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8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88화(8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88화
“재미있는 친구네.”
이동혁은 사람에 대한 욕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저 주변에 있는 팀원들이 자기 발목을 잡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완벽한 팀을 만들어놓으면 알아서 잘 굴러간다.’
이동혁의 평소 지론이자 실천하고 있는 말이었다.
선진증권 VIP 센터 내에 있는 이동혁의 팀은 직접 나서서 팀원을 한 명, 한 명씩 데려왔다.
직접 고른 유능한 팀원들로 이루어진 그의 팀은 업계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고, 단일 팀의 매출로는 업계 1위인 태산 부럽지 않은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이동혁은 업계의 소문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이안증권에 일 잘하는 친구가 있다더라고요.’
‘LS투자에 미국 시장 매크로를 기가 막히게 읽는 친구가 있다던데요?’
‘태산 대구 지점에 고객 영업을 잘 뛰는 친구가 있다는 소문이 있어요.’
그런 소문이 자신의 귀에 들어올 때마다 담아두었다.
허투루 듣지는 않았지만, 업계의 입은 가벼웠으니까.
별거 아닌 인물을 띄워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몇 번 지켜보다 정말 뛰어나다고 판단되었을 때, 직접 나섰다.
오늘 만난 유성투자증권의 병아리도 그런 케이스였다.
‘유성투자증권에서 재미있는 기획을 했어요. 모의투자대회라는데…….’
‘모투대회에 나오는 한 친구가 창구직인데 얼마 전 팻 핑거를 알아차렸다는데요?’
‘그 친구, PB로 전환을 택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그저 재미로 접근했다. 워낙 입이 가벼운 업계 특성상 이런 이벤트는 많았으니까.
‘저번에 그 친구 기억하세요? 모투대회 우승자. 이번에 조현석이랑 싸우고 있어요.’
시장의 대표적인 하락론자와 싸우고 있을 때도 재미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어리고 젊으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그 친구 리더스로 갔다더라고요. PB 전환한 지 1년 차일 텐데…… 능력이 좀 있나 봐요.’
하지만, 재미로만 듣던 얘기가 어느 순간부터 흥미로 바뀌었고, 흥미는 관심으로 바뀌었다.
며칠 전에 자신과 겹치는 기획을 유성투자증권에서 준비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웃어넘겼지만, 그 기획에 나오는 PB의 이름을 들었을 때 다시 한번 관심이 동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영상에서 확실히 뛰어난 뷰를 가진 PB라는 걸 이동혁은 느꼈다.
물론 그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은 많았고,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왜 그런 전망을 봤는지 직접 만나 듣고 싶었다.
‘하이온의 장점이, 2차전지 업종에는 단점입니다.’
직접 만나 확인한 도경의 뷰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답이었다.
모두가 취해 있을 때도 강단이 있는 논평을 내놓을 용기가 있다는 친구였으니까.
몇 년만 업계에서 더 구르다 보면 더 뛰어난 친구가 될 수 있어 보였다.
그 몇 년을 자신의 곁에서 한다면 더더욱 좋을 거라 생각했다.
‘도경 씨, 혹시 회사를 옮길 생각은 없습니까?’
‘죄송하지만,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준비하면서도 오늘 상대에게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서류를 내밀었다.
자신이 한 제의를 한참 동안 고민하던 유성의 병아리는 가타부타 묻는 것이 없었다.
“질문 정도는 해도 되지 않나?”
이동혁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직 제의를 해오며 여러 반응을 보았다. 연봉의 앞자리를 바꿔줄 수 있냐부터, 자신이 가면 무슨 일을 하면 되냐.
요구와 수많은 질문을 주고받았고, 이제는 고민하는 사람의 마음을 되돌릴 만큼 훈련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만난 도경은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
“서류 정도는 봐도 되잖아.”
혼자 열심히 고민하더니 거절이라는 답변을 내어놓았다.
‘제의는 정말 감사합니다만, 아직 이곳에서 배울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저를 믿어주시는 고객님들도 계시고요.’
‘글쎄. PB가 옮기면서 고객님들이 증권사를 옮기는 일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일단 서류를…….’
‘죄송합니다. 서류를 보면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아서요. 오늘 이 자리에서 있었던 일은 선임님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는 것만 기억하겠습니다.’
