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8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85화(8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85화
“어서 오세요, 과장님.”
다음 날, 유성투자증권 리더스 센터.
도경은 센터를 찾아온 홍보팀 과장 이성현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어, 도경 씨. 미안해요. 부탁한 것도 미안한데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더 미안하네.”
“아니에요. 오늘 오전은 따로 일정도 없고 해서 괜찮아요.”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맙네요. 이쪽은 이번 기획을 진두지휘하는 프로듀서.”
도경은 이성현과 함께 온 홍보팀 직원과도 인사를 나누고는 두 사람을 데리고 비어 있는 회의실로 들어섰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성현은 도경을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가 기획하던 도중에 이걸 봤어요.”
이성현은 태블릿PC 화면을 도경에게 보여주었는데, 화면에는 선진증권의 소셜미디어가 떠 있었다.
[신이 온다! 선진증권 강남 VIP센터 이동혁 선임 매니저 출연 – 인플레이션 시기 우리 주식시장의 대처 방법은?]이 바닥에서 어떻게든 출연자를 띄우기 위해 과장된 미사여구를 붙여 홍보하는 일은 흔했지만, 도경의 눈에는 과장이 아닌 것처럼 다가왔다.
“이동혁 선임 매니저님이라면…….”
“도경 씨도 알죠?”
“네, 모를 수가 없죠. 업계 3대 스타 중 한 분인데.”
태산증권 VIP 센터장과 선진증권의 이동혁, 그리고 유성투자증권 리더스 센터장 하민재.
각각 회사에서 연봉왕의 자리에 위치해 있을 정도로 이들은 업계의 스타였다. 엄청난 수익률과 그들이 받는 연봉은 고객들의 인정을 떠나 업계 모두의 인정을 받고 있었다.
“이게 우리가 준비했던 광고 문구고요.”
이성현은 화면을 넘겨 도경의 채널 출연을 홍보하는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증권계의 신성! 유성투자증권 리더스 센터 윤도경 매니저 – 태.조.이.방.원? 지금 올라타도 될까? 주식시장 쉽게 읽기!]“신성은 좀…….”
“이건 그냥 홍보 문구니까요. 그리고 실제로도 신성이 맞잖아?”
도경이 부담스러워하자 이성현은 그건 별일이 아니라는 듯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문제는 이게 영상이 똑같은 날에 올라가요.”
“같은 날이요?”
“네. 선진은 29일 오전 8시, 우리는 29일 오후 6시.”
이성현의 말에도 묘하게 날짜가 같았다. 물론 선진은 장 시작 전에 영상을 올리고, 유성투자증권은 장 마감 이후에 영상이 올라간다는 점이었다.
“솔직히 나는 도경 씨를 믿어요. 도경 씨의 안목은 내가 모의투자대회 때 직접 지켜봤으니까.”
이성현은 아직도 가끔가다 그때 도경의 모습이 떠올랐다. 창구직 직원이 본사의 인재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종목을 얘기했다.
아니, 얘기는 누구나 할 수 있었지만 도경이 고른 종목들은 하나같이 대회 기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회사의 여러 간부, 그리고 영상을 본 시청자들도 도경을 높이 평가했다.
“그런데 상대가 너무 거물이에요. 우리는 이걸 예상 못 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와 선진이 비교될 수밖에 없다는 거지.”
이성현의 말은 타당했다. 같은 날 국내 2, 3위를 다투는 증권사 유튜브 채널에 고액 자산가들을 담당하는 PB가 출연한다.
거기에 더해 두 채널 모두 국내 주식시장을 얘기할 것이다.
“저쪽이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내 예상으로는 주제도 우리랑 똑같을 것 같아요. 요즘 화젯거리인 게 그거밖에 없으니까. 모두의 관심이 그리로 쏠려 있잖아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장을 이끌어가는 테마에 관한 얘기를 모두가 원할 때 선진이 그것을 피해 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여기서 내 입장을 얘기할게요.”
이성현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는 이 기획 그대로 밀고 나갈 거예요. 그런데 나는 괜찮아. 어차피 채널을 관리하는 입장이고, 여기서 우리가 밀린다고 해서 나한테 돌아오는 불이익은 없으니까.”
“…….”
“그런데 도경 씨에게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을 것 같아요.”
이성현은 짐짓 걱정이라는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업계 탑 PB와의 충돌이었다.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릴 스토리도 있다.
‘추격하는 자와 떼놓으려는 자의 싸움.’
업계 2위 자리를 두고 자리를 지키려는 선진과 뺏으려는 유성의 싸움.
물론 웬 호들갑이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고액 자산가를 담당하는 센터끼리 붙는다는 것도 중요했다. 고액 자산가 유치는 모든 증권사가 사활을 거는 사업이었다.
