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9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96화(79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96화
“보스.”
다음 날, 오전 도경은 아침 일찍 시티의 사무실로 나왔다.
“몇 시에 나온 거야?”
그런데, 사무실에는 자신보다 더 일찍 온 것인지 벤자민 로젠버그가 앉아 있었는데, 도경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
“30분 전에 왔습니다. 오히려 보스께서는 왜 이렇게 일찍…….”
“호텔에 있어봤자, 잠도 안 오고 해서. 터미널 좀 보려고.”
아무래도 숙소에서 랩톱을 하나 잡고 정보를 얻는 것보다 사무실로 나와 터미널을 보는 게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밤새 새로운 소식 있어?”
“연준이 레포 시장에 개입했습니다.”
벤자민의 말에 도경은 그의 자리로 다가가 화면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진 관망만 하고 있었는데, 어제 시장이 갑자기 긴축되니 개입을 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역레포 포지션이 갑자기 늘어난 걸 보면 연준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역레포Reverse Repo는 레포의 반대편을 이야기했다. 레포가 금융 시장에 단기자금을 조달하려는 쪽이라면, 역레포는 자금을 빌려주는 쪽을 이야기했다.
“오버나이트 레포 거래를 통해서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한 것 같습니다.”
“오버나이트 레포 금리가 많이 내려왔어?”
“현재는 3.97%까지 내려왔습니다.”
“금리를 그 정도로 끌어내릴 유동성을 풀 곳은 연준밖에 없긴 하네.”
띠링-
띠링-
두 사람이 한참 이야기를 하며 밤새 시장 분위기를 파악할 때, 터미널에서 알림이 울렸다.
급한 뉴스가 속보로 나오면 울리는 것이었다.
“맞는 것 같습니다. 연준에서 오버나이트 레포와 텀 레포에 오퍼레이션을 발동했다는 속보입니다.”
다시 말해, 하루짜리 자금 공급과 더불어, 1주일에서 2주가량 유지되는 레포에 유동성을 공급했다는 것이다.
“이건 우리가 예상한 그림이긴 하잖아.”
“네. 늘 레포 시장이 갑자기 긴축 상황이 되면 자동으로 개입하니까요.”
“그럼, 초단기 채권 금리는?”
도경의 물음에 벤은 터미널을 통해 T-bills의 시장금리를 확인했다.
초단기 채권 또한, 시장에서 거래를 할 수 있었다.
“3.7%까지 내려왔습니다. 어제 예상한 대로 시장에서는 Flight To Quality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레포 시장에 불안감이 조성되자 시장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미국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는 오르고 있는데, 4주물과 8주물은 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게 그걸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장기물의 금리는 올라서 가격이 내려갔지만, 초단기 채권의 금리는 내려가며 가격이 올라가고 있었다.
채권의 경우는 금리가 올라가면 가격이 내려갔고, 가격이 올라가면 금리가 내려가는 물건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대부분 현금을 확보하려고 하는 거지?”
“네. 레포 시장에서 현금 조달을 하루 동안 못 했으니 불안감이 커졌을 겁니다. 이럴 땐 현금을 들고 있길 원할 테고, 사실상 초단기 채권은 현금이나 마찬가지니 이리로 몰리고 있고요.”
현금을 가만히 들고 있는 것보다야 초단기 채권이라도 보유하는 것이 좋았다.
현금의 가치는 매분 매초 하락하는 것이었으니까.
“앞으로 네 생각은 어때?”
오늘 시장 대응책을 생각해야 했다.
전날은 팔지 않고 버텨 가격이 더 올랐지만, 오늘은 연준에서 직접적으로 개입을 한 이후였다.
포지션을 달리해야 했다.
“저는 오늘 미국 시장이 열리자마자 매도를 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자.”
“……보스의 의견은.”
“내 의견은 안 중요해. 벤, 네가 결정을 내렸으면 그렇게 가는 거야. 앞으로 시티에서 모든 거래의 결정은 네가 할 거야.”
“제가 맡아도…….”
“되고말고. 그러려고 널 데려온 거니까.”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향했고, 벤자민은 가만히 도경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 *
“윤, 갑자기 찾아온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일주일 후, 런던에 있는 한 건물.
도경은 유성인베스트먼츠 유럽 지부의 첫 고객이자, 퍼시 재단을 이끌고 있는 아서 퍼시를 만나기 위해 재단의 사무실을 찾았다.
“인사를 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인사라면, 마이애미로 돌아가시나요?”
아서 퍼시의 물음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합시다.”
아서의 손짓에 도경은 자리에 앉았다.
“사무실의 구성이 끝났습니까?”
“네. 사무실의 구성은 마무리되었고, 새로 입사한 팀원들의 교육도 끝났습니다. 그리고 벤자민이 앞으로 매주 포지션에 대한 보고를 드릴 거고요.”
“매주요?”
아서 퍼시는 의아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나는 펀드에 투자를 꽤 많이 해봤지만, 매주 보고를 하는 펀드사는 못 봤는데.”
“아, 그 부분을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도경은 가방에서 서류를 하나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보고를 할 게 있다고 하더니 이겁니까?”
“네,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아서는 서류를 들어 올려 읽어 내려갔다.
“말씀드리자면, 우리 유성은 재단이 어카운트를 열어주신 다음 날, 미국의 초단기 채권 경매에 입찰을 해 낙찰받았습니다.”
“바로 다음 날에 말입니까?”
