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9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97화(79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97화
“저 때문에 이렇게 나오실 필요는 없었습니다. 나름 오랜만에 휴가인데요.”
며칠 후, 도경은 영국을 떠나 서울로 들어왔다. 영국 일정에 맞춰 휴가를 보낸 차선태가 한국에 있었는데, 한사코 올 필요가 없다고 해도 맞이하러 나와주었다.
“제가 할 일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표님께서 영국에 계시는데 혼자 한국에 들어와 있어서 불편했거든요.”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집으로 가주세요. 며칠 쉴 예정이라서.”
도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차선태는 차를 출발시켰다.
“차 팀장님, 우리가 얼마나 됐죠?”
“햇수로는 3년입니다.”
“오래됐네요. 정말. 처음에는 뭔가 조금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는데요.”
도경은 룸미러를 통해 차선태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그래도 차 팀장님 덕분에 제가 참 편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룹에 있었다면 경험해 보지 못할 것들을 대표님과 함께하며 경험하고, 배울 수 있어서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
도경은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가에 계셨던 거죠?”
“네, 오늘 대표님 모시러 오기 전까지 강릉에 있었습니다. 그…….”
차선태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저희 부모님 집을 마련해 주신 것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기실, 도경은 차선태를 미국으로 데려오며 그의 유일한 가족인 부모님들의 집을 새로 마련해 주었다.
“이번에 본가에 가보니 두 분이 텃밭도 가꾸고, 강아지들과 함께 노후를 보내고 계시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았습니다. 대표님 덕분에 부모님 얼굴에 웃음이 핀 모습도 보았고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요. 뭔가 내가 선물한 것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잖아요.”
“앞으로 자주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도경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 * *
“엄마. 나 왔어요.”
도경은 집으로 들어서며 인사했고, 어머니는 두 팔을 벌려 도경을 안아왔다.
“아이고, 내 새끼. 어디서 못 먹고 다니는 거야? 얼굴에 반쪽이 됐네.”
“늙어서 그래.”
도경의 말에 어머니는 등짝을 때렸다.
“엄마 앞에서 못 하는 말이 없네.”
“잘 지내셨죠?”
“그럼, 나야 우리 아들들 덕분에 집에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잘 지냈지. 어서 들어와.”
도경은 신발을 벗고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얼굴 한번 안 비춰주고 어떻게 바로 나가니?”
“죄송해요. 엄마 보면 가기 싫을 것 같아서.”
도경의 말에 어머니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어이구, 왜 또 우시려고 할까.”
“내 아들이 언제 이렇게 컸나 싶어 그렇지.”
“나랑 도진이는 엄마가 키운 거지. 엄마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어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그리 말하고는 집 안을 둘러보았다.
“도진이는 요즘 어때요?”
“말도 마, 도진이도 집에 들어오는 날이 적어.”
“그 정도예요?”
“응. 이번에 그…… 파트너?”
“와우, 벌써 파트너를 달았다고요?”
“아니, 아니. 파트너분이 좋게 봐주셔서 그분 밑에서 일을 전담하고 있나 봐. 시니어로 승진했다고 하더라.”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인 도진이도 변호사로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에 집에 와서 투덜…….”
삑- 삑- 삐리릭-
두 사람이 한참 이야기를 해나가던 그때, 현관문이 열리며 반가운 얼굴이 들어왔다.
“어이, 윤도진이. 회사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집으로 들어온 사람은 동생인 윤도진이었다.
“엄마가 형이 들어왔다고 해서, 얼굴 보고 나가려고.”
“많이 바쁘냐?”
“말도 마. 최근에 천하그룹 계열사들이 매물로 많이 나와서, 거기에 투입되느라…… 맞아!”
동생인 도진은 기업 인수합병 전문 로펌에서 일하고 있었다.
“광윤금속이랑 천하렌탈 인수하면서 왜 우리한테 일을 안 주는 거야.”
“뭐?”
“아니, 왜 우리 경쟁 로펌에 일을 줘서 내가 회사에서 기분이 이상하게 만드냐고.”
동생이 투덜대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그걸로 너한테 핀잔주던?”
“아니지, 그런 회사도 아니고…… 그냥 내가 좀 그래서.”
“너네 로펌을 생각 안 한 것도 아닌데, 괜히 내가 개입해서 도진이 네가 있는 로펌을 선택하라고 할 수도 없는 문제였어. 그냥 실무진에 맡겼지.”
“역시, 일부러 제외한 건 아니구나. 그럴 줄 알았어.”
“어쭈, 조금 전까지는 입이 댓 발 나와서 따지더니.”
“아니, 이유가 알고 싶었어. 일부러 제외한 건 아니니까 됐다 이거지.”
동생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웃었고,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 들어가야 하냐?”
도경의 물음에 동생은 손목에 걸친 시계를 보았다.
“다섯 시까진 들어가야지.”
“그럼, 점심이나 같이 먹자. 엄마. 우리 오랜만에 셋이서 외식해요.”
“갑자기?”
“저녁에는 저도 약속이 있어서요. 마침 도진이도 왔겠다. 밥 같이 먹고 싶어서요.”
도경의 말에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멀쩡한 두 아들한테 안 꿀리려면 뭐라도 좀 바르고 나가야겠네. 잠시만 기다려.”
“엄마, 대충 가요!”
동생이 그리 말했음에도 어머니는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방으로 향했고, 그 모습을 보는 도경과 동생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 * *
“도경 씨.”
서울에 있는 한 저택.
도경이 들어서자 마당에서부터 맞이해 오는 사람이 있었다.
“다현 씨, 잘 지냈어요?”
