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8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82화(8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82화
【고객님을 늘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메시지는 늘 그렇듯 덤덤한 인사와 함께였지만, 도경은 이때가 가장 설레는 순간이었다.
【이번 미션에서 윤도경 씨의 모습은 우리를 놀랍게 만들었고 또 감탄하게 했습니다.】
메시지의 칭찬에 도경은 머쓱한 듯 코를 훔치며 계속해서 메시지를 읽어 내려갔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고객의 성향에 윤도경 씨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상품을 찾아 추천하였습니다.】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든 것은 오로지 윤도경 씨의 능력입니다.】
【우리는 이에 감탄해 기존의 보상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보상을 줄 수밖에 없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준다고?”
【애플리케이션에서 해금된 메뉴를 확인하세요.】
【고객님을 늘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메시지의 마지막 인사를 본 도경은 재빨리 메뉴 버튼을 눌렀다.
“5분 빠른 뉴스가 열렸네.”
도경은 기존에는 자물쇠 모양의 아이콘과 함께 잠겨 있었던 메뉴인 5분 빠른 뉴스를 눌렀다.
「[속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하락.」
“아 오늘, CPI 발표하는 날이었지.”
CPI(Consumer Price Index)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얘기했는데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매기는 지수였다.
즉, 소비자물가지수가 하락했다는 것은 물가상승이 멈췄다는 얘기였고, 주식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물론 세부적인 내용은 봐야겠지만, 나쁘지 않은 소식임은 틀림없었다.
“이게…… 출처는 없네.”
도경은 반신반의하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용자가 이용하는 증권 사이트에 접속했다.
“4분 후에 발표되니까…….”
도경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기다렸고, 4분 뒤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자 미국에서 발표된 속보가 떴다.
「미국 CPI 8.1%, 지난달 대비 0.8% 하락」
발표와 동시에 컴퓨터 모니터에 켜져 있던 미국의 S&P와 나스닥 주가지수 그래프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걸 만약 5분 전 뉴스로 확인하고 그때 주식을 샀다면?
적어도 단타로 치고 빠지는 승부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한 무기가 될 수 있었다.
지금도 오늘 발표될 물가지수에 시장이 잔뜩 겁먹어 주가가 내리박고 있었는데, 발표되자마자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진 걸 보면 사기적인 기능이었다.
“진짜 허…….”
도경은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 앱을 깔았을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대단한 기능이었다.
[고객명단 NEW!]한참 멍하니 애플리케이션 화면을 바라보던 도경의 눈에 새로운 메뉴가 보였다.
“이게 메시지가 말한 건가?”
메시지는 업그레이드된 보상을 지급하겠다고 말했었다.
도경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메뉴를 눌렀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도경의 입꼬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내 고객명단이잖아.”
도경이 자산관리서비스를 담당하는 고객들의 명단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부분은…….
“호불호 사항이 적혀 있네?”
도경은 자신이 관리하는 고객 중 최대 자산을 보유 중인 권은호의 이름을 눌렀다.
권은호의 사진과 함께 몇 가지 정보가 떴다.
[이름: 권은호] [생년월일: 19630519] [자산관리 현황: 자금 총 302억 원…… 더 보기] [좋아하는 것: 카스텔라 / 싫어하는 것: 술]간단한 정보였지만, 도경에게는 아주 큰 도움이 되는 기능이었다.
“카스텔라를 좋아하시는지는 몰랐는데. 아, 회사 테이블 위에 그래서 카스텔라가…….”
도경은 권은호와의 만남을 떠올렸다. 그의 사무실 커피 테이블 위에는 몇 가지 다과가 있었는데 카스텔라가 올라가 있어 도경은 특이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진짜 좋아해서 두셨던 거구나.”
도경은 피식 웃으며 다른 회원들의 정보도 확인했다.
회원의 생일 같은 경우는 생일 며칠 전 알려주는 알림 기능도 있었다.
마치 메시지가 자신에게 ‘너는 고객에 알맞은 상품이나 찾아라, 관리는 내가 해준다.’라고 말하는 것만 같은 기능이었다.
“마침 바로 쓸 만한 곳이 있을 것 같네요. 고마워요.”
도경은 자신 홀로 있는 방이었지만, 누군가가 들으리라 생각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 * *
“2주 뒤에 구정입니다.”
이틀 후, 평소와 똑같은 아침 회의로 시작하는 3팀원들의 얼굴은 여느 때와 다르게 밝아 보였다.
팀장 서정환이 말한 대로 2주 뒤에 명절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주식을 관리해야 하므로 맘 놓고 쉴 수는 없었지만, 그들에게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몇 날 안 되는 휴식일이었다.
