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9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94화(79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94화
오랫동안 금융시장에서 주목받던 투자 수단은 장기 채권이나 주식이었다.
어디까지나 투자 시장의 주류는 자금 운용이었다. 자금 운용은 짧으면 1년 길면 수십 년을 보고 하는 투자였기 때문에, 1년 미만의 거래를 위주로 하는 단기 채권(T-bills)은 당장 큰 수익을 못 낸다는 오해를 받았다.
그러나 세상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전 세계 금융 시장이 통합되다시피 한 이후로는 금리 급등락과 유동성 위기가 반복되면서 짧게 굴려도 안전한 투자 수단에 대한 필요가 대두되고 있었다.
-언제라도 돈을 뺄 수 있으면서, 적절한 금리 이득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자산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금융시장이 고금리와 저금리를 여러 번 오가고, 자금이 갑작스럽게 필요해지는 상황이 늘어나자, 단기 채권은 서서히 그 가치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T-bills요?”
도경의 말에 벤자민과 리우는 놀란 듯 도경을 보았다.
“앞서 말한 조건을 풀어서 이야기해 보자고. 주식 시장처럼 요동치지 않고, 장기 국채처럼 오랫동안 돈을 묶어두지 않아도 되고, 시장의 수익률을 이길 수 있을 만큼 꾸준히 벌어들여야 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투자 자산이 있을까?”
도경의 물음에 벤자민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애초에 조건이 너무 까다로웠던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벤자민이 내건 조건은 이제 시작하는 재단을 위해서는 매우 좋은 조건이었죠.”
리우는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만, 지금 와서 벤자민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투자 수단이 적으니 까다로웠다며 의견을 철회하는 것 같은데…… 윤이 아주 훌륭한 수단을 찾은 것 같군요.”
리우는 나쁘지 않다는 듯한 의견을 표명했다.
“T-bills는 미국 국무부가 발행하는 초단기 채권이니 디폴트 위험이 거의 없고, 금리 변동에도 가격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 만기가 짧으니 환매도 쉽다는 점에선 훌륭한 대안 같은데요.”
“그건 맞습니다. 보스와 리우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다만, 주식이나 하이일드 채권 등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집니다. 금리가 낮은 시기엔 이자나 할인 수익이 거의 없기도 하고요.”
초단기 채권은 4주, 8주, 13주, 26주, 56주가량의 초단기간 돈을 빌리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이자(쿠폰) 수익이 적었다.
다만 발행 시에 할인 발행, 가령 100달러의 채권을 99달러에 파는 식으로 발행했다.
그러다 보니 현금을 그냥 놀리기 싫은 사람들은 초단기 채권을 사들여 이익을 얻었다.
“말씀드렸듯 지금 저는 인플레이션이 잡혀가는 시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거기에 올해는 두 차례가량밖에 금리 인하를 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금리 인하시기기도 하고요.”
“인플레이션이 잡혀간다는 데에는 나나 리우는 너의 의견에 동의했지만,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어.”
벤자민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정치적 리스크가 살아 있기 때문이야.”
“새로운 대통령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것뿐만 아니라 달러화 강세로 인해, 전 세계 화폐의 가치가 엉망이 되어가고 있어. 문제는 이런 상황은 결코 미국이나 금융시장에 좋은 게 아니라는 거지.”
가령, 현재 전 세계의 모든 돈이 미국 달러화로 향하고 있었다.
“미국의 무역적자 폭은 커질 거야. 물론 다른 나라의 물품을 싸게 수입할 수는 있겠지만, 달러화가 비싸지는데 누가 미국 물품을 수입하려 하겠어?”
다시 말해, 수입 물가는 낮아지지만 수출 경쟁력은 약화한다.
“장기간 달러가 강세 유지하면, 미국 내 경제성장 둔화도 오겠지. 더불어 환 손실도 어마어마하겠지?”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대부분 현지 통화로 발생했다.
