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9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90화(9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90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테헤란 밸리의 아침.
비가 와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아직 출근 시간이 되지 않은 것인지는 몰라도, 한밤같이 캄캄한 어둠을 뚫고 차 한 대가 빌딩의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어휴. 비가 엄청나게 오네.”
적당한 곳을 찾아 주차를 마치고 한숨을 내쉬며 차에서 내린 주인공은 도경이었다.
평소 8시까지 출근하면 되었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빠르게 새벽 6시 30분에 출근했다.
“윤도경 씨.”
건물 안으로 들어선 도경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센터장님.”
도경을 부른 목소리의 주인공은 유성투자증권 리더스 센터의 센터장 하민재였다. 도경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일찍 나왔네요.”
“예, 오늘은 급한…….”
“BBB 때문입니까?”
하민재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함과 동시에 문이 열리자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나도 그 일 때문에 일찍 나왔습니다. 오다 보니 태산과 선진 등 다른 증권사들의 센터에도 불이 켜져 있더군요.”
하민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나야 미국에 투자한 고객들이 많아 일찍 나온다지만, 도경 씨는 아니지 않나요? 대부분 국내시장에 투자하는 고객들을 관리하는 것으로 아는데.”
“아, 제가 최근에…….”
“하이온이요?”
하민재는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 물었다. 하기야 그렇게 시끄러운데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네. 하이온이 이 법안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아서, 일찍 보고서를 작성해 고객들께 보내 드리려고 합니다.”
“새로 써야 하나요?”
“아닙니다. 집에서 조금 준비해 왔습니다.”
“그럼 시간이 좀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잘됐네. 내 방으로 갑시다.”
엘리베이터가 센터가 있는 층에 도착하자 하민재는 그리 말하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도경은 그의 뒤를 따라 들어섰다.
“그 자료 나도 브리핑 좀 받아볼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하민재는 재킷을 옷걸이에 걸고는 센터장실 가운데 있는 자리를 손으로 가리켰고, 도경은 먼저 앉아 노트북을 꺼내 어제 집에서 작성한 자료를 틀었다.
“시작하죠.”
하민재의 말에 도경은 화면을 넘기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BBB, 즉 Build Back Better 계획은 센터장님께서도 아시다시피 미국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입니다.”
“더 나은 재건 법이죠.”
“네, 그렇습니다. 이 안에는 크게 3가지 계획이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1조 9천억 달러(한화 약 2,30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 법인 ARP, 인프라 법안이라고 알려진 미국 일자리 법인 AJP는 이미 작년에 통과되었습니다.”
“그렇죠.”
“하지만, 단 한 가지 법안인 AFP(American Families Plan, 미국 가족 계획)는 인플레이션이 갑자기 들이닥치며 미국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센터장 하민재는 가만히 도경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AFP의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AFP는 공교육 시스템 투자와 육아 보조금 확대 등 사회복지 지출과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투자, 교통, 산업, 농업 등 분야에 투자하는 대규모 지출 계획이었기 때문입니다.”
“규모가 줄었었죠?”
“네. 맨 처음 법안을 준비했을 때는 3조 5,000억 달러, 한화로 약 4,000조 원이 투자되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1조 7,500억 달러(한화 약 2,500조 원) 규모로 줄였습니다.”
“그런데도 통과가 되지 않았던 건…….”
“미국 여당 상원 의원이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하원과 상원 양원제였다.
하원은 대통령을 만들어낸 여당이 다수였기 때문에 법안을 통과시키기가 쉬웠지만,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이 상원에서 다시 한번 통과되어야 했다.
상원의 구성은 여당인 민주당 48석, 공화당 50석, 무소속 2석이었다. 무소속 상원의원들이 여당인 민주당과 함께 활동하는 것을 고려하면 50 대 50이었다.
즉, 여당 내에서 한 명이라도 이 법안에 반대한다면 법이 통과될 수 없었다.
“여당의 한 의원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다시 한번 시중에 풀린 돈으로 인해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몰아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실제로 그의 말대로…….”
“엄청난 물가상승이 미국과 전 세계를 덮쳤죠.”
“그렇습니다. 결과론적으로는 그가 옳았습니다만, 미국 정부는 이 법안을 통과시켜야 자신들의 경제정책들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고 계속해서 말해왔습니다.”
“그래서 법을 바꾸었죠.”
하민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정부는 IRA(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 인플레이션 감축법안)로 법안 내용을 수정하고, 정부지출을 줄이자는 취지에 따라 기존보다 예산을 대폭 삭감했습니다.”
법안의 이름대로 법은 대폭 수정되어 예산 지출보다 시중에 풀린 돈을 다시 거둬들이는 내용으로 수정되었다.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두어들여야 인플레이션 감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수정안에 대해 미국의 대통령과 끝까지 법안을 반대했던 의원까지 법안에 찬성하였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얘기를 뒤집었죠?”
“네. 센터장님의 말씀대로, 법안을 찬성했던 여당의 의원은 다시 한번 협상장을 박차고 나오며 법안에 반대했습니다.”
“이유는…….”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의 요구를 늘어놓다가 협상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장은 더 이상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당의 의원이 협상을 뒤집어 놓은 것이 지난번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여당 내에서도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 법안이 좌초된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고, 시장 또한 그랬습니다.”
“하지만 어제…….”
“네. 우리 시간으로 어젯밤에 반대했던 의원이 법안에 찬성 의사를 표시하며 이 법안이 곧 하원에 상정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이는 확인된 사실입니다.”
시장의 분위기를 확 뒤집어 놓은 사건이었다. 모두가 법안의 좌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을 때 발표된 합의는 한국 시간으로 전날 밤에 미국 시장을 뜨겁게 달구어 놓았다.