예치금이 낮은 고객 100명이 거래하는 수수료가 고액 자산가 1명의 거래에서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경 씨가 준비한 종목이 오르면 물론 좋겠지만, 시장이 어디 변수가 한둘이어야지. 만에 하나 이쪽이 지면, 도경 씨는 회사 차원에서 질타를 받을 수도 있어요.”
이성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리타분한 금융업계는 이런 사소한 것으로도 경쟁의식을 불태웠다.
특히 선진과 유성은 몇 년 전부터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으니 더더욱 그럴 만했다.
“그래서 도경 씨의 의견을 물으러 온 거예요. 도경 씨가 싫다고 하면 다른 쪽을 알아보면 되니까. 아직 홍보한 것도 아니고…….”
“과장님.”
도경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성현을 바라보았다.
“제 생각에는 오히려 상대가 더 저를 껄끄러워할 것 같은데요.”
“상대라면 이동혁 선임?”
“네. 저는 이제 겨우 3년 차 PB입니다. 상대는 다음 선진증권 VIP센터장 자리에 오를 사람이자 업계의 스타고요.”
이성현은 놀란 표정으로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그리고 회사 차원에서도 우리는 3위고 선진은 2위인데 누가 더 부담스러워할까요?”
“어…….”
“모르긴 몰라도 선진은 이겨야 본전입니다. 이동혁 선임 매니저도 마찬가지고요.”
이성현은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과장님께서 저를 걱정해 주시는 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혹여라도 제게 피해가 오지 않을까 걱정해 주시는 거겠죠.”
“맞아요. 그런데 내 생각이 기우였네.”
“아닙니다. 솔직히 저도 쫄려요. 그런데…… 이 구도가 만들어지면 저보다 이동혁 선임이 더 기분 나쁘지 않을까요?”
이동혁은 업계에서 오랜 기간 일한 PB였다. 거기에 업계 연봉 상위권 스타 PB라는 사람이 의도치 않게 연차가 낮은 PB와 엮여 버렸다.
만약 서로 추천한 종목들을 모두가 비교하기 시작한다면?
이겨도 본전인 상황에 꽤 많은 것을 걸어야 했다.
그리고, 메시지로부터 도경이 받은 미션은 유성투자증권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 10만 명을 달성하라는 것이었다.
이슈가 있을수록 당연히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처음에 과장님께서 유튜브 채널 출연을 제의해 주셨을 때 많이 고민했어요. 시장이 워낙 극단적이라서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종목을 고르기 시작했고, 꽤 마음에 드는 전망이 밝은 종목을 찾았어요.”
도경은 지난 며칠 꽤 공을 들여 종목을 선정했다.
“저는 그래서 더 좋아요. 만약 상대가 같은 연차였다면 고민했겠지만, 오히려 홀가분하네요. 제가 준비한 종목을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요?”
“네. 그러니까 편하게 하셔도 될 것 같아요.”
“도경 씨가 그런 마음이라면 나랑 잘 맞는 것 같은데.”
이성현은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우리가 몇 시간 뒤에 하잖아.”
“네.”
“언더독의 패기를 좀 보여줄까 하는데.”
언더독(Underdog)은 스포츠를 포함한 모든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스타 PB와 경쟁하는 3년 차 PB.
도경은 언더독 그 자체였다.
“패기요?”
“뭐 이건 나한테 맡기고, 도경 씨는 준비 잘 해줘요. 사무실 들어가자마자 바로 홍보하기 시작할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이미 주사위가 던져진 싸움에서 도경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자신은 그저 준비한 것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이성현은 그런 도경의 태도가 마음에 드는 것인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미래화학이라…….’
며칠 후, 도경은 사무실에 앉아 유튜브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다.
도경이 보고 있는 영상은 선진증권 채널에 업로드된 영상이었는데, 영상에 나온 이동혁은 예상대로 태조이방원 중 한 축인 2차전지 업종을 추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미래화학을 추천하고 있었다.
“이동혁은 미래화학을 추천하네.”
한참 영상에 집중하고 있을 때 들려오는 목소리에 도경은 옆자리를 바라보았는데, 바로 옆에 앉은 선배가 미소를 지으며 얘기해 왔다.
기실, 유성투자증권 소셜미디어에 도경의 출연을 홍보하는 피드가 올라가자마자 증권계에서는 알음알음 이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어디든 떠들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있었지만, 회사 간의 경쟁이 더더욱 심한 이 업계는 유달리 심했다.
워낙 경직되고 보수적인 업종이라 그런지 대놓고 맞붙는 적이 적었기 때문에 이번 이벤트는 그들의 입장에서 좋은 구경거리나 다름없었다.
