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9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91화(9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91화
“어떻게 됐습니까?”
한편, 테헤란 밸리에 있는 선진증권 VIP센터.
우리 시간으로 전날 밤 발표된 인플레 법안의 파동은 선진증권도 피해 가기 힘들었다.
선진증권의 VIP 센터의 선임 매니저 이동혁은 사무실로 들어서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팀원들을 향해 물었다.
팀원들은 이동혁의 전화를 받고 새벽같이 일찍 출근했다.
“어젯밤부터 고객님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 팀원이 그리 얘기하자 이동혁은 재킷을 대충 의자에 걸어놓고는 자리에 앉아 컴퓨터의 전원부터 켰다.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적다고 하지 않았나요?”
이동혁의 물음이 닿은 곳에 서 있던 한 팀원은 송구스럽다는 표정이었다.
해당 팀원은 자동차 관련 기업에 관해 빠삭한 팀원이었고, 자동차 관련 주식에 관해서는 이동혁도 그 팀원의 얘기를 신뢰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지금 죄송할 게 아니라. 그래서 어디까지 파장이 미칠 것 같습니까?”
“일단 미래자동차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팀원은 재빠르게 서류를 들고 와 이동혁에게 건넸고, 이동혁은 천천히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
서류에는 인플레 감축 법안으로 인해 영향을 받을 국내 산업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미래자동차는 피닉스에 공장이 있지 않나요?”
“있습니다만, 공장의 모든 생산 라인이 내연기관 차량입니다. 전기차 생산설비는 전혀 없습니다.”
해당 법안에는 전기차를 살 때마다 보조금을 주는 조항이 있었는데 단서가 달렸다.
‘미국에서 조립한 전기차만.’
다시 말하자면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살 때만 고객에게 보조금을 주겠다는 얘기였다. 미래자동차의 경우는 전부 국내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즉, 고객들이 전기차를 구매할 때 보조금을 받고자 한다면 미래자동차의 전기 차량은 고려 대상에서 빠질 수밖에 없다는 걸 얘기했다.
3천만 원짜리 차를 샀을 때 1천만 원을 국가에서 지원해 준다면, 그 차를 살 게 뻔하니까.
지원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하는 미래자동차는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미국에서 생산설비를 구축한다면요?”
“적어도 6개월 이상 걸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
팀원의 말에 이동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미래자동차는 미국에 이미 공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생산 라인 중 일부분을 전기차 생산 라인으로 돌리면 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팀원은 힘들다고 얘기해 오고 있었다.
“일단 전기차 생산 라인과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은 방식부터 다릅니다. 생산설비를 세팅하는 데만 6개월, 작업자들을 교육하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오랜 기간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리고 미래자동차는…….”
팀원은 말을 하다 말고는 한숨을 내쉬었고, 이동혁은 계속 얘기해 보라는 듯 팀원을 향해 고갯짓했다.
“생산되는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80%가 중국에서 만들어진 배터리이고, 나머지 20%가 계열사인 미래화학에서 만들어진 배터리입니다.”
미래화학의 얘기가 나오자 이동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이 법안의 영향으로 미래화학 또한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그건 당연하겠죠.”
이동혁의 말에 팀원들은 가시방석에라도 앉은 기분으로 이동혁을 바라보았다.
이동혁은 올해보다 내년의 전망이 더 밝다며 미래화학을 강력하게 추천한 상황이었다.
거기에 유성투자증권과 경쟁 구도까지 더해지며 평소 이동혁답지 않게 강력하게 발언했다.
PB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심각해 보였다.
“그 문제는 일단 신경 쓰지 맙시다. 내가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니까요.”
“저희 고객 중에서도 미래화학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영향이 크겠습니까?”
“LS전지 같은 경우는 작년에 이미 리튬과 코발트 등 원재료의 수입처를 중국이 아닌 인도네시아와 동남아 국가들로 다변화를 시도했고, 현재 안정적으로 공급 중입니다만…… 미래화학은…….”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죠.”
국내 1위 2차전지 생산기업인 LS전지는 마치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원재료 수입의 탈중국화를 시도했고, 또한 성공했다.