“다들 기쁜 마음은 알겠지만, 시장의 변동성을 주의해야 합니다.”
보통 명절을 앞두고는 주식시장에서 꽤 많은 돈들이 빠져나갔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국내 주식시장이 쉬는 것도 있었고, 명절을 대비해 돈이 필요한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서정환도 그를 걱정하는 듯 얘기했다.
“네, 알겠습니다.”
“자, 그리고 오늘 오후까지 각자 고객에게 명절 선물로 보낼 선물 명단을 제출해야 합니다. 회사에서 정한 선물 예산입니다.”
서정환은 서류를 한 장씩 나눠주었고, 도경은 서류를 받아 들고는 확인했다.
맡긴 금액별로 명절 선물 예산이 다르긴 했지만, 성남지점에서 받아본 것보다 몇 곱절 많은 예산이었다.
이 정도면 가장 낮게 예산이 책정된 고객에게도 괜찮은 선물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번에 처음으로 고객에게 선물을 드리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물론 두 사람 다 일선 지점에서 관리하던 고객에게 선물을 보내본 적이 있었지만, 리더스 센터는 다른 방식이었다.
“성북동, 한남동, 연희동과 같이 전통적인 부촌에 사시는 나이 지긋한 고객님들은 직접 찾아뵙고 선물을 드려야 합니다.”
서정환이 그렇게 얘기하자 도경과 한다현은 수첩에 메모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오랜 기간 우리 쪽에 자산을 맡겨주신 고객님들이기도 하고, 나이가 지긋하시다 보니 직접 대면으로 얘기를 주고받는 걸 좋아하십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의 첫 고객이었던 노인 또한 전화나 메시지보다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으니까.
“강남과 분당, 여타 신도시의 부촌에 사시는 고객님들은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전화나 메시지로 인사드리고, 웬만하면 택배로 선물을 보내는 게 좋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상품권 선물은 안 됩니다.”
서정환의 말에 도경과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리더스 센터에 자산관리 서비스를 맡기는 고객이라면 돈이 부족하지도 않았고, 급한 것도 아니었다.
“생각해서 상품권을 선물해 드렸다고 하더라도, 고객님들은 무성의하다고 생각하십니다.”
당연히 현금이나 마찬가지인 상품권은 고액 자산가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었다.
“적어도 우리가 이 선물을 고르기 위해 고민했다는 티가 나는 정도의 선물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도경 씨.”
“네, 팀장님.”
“권 대표님은 직접 찾아뵙는 게 좋습니다. 그분은 PB와 만나서 경제 상황을 듣는 걸 좋아하시니까요.”
“예, 찾아뵙겠습니다.”
“좋습니다. 적어도 명절 일주일 전에는 모든 선물이 발송될 수 있도록 하고, 명단은 오늘 오후까지 제출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회의를 마치고 도경은 자리로 돌아가 각 고객에게 지급할 선물을 고르기 시작했다.
물론 <고양이 사진 모음>에 적혀 있는 대로 고객이 좋아하는 것 위주로 골랐기 때문에 어려운 것은 없었다.
그저 정해진 예산별로 고르는 중이었다.
잠시 후, 도경은 명단을 들고는 서정환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 있습니까?”
“제출하라고 하신 선물 목록입니다.”
“벌써요?”
“네, 며칠 전부터 생각해 왔던 것이라…….”
도경이 건넨 목록을 확인하던 서정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도경 씨, 우리가 도깨비시장도 아니고…….”
도경이 건넨 목록은 말 그대로 도깨비 보따리에서나 나올 법한 물품으로 적혀 있었다.
카스텔라부터 화장품 세트, 골프공 세트…… 더 나아가 동해안에서 잡히는 문어도 있었다.
물론 이런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통일성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명단이었다.
“고객들께서 좋아하시는 것 같아 골라봤습니다.”
“확실한가요?”
“네, 고객께서 좋아하실 거라 확신합니다.”
도경이 확신하듯 얘기하자 서정환은 의아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지켜봐 왔던 도경이 확신할 정도면, 무언가 고민 후 고른 목록이겠거니 했으니까.
“다른 건 다 이해하겠는데 권 대표님의 카스텔라는…….”
“권은호 대표님의 사무실에서 카스텔라를 보았습니다. 조금 특이한 다과라 기억에 남았는데, 아무래도 권 대표님께서 카스텔라를 좋아하시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서정환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자신도 수십 번 권은호의 사무실을 찾아갔었는데 늘 카스텔라가 있었다.
“강남에 있는 유명한 제과점 파티시에가 만든 고급 카스텔라입니다. 가격이 좀 나가고, 한정 판매이긴 하지만 기간에 맞춰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구하기는 힘들겠지만, 도경은 이번에도 ‘작은 행운’에 기대기로 했다.