“대리님…….”
“나뿐만 아닐걸. 저기 팀장님 봐.”
선배의 말에 도경은 살짝 자리에서 일어나 서정환을 바라보았는데 서정환은 귀에 이어폰을 낀 채로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팀장님도 이 영상 보는 거야.”
“정말요?”
“도경 씨한테 부담이 간다고 우리한테는 내색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본인도 꽤 신경이 쓰이실걸.”
그리고 그 호사가들은 유성 vs 선진이라는 구도를 잡아 말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동혁이 출연한다는 공지를 보고 유성이 선진을 망신 주기 위해서 연차가 낮은 PB로 저격한다는 헛소문까지 들려왔다.
“그래서 도경 씨는 미래화학 어떻게 봐?”
선배는 짓궂은 질문을 도경에게 던져왔다.
“좋죠. 좋은 회사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아요.”
“좋은 회사임은 틀림없다? 그럼 뭔가 지금은 아니라는 것 같은데?”
“2차전지 업종 전체가 너무 고평가예요.”
물론 이 말은 2년 전부터 있었다.
2차전지는 매년 고평가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폭발적으로 주가가 올랐다.
“미래화학은 실제로 사업도 하잖아.”
“사업을 하는데 캐파(capacity, 생산능력)가 너무 작은 것 같아요. 돈을 벌어들이고는 있는데, 이쪽에 투자가 너무 적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렇긴 하지. 미래 그룹은 아무래도 전자가 있다 보니까 배터리 쪽으로는 투자가 좀 소극적이고.”
미래화학은 분명 세계적인 전기차 생산업체에 배터리 완제품을 납품하는 훌륭한 회사였다.
하지만 생산능력이 너무도 작았고, 투자도 소극적으로 집행하는 모습을 보여 그간 주가가 많이 오르지 않았다.
그 때문에 2차전지 분야에서는 가장 저평가를 받고 있기도 했다.
“생산능력이 좋지 않은 기업의 배터리를 살 완성차 업체는 없을 테니까요. 더군다나 더 기술력이 좋은 중국 업체나 국내 업체들이 있는데 말이에요.”
“그렇긴 해. 그래도 지금같이 2차전지가 올라갈 때 가장 저평가된 주식을 골랐다는 점에서는…….”
“네. 마침 시장이 시작하자마자 위로 쏘네요.”
방송의 영향인 것인지 몰라도 시장이 시작되자마자 미래화학의 주가는 오르고 있었다.
“저 양반 어디 가서 종목 추천하면 다음 날 바로 쏘니까. 그게 스타의 능력이지.”
“그래서 저는 좀 못마땅해요.”
“못마땅하다고?”
선배는 도경을 바라보며 의문스럽다는 듯 물었다.
“네. 적어도 시장이 마감되고 종목을 추천했다면, 투자자들이 종목을 공부할 시간은 있었을 거예요.”
도경은 나쁘게 생각하기 싫었지만, 만에 하나 저쪽에서 지금 시장과도 같은 반응을 노리고 장 시작 전에 영상을 올렸다면 매우 좋지 않은 모습이라고 보고 있었다.
“그런데 장 시작 한 시간 전에 저런 영상을 올려 버리면 개인투자자들의 판단력은 흐려지잖아요. 스타 PB의 한마디에 주가는 오르고 마음이 급해지니까 공부는 덜 한 상태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그렇지……. 그래서 도경 씨는 장 마감 후로 잡은 거야?”
“네. 그건 제가 요청했어요. 다음 날 장 시작 전까지 직접 판단하셨으면 좋을 듯해서…….”
도경의 말에 선배는 피식하고 웃었다.
“이거, 선진이랑 이동혁이 걱정을 좀 해야겠는데.”
“네?”
“아니, 우리 쪽 에이스가 진심인 것 같아서 말이야. 상대가 이동혁이라 걱정했더니 괜한 걱정이었네.”
선배는 그리 말하고는 자신의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도경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선배를 바라보다 피식 웃고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내가 준비한 것만 잘하면 되겠지.’
도경은 그리 생각하고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일을 하던 도경은 시간이 되자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에는 가장 늦게 사무실에서 빠져나갔지만, 오늘은 퇴근 시간이 되기도 전에 제일 먼저 가방을 들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도경이 모두를 향해 인사하자 팀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도경을 바라보았다. 쓸데없이 비장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팀장 서정환의 모습에 웃음이 피식하고 새어 나왔다.
“잘 다녀와요.”
“네, 팀장님. 내일 뵙겠습니다.”
“도경 씨, 파이팅.”
한다현은 주먹을 쥐어 보이며 응원했고,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사무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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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