하지만, 미래화학의 경우는 얘기가 달랐다.
“네. 미래화학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미래자동차에 납품하더라도 미국 시장에 팔릴 수 없습니다. 더불어 미래화학의 주요 고객인 미국의 완성차 업체들 또한…….”
생각보다 상황이 더더욱 안 좋았다.
미래화학에서 만든 배터리가 미국 내에서 달리는 전기차에 탑재될 수 없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중국과 더불어 자동차 시장의 매출이 가장 높은 곳이었다.
그만큼 경쟁도 가장 치열한 곳이었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은 대안을 찾기 시작할 것이다.
“미래화학의 경우는 그간 생산 라인에 소극적으로 투자한 업보를 치를 것 같습니다. 다른 2차전지 기업들은 미국 내에 공장에서 빠르면 올해부터 배터리를 생산해 오히려 수혜를 볼 예정이지만…….”
“미래화학은 공장 완공은 2025년, 생산은 2026년부터 시작될 예정이죠.”
이동혁은 그리 답하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미 벌어진 일, 자기 말을 믿고 기업에 투자한 고객들과 개인투자자들에게 적어도 수습은 해야 했다.
이동혁은 그리 말하며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미래화학은 장기적으로 보면 좋은 기업입니다. 미국 시장 이외에도 아시아 시장이나 유럽 시장을 노리면 되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테니 이 법안의 혜택을 받는 기업을 찾아야 합니다.”
미래화학은 좋은 회사였다. 언제고 지금의 부침을 회복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그렇게 인내심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이동혁은 알고 있었다.
“미래화학은 장기적으로 보고 단기적으로 추천할 업종은 뭐가 있습니까? 아니, 가장 크게 수혜를 입은 쪽은?”
“업종은 태양광 그리고 가장 수혜를 볼 기업은 한솔라에너지, 그리고…….”
팀원은 이동혁을 바라보며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이온입니다.”
* * *
“좋은 아침입니다.”
닷새 후. 평소와 같은 아침 출근 시간이었지만, 사무실로 들어온 유성투자증권 리더스 센터 개인자산관리 3팀 팀원들의 표정은 여느 때보다 밝았다.
“팀장님 오셨습니까?”
서정환의 인사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도경 씨.”
자리에 가방을 내려두고 서류를 챙긴 팀장 서정환은 도경의 이름을 불렀다.
“네, 팀장님.”
“자료 챙겨서 센터장님께 갑시다.”
서정환의 말에 도경은 재빠르게 자료를 챙겨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하이온이 얼마나 올랐죠?”
“닷새 전과 비교하면 24% 상승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서정환은 미소를 지었고, 도경은 의아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간 서정환은 잘했다고 칭찬은 해주더라도 얼굴에서 미소를 찾아보기는 굉장히 힘든 사람이었다.
“왜 그렇게 바라봅니까?”
서정환의 물음에 도경은 당황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 분명 정면을 보고 걷고 있었는데 마치 그는 머리의 옆에도 눈이 달린 것 같았다.
“아, 미소를 지으시길래…….”
“기분이 좋아서 그렇습니다.”
센터장실 문 앞에 선 서정환은 도경을 바라보았다.
“들어갈까요?”
그 물음에 도경은 옷매무새를 고쳤고, 서정환은 센터장실 문을 노크하고는 잠시 후 문을 열었다.
“센터장님, 도경 씨와 함께 왔습니다.”
“아, 두 분 어서 오세요. 자리에 좀 앉아 있으세요.”
센터장 하민재의 말에 두 사람은 사무실 중앙에 위치한 자리에 앉았고, 잠시 후 급한 일을 처리한 듯 하민재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미안합니다. 고객님들께 자료를 보내느라.”
하민재의 말에 도경과 서정환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자, 도경 씨.”
“네, 센터장님.”
“하이온이 어제 장 마감 결과가 좋던데.”
“네, 닷새 전보다 24% 주가가 상승하고 마감했습니다. 여전히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이어져 오늘도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하민재는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미래화학은 닷새 전보다 -11% 내려갔고요.”