도경의 말에 서정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도경이 담당하는 고객이었고, 만약 실패한다면 다음 명절 때 만회하면 되었으니까.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했다.
“좋습니다. 말했듯 권 대표님은 직접 찾아뵙고 전달하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도경은 서정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 * *
“새로운 명함입니다.”
일주일 후, 도경은 테헤란 밸리에 있는 권은호의 회사를 찾아왔다.
“이제는 직함이 매니저로 바뀌었군요.”
다른 고객에게는 새로운 명함을 선물에 넣어서 보냈지만, 권은호와 같이 직접 찾아뵙는 고객에게는 직접 건넸다.
권은호는 미소를 지으며 도경에게 앉으라는 듯 손짓했다.
“그간 별일 없으셨습니까?”
“그럼요. 우리 윤 매니저가 매번 이렇게 안부를 물어줘서 그런지 요즘 좋습니다.”
“대표님께서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준비한 종이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지난 몇 달간 저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약소하지만, 명절 인사를 드리기 위해 찾아뵈었습니다.”
“하하하,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무언가를 받으니 좋네요. 또, 우리 윤 매니저가 나를 생각하면서 선물을 골랐을 테니 기대도 되고요. 열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도경의 답에 권은호는 잔뜩 기대라는 표정으로 종이 가방을 열었다.
도경은 고액 자산가들도 선물을 받으면 좋아한다는 사실이 조금 재미있었다.
“아니, 이건…….”
“대표님을 생각하며 골라봤는데 만족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만족하다마다요. 아니, 오히려 놀라운데요.”
권은호는 정말이지 감동이라는 표정으로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빼곡히 작은 카스텔라들이 들어 있었다.
“일전에 사무실에서 카스텔라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본 적이 없어서 혹시 대표님이 좋아하시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도경은 테이블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도 테이블 위에는 카스텔라가 올라와 있었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 좀 어렵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부자 친구가 가져온 카스텔라를 맛보고 그 맛을 평생 잊지 못했습니다. 내가 돈 많이 벌면 카스텔라를 양껏 먹어야지 생각했거든요.”
권은호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나 저런 사연은 하나씩 있으니까.
“그래서 아직도 입이 심심하면 이 카스텔라를 먹습니다. 그런데 이곳 카스텔라는…….”
권은호는 작은 카스텔라를 들어 올려 도경에게 건넸다.
“매니저님도 하나 드셔보세요.”
“감사합니다.”
도경이 카스텔라를 받아 들자 권은호는 카스텔라를 들어 올려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에 20세트를 판매한다고 하더군요. 직원을 보내 사오라고도 해봤고, 돈을 더 줄 테니 팔아달라 했는데 늘 실패했습니다.”
“아…… 그런 사연이 있으신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나도 약이 올라 일본에서 계속 공수한 고급 카스텔라만 먹었는데 그것보다 더 맛있습니다.”
“입맛에 맞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도경의 말에 권은호는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것보다 더 만족스러운 건, 내 자산관리인이 내 취향을 알아차렸다는 거고, 내가 원하는 걸 나에게 가져왔다는 것이 더 마음에 듭니다.”
권은호는 진심이라는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이게 뭐냐고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에게는 그저 카스텔라가 아니었다.
언제든 손을 뻗어 먹을 수 있도록 테이블 위에 갖춰둔 카스텔라는 성공의 징표였고, 불우했던 과거에 대한 연민이었다.
이런 세심한 것에도 신경을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더 큰 것도 신경을 써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오랜만에 명절 선물로 감동해 봅니다. 고마워요. 윤 매니저.”
“아닙니다. 늘 대표님이 감동하실 수 있도록 곁에서 돕겠습니다.”
권은호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이후로도 두 사람은 경제와 사회 이슈들을 얘기하며 시간을 보냈고, 시간이 되자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지난 한 해 동안 유성투자증권을 선택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대표님의 곁에서 대표님의 이익을 최선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그래요. 내 우리 윤 매니저 말이라면 믿어야죠.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도경은 권은호와 악수를 한 후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대표실을 나섰다.
그러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무음으로 해두는 동안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매니저님, 선물 감사합니다. 이번 명절 제수상에 문어를 올려야지 하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한 놈으로 보내주셨네요. 고맙습니다. 매니저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고객에게 보낸 다른 선물도 도착한 것인지 감사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고객들의 칭찬은 정말이지 언제 들어도 기분이 끝내줬다.
“이번 보상 정말로 죽이네요.”
도경은 허공을 바라보며 그렇게 얘기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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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