그러고는 정말 뒤돌아보는 것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는 나가 버렸다.
“둘러댄 건지 아닌 건지도 알 수가 없네.”
자신이 알기로는 유성의 대우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 선진의 기본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유성보다는 좋을 것이다.
그래도 스카우트하는 입장에서 조금 더 신경 써서 조건을 준비했는데, 아예 보지도 않고 흔들릴 것 같다는 한마디로 거절해 왔다.
“흔들리라고 준비한 조건인데 말이야.”
당연히 이직을 하면 더 좋은 대우를 받는다는 걸 오늘 만난 병아리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쪽이 너무 물로 보였나?”
교차로에 멈춰선 이동혁은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고는 거치대에 고정해 둔 휴대전화 전화번호부를 뒤져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센터장님, 이동혁입니다.”
통화가 연결됨과 동시에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자 이동혁은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 * *
‘도경 씨, 혹시 회사를 옮길 생각은 없습니까?’
다음 날, 도경은 좀처럼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뜻밖의 전화를 받고 나간 약속 장소에서 들은 말들로 인해 심경이 어지러웠기 때문이다.
이직이 잦다면 잦은 업계 특성상 자신에게도 언젠간 그런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조건이라도 볼 걸 그랬나.’
도경은 어제 그 자리에서 그렇게 거절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적어도 조건은 보고 고민을 하는 척이라도 해야 했었나 고민했다.
‘조건을 보면 흔들릴 것 같아서…….’
도경도 회사원이었다. 더 좋은 조건을 제의받는다면 언제든 옮겨갈 수 있었다.
이 바닥이든 다른 바닥이든 결국 회사에서 해주는 대우가 나의 성공의 척도였으니까.
‘근데 이번 미션도 그렇고…… 고객들도 그렇고…….’
하지만, 도경이 이동혁의 제의를 거절한 이유는 미션 때문이었다.
메시지가 보낸 미션은 유성투자증권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를 10만 명 이상으로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는 건 메시지는 아직 이곳에서 도경이 할 일이 남았다고 보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도경이 고액 자산가들을 많이 유치했고, 그들의 투자성향을 알아가는 중이었다.
이제 막 시작 단계인 자신을 좋게 봐주고 아주 좋은 기회를 제의해 준 이동혁이 고마웠지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그가 건넨 서류를 보지 않고 거절했다.
어차피 옮기지 못할 건데, 제의를 보면 흔들릴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요?”
“네?”
한참 고민에 빠져 있던 도경은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았는데 그곳에는 걱정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한다현이 서 있었다.
“식사 안 해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사무실에는 자신과 한다현만 남아 있었다.
“오늘 무슨 일 있어요? 아침부터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지금도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고.”
나름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꽤 티가 났었나 보다 생각한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별일 없습니다.”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얘기하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얘기를 꺼내라고 하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생각을 좀 정리할 게 필요해서요. 오늘 점심은 안 먹으려고요.”
“그래요? 혹시라도 생각 있으면 샌드위치라도 좀 사다…….”
“아니에요. 정말로 먹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신경 써줘서 고마…….”
띵띵-
그때 도경의 자리에 있는 PC에서 알림음이 울려왔고, 도경은 반사적으로 모니터를 확인했다.
주식 트레이딩 시스템에서 특정 상황에만 알림이 오도록 설정해 두었는데 알림음이 울린다는 건 무슨 일이 생겼다는 얘기였다.
[하이온 -2.9%]알림음의 정체는 주가가 갑작스레 하방을 그릴 때 설정해 둔 것이었다.
“이게 왜 갑자기…….”
도경은 영문을 몰라 이리저리 마우스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에요?”
다급한 도경의 표정과 행동에 한다현은 걱정이라는 듯 다가와 물었다.
“10분 전까지 하이온의 주가가 +3%대였는데 갑자기 하방을 맞고 있어요.”
“이유는 있어요?”
“아뇨. 짐작 가는 게 없어서 지금 이유를 찾는 중입니다.”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무언가를 찾아보는 듯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찾았다는 듯 집중해서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다 도경을 바라보았다.
“도경 씨, 이거인 것 같아요.”