도경은 하민재가 왜 미래화학에 관해 얘기해 오는지 알 것 같았다.
“부담이 될까 봐 얘기하지 않았습니다만, 해당 사안은 본사에서도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본사에서 말씀이십니까?”
“네. 특히 WM본부에서 해당 사안과 관련해 제게 많이 묻더군요. 류태화 전략사업부장이요.”
하민재의 입에서 류태화의 이름이 나오자 도경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류태화가 이 사안에 관심이 있었다면 자신에게 연락할 법도 한데, 그간 연락이 뜸했기 때문이다.
“도경 씨가 부담될까 봐 직접 연락은 하지 못하겠다고 하더군요.”
“아, 네…….”
“그리고 본사에서 가장 통쾌해하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겠죠?”
하민재의 물음에 서정환은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동혁 선임 매니저 얘기입니다.”
도경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동혁의 추천에 따라 많은 투자자가 미래화학에 투자를 단행했는데, 이번 미국발 영향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자 이동혁은 다시 한번 유튜브 채널에 나왔다.
그리고 미래화학은 오랫동안 들고 있으면 빛을 볼 기업이라며 장기투자를 권했고, 단기적으로는…….
“그 사람이 하이온의 투자를 추천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도경은 이제야 서정환이 미소를 지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동혁은 도경의 승리를 인정하듯 단기적으로 포트폴리오에 태양광 관련주를, 그것도 도경이 추천한 하이온을 추천했다.
“저는 이동혁 선임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도경은 진지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회사 간의 경쟁이나 자신의 평판 하락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고객들을 위해 하이온을 추천했으니까요.”
도경의 말에 하민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이동혁은 대단한 사람이죠. 그러니 업계의 꼭대기에서 군림할 수 있는 거고요. 그리고 이동혁과 똑같이 도경 씨는 본인이 뛰어난 것을 이번에 모두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네?”
“하이온의 주가 하락 이후 많은 사람이 도경 씨의 전망을 비판했습니다. 그중엔 비난 섞인 댓글들도 있었고요.”
도경은 가만히 하민재의 말에 집중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도경 씨는 자신의 전망에 그리고 하이온의 가능성에 확신을 가지고 행동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그렇게 하긴 힘들거든요.”
“…….”
“그리고 보란 듯 하이온은 그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고요. 모르긴 몰라도 도경 씨가 장담하듯 하이온은 지금보다 주가가 두 배 이상 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하민재의 말을 지켜보던 팀장 서정환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지점 실적 탑의 실력이 아니겠습니까?”
서정환의 말에 도경은 다시 한번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하하하, 서 팀장이 어제부터 싱글벙글 웃고 다녔는데 예상을 못 했나 보군요?”
“그게 무슨 말씀인지 잘…….”
“작년 우리 지점 자금 유치 실적 탑이 도경 씨입니다.”
하민재의 말에 도경은 다시 한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게…….”
“저도 놀랐습니다.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단기간에 많은 자금을 유치했으니까요.”
물론 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실적 산정이 잘 되지 않았다.
열심히 주식을 사고팔거나 해당하는 거래를 만들어 수수료 매출을 내야 실적으로 인정받았지만, 자금 유치 또한 대단한 것이었다.
자금이 많을수록 한 번의 거래로 큰 수수료를 낼 수 있으니까.
다시 말해 도경은 앞으로 지점의 수수료 매출 1위를 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도경 씨는 앞으로 우리 유성투자증권을 빛낼…… 아니, 업계의 탑이 될 자질이 있는 사람입니다. 내가 부탁하고 싶은 건, 지금같이 쭉 해나갔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하민재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것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하민재가 고마웠다.
“감사합니다. 더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서 팀장과 저는 업무 얘기를 해야 하니 도경 씨는 사무실로 돌아가도 좋습니다.”
하민재의 말에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센터장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참, 도경 씨.”
그때, 뒤에서 하민재가 빠뜨린 것이 있다는 듯 자신을 불러오자 도경은 고개를 돌렸다.
“본사 홍보부에서 유튜브 채널에 매주 한 번씩 도경 씨가 나와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해왔습니다.”
하민재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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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