“네, 현금이란 게 쥐고 있을수록 손해인 경우라 사실상 현금과 같은 초단기 채권을 쥐고, 새로운 투자처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도경은 서류를 읽어 내려가는 아서 퍼시를 보며 보고를 이어나갔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해당 투자가 진행되는 도중 초단기 채권 시장에 프리미엄이 붙었고, 정리했습니다.”
“여기 보면 단기자금 유통시장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고 적혀 있습니다.”
“네, 아서가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써진 보고서입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1억 2천만 달러의 원금과 더불어 수익금 108만 7,300달러를 회수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아서는 다시 한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잠시만요. 그러니까 이게 사흘 만에 있었던 일이다?”
“그렇습니다. 현재는 보고서에 적힌 대로 수익금을 제외한 원금은 다시 여러 미국채에 나누어 분산 투자되었습니다. 60%는 초단기 채권이며, 40%는 2년물과 10년물 같은 단장기 채권입니다.”
2년물과 10년물의 경우는 금리가 오르며 가격이 많이 하락한 상황이었다.
앞으로 기준금리 하락에 발맞추어 가기 위해서는 지금이 적절한 포지션이라 보고 매입에 들어갔다.
“초단기 채권을 메인으로 할 예정이기 때문에…… 물론 포트폴리오 비중은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일주일마다 벤자민이 직접 찾아뵙고 보고를 드릴 겁니다.”
서류와 도경을 번갈아 보던 아서 퍼시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 이것 참. 정말 대단하군요.”
맡긴 돈이 1억 달러가 넘었어도, 사흘 만에 그 돈으로 100만 달러를 벌어오는 건 그 누구도 하지 못할 것이라 아서는 생각했다.
“생각지도 않은 규모로 돈을 벌어다 주니 우리도 재빠르게 첫 혜택을 주도록 발을 맞춰야겠습니다.”
수익금은 온전히 영국의 미래를 위한 스타트업에 투자될 돈이었다.
“내가 유성을 선택한 게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시켜 줘서 고맙습니다.”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해외 생활을 하다 보면 느끼는 것은 칭찬을 칭찬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처럼 겸손이 필요한 타이밍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처럼 저희 유성은 기회가 오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믿고 맡겨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하하,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입니다.”
아서 퍼시는 그리 말하며 손을 내밀었고, 도경은 손을 맞잡고는 미소를 지었다.
* * *
“리우,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럼요, 유성은 아주 비싼 인력을 싸게 쓴 겁니다.”
그날 오후, 도경은 시티에 있는 사무실로 와 리우 샤오를 배웅하는 중이었다.
리우는 지난 몇 주간,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일을 돕고 이제는 강연을 위해 북미로 떠날 예정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리우 덕분에 벤자민과 훌륭한 직원들이 우리를 알게 되었고, 또 지원을 했으니까요. 언제든 제 도움이 필요하실 때 부르신다면 달려가겠습니다.”
“무료겠죠?”
“하하하, 그럼요. 대신 숙소비는 내주셔야 합니다.”
“저런, 이제는 직업도 없는 사람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거 아닙니까?”
리우는 농담을 던지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윤과 함께 일하면서 다시 놀랐습니다. 빠른 결단과 팀원을 믿는 그 모습을 보면서 유성이 어떻게 단기간에 이렇게 큰 것인지 느낄 수 있었고요.”
“리우가 저를 도와주신 덕분이기도 하죠.”
“그건 당연한 거고요. 하하하. 어쨌거나, 미국에서 강연이 몇 차례 있는데 하루쯤은 윤이 나와 도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네, 말씀드렸듯 불러주시면 달려가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비행기 시간이 다가와서 먼저 가야겠군요.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리우가 그리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떠나자 도경을 비롯한 팀원들이 그를 배웅했다.
“벤.”
리우를 배웅하고, 도경은 벤자민을 방으로 불렀다.
“여기는 이제 네가 쓰도록 해. 며칠간 주인 있는 방을 빌려 쓰려니 미안해서 죽을 뻔했어.”
“아닙니다. 당연히 보스께서…….”
“그리고, 유성에 와줘서 고맙다.”
도경은 진심이라는 얼굴로 벤을 바라보았다.
“이번 투자는 온전히 네가 결론을 내려서 낸 수익이야. 초단기 채권으로 이 정도 수익을 냈다고 하면 모두가 놀랄 거고.”
“…….”
“고생 많았어. 네 능력을 확인했으니 걱정 없이 마이애미로 돌아가도 되겠는걸.”
도경이 그리 말하며 미소를 짓자 벤자민은 잠시 도경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합니다. 저는 실패한 사람이었거든요. 유성에 오기 전까진 말입니다.”
자신이 낸 보고서는 시장에서 웃음거리가 되었고, 어떤 보고서를 내든 설령 그 전망이 들어맞았어도 비아냥거리가 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보스는 저를 채용한 결정을 한 것도 모자라 유럽 지부를 제게 맡겨주셨고, 이번 투자에 대한 최종 결정도 내릴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유성을 잘못 선택한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을 뭐로 보고 저리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인지, 혹시 자신의 커리어만 보고 중책을 맡기는 거라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그냥 그것이 유성의 방식이었다.
“끝까지 사람을 믿어주는 회사에 들어오게 되어 기쁩니다. 앞으로도 믿어주시는 것에 보답하겠습니다. 인터넷에서 보니 한국에서 감사 인사는 이렇게 하는 거라더군요.”
벤은 그리 말하더니 어정쩡한 자세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그 모습을 본 도경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