버그의 생각은 유성에서 일하는 자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결심을 내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보다 내가 더 필요한 위치일지도 모르겠군.”
그리 결심을 한 로젠버그는 지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 * *
“반골도 반골도 그런 반골이 없습니다.”
며칠 후, 시티 오브 런던에 마련된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사무실.
여전히 집기가 들어차지 않아 휑했지만, 그래도 도경과 김우혁은 템스강이 보이는 고층 빌딩에 사무실을 임대하고 그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반골요?”
“예. 이 사람이 JPM에서 쓴 보고서 제목만 봐도 엄청납니다. 시장이 틀렸다부터 시작해서 미국의 경제 펀더멘탈은 매년 대가를 치르고 있다 등등…….”
“아, 그래서 제 기억에 정말 강력하게 남았던 것 같습니다.”
평소 사람을 잘 기억하는 도경이었지만, 상대의 흔적이 희미하면 쉽게 잊곤 했다.
하지만, 벤자민 로젠버그의 이름은 확실하게 기억하는 걸 보니 뇌리에 깊이 남았던 발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제가 읽었던 보고서가 그런 식이었거든요.”
“시장에서 호불호가 강력했습니다. 본인이 원하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폭락론자들의 훌륭한 참고서가 되었거든요.”
시장에서 매일같이 폭락을 외치는 이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소리를 해주는 벤자민 로젠버그의 보고서를 좋아했다.
“제가 봤던 보고서를 떠올리면 폭락론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늘 그렇듯 일부분 취향에 맞는 쿼츠만 따서 자신의 의견을 보강하는 데 썼겠죠.”
도경이 그리 말하자 김우혁은 정답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래서 도매금으로 묶여 버린 거죠. 얘도 폭락론자네. 그만해라. JPM의 수석 애널리스트 수준이 왜 이러냐.”
“한번 봐야겠습니다. 혹시 자료가 있을까요?”
도경은 다시 한번 벤자민 로젠버그의 보고서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네, 바로 메신저로 보내 드릴게요.”
김우혁이 메시지를 파일을 보내주자 도경은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와우.”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는 보고서였다.
문장은 간결했고, 굉장히 직설적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그를 뒷받침하는 통계와 숫자를 제시했다.
물론 보고서를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들이었다.
도경이 놀란 이유는 글 내내 보이는 로젠버그의 자신감 때문이었다.
“마치 내 말이 맞으니까, 이걸 머릿속에 넣어둬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그래서 한때는 시장에서 각광을 받던 애널리스트였습니다. 정말 애매모호하게 말하던 인간들이 많았던 시장에서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는 유일하다시피 한 애널리스트였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반골로 불리게 되었네요.”
“결국 그 자세를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기회를 잡은 거죠. 당분간 팬데믹 회복이 쉽지 않을 거라는 보고서를 쓴 적이 있었거든요.”
도경은 드디어 납득했다. 가끔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이 시장을 덮쳐왔고, 팬데믹도 그중 하나였다.
“그런데 결과는 아시지 않습니까? 시장은 전례 없는 폭등을 하고, 경제 회복이 빨랐거든요.”
“한 가지 말을 더하면 그렇죠. 어마어마한 유동성을 풀었다는 것.”
“네, 그걸 빼면 아예 성립하지 않았을 테니.”
도경은 더더욱 흥미가 갔다.
“저는 로젠버그와 만나봐야겠습니다.”
“정말이요? 시끄러워질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대외적으로 보고서를 뿌리는 것도 아니고, 내부에 이런 인물 하나 있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도경은 무언가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리우의 힘인가 봅니다. 오늘 대화 나눴던 사람들 다 고용하고 싶어져요.”
보름 후, 도경과 리우 그리고 김우혁은 사무실에 앉아 미팅을 진행하고 있었다.
시간에 맞춰서 오는 지원자들의 면접이었는데, 지금까지 나누었던 대화들의 퀄리티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갑자기 무급으로 일하기로 한 게 후회가 되는군요.”
도경의 말에 리우가 그리 받아치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모든 일이 끝나거든 정말 제대로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은…… 아니, 벤자민 로젠버그라는 이름이 왜 이렇게 낯이 익죠?”
리우도 도경과 똑같은 반응을 보이자 김우혁은 크게 웃었다.
“보스와 똑같은 반응을 하시네요.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왜 기억하는지 아실 겁니다.”
김우혁은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밖에서 대기 중이던 면접자를 들여보냈는데, 키가 큰 남자가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도경은 유심히 그를 바라보았다.
글에서 보이는 자신감과 동일하게 꼿꼿하게 편 허리 하며 망설임 없는 걸음걸이였다.
“반갑습니다. 저는 유성인베스트먼츠의 CEO 윤도경입니다. 여기는 리우 샤오, 김우혁입니다.”
“벤자민 로젠버그입니다. JPM의 수석 애널리스트 출신이고요. 매크로 분석을 주로 했습니다.”
짧은 소개가 끝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인플레이션에 관해 이야기해 보죠. 미국의 현재 상황은 어떤 것 같습니까?”
도경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본론부터 물었고, 벤자민 로젠버그 또한 바로 입을 열었다.
“이미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연준에서 예상하는 바에 닿았고, 지금은 그들이 의도했던 2%대에 진입했다고 생각합니다.”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이후,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 상황이었다.
“시장의 걱정은 호들갑이라고 생각합니다.”
파격적인 벤자민의 말에 자리에 있는 세 사람은 가지각색의 표정을 지었다.
리우는 무표정했고, 도경은 흥미로워했고, 김우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