“그리고 별일 없다면 일주일 후에 이 법안이 통과될 것 같습니다.”
여당 전원이 찬성하고 야당 전원이 반대했을 때 상원에서는 50 대 50으로 동률이었다.
이때 상원의장을 겸하는 미국의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사용하면 51대 50으로 법안은 통과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우리 시장에서도 여러 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 같습니다.”
“네, 태양광 발전 기업들은 엄청난 수혜를 입을 것 같습니다.”
도경이 오늘 아침 일찍 출근한 이유였다.
미국 내 복지 정책이야 국내에 끼치는 영향이 적겠지만, 가장 중요한 기후변화대응 정책에 사용되는 지원책은 국내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미국에 생산 공장이 있는 한솔라에너지와 하이온입니다.”
도경의 말에 하민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도경은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 지원책에는 태양광 부문 지원액이 300억 달러(한화 약 40조 원)입니다. 태양광 발전 생산업체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을 골자로 짜여 있습니다.”
“한솔라에너지는 미국에 공장이 돌아가고 있죠?”
“네. 미국에서 생산해 미국 내에 상품을 팔고 있어서 매년 2천 800억 원 규모로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하이온은…….”
하이온은 유성과 선진의 싸움에 끼게 되어버린 기업이었다.
“하이온은 내년부터 미국 국내에 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계산을 해봐야겠지만,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의 세액 공제 혜택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좋네요. 어제 오히려 더 살 것을 추천했죠?”
도경은 어제 다시 한번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오히려 태양광 업종이 하락하는 지금이 하이온을 살 기회라고 말하고 온 참이었다.
하지만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이런 낭보가 미국으로부터 날아들어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네. 기다리면 주가가 회복하는 것을 넘어 지금보다 더 오를 것으로 봤습니다.”
“도경 씨가 본 게 하루 만에 옳다는 걸 증명받게 되었네요.”
국내 신재생 에너지 지원책에서 태양광 발전 지원이 축소되며 내려 버린 주가였다.
하지만, 하이온은 대부분의 매출을 국내가 아닌 해외시장에서 발생시키고 있었다. 거기에 주요 판매국인 미국에서 태양광 발전 설비, 부품 생산업체에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법안이 통과될 예정이었다.
“연차가 낮은 PB들을 보면, 이럴 때 버티지 못하고 자신의 의견을 꺾곤 하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도경 씨는 의견을 꺾지 않았네요.”
“좋은 회사라고 봤습니다.”
“잘했습니다. 가끔 시장은 매몰차게도 내가 본 시야대로 움직여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때야말로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하민재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도경을 칭찬하고 있었다.
“내가 흔들리면 내 말을 듣고 투자한 고객들은 더더욱 흔들리게 됩니다. 애초에 쉽게 추천해서도 안 되고, 고심 끝에 추천했다면 그 결정을 따라준 고객들을 위해서라도 강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하민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 씨는 다시 한번 본인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걸 모두에게 보여줬습니다.”
“과찬이십니다.”
“칭찬은 일단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후에 또 할 기회가 있을 것 같으니까요. 계속 들어볼까요? 반대로 상황이 좋아지지 않은 곳도 있죠?”
하민재는 무언가 더 있다는 듯 다음을 기약하며 도경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일단 자동차 회사들이 곤란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법안 내용에는 전기차 지원 내용이 있습니다.”
도경은 재빠르게 화면을 넘기며 브리핑을 이어나갔다.
“전기차 지원 내용에는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구매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생산하는 전기차는 전부 국내에서 생산되는 차였다.
물론 미국에도 생산 공장이 있었지만, 전기차는 생산 라인이 전혀 없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전기차를 지원한다는 법안이었지만, 실상은 미국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전기차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법안이었다.
즉, 최근 국제 정세의 기조대로 미국은 탈세계화의 흐름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 법안에는…….”
“신재생 에너지 지원책이니 2차전지와 관련된 내용도 있겠죠?”
“네, 그렇습니다. 2차전지, 즉 배터리와 관련된 산업에도 큰 제한을 뒀습니다.”
법안에는 전기차를 미국 내에서만 조립해야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 이외에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 대해서도 큰 제한을 뒀다.
“배터리의 원재료를 미국이나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은 국가에서만 수입해 만든 배터리를 장착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도경은 화면을 손으로 가리켰다.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인 리튬, 흑연, 코발트 등을 미국과 친한 국가에서만 가져와 만들라는 얘기입니다.”
“국내에 배터리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산 원재료를 쓰지 않나요?”
“네. 계산을 해봐야 하지만, 80% 이상이 중국에서 원료를 수입해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국내 2차전지 생산 기업들은 대부분 미국에 새롭게 공장을 짓고 있었다. 그렇기에 법안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였지만, 새로운 복병이 있었다.
바로 원재료의 조달 문제였다.
배터리를 만들 때 들어가는 원재료 시장 대부분을 중국이 꽉 잡고 있었다.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원재료 공급 이슈가 앞으로 있어 보였다.
“기업 대부분은 배터리 생산 공장을 미국에서 가동하거나, 지금 공장을 짓고 있으므로 머지않아 지원책의 수혜를 볼 것 같습니다. 다만, 몇몇 기업은 원재료의 10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원재료 수급 이슈가 터지겠네요.”
원재료를 수급하지 못해 공급망에 병목이 생긴다면 당연히 제작 원가가 상승하게 된다.
이런 문제점이 커다란 문제로 발생할 국내 기업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 법안에 제일 악영향을 받을 기업이 어디입니까?”
하민재의 물음에 도경은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미래화학입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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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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