한참 이유를 찾던 도경은 한다현의 말에 재빠르게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화면을 확인했다.
“이게 뭐죠?”
“단톡방에 돌아다니는 건데, 내일 정부가 공개할 엠바고 자료예요.”
엠바고(embargo)는 특정 시간까지 보도 금지가 걸린 자료를 뜻했다.
즉, 정부에서 오늘 미리 보도자료를 뿌리더라도 내일 발표에 맞춰 보도해 달라는 뜻을 담은 자료를 배포한 것 같았다.
「신재생 에너지 지원 로드맵」
“내일 발표될 자료인데. 정부에서 사업지원 내용을 발표했나 봐요.”
한다현의 설명에 도경은 계속해서 휴대전화 화면을 읽어 내려갔다.
“정부가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서 원전을 띄웠어요.”
“네. 그건 계속 시그널을 줬죠.”
“그런데 문제는 태양광이 빠졌어요.”
“빠진 건 아니고…… 많이 줄여 버렸네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트레이딩 시스템을 확인했다.
“태양광 섹터가 다 내리네요.”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지원사업에서 태양광 지원이 대거 축소되며 관련 사업에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 예상되었다.
“태양광 업종이 부품값이 비싸잖아요.”
한다현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양광은 부품이라든지 발전기 설치비가 비쌌다.
그래서 정부의 지원사업이 중요했다.
“지원사업이 줄어들면 태양광 설치 비율이 낮아지거라 생각하나 봐요.”
“네.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도경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하이온은 다릅니다. 애초에 국내에 납품하는 비율이 얼마 안 되니까요.”
하이온은 국내보다 해외로 수출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하이온이 생산하는 물품의 국내 납품 비율은 20%도 채 되지 않는데…….”
“시장이 이러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양광 업종에 암울한 기운이 감도니 업종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2차전지가 이럴 거라 예상했는데, 제가 한 방 맞아버렸네요.”
도경의 예측은 2차전지가 지금 태양광 발전업종이 당한 그림을 맞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태양광 업종을 향한 소음이 더 크게 두드러지고 있었다.
“원래 소음엔 크게 반응했다가 원래 제자리로 찾아오잖아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장이 처음엔 화들짝 놀라 반응하고 본질을 보게 되면 원래 자리로 돌아오니까.
“맞아요. 제가 할 일은 모두의 오해를 지우는 일이네요. 고마워요.”
도경은 그리 답하고는 자리에 앉아 고객들이 들어와 있는 단톡방에 올릴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 * *
“그것 봐. 내년부터 센터를 이 선임이 이끌 거라, 생각에 동의해 줬지만, 처음부터 영 아니었다니까.”
한편, 선진증권 VIP 센터.
이동혁은 센터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도대체 뭘 보고 그 친구에게 관심을 가진 건지 모르겠네.”
“전부터 소문이 자주 들려왔습니다. 아시잖습니까? 소문이 자주 들려오는 인물들은 결국에 둘 중 하나라는 걸.”
사고를 쳐서 소문이 자주 나는 사람과 능력에 대한 소문이 나는 사람.
전자는 결국 큰 사고를 치고 업계를 떠났고, 후자는 종국엔 업계의 탑 자리에 올랐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동혁이 이 업계에서 본 소문이 자주 나는 인물들의 모습이었다.
“그 친구가 탑에 오를 거라고? 글쎄. 능력도 결국 봐. 태양광 오늘 내리꽂았잖아.”
“예, 뭐……. 정부가 이런 발표를 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어떡할 거야? 포기야?”
센터장의 말에 이동혁은 잠시 생각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의를 듣고 고민이라도 했으면 더 설득해 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니 깔끔하게 포기해야겠죠.”
“그래서 이대로 한 방 맞은 것도 덮는 거고?”
상대가 먼저 2차전지에 대해 안 좋은 평가를 해왔다. 센터장은 참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뇨. 지금까지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응을 않았지만, 돌려줘야 할 때도 됐죠.”
“하하하, 그 친구 꽤 고생하겠는데? 분위기도 안 좋은데 이 선임이 나선다면 말이야.”
“내일 유튜브 채널에 한 번 더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동혁의 말에 센터장은 흡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동혁은 굳은 표정으로 센터장을 바라보았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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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