애플이나 코카콜라가 한국에서 물건을 판다면, 이는 원화로 결제되었고, 달러로 환전해 가져가야 했다.
“내가 말을 거들자면, 잡혀가던 인플레이션에도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도경의 말을 조용히 듣던 리우도 말을 거들었다.
“수입 물가 하락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미국 내 업체들은 높은 원가와 인건비를 감당하면서 외국 제품과 경쟁해야겠죠.”
강해도 적당히 강해야 미국의 경제에 이롭다는 이야기였다.
지금처럼 전 세계 모든 화폐의 가치가 절하되며, 미국 달러화의 가치만 올라가는 상황은 절대 이득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정한 조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건 초단기 국채밖에 없어.”
“무슨 말씀인지 잘 이해했습니다. 두 분의 뜻도 알겠고요. 다만, 기회비용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벤자민의 말에 리우도 고개를 끄덕이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다른 곳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초단기 국채에 투자를 한다면 그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시작일 뿐이지, 계속해서 그것만 한다는 건 아니니까.”
“그렇다면…….”
“나는 벤자민 너의 능력을 믿고 있어. 매크로 타이밍으로 초단기 국채에서 수익을 내면서, 새로운 채권 투자를 준비해 보자고. 어때? 나는 유럽 지부가 채권이 아닌, 주식에 투자하는 걸 원하지 않거든.”
애당초 이 지부를 만들 때부터 채권 트레이딩 특화 지부로 생각했고, 더불어 직원들도 채권 트레이딩에 기준을 맞추어두었다.
돈을 운용한다고 해서 그 틀을 깨고 갑작스레 주식에 투자하는 건 원하는 그림이 아니었다.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보스의 뜻대로 해보겠습니다.”
그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시장의 수요로 인해 차근차근 자리를 잡아가던 초단기 국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큰 역할을 하며 하나의 투자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리먼 브라더스 파산을 기점으로 전 세계 증시가 공황 상태에 빠졌고, 각종 회사채와 파생상품도 신뢰를 잃었다.
모두가 가진 자산들을 내다 팔기 시작했다.
“돈을 맡겨놓은 곳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가져다주는 매도세였다.
「갈 곳을 잃은 현금들…… 은행도 믿을 수 없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은행에 대한 불신 키워」
이때 혜성같이 등장한 것이 초단기 채권이었다. 사실상 디폴트 위험이 제로에 가까웠고, 금리 변동에도 큰 가격 손실 없이 즉시 현금화가 가능했기 때문에 각광을 받았다.
「가장 안전한 피난처로 떠오른 T-Bills」
“경매 참여 준비가 됐습니다.”
“떨리네.”
며칠 후, 투자 방향이 정해지고 도경은 벤자민과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경매의 수요가 적을 거라 예측하고 있어서, 나름 괜찮은 타이밍이 될 것 같습니다.”
초단기 국채는 미국 재무부가 매월 정기적으로 경매를 통해 새로 발행했다.
발행 방식은 표면 이자(쿠폰)가 0%이지만,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발행했다.
“그럼 낙찰 금리가 내려가겠네.”
시장 참여자들의 입찰 금액이나 수요에 따라 최종 낙찰 금리와 발행 가격이 결정되었다.
이번처럼 수요가 적을 것이라 예측되면, 100달러의 액면가를 가진 채권이 95달러에 발행될 수도 있었다.
“저희는 8주물에 입찰을 하려고 합니다.”
벤자민은 자신이 이끌게 될 팀원들과 회의를 해 어떤 것에 입찰을 할지 결정해 왔다.
“가장 경쟁자가 적고, 또 보스께서 말씀하시듯 첫 투자에 주차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8주가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팀이 안정되고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전에 적당한 투자처라는 생각이었고, 도경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다면, 할인율은 생각했어?”
기관투자자들은 경쟁 입찰 방식으로 경매에 참여했다. 자신이 원하는 할인율을 제시하고, 경매가 시작되면 가장 낮은 할인율을 적어낸 기관부터 순차적으로 물량을 배정받았다.
