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8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83화(8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83화
“도경 씨, 좋은 아침이에요.”
“좋은 아침입니다. 명절 잘 보내셨어요?”
명절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한 도경은 사무실로 들어오는 한다현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명절은 잘 보냈는데. 오늘 왜 이렇게 출근하기 싫던지…….”
“저도 그래요.”
“정말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웬일이냐는 듯 물었다. 늘 사무실에 제일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일밖에 모르는 도경이 출근하기 싫다니…….
가끔 도경을 보면 일 중독이란 무엇인가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럼요. 놀다 보니까 노는 게 좋더라고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명절 연휴를 끝내고 나니까 결산월이 다가오네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의 얼굴에 자리 잡았었던 미소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증권가의 결산월은 모든 것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증권사는 자본시장법 시행규칙상 12월과 다음 해 3월을 회계연도 결산일로 지정할 수 있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대부분 증권사가 12월로 결산월을 두고 있었지만, 도경의 회사인 유성투자증권은 다음 해 3월을 전년도 결산월로 지정했다.
“우리도 올해부터는 결산월이 12월이죠?”
“네, 작년 11월 주주총회에서 그렇게 정해졌어요. 올해는 결산이 두 번이네요. 3월, 12월.”
한다현의 물음에 도경은 그렇게 답하고는 달력을 바라보았다.
회사에서 지급된 탁상달력에는 3월 결산월이 표시되어 있었다.
회사의 입장에서 결산월은 다른 증권사들과 매출, 영업이익을 비교당하는 중요한 시험대였다.
도경과 같은 직원들의 입장에서 결산월은 전년도 실적에 따라 성과급이 지급되는 시기였다.
“올해는 선진을 따라잡았으면 좋겠는데…….”
한다현은 중얼거리듯 혼잣말했다. 도경의 회사인 유성투자증권은 2위인 선진증권을 따라잡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물밑에서 선진과 사사건건 부딪쳤고, 고객 유치부터 서로를 저격하는 상품의 출시까지…….
따라잡으려는 자와 떼놓으려는 자의 치열한 싸움이었다.
“1조 클럽도 있고요.”
한다현의 말에 답하듯 도경은 얘기했다. 작년 유성투자증권은 영업이익 1조 원 클럽에 아쉽게 가입하지 못했다.
적어도 1조 클럽에 가입해야 태산이나 선진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재작년 증권 호황기일 때도 못 했는데 작년 매출로 가능할까요?”
“글쎄요. 그냥 뭐라도 좀 됐으면 좋겠어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피식하고 웃었다.
“맞아요. 뭐라도 좀 됐으면 좋겠네. 회사 분위기가 안 좋은 일만 없었으면 좋겠네요.”
두 사람이 한참 얘기를 주고받고 있을 때 팀원들이 하나둘 출근하기 시작했고, 팀장인 서정환이 출근하자 회의를 진행하고는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었다.
지이잉-
한창 일할 때 도경의 휴대전화에서는 진동이 울렸고, 반사적으로 화면을 확인했는데 오랜만에 익숙한 발신 번호가 떠 있었다.
도경은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섰다.
“안녕하세요.”
-어, 도경 씨! 오랜만이에요.
수화기 너머에서는 도경이 반가운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리님 잘 지내셨나요?”
-그럼요. 덕분에 나 이제 과장이에요.
“아! 정말요? 축하드려요.”
도경은 빈 회의실로 들어오며 진심으로 축하를 전했다.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유성투자증권 모의투자대회에서 알게 된 홍보팀 이성현이었다.
당시 대회를 기획하고, 유튜브에 올리며 유성투자증권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를 대거 늘리며 회사의 인정을 받고 있었다.
-에이,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해야지. 덕분에 과장을 달았는데. 깔아둔 판에서 모두를 끌어당길 배우가 너무 좋아서.
유성투자증권뿐만 아니라 모든 증권사가 야심에 차게 준비한 유튜브 채널이 생각보다 잘되지 않으며, 조직을 축소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이성현은 마지막 도박으로 모의투자대회라는 기획을 꺼내 들었고, 당시 대회 참가자인 도경의 화려했던 모습 덕분에 회사의 인정을 받고 있었다.
“칭찬은 감사히 받겠지만, 저는 과장님께서 깔아두신 판에서 논 것뿐이니까요.”