“어제도 전화했잖아요.”
“그래도 얼굴은 오랜만에 보잖아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한다현에게 다가가 포옹을 했다.
“하, 좋다.”
두 사람이 오랜만에 마음을 나누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목소리가 들려왔다.
“왔으면 어여 안 들어오고 뭐 해!”
유성그룹의 회장 한태오가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다.
“와우, 우리 회장님 10년은 더 경영하시겠어요.”
도경이 작게 말하자 한다현은 못 말린다는 듯 팔을 쳤다.
“어서 들어가요.”
한다현의 안내를 받아 집 안으로 들어선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회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살아는 있었구먼.”
한태오는 잔뜩 뿔이 난 목소리로 말해왔다.
“서울에 들어와도 얼굴도 안 비치고 나가?”
“죄송합니다.”
도경이 고개를 숙여 사과하자 한태오는 헛기침을 했다.
“변명이라도 해올 줄 알았더니. 들어와. 밥 식으니까.”
한태오는 그리 말하며 식당으로 향했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뒤따랐다.
“와…… 이거를…….”
식탁 위에는 진수성찬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세 사람이 먹기에는 양이 많아도 너무 많아보였다.
“앉아. 양평 농장에서 잡은 소야. 자네가 오는 줄 미리 알았으면 숙성된 놈으로 준비했을 텐데.”
“아휴, 아닙니다. 너무 환대를 해주셔서…….”
도경은 벌써부터 이 음식들을 어떻게 먹을 것인지 고민했다.
“재킷, 이리 주세요.”
“아, 아니에요.”
도경은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고는 자리에 앉았다.
“걱정하지 마, 있다가 또 올 사람이 있으니까.”
“누가…….”
“오면 알아. 식사나 하자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저를 들었다.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식사를 시작했는데, 이걸 어떻게 다 먹냐라는 고민은 오간 데 없이 맛있는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래, 런던에 유럽 지부를 차렸다고?”
“네, 그렇습니다.”
“유럽 지부면 이제 유럽 시장도 공략하나?”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럽 지부는 아마 채권거래 전문이 될 것 같습니다. 인력도 그렇게 배치했고요.”
“들어보니 서울에서도 직원을 구했다며?”
“네, 서울에도 아시아 지부를 만들까 싶은데…… 근래에 여러 사건도 있고, 일단 오피스 수준으로 굴리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달러가 많이 빠져나가서 우리도 힘들어. 해외에서 돈을 번 걸 들여와야 하는데, 환율이 이리 올라서 어떻게 들고 들어오겠어?”
한태오는 혀를 쯧쯧 찼다.
“유성빌딩도 입주가 끝났다며?”
“네, 오피스는 입주가 다 끝났고, 호텔은 올해 6월에 개장할 예정입니다. 내부 인테리어 중이고요.”
“호텔 개장에 맞춰서 나를 불러줘. 한번 보러 가야겠어.”
“네, 알겠습니다.”
“광윤금속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나?”
광윤금속은 유성과 더불어 한태오, 탁인우 등이 개인적으로 낸 돈으로 인수를 한 상황이었다.
“네, 다현 씨에게 매일 듣고 있었습니다.”
“회사를 꽤 빠르게 정상화를 시켜놨어. 우리 다현이가.”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유능하게도 임시 이사회를 이끌며 광윤금속과 기계를 합병하고, 회사를 정상화해 나가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다현 씨에게 매우 고마운 마음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야지. 자네 일을 덜어주는 건데.”
“네.”
“그나저나, 이번에는 정말 쉬러 온 건가?”
“네. 나흘 정도 쉬다가 마이애미로 다시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한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애미로 들어가면 다른 일정은 있고?”
“당분간은 기존 펀드들의 리밸런싱을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습니까?”
도경의 물음에 한태오는 피식하고 웃었다.
“정말, 그 눈치 하나는 내 마음에 쏙 드는구먼. 조금 있다가 올 놈이…….”
띠링-
그때, 초인종 소리가 집 안을 가득 메웠고, 잠시 후 한 사람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이천 반도체 공장에서 바로 올라오느라.”
식당으로 들어온 남자는 한태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오셨어요.”
한다현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자 남자도 미소로 답하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윤 대표님, 처음 뵙겠습니다. 한성훈이라고 합니다.”
식당으로 들어온 남자는 한태오의 둘째 아들이자 유성반도체의 전무직을 맡고 있었다.
도경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전무님,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제가 좀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이전 반도체 공장에 일이 있어서요. 그걸 처리하느라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오시는지도 몰랐습니다.”
“하하하, 내가 말 안 했어. 저 친구가 잔뜩 굳을까 봐. 성훈이 너도 자리에 앉어라.”
한태오의 말에 한성훈은 자리에 앉았다.
“이야, 아버지가 많이 준비하셨네요.”
“많이 들어라. 요즘 그렇지 않아도 전자가 참 힘들 땐데.”
첫째 아들인 한성현은 아버지인 한태오와 대립각을 세우다 절연을 당했고, 한성훈은 그와는 다른 성격이라는 소문을 도경도 들어 알고 있었다.
유성반도체에서 여러 일을 하며 미래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재계의 평가도 매우 좋았다.
“식사를 하기 전에 윤 대표님께 제가 준비한 말씀 먼저 드려도 되겠습니까?”
“녀석, 마음도 급하구나.”
한태오는 그리 말하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네, 무엇이든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면 돕겠습니다.”
“제가 가진 유성건설의 지분을 팔고 싶습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에서 해외에 중개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성훈의 입에서 나온 말에 도경과 한다현은 동시에 놀란 듯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