다시 말해, 많은 물량을 배정받고 싶다면 높은 가격을 써내면 되는 쉬운 경매 방식이었다.
할인율 경쟁에 실패하면, 아예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기에 중요한 과정이었다.
개인 투자자나 여타 다른 투자자들은 비경쟁 입찰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금액만 써내는 방식으로 경매에 참여했다.
“지난 낙찰을 보자면, 연이율이 4.323%였습니다. 우리는 이번에 연이율 4.292%로 낙찰을 시도해 볼까 합니다.”
“투입 금액은?”
“1억 달러입니다.”
벤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산에 나섰다.
“연이율 4.292라고 쳤을 때, 1억 달러를 투입하면 할인가는 99.337333달러네.”
즉 액면가 100달러의 채권을 99.337333달러에 사들인다는 말이었다.
단기 채권은 대부분 소수점 단위의 수익률을 봤다.
“그러면 8주 후에 수익은 66만 7,900달러고.”
우리 돈으로 약 8억 원이 넘는 돈이었다.
즉, 두 달 만에 8억을 벌어들였다.
“그렇습니다.”
“좋아. 8주면 우리가 어느 채권에 투자를 하고 또 어떤 포트폴리오를 가져갈지 그림이 다 나오겠지?”
생각보다 재단에서 일찍 어카운트를 열어주었기 때문에 단순 현금을 계속해서 가지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바로 경매에 비딩 넣고, 대기하자고.”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자신도 경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우리가 두 번째 낙찰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날 오후, 경매 결과가 발표되고 도경은 현황을 확인하러 사무실에 나와 있었다.
벤자민은 밝은 얼굴로 다가와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낙찰을 받았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우리보다 낮은 금리를 적어낸 곳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천만다행이네요.”
미국 국채 경매는 단일 가격 더치 경매였다.
10억 달러어치의 국채를 발행한다고 가정하면.
A: 3억 달러 – 4.20%
B: 2억 달러 – 4.30%
C: 3억 달러 – 4.40%
D: 3억 달러 – 4.45%
F: 3억 달러 – 4.50%
위와 같은 방식의 입찰자들이 있다면, A와 C까지는 낙찰받을 수 있었다.
비경쟁 입찰에 1억 달러의 채권이 배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목표 발행량에서 1억 달러가 남았다.
D가 제시한 3억 달러 중, 1억 달러만 낙찰시키고 나머지 2억 달러와 F는 낙찰 실패였다.
“하이일드는?”
“4.341%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A와 C는 D보다 낮은 금리를 적어 낙찰받았지만, 발행 금리는 D가 제시한 4.45%로 낙찰을 받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유성은 4.292%의 금리를 적어 냈지만, 최종적으로 낙찰 받은 금리는 적어 낸 것보다 높은 4.341%로 낙찰받았다.
이것을 하이 일드High Yield라 불렀다.
“잘했어. 팀의 전략이 성공했네.”
벤자민과 팀이 적어낸 금리는 입찰가격 중 두 번째로 낮았기에 적어낸 금액을 모두 낙찰받을 수 있었다.
“그럼 8주 후 이득도 70만 2천달러로 늘었구나.”
“그렇습니다.”
“고생했어. 그럼 오늘은 이만 퇴근하고, 다들 내일부터는 포트폴리오를…….”
띠링-
띠링-
그때,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알림 소리가 크게 울렸다. 도경은 말을 멈추고는 화면을 확인했다.
“벤.”
“네, 보스.”
도경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자 벤자민은 긴장한 얼굴이었다.
“레포Repo 시장의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했어.”
“네?”
“레포 시장에 긴축 발작이 시작된 거 같아.”
“갑자기 말입니까?”
도경과 벤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의아해하고 있을 때, 다른 팀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보스, 벤. 초단기 국채의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은 유성인베스트먼츠에게 유리하게 흐르고 있었지만, 짐작할 수 없는 공포들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