도경의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휴, 도경 씨는 정말 천상 PB네. 고객들 앞에서도 이렇게 말하면 다 좋아하겠어요. 참, 인사는 여기까지 하고, 도경 씨 혹시 시간 되나요?
“시간이요?”
-네, 이제 슬슬 유튜브 채널 약발이 떨어져 가서 누가 하나 필요한 찰나인데 스타가 이때 등장해 줘야죠.
이성현의 말에 도경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채널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건 이후로 유튜브 출연은 조금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주읽남에서 조현석 교수랑 한 판 붙은 것 때문에?
“……네, 조금 조심스럽긴 하네요.”
-도경 씨는 잘못한 게 없잖아?
“그래도 이게 사람들의 시선에 들고 그러면 결말은 늘 안 좋더라고요. 나댄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요.”
도경의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음…….’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주읽남처럼 토론 형식으로 기획한 게 아니라 도경 씨 상대방은 없거든요.
어떻게든 도경을 나오게 만들겠다는 듯 이성현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도경 씨가 무슨 걱정 하는 건지 알아요. 혹시 고객들이 안 좋게 볼까 봐 걱정인 거죠?
이성현은 도경의 생각을 정확하게 꿰뚫어왔다.
사실 도경이 망설이는 것은 혹시라도 고객들이 좋지 않게 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자산관리는 하지 않고 너무 유튜브 채널에 돌아다니는 게 아니냐며 좋지 않게 볼 수도 있으니까.
-근데 그건 너무 걱정하지 마요. 다른 PB들에게 물어보니까 스타 PB들은 유튜브에 많이 나오면 오히려 고액 자산가들은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저 사람한테 투자를 맡겼다고 하면서 뿌듯해하기도 하고요.
“그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제가 고객들의 돈으로 실제 투자하고 있으니까 나가서 얘기를 하기도 좀 그렇고요.”
한 가지 더 결국 유튜브 채널에 나가면 종목이라든지 업종에 대해 추천을 해야 하는데 도경은 실제로 종목들에 투자하고 있었다.
고객들의 포트폴리오 대부분은 도경이 좋다고 생각하고 공부한 종목들이었다.
이렇게 투자해 놓고 유튜브 채널에 나가 이 종목이 좋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회사 내규 위반을 떠나 법에 저촉하는 행위였다.
-어…….
도경의 말에 수화기 너머의 이성현은 당황한 듯 잠시 아무런 말이 없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
-그럼 이건 어때요? 요즘 ‘태. 조. 이. 방. 원’이 뜨겁잖아.
‘태조이방원’은 지금 국내 주식시장을 이끌어가는 업종들이었다.
태양관, 조선, 2차전지, 방산, 원전 관련주를 묶어 저렇게 불렀다.
-이 중에서 하나 참신한 기업을 새로 골라보는 건 어때요?
이성현은 어떻게든 도경을 유튜브 채널에 나오게 하겠다는 듯 얘기해 왔다.
-물론 도경 씨 성격에 새로운 기업을 고른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겠지만, 한 번만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정말 크게 보답할게요.
상대가 저리 얘기해 오자 도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일단 상부에 보고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도경 씨는 긍정적인 거죠?
“네.”
-아, 정말 고마워요. 그럼 우리 쪽에게서도 준비하고 도경 씨한테 기획 파일 공유해 줄게요.
“네, 알겠습니다. 네네, 들어가세요.”
통화를 마친 도경은 한숨을 내쉬며 고민에 빠졌다.
“이왕 하기로 한 거니까 제대로 하고 싶은데, 태조이방원 중에 뭘 골라야 하나…….”
지이잉-
한참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손목에 걸친 스마트워치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고, 화면을 본 도경은 묘한 표정으로 헛웃음을 뱉었다.
* * *
“고은하도 유성에 뺏기고, 올해 유성 영업이익이 1조 원 될 것 같다는 기사도 나오네.”
선진증권 개인자산관리 부문 회의실.
개인자산관리 부문은 최근 꽤 공을 들였던 고객을 연속적으로 유성에게 뺏기며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고은하가 유성을 선택한 건 확실하지?”
부문장의 물음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간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성 측에 확인해 본 건 아니지만, 태산 쪽에 확인해 본 결과 본인들도 놓쳤다고 합니다. 고은하 측에서는 다른 증권사와 계약을 했다고 알려왔으니…….”
선진증권은 선진금융 그룹에 속한 증권사였다.
은행, 증권, 보험, 저축은행 등 금융에 관한 한 모든 것을 다 하는 그룹이었는데 시중은행은 십수 년째 선진은행이 1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룹의 양대 계열사 중 한 축인 증권은 태산에 밀려 만년 2인자 신세였다.
1위인 태산을 따라잡아도 모자랄 판에 한 수 아래로 봤던 유성투자증권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며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이었다.
“유성이 잘해서 그런 것 같나?”
자산관리부문장의 물음에 회의실에 있던 모두는 입을 꾹 다물었다.
답을 원하고 물은 질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유성이 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멈춰 있어서라고 생각되는데.”
부문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회의실에 앉은 간부들을 바라보았다.
“지금 우리 회사에서 가장 불안해해야 할 부문이 다들 어딘지 알아?”
“…….”
“우리야. 우리 개인자산관리 부문이라고.”
부문장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져 가기 시작했다.
“유성의 신임 사장이 누구야? 심주원이야. 사장에 오르자마자 한 일은? 유성 WM본부 강화였지?”
“…….”
“이거 대놓고 개인자산관리 부분에서 우리를 따라잡고 증권사 순위에서도 우리를 제치겠다는 거 아냐? 만에 하나 유성이 2위에 올라봐. 회사 내에서 우리가 독박을 쓰는 거라고.”
부문장은 가만히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간부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알지? 그룹 사람들 보수적인 거. 2위 내주는 순간 누구 하나한테 덤터기 씌워서 보내 버릴 테고, 그건 내가 될 확률이 높다는 얘기야.”
“…….”
“왜. 다들 본인 얘기 아니라고 조용한 거야?”
“아, 아닙니다.”
“그럼 대책을 얘기해 보자고.”
대책을 내놓으라는 부문장의 말에 갑작스레 무언가 떠오르지 않는지 모두가 입을 꾹 다물었다.
“없어? 이러니까 우리가…….”
“저, 부문장님.”
그때 말석에 앉아 있던 선진증권 VIP센터장이 입을 열었다.
“어, 김 센터장은 방법이 있나?”
“일반 고객들이 우리 VIP센터에서 받는 서비스를 받으면 어떻겠습니까?”
“뭐? 그건 안 돼. 고액 자산가들이 서운해할…….”
“아뇨. 일반 지점이 똑같은 서비스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간접적으로 VIP센터에서는 이런 서비스를 한다는 걸 보여주자는 거죠.”
“간접적?”
부문장은 흥미가 간다는 듯 센터장의 말에 집중했다.
“예, 유튜브 채널을 이용하는 겁니다.”
“계속해 봐.”
“신규 고객을 유치하려면, 제일 중요한 건 우리 PB들의 실력을 보여주는 겁니다. 이럴 때 가장 단순하고 변하지 않는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수익률이지.”
“그렇습니다. VIP 센터의 에이스를 내보내서 단기적으로 오를 종목을 골라 추천하고, 모든 선진증권의 PB들은 이렇게 뛰어나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센터장의 말에 부문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날 PB센터의 수익률이 얼마니, 이번엔 얼마나 이득 봤니 보도 자료를 뿌리는 것보다 개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그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쁘지 않은데. 에이스라면 이동혁 그 친구 얘기하는 거야?”
“예, 제가 이 선임한테 얘기해 보겠습니다. 본사에서는 기획을 담당해 주신다면…….”
“그래, 그렇게 해봅시다. 홍보팀장.”
“네, 부문장님.”
“VIP센터랑 연계해서 기획 한번 해봐.”
“네, 알겠습니다.”
부문장의 말에 홍보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했다.
“다들 들었지? 이런 식으로 직관적으로 사람들이 보고 우리를 찾아올 수 있는 기획을 합시다. 유튜브는 시작이니까 다들 전폭적인 지원해 주고.”
“네! 알겠습니다.”
“시작이 중요해!”
부문장은 경고하듯 얘기하고는 회의실을 나섰고, 자리에 있었던 간부들은 이제야 숨통이 트이는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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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